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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RANGE REVIEW
앰프를 바꾸느냐, 케이블을 바꾸느냐
체르노프 ULTIMATE SC, ULTIMATE IC
모든 것이 그러하듯 인간들의 최고에 대한 추구는 끝없이 이어진다. 물론 어느 정도 선에서 적당히 만족하고 타협한다면 거기서 마음 편하게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 그것 또한 괜찮은 일이다. 하지만 끝났다는 것은 더 이상의 발전은 없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끝없는 욕망과 욕망을 향한 결핍이며 그러한 결핍감만이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어내는 유일한 길이다.
오디오는 음악과 맞닿아 있는데 음악은 예술이기에 음악을 표현해 주는 오디오 역시 예술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예술이란 말의 어원은 단순히 물건을 제작하는 기술과도 같은 의미였지만 현대에는 미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최상의 것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예술미는 절대정신의 직관적 표현이고 뛰어난 예술작품에는 절대자(絶對者)가 자기현시(自己顯示)되어있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측면으로 오디오는 전기와 전자의 법칙들에 의해 구동되며 전기와 전자의 근본인 물리학은 이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원리들을 거시적으로 혹은 미시적으로 끝없이 밝혀내는 것을 목적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 혹자는 오디오의 모든 기술은 이미 6-70년대에 발전이 끝났다고도 말하고 있고 그 말에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 이지만 물리학을 비롯한 모든 과학이 발전하는 이상 오디오 역시 발전과 진화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
▲ 체르노프 ULTIMATE IC
오디오를 예술이라고 말하거나 과학이라고 말하거나 그것이 저절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이든 과학이든 결국은 인간에 의해서 발전하는 것이고 인간이 예술과 과학의 발전을 계속 추구하는 한 오디오 역시 멈추지 않고 계속 발전할 것이다. 발전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인간의 지성과 감성이 과학과 예술의 발전과 더불어 계속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진화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실험과 경험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수많은 실험에 의해 오디오 케이블에 대한 물리 현상을 한 단계 진일보 시킨 케이블 업체가 바로 케이블 제작을 위해 광산을 구입했다는 러시아의 체르노프社이다. 사실 광산을 소유한 케이블 업체가 하나 더 있기는 하다. 확실하게 말하자면 광산 업체가 케이블 업체를 소유한 것이지만 말이다. 일본의 고순도 순동 케이블 제작 업체이고 과거에 아크로텍社로 알려진 ACROLINK社 이다. 광산을 소유한 에너지 기업인 Nikko Materials Co. Ltd. 소유이고 에소테릭의 OEM제품들을 생산하는 업체이다. 이 업체의 순동 케이블들은 최고 수준의 고순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체르노프社는 단지 케이블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라 전기 전도 현상 자체에 대한 기존의 지식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 체르노프 ULTIMATE SC
아무리 이론적으로 그럴 듯 하더라도 실제로 검증이 되지 않거나 제품의 효과가 미미하다면 또 하나의 비싼 케이블일 뿐이겠지만 결론부터 말해 이 체르노프社의 스피커 케이블 Ultimate SC와 인터케이블 Ultimate IC를 통해 듣는 순간 정말로 안 들리던 소리가 들렸다. 물론 다른 케이블로 들었을 때에도 들리기는 했으나 묻혀서 인지하지 못했던 소리의 엣지들이 Ultimate IC로 교체해 듣는 순간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체르노프社 케이블을 통해 들리는 소리는 지금까지 들어본 모든 케이블 중에서 가장 손실이 적으며 원음에 충실한 소리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체르노프社에 대한 설명이나 동사(同社)의 케이블 제작에 들어간 기술에 대한 설명은 다른 리뷰에서 많이 다루었기 때문에 뒤에 쓰는 리뷰에서 반복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본 리뷰에서는 필자가 케이블에 대한 경험을 통해 느낀 점들을 허심탄회하게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진정한 의미의 원음 재생이란 무엇인가
▲ 체르노프 ULTIMATE SC
필자는 전원케이블과 인터케이블 뿐만이 아니라 USB케이블까지 자작을 해서 사용하고 있고 멀티탭 역시 내부 개조와 선재 교체를 통해 업그레이드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여러 선재들과 비교를 통해 자작한 케이블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미세하지만 바나나 단자의 금도금과 로듐도금의 차이도 느끼고 있다. 이런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타고난 청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오랜 기간 관심을 가지고 기기와 케이블의 소리를 비교하며 느껴보았고 밤을 새워 납땜질을 해가며 수많은 케이블을 만들었고 만든 케이블들의 단자를 바꿔보았고 자작 케이블과 기성품들을 비교해 보았으며 직업상 매일 컴프레서와 EQ를 만지며 소리의 미세한 변화에 대한 훈련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은 감각이 특별히 떨어지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누구나 훈련을 통해서 향상 될 수 있다. 다만 아무리 감각이 뛰어나더라도 기본적인 이론과 경험이 없다면 그것은 심어지지 않은 씨앗일 뿐이다.
