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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RANGE REVIEW
폴리시 오디오의 무한 진격
페즈오디오 Titania
1990년대 말에 흥미로운 기사가 「스테레오 사운드」에 개재된 적이 있다. 글을 쓴 이는 스가노 상으로, 당시 일본 최고의 오디오 평론가로 활약할 무렵이었다. 아마도 우리에겐 레코드 연주가론으로 좀 알려지지 않았나 싶다.
당시 그는 독일쪽 오디오의 동향에 주목하면서, 평소 음악을 즐기고, 과학 기술이 발달한 독일이라는 곳에서 하이엔드 오디오를 만들지 말란 법이 없다. 곧 독일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뭐 그런 내용을 썼던 것이다.
그 때만 해도 독일 오디오라고 하면, 아방가르드, MBL, 부메스터 등 초 하이엔드 브랜드만 일부 소개되던 때라, 어딘지 모르게 그 예언은 낯설게 다가왔다. 아무리 베토벤과 클랑필름의 나라라고 하지만, 과연 하이엔드 오디오 만드는 게 그리 쉬울까 싶었다.
그러나 새천년에 들어와서 거의 융단폭격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독일쪽에서 무수한 브랜드가 소개되었다. 또 이에 편승해서, 그 주변국들도 아울러 큰 주목을 받았으니, 덴마크, 네덜란드, 스위스 등은 물론이고, 멀리 노르웨이, 스웨덴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것이다. 바야흐로 중부 유럽세의 약진이 두드러진 2천 년대의 모습이었다.
대세는 동유럽
이후, 약 20년이 흐른 지금, 아주 흥미로운 동향이 감지되고 있다. 말하자면 이제는 동유럽쪽 오디오가 심상치 않은 것이다. 이미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러시아 등의 제품이 국내에 소개된 데다가 그리스와 터키도 가세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폴란드 산이다. 폴란드? 쇼팽과 로만 폴란스키의 나라 아닌가! 여기서 한 가지 예언을 한다면, 2020년대엔 상당히 다양한 동유럽산 브랜드가 활약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비단 동유럽뿐이 아니다. 중국에서도 몇몇 좋은 메이커가 나올 것 같고, 인도도 무시할 수 없다. 그간 오디오 업계에서 변방에 그쳤던 우리나라에서도 주목할 만한 브랜드가 앞으로 치고 나갈 것으로 전망이 된다. 바야흐로 오디오의 국제화 내지는 세계화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그전까지는 메이커의 국적을 따지고, 족보를 캐고 하는 일이 하나의 관행처럼 자리 잡았지만, 오디오에 관한 기술이나 비밀이 어느 정도 평준화된 요즘, 그렇게 순혈주의 내지는 원조와 같은 개념에 연연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특히, 계속된 불황으로 감히 지갑을 열기가 두려워지는 요즘, 이렇게 뛰어난 가성비를 지닌 제품이 많이 소개된다는 것은, 역으로 오디오의 저변 인구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크게 환영하는 터다. 그런 면에서 페즈 오디오(Fezz Audio)라는 신생 브랜드는 여러모로 우리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만 같다.
페즈 오디오(Fezz Audio)
▲ 페즈 오디오의 데뷔작 실버 루나
페즈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아무래도 매년 11월 중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오디오 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행사는 단순한 로컬 쇼의 범위를 넘어선다. 이미 20년 이상 이벤트를 벌일 정도로 내력이 있고, 폴란드뿐 아니라 주변의 여러 동유럽 국가에서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그 때문에 요즘엔 서구의 명 브랜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쇼에 데뷔한 후, 뮌헨에 가는 것은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페즈는 바로 그 흐름을 정확히 따르고 있다.
아직 회사의 연혁이 자세히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대략 2015년경에 데뷔작 실버 루나가 나왔고, 이듬해에 이번에 만난 본 기 티타니아가 나왔다. 그 후, 미라 체티까지 포함해서 총 3종을 런칭하고 있다. 아직 제품 라인업이 단촐하긴 하지만, 국제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터라, 향후 몇 몇 제품이 더 등장하리라 본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페즈는 신생 브랜드가 아니다. 그 모태가 되는 트로이디라는 회사가 오랫동안 존속한 바, 주로 트랜스와 파워 서플라이, 오디오용 부품 등을 만들고 있었다. 일종의 전형적인 패밀리 기업인데, 이를 기반으로 페즈가 탄생한 것이다.
사실 진공관 앰프 메이커의 실제 기술력은 트랜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진공관 자체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단, 진공관의 성격을 분명히 알고, 그것을 자신이 원하는 음으로 최적화시키는 와중에서 트랜스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부분은 진공관 앰프를 오랫동안 만지신 분이라면 바로 이해할 것 같다.
사실 얼마 전에, 잘 아는 설계자에게 페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대충 대화 내용을 보면 이렇다.
