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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성연진
“포칼의 최신예 스피커, 칸타(Kanta)는 지난 3년 동안 바뀐 포칼의 변신과 진화,
그리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증거이다!”
그랜드 유토피아(Grande Utopia) EM 으로 시작된 유토피아 III 시리즈의 등장 이후, 프랑스의 사운드 테크놀로지 그룹인 포칼은 염가형 스피커에서 하이엔드 스피커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새로운 기술들로 멋지게 탈바꿈 시켜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하이파이 스피커 시리즈들에 대해서는 약간의 정체기를 맞이하는 듯한 모양새를 지울 수 없던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하이엔드 라인업에 속하는 유토피아 III 시리즈가 첫 등장이 된 2008년 이후로 큰 변화 없이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에 등장한 소프라(Sopra)는 업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왔고, 눈썰미가 있는 애호가라면 포칼에서 ‘뭔가 특별한 일(Something Special !)’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사실 강력한 자본이 투입된 이후, 포칼은 마치 소너스 파베르가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전통의 DNA와 자신의 정체성이 사라진 브랜드와 제품으로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망가뜨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시선들이 많았다. 하지만, 투입된 자본은 수익 창출의 논리가 아닌, 신기술과 혁신으로 신제품과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놀라움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시리즈의 제품들과 비약적으로 높아진 가격 대비 성능은 포칼을 세계 스피커 시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극시켰다. 경쟁 업체들이 자본에 넘어가며 정체와 돈의 논리로 브랜드 가치가 변질되고 있는 것과는 정 반대의 길을 개척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엔지니어링 팀의 확충이 있었다.
강력한 엔지니어링 펀더멘털 그리고 칸타
포칼은 확보된 자본으로 유럽 전역에서 사운드 관련 엔지니어들의 인력풀을 만들어, 대폭적인 개발인력 보강에 나섰다. 지난 수년 간, 과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개발팀은 출중한 엔지니어로 가득 채워졌고, 이들은 새로운 스피커를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 2~3년 간의 심사숙고를 거친 최신예 소재 개발 및 가공 기술은 전례가 없던 새로운 드라이버들을 탄생시켰고, 이러한 기술적 진화와 혁신이 새로운 스피커들을 탄생시키게 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바로 소프라였다. 특히 소프라 개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은 TAD 출신의 일본인 엔지니어, 호소이 신타로였다. 일본에서 프랑스로 거처를 옮긴 이 일본 출신의 엔지니어는 기존 포칼의 드라이버 기술 위에 다양한 기술적 개선과 혁신을 더해 2세대 베릴륨 트위터와 새로운 버전의 W콘 드라이버 등과 같은 드라이버를 탄생시켰고, 이를 스피커로 제품화하여 포칼의 변신을 주도해왔다. 포칼 홈 스피커 R&D의 수장으로서 신타로가 공을 들인 수년 간의 기술 개발의 결정판으로 등장한 것이 소프라인 셈이다. 디자인, 사운드 그리고 놀라운 가성비의 소프라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하이엔드 시장의 새로운 벤치마크로 자리매김을 했다. 소프라의 엄청난 성공은 바로 기술 전이 과정을 거쳐 새로운 가격대의 제품으로 이제 ‘칸타’라는 이름의 뉴세그먼트 모델을 낳게 되었다. 칸타는 단순히 포칼의 기존 드라이버들을 조합하여 빈 가격대에 ‘끼워 넣기’ 식으로 만든 제품이 아니라, 이러한 탄생의 비하인드를 거친 포칼 기술의 결정판이라 불러야 할 제품인 것이다.
그런 만큼, 칸타의 사운드를 논하기 전에 먼저 칸타에 투입된 기술부터 살펴 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칸타에 투입된 기술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드라이버 기술, 두 번째는 인클로저 기술, 그리고 세 번째는 디자인이다.