일단은 좋은 소리에 대한 기준을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오디오 기기나 케이블의 바꿈질을 통해 찾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필자의 경우 ‘환상적인 소리’ 같은 허황된 말은 마치 산타 할아버지를 찾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필자가 찾는 것은 원음에 가까운 소리 혹은 가장 손실이 적은 소리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런 결과물의 소리로 필자 역시 환상을 느낀다. 그런데 여기서 ‘원음’(原音)이란 말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원음’이란 말에 역시 환상을 가진 오디오 파일들이 많이 있음을 느낀다. 예를 들어 아델의 Hello란 곡을 원음처럼 느끼고 싶다고 한다면 그 의미는 아델이 바로 옆에서 불러주는 것 같다는 말일 수도 있고 아델이 공연장에서 불러줄 때 그 공연장에 와 있는 것 같다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뉴욕의 Electric Lady 스튜디오에서 그래미상을 수상한 엔지니어 Tom Elmhirst가 Hello를 믹싱을 하며 의도했던 소리를 원음이라고 생각한다. Hello란 곡을 자세히 들어보면 드럼 사운드에 로우패스 필터를 걸어 마치 스피커에 이불을 덮어놓고 듣는 듯한 드럼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이 곡에서 드럼의 원음을 찾는다면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이 낫다. 그건 팝이니까 그렇고 클래식은 다르지 않겠냐 하겠지만 오케스트라 연주를 많이 다녀본 오디오 파일분들은 알 것이다. 현대의 음반에서 사운드로만 말하자면 좋은 오디오로 듣는 것이 공연장보다 훨씬 좋다는 사실을. 가수의 목소리도 음반이 훨씬 좋다. 아니 사실은 과장되고 왜곡되어 있다. 어쩌면 음반 속에는 일반적 의미의 원음이란 없는 것이다.
이유는 무엇인가 하면 우리가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1~2m 앞에서 대화를 하더라도 그 누구의 목소리에서도 귀를 아프게 하는 치찰음(Sibilance)을 들을 수는 없다. 하지만 녹음실에서 치찰음을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격이 수백만원에 달하며 48볼트의 팬텀파워를 공급받는 독일제 노이만 콘댄서 마이크에 TUBE-TECH社의 CL 1B라는 컴프레서를 걸고 엔지니어마다 자신이 선호하는 마이크 프리앰프를 걸어서 게인을 올린 후 마이크에서 20cm 안의 위치에서 녹음한 소리에 또다시 컴프레서, 이퀄라이져, 딜레이, 리버브를 걸어 믹싱을 한다. 목소리를 두껍게 하기 위해 컴프레서가 걸린 소리와 안 걸린 소리를 믹스하기도 한다. 치찰음이 많이 들릴 경우 치찰음 제거를 위한 이펙터인 디에서(de-esser)를 걸어서 치찰음을 낮춘다. 숨소리가 너무 크거나 작거나 혹은 거친 경우 숨소리만 볼륨을 만지거나 다른 곳에서 숨소리를 편집해서 가져다 붙인다.
