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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하이파이클럽
인류의 역사는 평화로웠던 적이 없었다. 모두 인간의 이기와 전쟁의 역사다. 특히 2차 세계 대전은 많은 것을 앗아갔다. 패전국 독일은 경제적 폐허로 힘든 시기를 겪었으며 일본 또한 전쟁 이후 엄청난 피로에 시달렸다. 물론 미국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군수물자 등의 지원 등을 통해 오랫동안 그들을 괴롭혔던 대공황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류 과학의 역사는 전쟁으로 인해 몇 단계 진화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군사, 통신, 의료, 수송 등 전쟁은 상당히 빠르고 급진적인 기술 발전을 요구했고 최고 수준의 과학자, 엔지니어들은 많은 기술 발전을 주도했다. 레복스는 물론이며 엘락은 수중 음파 탐지기를 개발해 전쟁 당시 잠수함에 사용했다. 탄노이도 전쟁 중 통신장비를 지원했으며 이 외에 여러 오디오 메이커들이 전쟁 중에 힘을 보태며 동시에 한 단계 도약했다. 이는 전쟁 이후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한 추진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서울국제오디오쇼에 나그라의 마뛰 라뚜르(Matthieu Latour)가 방한했다. 나그라 오디오의 설립 배경에 대한 질문에 설립자 스테판 쿠델스키를 설명은 전쟁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는 다름 아닌 2차 세계 대전 중 전쟁을 피해 폴란드에서 스위스로 이주했고 1951년 나그라를 설립한 인물이 바로 쿠델스키다. 뿐만 아니다 쿠델스키 그룹은 동독 Stasi 및 CIA 등 정보기관에 비밀 녹음 및 감시 장치를 공급하기도 했다. 1967년엔 비로소 나그라라는 브랜드가 군사 시장까지 진입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된다. 최초로 포켓 사이즈의 미니 녹음기가 미국에 수출된다. 당시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국가 비밀 관련 업무를 위해 나그라 제품을 주문한 것.
인류 최고의 과학 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우주항공, 의료기기, 군수 시장 분야 중 나그라는 군수 관련 시장과 많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이미 검증된 나그라의 기술력은 이후 방송국은 물론 영화 등 방송, 영화 등 대중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인정받게 된다. 일례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 사장 최고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보여주었던 [타이타닉]. 이 영화에도 나그라가 해저에서 녹음기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나그라는 엄청나게 방대한 분야에서 우리의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제작에 활용되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50년에서 19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의 전설, 프랑소와 트뤼포, 장 뤽 고다르 등의 영화를 위한 필수 장비 중 하나가 나그라였다. 밥 딜런의 1960년대 라이브 투어엔 나그라 외에 대체할 만한 성능의 녹음기가 존재하지 않았다.
“Classic DAC & INT”
이런 나그라를 홈 오디오 분야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기존에도 나그라의 고성능 릴 녹음기를 사용하는 오디오파일이 존재했다. 오리지널 릴 마스터 또는 여타 디지털 녹음을 릴 테이프로 녹음해 듣는 맛은 특별한 감흥을 선사했다. 그리고 나그라 오디오 사업부는 ATS(Audio Technology Switzerland)로 독립하며 본격적으로 하이엔드 오디오 사업부를 론칭한다. PL-P 같은 프리앰프가 출시되었을 때 전 세계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들이 약속한 듯 열광했던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후에도 Jazz, Melody 같은 제품을 출시하며 나그라는 초하이엔드 영역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최근 만난 Classic 이라는 인티앰프와 DAC는 다시 한 번 놀라게 만들었다. 기존에 엄청난 가격표를 달았던 나그라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에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DAC를 내놓은 것은 신선하게 보였다. 물론 기존의 무시무시한 가격대 제품에 비해 간결한 구성에 그에 비견할만한 성능과 음질적 특색을 즐길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없다.