유토피아와 소프라를 능가하는 차세대 베릴륨 트위터
IAL 설계의 개선은 전작보다 더 깊은 중역 재현과 높은 감도를 가져다 주었다. 칸타의 미드레인지와 트위터 간의 크로스오버 지점은 2.3kHz 부근으로 명시되어있지만, 실제 이 3세대 트위터는 1kHz 이하의 미드레인지 영역까지 커버하며 -3dB 지점 바로 아래가 600Hz 언저리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트위터로써는 어마무시한 성능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포칼은 올해 초, 칸타의 모습을 공개했지만 발매에 이르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고 내부적으로도 IAL 3 버전의 탑재에 대해 심각하게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유토피아나 소프라보다 더 뛰어난 신기술 유닛을 칸타에 탑재하는 것이 옳은지 여부에 대한 결정이 어려웠던 것이다. 포칼 관계자에 따르면, IAL 3세대 버전은 사실 차세대 유토피아를 위해 준비된 기술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프라에 이은 기술적 진화와 칸타가 지닌 모델의 컨셉인 하이엔드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과감히 IAL 3세대 베릴륨 트위터가 포칼 최초로 칸타에 탑재된 것이다. 이 이야기를 역으로 뒤집어 보면, 최신작 칸타가 기술적으로나 트위터의 성능 면에서는 소프라나 유토피아를 능가한다는 셈이다. 그런 놀라운 팩트를 염두에 두고 스펙을 본다면 칸타 정도 크기의 스피커가 91dB 감도와 40kHz 이상의 재생이 놀랍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미래의 플랙스 콘 기술이 낳은 핸드메이드의 2세대 플랙스 미드레인지와 우퍼
두번째 혁신의 대상은 인클로저다. 이미 유토피아와 소프라에서 포칼은 자신들의 인클로저 설계와 방향을 하나의 플랫폼화시켰다. 대역별 유닛과 인클로저를 분리 설계하고 이를 하나의 폼으로 일체화시켜 기능과 디자인을 하나로 만들어왔다. 외형적 유사성과 차이는 있지만, 추구한 인클로저 기술은 유토피아나 소프라나 같다는 말이다. 칸타 또한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상부의 미드레인지, 하부의 우퍼 배치 그리고 지젤 번천을 떠올리게 하는 상체가 앞으로 굽은 전면의 경사각은 드라이버들의 시간축 정렬과 위상 일치를 위함이자 포칼이 자랑하는 멋스러운 캐비닛 디자인이다. 다만, 칸타가 다른 모델들과 다른 점은 상위 시리즈들과 달리, 하나의 일체화된 그러면서도 규모가 좀 더 작은, 홈 스피커에 알맞은 규모의 캐비닛으로 이 모든 것을 완성시켜내야 한다는 목표를 이룩해야만 했다. 덕분에 외형적인 형태의 기본 방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각각의 드라이버의 인클로저들이 분리된 구조가 아니라 하나의 인클로저로 완성되었다. 이는 크기와 생산 그리고 가격적인 조건에 따른 다양한 고려 사항이 어우러진 기술적 솔루션이다. 전면 배플은 하나의 단일 패널 디자인이 도입되었지만, 대역 별로 꺾인 각도는 여전하지만 그 소재나 두께는 드라이버의 안정된 성능을 위해 상위 모델들에도 쓰지 않았던 첨단 고밀도 폴리머 소재를 도입했다. 가공이나 성형이 쉽도록 생산을 고려한 셈이지만, 음질적으로 안정된 동작의 토대를 위해 훨씬 단단하고 댐핑 성능이 우수한 소재를 얼굴로 맞이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닛의 몸통 울림을 만들어내는 인클로저 뒷 부분도 각 대역별로 내부 격벽을 분리한 고밀도 소재의 구조체를 사용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외부에서 볼 때, 나사가 이음새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말 그대로 모노코크적인 인클로저 몸통을 사용한 점이다. 결국 전면 배플과 모노코크적인 구조체의 인클로저가 만나 하나의 스피커로 완성되는 구조이다. 나사 하나 없이 완성된 이 인클로저는 어떻게 조립을 했을지 의문이 들정도로 틈이나 이음새가 보이지 않는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만, 그 보다 더 앞서 드는 생각은 아주 단단하고 뛰어난, 음질적으로 뛰어난 인클로저로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측면에서 바라보면 원목 마감의 인클로저의 칸타는 대단히 우아하며 매끄러운 실루엣으로 시선이 푹 빠져들게 만든다.