이렇게 하고 마스터링 할 때 컴프레서를 한번 더 걸어준다. 컴프레서는 현 세대 음악 믹스의 주가 되는 이펙터로서 큰 볼륨을 억제하며 이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작은 볼륨을 올려서 다이나믹 레인지의 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컴프레서를 통과한 소리는 볼륨 차가 적고 바로 앞쪽에서 들리는 효과를 낸다. 이런 과정을 거친 소리에서 원음을 찾는다는 것은 케이크 속에서 한 알의 밀알을 찾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비관적인 말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체스키 레코드(Chesky Records)의 음반들처럼 매우 내추럴하게 녹음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어쨌든 아티스트 혹은 엔지니어나 프로듀서가 의도한 그 소리에 가장 가까이 가는 것이 원음 재생이라는 말이다. 물론 아티스트나 엔지니어 혹은 프로듀서보다 내 귀가 더 고급이라고 생각한다면 새로운 사운드를 추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사운드를 추구해도 원판이 어떠했는 지를 먼저 알아야 하고 그런 것들이 보편적인 좋은 음 혹은 ‘원음’에 대한 기준을 설정해 주는 것이다.
ULTIMATE SC, ULTIMATE IC
▲ 내쉬빌의 스튜디오에서 7개의 마이크로 녹음 중인 기타리스트 Dave Cleveland
필자에게 좋은 기기 혹은 좋은 케이블이란 이러한 원음의 재생을 얼마나 충실하게 해주느냐는 것이다. 오디오 관련 제품들이 가격에 비례하는 소리를 내주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예외적으로 저렴한 기기에서 엄청난 소리를 들려주는 경우도 많이 있고 수 천만원대의 기기에서 기대 이하의 소리를 들려주는 경우도 가끔 보았다. 하이엔드 기기들 중에서 너무 깔끔한 소리를 추구하면서 메마른 소리를 들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케이블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값비싼 은선인데 10배나 낮은 가격의 케이블 소리가 훨씬 좋았던 경우도 있었고 자작 USB케이블은 몇 십 배 비싼 가격의 완성품보다 소리가 좋은 경우도 있었다.
▲ 체르노프 ULTIMATE SC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좋다는 브랜드의 케이블들의 경우 실제로 좋은 경우가 많았지만 자작케이블과 비교해 볼 때 자작 케이블이 크게 손색이 없었기에 큰 불만없이 자작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같은 선재를 쓰더라도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 음질이 많이 달라져서 이런 저런 시도의 결과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가지게 되었다. 국내 가요 앨범에서 4000곡 정도를 세션 연주한 필자의 벗은 필자의 자작 케이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부탁을 하는 통에 사용하는 기기들의 케이블을 만들어 주느라 몇일 밤을 새운 기억도 있다. 이런 필자이지만 스피커 케이블과 동시에 교체한 것도 아니고 인터케이블인 Ultimate IC만 교체했을 뿐인데 놀랄 만한 소리를 들려주었으니 약간의 충격을 받은 것 또한 사실이다.
Ultimate IC를 연결했을 때 가장 큰 변화는 프리 앰프에서 한단계 올린 것처럼 볼륨이 커졌고 고음 쪽이 화사하게 살아났는데 단지 고음의 음량만 커진 것이 아니라 마치 30대의 피부가 10대의 피부로 되살아나듯 소리가 맑아진 느낌이었다. 저음의 변화는 양의 변화도 있었지만 소리가 선명하고 에너지를 품고있는 근육질의 저음으로 변했다. 그런데 밸런스까지 훨씬 좋아진 느낌이었다. 좋아졌다 기 보다는 원래 소리에 가까워졌다는 표현이 더 옳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지고 있는 여러 개의 케이블 들과 비교했지만 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Ultimate IC를 넘볼 수는 없었다.