개인적으로 여러 진공관 앰프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역시 트랜스 제작에 많은 시간과 연구를 투자하고 있었다. 특히, 전원 트랜스 못지 않게 출력 트랜스도 중요하다. 단순히 스피커와의 매칭 관계뿐 아니라, 드라이빙 능력이나 음색까지 다 여기서 컨트롤한다. 우리는 대개 진공관 앰프를 보면 무슨 출력관을 썼는가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진짜 실력은 바로 트랜스에 있다고 보면 된다.
티타니아(Titania)
티타니아(Titania)라고 명명된 본 기를 보면, 실버 루나의 성공에 힘입어 1년이라는 개발 기간을 거쳐서 나왔지만, 실제로 그 기간은 매우 지난했다. KT88을 테마로, 푸시풀 방식으로 만들되, 종래 제품과 차별화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트랜스에 거의 올인하다 시피 했던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시제품으로 만들어진 트랜스만 1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것이다. 또 이런 시도가 가능한 것이, 모체가 되는 토로이디의 존재가 크다고 하겠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진공관 앰프로는 이례적인 와이드 레인지의 실현이다. 스펙을 보면 18Hz~103KHz를 커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통상의 진공관 앰프가 20Hz~20KHz를 간신히 포괄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이다. 물론 TR에 비교하면 좁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정도 내용이면 진공관에서는 가공할 만한 커버리지다. 따라서 KT88을 썼음에도, 그것도 푸시풀 방식인데도 불구하고, 음이 전혀 둔하지 않고 또 투명하며, 개방감이 넘치는 것은 전적으로 트랜스에 그 비밀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밖에 설계라던가, 전원부 등에도 여러 고안이 들어갔겠지만.
그런데 뛰어난 음질과 빼어난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착한 것은 아마도 페즈 오디오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동사가 출사표를 낼 때, 바로 이 부분을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폴란드의 어떤 평론가는 감히 이런 선언까지 한 바 있다.
이제는 중국산 제품을 우리가 밀어내겠다.
하나의 대안으로 페즈가 활약하겠다는 뜻이니,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하겠다.
그럼 지금부터 티타니아라고 명명된 본 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모델 명을 보면, 어딘지 낯익을 것이다. 바로 세익스피어의 작품 「한여름밤의 꿈」에 나오는 요정의 여왕 이름이다.
이것을 좀 더 추궁해 들어가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타이탄의 딸이란 뜻이란다. 타이탄! 어마어마한 힘을 자랑하는 존재가 아닌가? 그 명성에 매료되어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이름을 쓴 덤프트럭이 있을 정도다.
그 엄청난 파워를 지닌 아버지가 사랑해 마지않은 요정과 같은 딸. 이것을 개인적으로 풀이해보면, KT88이 가진 강력한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타이탄)과 아름다고 매혹적인 고역(티타니아)를 합친 제품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본 기의 음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이다.
디자인
우선 외관을 보면, 가히 탱크라는 별명에 걸맞은 내용을 갖고 있다. 진짜 주먹으로 두드려도 끄떡없을 정도다. 두꺼운 철제 플레이트를 이용해서, 외부의 어떤 충격에도 버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덕분에 제품의 무게가 17.5Kg이나 나간다. 외관만으로도 믿음직스럽다.
한편 디자인을 살펴보면, 위에서 내려다볼 때 멋진 레이아웃이 돋보인다. 뒷부분을 보면, 양옆으로 삼각형 두 개가 배치되어 있고, 그 앞에 동그란 원이 놓여 있다. 삼각형과 원이라는, 두 개의 기학학적인 컨셉이 정교하게 배열되어 있는 것이다. 이 중, 원에 해당하는 것은 전원 트랜스이고, 삼각형 두 개는 출력 트랜스다. 출력 트랜스는 당연히 좌우 채널이 분리되어 설치된 것이다.
그런데 이 디자인이 오로지 멋을 위해서만 도입된 것은 아니다. 통상 진공관 파워나 인티를 들 경우, 뒷부분에 트랜스가 몰려 있어서, 앞과 뒤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앞에는 가벼운 진공관들이 주로 꽂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동할 일이 있어서 아무 생각없이 앞에서 번쩍 들었다가 뒤의 무게 때문에 쏠리다가 잘못해서 어, 어 하다가 바닥에 떨어트리는 경우도 있다.
반면 본 기는 앞과 뒤의 밸런스를 잘 계산해서, 되도록 뒤에 무게 중심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따라서 중앙에 박힌 커다란 전원 트랜스는 일종의 레버리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진공관
한편 앞부분을 보면, 진공관 앰프로는 이례적으로 관들이 단촐한 것을 볼 수 있다. 통상 진공관 앰프, 특히 인티의 경우, 네 단계에 걸쳐 관이 배열이 된다. 정류단, 초단, 드라이브단 그리고 출력단이다. 이중 정류단은 굳이 진공관을 쓰지 않지만, 초단과 드라이브단은 다르다.