우선 Classic INT부터 살펴보면 나그라 디자인을 완벽하게 압축해내고 있다. 좌측에 모듈로미터가 위치해 은은한 불빛을 발산하고 있다. 우측으로는 작은 디스플레이창이 간략하게 설치되며 우측으로는 컬트롤러 및 볼륨 그리고 제품 ON/OFF 와 뮤트 기능 등을 담당하는 노브와 셀렉터 등이 나란히 배치된다. 모든 것들은 각각의 기능에 맞추어 다양한 디자인의 노브를 사용한다. 마치 비행기 내부의 각종 컨트롤 장치를 연상시키는 듯 생소하지만 독창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조작감을 선사한다.
프리앰프는 총 네 개의 RCA 입력과 한 개의 XLR입력단을 마련해놓고 있다. 무엇보다 각 입력단의 감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는 여러 다양한 출력전압을 갖는 소스 기기들의 레벨 매칭을 고려해 배려한 것이다. 또한 출력 게인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이는 출력 게인을 0dB 와 +12dB 중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다. 리스닝 룸 상황이나 스피커 선택에 따라 택일할 수 있다.
본작은 상위 앰프들처럼 진공관을 사용하지 않는다. 프리앰프 부분과 파워앰프 부분 모두 공히 솔리드스테이트 형식 설계로 마무리했다. 출력은 8옴 기준 총 100와트로 출력단 트랜지스터 소자를 알 수는 없으나 FET 계열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Classic DAC를 살펴보면 우선 인티앰프와 완벽히 커플링되는 디자인이다. 좌측에 앰프와 동일한 모듈로미터가 나그라의 상징처럼 시선을 빼앗는다. 우측으로는 심플한 디스플레이 창 그리고 입력 컨트롤러 노브가 위치한다. 조작 노브의 모양도 동일해 맨 우측으로 ON/OFF 및 뮤트 기능이 마련되어 있는 모습이다.
본작은 나그라 HD DAC 의 트리클 다운이다. 안드레이스 코흐와 조인해 만든 독자적인 DSD DAC 기술이 Classic DAC 에도 적용되어 있다. 따라서 DSD 128까지 지원하며 보편적인 레드북 CD의 128배 가량 샘플링레이트를 갖는 음질을 제공한다. 내부적으로 72비트 해상도로 작동하며 최대 샘플링 레이트는 5.6Mhz. 물론 PCM의 경우 최대 24bit, 384kHZ 그리고 DXD, DSD 음원까지 폭넓게 대응하고 있다. 입력단의 스팁 슬로프(Steep-Slope)를 제거해 하모닉스와 트랜지언트 특성을 개선하고 좀 더 자연스러운 심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설계의 핵심 내용이다.
아날로그 출력단은 풀 디스크리트 방식 설계를 구사해 음질적인 면을 최우선으로 디자인한 모습이다. 더불어 A클래스 방식이며 이를 위해 총 9개의 페어 매칭된 트랜지스터를 사용하고 있다. 채널당 9개의 트랜지스터는 모두 밀리터리 스펙을 자랑한다. 출력단의 S/N비는 무려 145dB로 무척 놀라운 수치다. 이 외에 헤드폰 출력이나 볼륨 기능은 생략해 HD DAC에 비해 간소화한 모습이다. 참고로 전원부는 무려 25개의 전원 공급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전원은 분리시켜 간섭을 최대한 피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만일 더 완벽한 전원 성능을 기대한다면 분리형 전원부 MPS를 통해 DC 12V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Jennifer Warnes - The Well
The Well
나그라 Classic 시리즈엔 여타 기라성 같은 초하이엔드 나그라 모델에서 선보였던 사운드가 거의 그대로 드리워져 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어택과 디케일는 피로감이 없고 절대 딱딱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제니퍼 원스의 ‘The well’같은 곡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최근 들어본 소리 중 가장 편안해 보인다. 포칼 디아블로 유토피아에서 이런 소리를 들은 것도 처음이다. 진공관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마치 진공관을 출력단에 사용한 듯 배음이 풍부하며 촉촉한 윤기가 소리 표면에 흐른다. 디아블로 유토피아의 중역엔 나그라의 도톰한 중역 질감이 충분히 차올라 촘촘한 입자가 충진 되며 하모닉스에 고운 분진이 느껴진다.