라이프스타일의 디자인
실제로 칸타의 디자인은 매우 슬림하고 댄디하며, 8가지 전면 배플 색상과 3가지 인클로저 마감으로 무려 24가지의 스피커 디자인을 고객의 입장에서 골라서 선택할 수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이지만, 포칼은 이러한 디자인적인 옵션을 통해 칸타의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사운드 퀄리티
테스트에는 뮤지컬 피델리티의 Encore 225를 준비했고, 연결은 체르노프의 스피커 케이블과 파워 코드를 사용했다.
칸타가 들려주는 사운드의 핵심은 역시 베릴륨 컬러였다. 고음의 미적 감각은 가격을 논하기 어려운, 실로 매끄럽고 섬세한 하이엔드 베릴륨 드라이버의 사운드 그 자체였다. 요요마가 연주하는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곡>이나 베를린 필의 악장인 카시모토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같은 녹음을 들어보면 현이 주는 아날로그적 마찰음의 질감이 대단히 사실적으로 재현되면서도 고역에 꺼끌거림이나 엣지에 붙어나오는 링잉 같은 잡티들이 하나도 없다. 현의 움직임은 윤기와 매끄러움으로 가득하고 심지어 바이올린 몸체 베니어의 광채가 보이는 듯한 진한 색채적 질감까지 놀라울 정도로 그려진다. 섬세함과 디테일 그러면서도 진한 톤 컬러까지 모두 살려낸 고역의 사실적 재생 능력은 칸타가 지닌 하이엔드 쾌감의 첫인상이었다.
여기에 제인 몬하이트와 마크 오코너 트리오가 녹음한 <Misty> 같은 재즈 트리오와 보컬 녹음을 들으면 투명도와 더불어 진한 색채감이 주는 음악적 즐거움을 한가득 느낄 수 있었다. 제인의 보컬은 두 스피커 사이 정중앙에 마치 HD 영상를 보는, 대단히 리얼하고 또렷한 음상으로 초점이 칼 같이 맞춰져 있었고 약간은 관능적인 보컬의 톤 컬러는 충분히 듣는 순간 빨려들 정도로 진하고 달콤했다. 그러면서도 음상은 전혀 평면적이지 않았다. 흔히 색채감이 앞서는 스피커들이 보여주는 입체적인 무대 재현의 어려움이 칸타에게는 일체 존재하지 않았다. 보컬을 중심으로 좌우에 바이올린과 기타, 베이스가 입체적으로 펼쳐져 있으며 특히 우측의 앞 뒤에 벌어져 있는 기타와 베이스의 전후 깊이와 거리감은 매우 사실적인 공간으로 입체적인 녹음 공간의 냄새를 전달해주었다.
세련된 디테일과 해상력, 그리고 입체적인 스테이징 여기에 더해진 진한 톤 컬러는 칸타가 일반 스피커가 아니라 충분히 하이엔드 스피커에 도달한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스케일과 다이내믹스의 판단을 위해, 관악기가 넘쳐나는 관현악 녹음과 솔로 드럼 레코딩 몇가지를 들어보았다. 3차원적으로 그려지는 관현악단의 녹음에서는 무대의 좌우 폭도 비교적 넓고 입체적으로 잘 펼쳐졌는데, 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좌우의 펼쳐짐 보다는 중앙에 그려내는 오케스트라의 디테일한 텍스쳐들이었다. 좌우 바이올린과 첼로, 콘트라베이스 같은 현악기 그리고 중심부에 목관과 그 뒤로 펼쳐있는 금관악기들의 각기 다른 레이어들이 영상을 보는 듯한 조밀하지만 전혀 엉킴없는 세부 디테일들로 구분지어 소리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점이었다. 분명 좌우 폭은 칸타 보다 더 넓게 그려내는 스피커들은 충분히 찾아낼 수 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스피커로 이렇게 입체적인 공간 속에 세밀한 디테일들을 한 가득 그려내는 스피커들은 많지 않다.
