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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장현태(월간 오디오)
전체적인 오케스트라는 에너지 넘치는 연주를 통해 쉽게 공간을 가득 채워주어, 스테이지를 넓게 잡아주었다. 분해력이 좋기 때문에 어느 파트 하나라도 부족함 없이 서로 경쟁하듯 과감하게 전개되어, 대편성의 웅장함을 쉽게 맛볼 수 있었다.
TAD(Technical Audio Devices)는 일본의 대표적인 오디오 브랜드인 파이오니아의 프로오디오에서 출발한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인데, 1975년 설립되어 스튜디오용 스피커를 중심으로 시작, 다양한 제품들을 라인업으로 선보였다. 현재는 물량 투입이 만만치 않는 대형기들을 주로 출시하고 있는데, TAD 브랜드를 떠올릴 때 TAD-R1MK2 스피커와 TAD-D600 플레이어를 가장 대표 모델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플래그십 TAD-D600 CD 플레이어의 경우는 육중한 외관으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제품인데, 한동안 베스트셀러에 선정될 만큼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모델이기도 하다. 이번 리뷰에서는 에볼루션 시리즈에 속해 있는 SACD 플레이어인 TAD D1000MK2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제품의 경우 앞서 언급한 TAD-D600에서 적용한 핵심 기술들을 반영하여 탄생된 모델이다.
먼저 외관과 함께 견고한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치 ‘나는 TAD다’라고 이야기하듯 외관 디자인이 각별하다. 견고한 성벽을 보는 듯한 무게감이 있고, 메탈 이미지가 강조된 이미지. 알루미늄 절삭 가공과 견고한 프레임 구조로 이루어져 진동 대책과 외부 노이즈 등을 철저히 차단해 주고 있다. 시스템을 받쳐주는 3점 지지 방식의 독자 개발된 인슐레이터는 신소재를 접목한 내부 스파이크 구조로 진동 대책을 완벽히 보완해 주고 있다.
또한 저소음과 저진동을 고려한 설계와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뛰어난 드라이브 메커니즘에 관심을 갖게 된다. 알루미늄 트레이는 그야말로 예술에 가까운 경지다. 마치 ‘저소음 트레이란 이런 것’이라고 정의를 내려주듯 정숙함이 돋보인다. 8mm 두께의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트레이부와 브러시리스 DC 서보 모터를 사용하여 저 소음을 유도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고품격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회로부를 살펴보겠다. 고음질 오디오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더욱 강조되는 부분은 바로 클록이다. TAD는 정확한 클록 제공을 위해 마스터클록에 C/N 잡음비가 뛰어난 초정밀 UPCG(Ultra High Precision Crystal Generator)를 적용하여, 클록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정밀 오실레이터를 채용했고, 잔류 노이즈 저감과 높은 슬루율을 제공하는 고유의 개별 디지털 I/V 변환 회로를 적용했다.
DAC는 TI의 PCM1794A 칩을 채널별로 독립적으로 사용하여 SNR과 다이내믹 레인지를 최대한 높이고 있다. 아날로그 증폭부는 DAC 출력을 병렬 연결 구조와 풀 디퍼런셜 회로 구성으로 오디오부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
전원부의 경우 고용량 토로이달 트랜스포머 2개를 적용하여 아날로그와 디지털부 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했다. 또한 TAD 특주의 대용량 커패시터를 적용하여, 리플 노이즈 대책과 정전압 회로를 통한 순도 높은 DC 전원을 공급해 주고 있다.
이 밖에 디지털 입력은 USB, AES/EBU, 코액셜 2개, 옵티컬 1개를 채용했고, 디지털 출력은 AES/EBU, 코액셜이 각각 마련되어 있다. USB 입력은 PCM 384KHz, 5.6MHz DSD를 지원한다. 부가 기능으로 가변 볼륨 기능을 탑재하여 프리앰프를 거치지 않고 직결로 파워 앰프의 연결도 가능하다.
첫 곡은 여성 보컬 곡으로 다이애나 크롤의 <Like Someone In Love>를 선곡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TAD의 사운드 성향을 잘 반영하여, 공간을 가득 채워주는 다이내믹이 강조된 빅 마우스 성향을 표현하고 있다. 베이스의 넉넉한 울림과 명료한 피아노 반주, 에너지가 느껴지는 기타 반주까지 더해져 전체적으로 넓은 스테이지를 제공해 주었다.
재즈곡으로 자크 루시에 트리오의 연주로 바흐 <이탈리아 협주곡 중 알레그로>를 들어보았다. 먼저 알피노가 연주하는 드럼의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사운드가 압권이다. 여기에 깊이가 느껴지는 뱅상 사르보니에의 베이스 연주는 유난히 평소보다 더욱 음량이 크게 들렸다. 그리고 자크 루시에의 피아노는 투명한 건반의 느낌을 잘 반영해 주었다. 전체적으로 음을 쉽게 전달해주며, 지속적인 에너지가 존재하는 힘 있는 사운드다.
대편성곡은 드보르작 <심포니 9번 중 3악장>을 안드리스 넬슨스가 지휘하는 바이에른 라디오 방송 심포니의 연주로 들어보았다. 전체적인 오케스트라는 에너지 넘치는 연주를 통해 쉽게 공간을 가득 채워주어, 스테이지를 넓게 잡아주었다. 분해력이 좋기 때문에 어느 파트 하나라도 부족함 없이 서로 경쟁하듯 과감하게 전개되어, 대편성의 웅장함을 쉽게 맛볼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오디오파일의 취향을 저격한 듯한 모니터적인 성향과는 다른 개성 넘치는 사운드다. 여기에 주체할 수 없는 넘치는 에너지와 음원의 정보량을 최대한 가득 채워서 재생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스테이지는 넓은 편으로 TAD 플레이어의 위용을 사운드에서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또한 과감함을 기반으로 음원의 종류 및 장르에 따라 여유도 부릴 줄 아는 플레이어다. CD 구동은 해상력과 디테일이 더욱 강조되고 공간을 가득 채워주는 성향이며, 반면 SACD 구동은 고역이 순화되어 더욱 부드럽고 아날로그적인 음색을 추구해 주고 있다. 흔히 말하는 첫 음에서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하이파이 유저들의 입맛을 쉽게 자극하는 박진감 있는 에너지가 기억에 남는다. 최근 하이엔드 SACD 플레이어가 가뭄인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서 TAD D1000MK2는 개성이 뚜렷한 존재감을 가진 하이엔드 SACD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