가장 놀랐던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 Ultimate SC까지 연결하면 도대체 어떻게 된다는 것인지 지레짐작으로 혼자 놀랐던 것이다. Ultimate SC를 연결했을 때에는 이미 Ultimate IC에서 충분한 감동을 받았기에, 더 큰 경이로움은 없었다. 다만 볼륨이 좀 더 커졌고 밸런스는 더 완벽하다고 느껴졌으며 소리의 밀도감이 좋아지면서 모든 대역대의 입체감이 더욱 선명해졌다. 하지만 소리는 더 부드러워지는 마법이 일어났다. Ultimate IC는 귀를 자극하는 변화라면 Ultimate SC는 소리의 격이 달라지는 느낌이다. 이 변화는 케이블 가격 이상의 앰프와 스피커로 업그레이드 시킨 것 같았지만 방법은 그보다 몇배는 쉬웠다. 앞선 리뷰에서나 풀레인지의 주기표 대표께서 얘기한 ‘소리가 쨍쨍해진다’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는데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어떤 케이블로 교체하더라도 이런 소리를 들려주는 케이블을 다시 만날 수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가격 때문에 필자가 이 케이블을 구입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 저렴한 가격대의 체르노프 케이블은 구입하기로 생각했다.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하는 오디오 파일분들께는 꼭 추천하고 싶은 케이블이다.
리뷰를 위해 가지고 온 스피커 케이블 Ultimate SC는 2.65m의 제품으로 소비자가가 11,700,000원의 제품이고 인터케이블 Ultimate IC는 1m 제품으로 4,490,000원이다. 케이블 가격이 이정도라면 앰프를 살 수도 있는 가격이다. 하지만 체르노프 케이블을 연결해보지 않았다면 사용하는 앰프와 스피커가 울려주는 최고의 소리를 들어 보았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디오의 소리는 몇 번 들어본 것으로 다 파악했다고 할 수 없다. 오래 길들이며 자기가 가지고있는 최고의 소리를 뽑아줄 때까지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체르노프社의 Ultimate SC와 Ultimate IC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은 최고의 정성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디오의 발전은 사용자를 각성 시키고 사용자의 각성은 또다시 오디오의 발전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 많은 오디오 문외한들께서 애호가로 발전하기를 바라며 애호가께서는 더욱 자신의 능력을 진화시키기를 바래 본다.
감 상
- Fourplay - The Best of Fourplay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모든 장르의 음악들 중에서 사운드만 가지고 얘기하자면 퓨전 재즈 장르의 사운드가 가장 오디오적 쾌감이 좋다. 그 중에서도 포플레이의 곡들은 퓨전 재즈 최고의 검증 받은 사운드라고 생각한다. 사운드가 좋은 이유를 대는 것보다 좋지 않을 이유를 대는 것이 시간과 지면을 아끼는 길이다. 오디오를 평가하며 포플레이의 곡을 들어본다는 것은 필자에게는 중국집을 평가하며 자장면을 먹어 보는 것보다도 당연한 일이다.이 곡은 즐겨 듣기도 하고 많이 들어보았는데 그동안은 알아채지 못했었다. 20초에서 39초 사이가 모두 8마디인데 각 마디마다 4번째 박에 탬버린 음색이 하이햇과 함께 들린다. 이 음색에 “취~햑” 하면서 퍼지는 리버브 효과가 들어있는데 8마디니까 그 부분이 8번이 나온다. 그런데 짝수 마디마다는 리버브와 함께 딜레이가 들어있어서 “취~햑”이 아니라 “취~햑 취~햑”으로 들리는 것이다. 알고 들으면 들리기는 하지만 그동안에는 이 곡을 그렇게 많이 들었어도 인지하지 못했었다. 케이블을 Ultimate IC로 바꾸어 듣는 순간 “취~햑”과 “취~햑”사이가 날이 서있어서 너무나 선명하게 분리되었고 그냥 저절로 들렸다. 날이 서있다고 날카롭거나 신경질적인 느낌은 전혀 아니고 더 둥글고 부드러워졌다. 사운드의 엣지가 입체감의 효과로 극대화되었으며 특정 대역을 인위적으로 부스팅한 느낌이 아니고 원래부터 그러했으나 가려져 있던 자연스러운 선명함을 찾아낸 느낌이다.