Robert Len - Brasilia
Fragile
공간 정보에 대한 나그라의 해석은 첨예하거나 자극적이거나 또는 분석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로버트 랜의 ‘Brasilia’에서 좌/우를 오가는 퍼커션 소리는 공간을 초월한 듯 풍부한 홀 톤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하모닉스 구조가 자연스럽고 고역에 롤오프가 감지된다. 약간 기분 좋은 착색을 만들어내며 공간에 은빛 잔향을 뿌린다. 나그라가 만들어내는 음색은 뻣뻣하거나 단단한 느낌이 제거되어 한없이 안온하고 말랑말랑한 표면 텍스처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원근감이 깊은 편이기 때문에 절대 청자에게 앞으로 나서서 호소하지 않으며 지긋이 음미하게 만드는 편이다.
나그라 Classic 시리즈는 초고역부터 초저역까지 팽팽하게 확장되는 쾌감으로 윽박지르는 법이 없다. 그 대신 가청 범위 안에서 가장 중요한 중역의 심도, 고역의 고운 텍스처를 가장 중요시한다. 초일류 녹음 집단 나그라지만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이토록 로맨틱한 소리를 만들어낸 그들의 저의는 생각 이상으로 훨씬 더 높은 경지에 있다. 애매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뮤지컬리티’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스피드, 분주하고 역동적이 움직임 등은 나그라와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나그라가 공간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은 무엇보다 일체감이다. 다이내믹스와 화려한 홀로그래픽 음장보다는 각 악기간의 호흡과 리듬, 복잡한 하모닉스 구조의 파탄을 최소화하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되어 있다. 나그라의 자연스러운 음색 표현은 다닐 프로포노프의 ‘파가니니 변주에 의한 광시곡’에서도 멋지게 드러난다.
“총평”
Specification | |
Classic DAC | |
Internal processing | 5.6 MHz / 6.2 MHz 72 bits |
Compatible digital formats | PCM 24 bits up to 384 kHz, DXD, DSD x 2 |
Frequency response | 10Hz to 110 kHz (+0.1 / -3 dB) |
Crosstalk | > 100 dB |
Interchannel phase | <0.5° at 20 kHz |
Noise level | -128 dBr (linear) |
Distortion | < 0.02% (at -20dB FS) |
Inputs | 2 x S/DIF, 1 AES/EBU, 1 Optical, 1 Audio USB (mode 2) |
Analog outputs | 1 stereo on RCA connectors, 1 stereo XLR (Unbalanced) |
Dimensions | 280 x 350 x 76mm |
Weight | 3.8 Kg |
Power consumption | On 15 W, Standby <1W |
Classic INT | |
Class | AB |
Power | 100 W rms into 8Ω |
Sensitivity | XLR input: Normal 2V; PRO 10V RCA1 input: Normal 2V; High 3V RCA 2 to 4 inputs: 2V |
Bandwidth | <10 Hz to 80 KHz, +0 / -3 dB |
Crosstalk | >70 dB |
Signal to noise ratio | Typically 110 dB measured in ASA A |
THD+N | <0.05% at 100 W |
Input impedance | >100 KΩ |
Output impedance | 60 mΩ |
Monitoring | Stereo level meter Red LED on the modulometer: clipping indication, temperature, saturation Display: Saturation |
Protection (deactivates amplifier) | Overheating: above 60°C (140°F) DC protection for loudspeakers: above +/- 2.5 V DC |
(NAGRA CLASSIC 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