그런데 여기서 자세히 관을 살펴보면, ECC83, 미국에서 12AX7이라 불리는 관 두 개가 보인다. 이것은 쌍삼극관의 구조다. 즉, 하나의 관으로 두 채널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중 한 개가 초단 또 하나가 드라이브단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야말로 최소한으로 관의 비중을 줄이면서, 적절한 원가 절감을 도모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한편 늘 관심의 초점이 되는 출력관의 경우, KT88을 사용했다. 일렉트로 하모닉스의 제품으로, 중저가의 진공관 앰프에 널리 쓰이는 편이다. 여기서 메이커는 이런 관을 쓸 경우, 되도록 다양한 음악을 커버하는 것이 목적이라 밝히고 있다. 따라서 주로 클래식을 듣는다거나 혹은 록을 듣는다거나 자신의 취향이 뚜렷할 경우, 출력관의 교체도 고려해봄직하다. 혹은 초단관만 명관으로 바꿔도 상당한 재미를 볼 수 있다. 오로지 초단관의 교체만으로도 음의 튜닝이 가능한 게 또 진공관 앰프의 매력이다.
그런데 가끔 NOS라는 단어를 만나게 된다. 이것은 “New Old Stock”의 약자로, 과거의 명관 중에 비교적 사용량이 적거나 혹은 한 번도 쓰지 않은 제품을 말한다. 심지어 발매 당시의 패키징 상태 그대로인 것도 있다. 단, 부르는 게 값이다. 특히, KT88을 말할 때 항상 등장하는 골드 라이언의 경우, 아마 두 쌍에 본 기의 가격을 훨씬 상회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굳이 추천은 하지 않겠다.
한편 진공관 앰프의 경우, 수명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그렇다. 관은 아무래도 TR보다 수명이 짧다. 그러나 본 기에 투입된 일렉트로 하모닉스의 경우, 대략 1만 시간을 본다. 이것은 매일 3시간 정도 들었을 때, 9년은 보증한다는 것이다.
단, 1만 시간이 넘으면 바로 관이 나가는 게 아니라, 서서히 노화가 진행되어 힘이 좀 떨어진다. 이 부분을 좀 참고 견디면, 몇 년 더 즐길 수도 있다.
성 능
참고로 본 기의 출력은 KT88을 푸시풀로 구동했음에도 불구하고, 45W에 그치고 있다. 트라이오드 모드의 경우, 출력이 더 떨어지면서 더 명징한 맛은 있지만, 힘은 딸린다. 그래서 클래스 AB 방식을 쓰되, 최대한 싱글 엔디드 방식에 가깝도록 설계한 것으로 판단이 된다. 통상 KT88을 푸시풀로 구동할 경우, 60W 이상은 낼 수 있다. 전설적인 매킨토시의 MC275가 75W를 내며, 좀 더 욕심을 부리면 100W도 가능하다.
하지만 과유불급. 출력을 내면 낼수록, 관이 갖는 스트레스도 심해지며, 그에 따라 수명이 왕창 단축된다. 그 점에서 사람과도 똑같다.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수명이 팍팍 줄어드니 말이다.
단, 진공관의 출력은 TR과 비교하면 안 된다. 기본적으로 다이내믹스가 좋고, 스피커를 구동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45W라고 해도 일반 TR과 비교하면 2~300W급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부분이 KT88의 매력이기도 하다. 거기에 그간 KT88의 단점으로 여겨졌던 것을 상당 부분 커버하고 있느니, 가격적인 메리트를 포함, 티타니아가 꿈 속의 요정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청 음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소스기는 오렌더의 W20과 반 오디오의 파이어버드 DAC를 동원한 가운데, 스피커는 포컬의 소프라 원과 올드 스쿨의 M2를 각각 걸어봤다.
-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카라얀 지휘, 베토벤의 「교향곡 9번 4악장」에서 중간부에 바리톤이 나오는 순간이다. 대개 4악장은 전반의 기악부와 후반의 합창부로 나뉘는 바, 통상 1부와 2부로 트랙을 구분하곤 한다. 여기서 2부부터 들은 것이다.일단 바리톤의 위치가 중앙부에 또렷하고, 그 존재감이 빼어나다. 과연 KT88이라고 할 만큼, 확실한 에너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윽고 현악과 관악이 가세하면서 다채로운 연주가 이어질 때, 그 음이 상당히 보드라우면서 또 명징하다. 투명도도 뛰어나다. 빠른 반응으로 말하면, 종래의 진공관 앰프에선 도저히 볼 수 없는 덕목이다. 특히, 중고역이 아름다운 포컬에 일종의 온기를 더해서, 그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 기악부가 합창단과 완전히 유리되어 연주하는 대목은 특히나 인상적이다.