- Roger Waters - Is This the Life We Really Want이 곡은 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베이시스트 로저 워터스의 2017년 신보 Is This the Life We Really Want중 2번 트랙 Déjà Vu 이다. Zedd의 Beautiful Now, Justin Bieber의 What Do You Mean? 그리고 이 곡의 공통점은 시작부분에 시계 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 곡 모두 사운드가 정말 좋다는 점도 닮았다. 하지만 위의 곡들과 다른 점은 이 곡은 사운드가 정말 내추럴하다는 점이다. Déjà Vu는 통기타와 노래가 주를 이루지만 로저 워터스의 목소리는 밀도감이 높고 드럼 소리는 스튜디오에서 아무 것도 꾸미지 않고 바로 컨트롤 룸에서 듣는 그 소리처럼 내추럴하며 베이스 연주자인 로저 워터스의 음반답게 베이스 톤은 정말 깊이있게 떨어진다. 거기다 중간 중간에 폭탄이 터지고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전쟁의 효과음들과 스트링 사운드까지 나오면서 마치 ‘좋은 오디오라면 이 곡을 감당해봐’ 라는 느낌의 사운드가 나오는 곡이다.케이블을 바꾸고 들어본 느낌은 블라인드 테스트였다면 앰프나 DAC를 바꿨다고 판단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정도의 입체감이나 배경이 깨끗해지는 느낌은 오디오로 끝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을 정도의 느낌이다. 통기타의 스트로크 소리가 한 줄, 한 줄 분간이 갈만큼 섬세하게 느껴진다. 스네어 드럼 밑에 쇳소리를 내기위해 장착하는 와이어와 스네어 피의 울림이 느껴진다. 많은 악기 소리가 나와서 소리가 꽤 두꺼워져도 뭉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녹음을 잘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울림이 느껴지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케이블 교체 전에도 큰 불만은 없었지만 교체후에는 막연하게 내가 찾던 느낌이 이런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Bruckner - Symphony no. 7 Budapest Festival Orchestra, Ivan Fischer지휘자 정명훈씨가 한 인터뷰에서 이 세상에 단 하나의 음악만을 남겨야 한다면 브루크너나 메시앙 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브루크너의 음악을 타고 하늘 위로 날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를 들었다. 브루크너는 어릴 때 두각을 나타내는 다른 작곡가들과는 달리 나이가 든 후 뒤늦게 인정받았지만 베토벤 교향곡의 맥을 이을 만한 작곡가이다. 특히 교향곡 7번은 어떤 교향곡과 비교를 해도 음악성이나 테크닉 모두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존경했던 바그너의 죽음을 예견하며 애도의 곡으로 작곡한 2악장이 유명하지만 3악장 스케르쪼로 리뷰를 진행했다. 곡도 좋지만 이반 피셔가 지휘하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믿고 들을 수 있는 음반이다. 기교에 치우치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음악적이지만 사운드는 깊이가 있고 겉돌지 않는다. 단원들의 몰입이 느껴지며 부드러운 음색으로도 스테이지의 공간감과 입체감을 잘 표현한 음반이다.미지의 세계로 발길을 내딛는 순간 길들이 열리는 느낌을 주는 도입부에 스트링의 빠른 페시지와 프렌치 혼의 멜로디가 대비를 이루며 긴장감을 잘 표현해준다. 풀 오케스트라가 반주하고 브라스 파트가 멜로디를 연주하는 부분에서는 브라스의 금속성 음색이 위를 채울 때 팀파니와 스트링의 저음이 바닥을 흔들 만큼 밑으로 뿜어져 나온다. 뭉쳐서 잘 안 들릴 듯한 프레이즈에서도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의 밸런스를 잘 표현해준다. 다이나믹의 변화가 극단적 대조를 이루는 부분들이 많은데 작은 소리들도 선명한 각을 표현해준다. 반복해 들어볼 때 케이블을 다른 케이블로 바꾸어 보았는데 사운드의 밀도감과 입체감이 확실히 빠지게 들렸고 저음의 무게감도 다소 상실한 느낌이었다. 체르노프의 케이블들이 고음 만이 아니라 중음과 저음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 평
이 케이블에 대해서 한마디로 표현하면 "경이롭다" 외에 다른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많은 제조사에서 수많은 케이블이 생산되서 소비되고 또 잊혀진다. 어쩌면 인생과도 같겠지만 그래도 역사가 지속되는 동안 이름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듯이 체르노프 얼티밋케이블 또한 명멸하는 수많은 케이블 사이에서 영원불멸할 명작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해보며 이 글을 마친다.
ULTIMATE SC
ULTIMATE 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