게다가 드럼 연주 또한 만만치 않았다. 드럼의 격정적 에너지의 킥 뿐만 스네어의 브러시 워크 같은 다양한 트랜지언트적 효과가 가득한 드럼 연주가 절대 엉기는 법없이 타이트하고 힘차게 뿜어져 나왔다. 저음의 초동과 끝이 자로 잰듯 정확히 떨어지고 잔상없는 저음을 내주는 부분은 이 스피커의 저음 특성을 한마디로 요약하게 해준다. 물론 이 보다 더 크고 스케일있는 저음과 다이내믹스를 내는 스피커는 충분히 있다. 다만, 더 비싸고 더 큰 규모의 스피커들이 그 대상일 뿐, 칸타와 같은 규모의 스피커에서는 경쟁자를 찾기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맺음말
다시 정리해보면 칸타는 분명 포칼이 내놓는 라이프스타일형 스피커이다. 가정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불필요하게 크고 육중한 위압감 없이 댄디한 이미지의 세련미를 자랑하는 외형 디자인을 갖춘 스피커이다. 그러나 눈요기로 모든 것이 끝나는 그런 스피커들과는 전혀 다른 스피커이다. 댄디하고 슬림한 외형과 몸체지만, 그 속에서 풀어내는 사운드는 유토피아나 소프라가 보여주는 사운드와 대등한 퀄리티의 하이엔드 사운드를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포칼이 정의하는 라이프스타일의 하이엔드란 이런 것이다’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특히 유토피아 III 시리즈 보다도 더 우수한 베릴륨 기술로 만들어낸 섬세하고 세련된 중고역의 해상력과 질감은 딱히 소프라나 유토피아 스피커를 찾게 만들지 않을 수준이며, 플랙스 콘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정확하고 빠른 임팩트의 저음은 부밍이나 저역의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현대적인 스피커의 깨끗한 저음을 선사해준다. 클래식이든 재즈든 혹은 가요나 팝 같은 대중음악이든, 칸타는 음악을 가리거나 특정 음악이나 특정 사운드에 치우침없이 음악 본연의 사운드와 소리의 색깔을 사실적으로 전달해주는 하이파이적인 전달 능력이 대단히 훌륭하다.
하지만 굳이 약점을 찾는다면, 좀 더 근육질적인 저음과 에너지를 찾는 사람이라면 다소 스피커의 에너제틱함이 적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등급의 사운드 퍼포먼스를 추구한다면 이미 칸타의 고객이 아니라 유토피아나 소프라 최상위 플로어스탠딩 모델이 그들의 대상일 것이다. 분명 대형기가 갖는 장점을 칸타에게 똑같이 씌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한가지 선택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공간이 그 만큼 충분히 넓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다. 그런 경우라면 대형 플로어스탠더로 가는 것이 맞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칸타의 퍼포먼스만으로도 거실이나 리스닝 룸을 꽉 채우고 남을 것이다.
칸타는 포칼이 내놓은 최신작이자 미래의 포칼을 보여주는 가장 멋진 증거이다. 최신예 기술과 그에 걸맞은 하이엔드적 사운드는 이제 누구나 손쉽게 거실이나 내 방에서 최고의 하이파이 사운드를 즐기기에 하나도 어려움이 없도록 만들어준다. 혹자는 일렉트라의 후속이니 소프라의 염가형이니 하는 판단을 할 지도 모르지만, 모두 틀린 이야기다. 일렉트라는 과거 속의 사진에 불과하고 소프라는 더 크고 근육질적인 오디오파일적 변신 모델일 뿐이다. 칸타는 하이엔드 사운드를 가장 가정 환경에 딱 맞는 크기로 풀어낸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을 갖춘, 포칼 미래 하이엔드 기술의 현재형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