- 이어서 이자크 펄만이 연주하는 브루흐의 「Scottish Fantasy 1악장」. 아마도 존재하는 모든 바이올린 콘체르토 중에서 가장 처절한 느낌을 주는 악장이 아닐까 싶다. 기본적으로는 오이스트라흐의 연주를 최고로 꼽지만, 펄만의 연주도 매력이 있다. 전자가 강직하고 남성적이라면, 후자는 탐미적이면서 여성적이다. 특유의 흐느끼는 듯한 울림은 여기서 무척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당연히 중저역의 에너지가 당당하게 받쳐서, 오케스트라의 다이내믹스가 풍부하게 재현된다. 그 위로, 디테일하면서 아름다운 바이올린의 움직임은, 본 기의 높은 퀄리티를 새삼 실감하게 한다.
- 쇼팽의 나라에서 만든 앰프니까, 이번에는 루빈스타인이 연주하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을 들어본다. 초두의 기세등등하면서도 뭔가 슬픔을 안고 있는 전주가 지나면, 고혹적이고, 고풍스런 피아노가 등장한다. 옛 녹음의 정취가 살아 있으면서도, 디테일과 다이내믹스가 풍부하다. 확실히 이런 녹음에서 본 기의 장점이 더 잘 드러난다. 음 하나하나가 단순히 기계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독특한 시정과 뉘앙스를 담고 있다. 음악이 보다 진솔하고 또 깊이 있게 다가온다. 특히, 매칭된 포컬의 스피커가 지닌 세밀하고, 아기자기한 모습과 좋은 짝을 이뤄서, 적절한 온기와 함께 만족스런 기분을 선사한다.
이어서 올드 스쿨로 스피커를 바꿔봤다. 역시 음의 성향이 바뀐다. 포컬이 다소 여성적이라면, 올드 스쿨은 남성적이라고 할까? 그러나 결코 과격하거나, 거칠지 않다. 디테일한 묘사나 기척을 충분히 드러내면서도, 전체적으로 호방하면서, 개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스피커의 구동력이라는 점에서도 무척 만족스럽다.
- 처음 들은 것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It Never Entered My Mind」. 모노 녹음으로 당연히 히쓰 음이 좀 들리지만,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뮤트를 쓴 트럼펫이 중앙에 우뚝 서 있고, 힘이 아닌 서정성과 사색으로 차분하게 솔로를 전개한다. 거기에 매혹적인 피아노의 반주가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재즈 발라드의 묘미를 즐기게 한다. 사실 모노 녹음은 잘못 틀면 답답하고, 한심하게 나온다. 그러나 여기서는 중앙에 악기들이 포진한 가운데 상당한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그러면서 높은 선도를 보여서, 결코 케케묵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벌써부터 낙엽이 하나씩 떨어지는 가을이 연상된다.
- 마지막으로 레드 제플린의 「That's the Way」. 주로 어쿠스틱 기타와 만돌린으로 전개하는데, 정말 스트로킹할 때의 여러 음들이 무수한 음성 정보로 다가온다. 아마도 12현 기타를 쓰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 때문에 더 현란하다. 또 중앙에서 노래하는 보컬은 싱싱하고 밝다. 그 느낌이 풍부하게 재생된다. 일종의 포크 송 스타일로, 각 악기의 위치라던가 무대의 넓이가 풍부하게 재생된다. 또 중간에 드럼과 베이스가 가세할 때 거의 폭발할 듯한 에너지도 일품이다. 거의 바닥을 때릴 정도다. 진공관 인티 앰프에서, 이 가격대에, 이 정도 퀄리티를 낸다는 것은 여러모로 이해가 되지 않지만, 덕분에 본 기를 들인다면 한동안 잊어버렸던 음악 감상의 취미를 되살리게 될 것 같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결 론
오디오 파일들이라면 누구나 좋은 음질과 높은 퀄러티의 품질, 내구성을 추구한다 게다가 가격마저 착하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런 제품이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며 본 제품의 리뷰를 시작했지만 그 모든 것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진공관 앰프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음악을 걸고 첫 음절을 듣는 순간 아! 드디어 오디오 파일들이 꿈꾸던 그런 앰프가 나타났다는 느낌이 전율처럼 퍼져오는 것을 필자의 몸이 먼저 느꼈다.
무엇이 필요한가? 내가 느낀 이 느낌 그대로를 이 제품을 들으시면서 여러분들이 느끼시길 바랄뿐... 오랜만에 제대로 된 kt88진공관 앰프 아니 지금껏 접해보지 못했던 kt88진공관의 매력에 빠져서 한동안 그 소리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가 힘들어 질 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