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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는 여러 하이엔드 오디오 제조사들이 있어왔다. 하지만 그 중 오랜 시간동안 이 시장을 지탱해온 메이커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나그라의 경우엔 매우 독특한 케이스다. 원래 1950년대부터 전 세계 방송, 영화 음향 관련 프로 장비 제조업체로 시작한 회사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 방송과 영화에서 음향과 관련되어 나그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많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녹음과 재생에 대한 나그라 기술은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깊고 넓다.
나그라가 하이엔드 오디오 사업부를 런칭한 것은 창립자 스테판 쿠델스키가 사망하고 그의 딸이 사업부를 물려받는 시점부터다. 이후 오디오 사업부는 ATS(Audio Technology Switzerland)로 그 명칭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나그라의 홈 하이엔드 오디오 시대를 열었다. 이번 인터뷰는 나그라 오디오 초창기부터 함께 해온 ATS 의 마케팅 디렉터 마뛰 라뚜르(Matthieu Latour) 와 이루어졌다. 아래 내용은 2017 멜론 서울국제오디오 쇼 이틀 째 되는 날 그를 만나 이루어진 대화를 요약한 것이다.
인터뷰어 : 코난
인터뷰이 : Matthieu Latour (마케팅 디렉터)
- 우선 나그라 브랜드 설립 배경과 회사 규모 등에 대해 설명 부탁합니다.
Matthieu Latour : 나그라는 1951년에 설립되었고 설립자는 스테판 쿠델스키입니다. 전쟁 중에 폴란드에서 스위스로 이주했습니다. 그는 시쳇말로 천재였습니다. 매우 창의적이며 매우 많은 제품을 개발해냈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 최초로 콤팩트한 사이즈의 아날로그 녹음기를 발명했습니다. 원래 쿠델스키가 이를 발명하기 전엔 커다란 자동차 같은 크기의 녹음기 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마치 신발 박스만큼 작은 녹음기를 처음 상용화시킨 것이죠.
나그라는 방송 음향 장비 등을 만들면서 이후 커다란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아카데미 어워즈를 비롯 여러 어워즈에서 레코딩, 과학 등의 분야로 총 세 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죠. 우리의 기술 수준은 감히 세계 최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폴로 우주선에서 나그라 장비가 탑재되었습니다. 그리고 해저 장비에도 나그라 장비가 사용되는데 영화 [타이타닉]을 촬영할 때도 나그라 장비가 사용되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이런 장비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나그라 외엔 거의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20년 전까지는 프로 분야에서만 우리 장비를 납품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홈 오디오에까지 그 분야를 넓히기 시작했죠. 프리앰프부터 시작된 나그라 홈 하이엔드 오디오 ATS는 매우 다양한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나그라의 독보적인 점이라면 탁월한 기술력과 과학적 접근 그리고 음질에 대한 까다로운 리스닝 테스트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 나그라는 여러 리스닝 테스트 전용 청음실을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기술과 음악, 두 가지를 절반씩 융합해 나그라 오디오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죠.
- HD DAC 에 관심이 많은데요. 안드레아스 코흐의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Matthieu Latour : 나그라 또한 디지털 레코더 등을 만들어왔고 우리만의 디지털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HD DAC를 설계할 당시엔 매우 다양한 솔루션을 고려했습니다. 그 당시 안드레아스 코흐를 만나게 되었고요. 지금은 미국에서 일하지만 당시 그는 스위스 사람이며 스위스에 있었습니다. 안드레아스 코흐는 스튜더에서 일했었는데 스튜더 그리고 나그라의 쿠델스키는 스위스 오디오 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죠. 자연스럽게 그와 일하게 되었습니다.
안드레아스 코흐와 연결된 이후엔 그와 함께 공동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가장 정교하며 진보적인 기술을 담되 동시에 음악적이며 자연스러운 음악성을 추구한 결과 HD DAC를 만들어냈습니다. 내부 DAC, FPGA 등에 있어 안드레아스 코흐와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졌습니다.
- 나그라 제품과 함께 사용하는 스피커 중 레퍼런스 스피커로 거론할 만한 모델이 있나요 ?
Matthieu Latour : 우리는 베리티 오디오를 레퍼런스 스피커로 사용합니다. 이 외에도 여러 스피커 및 헤드폰을 사용해 테스트합니다. 특히 베리티 오디오의 로엔그린은 우리가 사용하는 스피커 중 최고의 레퍼런스 스피커입니다. 우선 구동이 무척 수월해서 좋습니다. 이 외에 윌슨 오디오, JBL, B&W 등의 스피커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일부 스피커 메이커들에게는 우리가 만든 제품의 샘플을 보내주고 피드백을 받기도 합니다. 이번 쇼에도 출품된 포칼은 나그라와 차로 두어 시간 거리에 있을 만큼 가깝습니다. 이번 쇼 이후에 포칼 스피커와 테스트를 해보고 싶군요.
- 스위스의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에서 특별한 트랜드나 이슈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Matthieu Latour : 스위스에서는 스위스 오디오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큰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없고 무척 비싸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주 부유한 극소수의 스위스 사람들만이 하이엔드 오디오를 구입합니다. 실제로 스위스 안에서 하이엔드 오디오는 일반 대중에게는 그리 유명하지 않습니다.
- 최근 가장 많은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제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
Matthieu Latour : 클래식 프리앰프가 최근 출시되어 많은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HD AMP 가 출시되어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습니다. 매우 비싼 제품인데도 인기가 무척 좋아 우리도 내부적으로 놀라고 있습니다.
- 최근엔 클래식 인티앰프를 리뷰한 적이 있는데 소리가 상당히 훌륭했습니다.
Matthieu Latour : 그것도 나그라의 신제품 중 하나입니다. 포칼 스피커라면 우리도 궁금합니다. 우리도 포칼 스피커와 매칭해 청음해봐야겠습니다.
- 향후 나그라의 제품 출시 계획이나 새롭게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Matthieu Latour : 올해엔 HD 프리앰프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HD DAC 및 HD AMP 와 최적의 매칭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번 오디오쇼를 보면서 한국 오디오 씬에 대해 느낀 점은 무엇있가요 ?
Matthieu Latour : 오디오쇼가 활력이 넘쳐 무척 즐거웠습니다. 일단 훌륭한 시설이 아주 마음에 들고 음악을 이렇게 마음껏 크게 시연할 수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이렇게 크고 세련된 시설에서 오디오쇼를 할 수 있어서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요. 동양권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뮌헨 오디오 쇼도 좋지만 이곳이 천정고가 높고 룸 자체도 크기가 넉넉해서 만족스럽군요. 특히 커다란 크기의 대형기를 큰 음량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Matthieu Latour 는 나그라 오디오 사업부를 초창기부터 이끌어 온 사람으로서 나그라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려주었다. 또한 제품에 대해서도 차분한 어조로 자신 있게 설명해주어 나그라의 현재와 과거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특히 이번 오디오 쇼에서 나그라는 그들이 최고의 레퍼런스 스피커라고 강조한 베리티 오디오 스피커와 시연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방송 분야에서 시작한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스위스산 답게 예술적인 디자인의 나그라 제품들은 유독 빛났다. 더불어 탁월한 균형감과 함께 최근 미국 쪽 하이엔드 오디오와는 달리 매우 자연스럽고 음악적인 울림이 깊게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