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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OS 590 NEXTGEN
글_성연진
골드문트가 인티 앰프를 만든 것은 생각보다 오래 전의 일이다. 요즘 오디오파일들에게는 골드문트의 Telos 인티 앰프나 Metis 인티 앰프가 익숙한 존재지만 그 출발점을 거슬로 올라가면 이야기는 좀 달랐다. 90년대 말엽에 등장한 SR 시리즈의 작은 인티 앰프가 이 스위스 럭셔리 오디오 부티크의 최초의 인티 앰프였다. 이 때만 해도 인티 앰프는 고급스런 하이파이 컴포넌트가 아니라 좀더 저렴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저렴한 앰프 정도의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시장의 인식이 바뀌고 라이프스타일형 오디오의 득세(?) 그리고 이런 류의 제품들이 편리성 뿐만 아니라 퀄리티적인 요구 사항이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인티 앰프도 고도의 하이엔드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러한 초고가의 인티 앰프 시장의 강자로 등장한 것이 바로 골드문트의 인티 앰프 시리즈다.
골드문트 인티 앰프의 역사 90년대 말에 등장한 SR 시리즈의 인티 앰프였던 SRI 이후 실질적인 골드문트의 하이엔드 인티 앰프의 시작은 2005년 등장한 Mimesis 330이 출발점이다. 2005년은 골드문트 앰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Telos 시리즈가 탄생한 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골드문트는 Telos 회로가 아닌, 이전 시리즈인 Mimesis 시리즈의 회로를 기반으로 고급 인티 앰프를 내놓았다. 돌이켜보면 시장 장악을 위한 주력 제품이라기 보다는 고급 인티 앰프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의도가 강해보이는 제품 기획이었다. 당시에 새로이 등장한 Telos 앰프가 아닌 Mimesis 앰프로 만든 Mimesis 330은 Mimesis 27 프리앰프와 Mimesis 18.4 모노럴 파워 앰프의 내용물을 하나의 섀시 속에 빼곡히 채워넣은 앰프였다. 채널당 출력은 200w를 자랑했던 이 앰프는 Mimesis 시리즈의 회로인 앰프 회로 JOB4 회로를 탑재했다.
골드문트의 고급 인티 앰프 시장 파악은 성공적이었다. 고가의 인티 앰프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고, 곧바로 Telos 회로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인티 앰프의 개발로 이어졌다. 그 결과물이 2008년 등장한 Telos 390 인티 앰프였다. 전작인 Mimesis 330 보다 출력은 약간 줄어든 채널당 195w의 출력을 지닌 앰프였지만, Telos 앰프 회로인 JOB 5 앰프 회로를 탑재한 최초의 인티 앰프였다. 앰프의 베이스가 된 제품들은 프리앰프는 Mimesis 27.3 아었고 파워 앰프는 Telos 150 이었다. 이 둘을 하나의 섀시에 멋지게 일체화시킨 것으로 다소 슬림하게 보였던 전작의 프리앰프에 가까운 섀시 규모가 한층 부피감이 느껴지도록 바뀐 것도 새 앰프의 특징이었다. 게다가 D/A 컨버터 또한 내장하여 디지털 및 아날로그에 완벽히 대응하는, 상당히 참신하면서도 올라운드적인 사용이 가능한, 진정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였다. 탑재된 D/A 컨버터는 Alize 4 였다.
하지만, Telos 390이 등장한 지 얼마되지 않아 골드문트는 Telos 390.2이라는 마이너 체인지 버전의 인티 앰프로 버전 업을 이루게 된다. 전작과 달라진 점은 프리앰프부에 사용된 볼륨 컨트롤의 디지털화에 있었다. 전작의 아날로그 볼륨 대신 0.1dB 스텝의 디지털 볼륨으로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해진 새로운 프리앰프 회로로 개선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파워 앰프나 기타 아날로그 회로에 있어서는 전작과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차이점은 D/A 컨버터에 있었다. 전작에는 기본 탑재되었던 D/A 컨버터를 옵션화하여 선택할 경우에 추가할 수 있도록 옵션으로 만들어 소비자들의 무게를 덜어주었다. 제공된 D/A 컨버터 회로는 전작에서 좀더 개선된 Alize 4.5 였다.
진정한 몬스터급 인티 앰프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은 2013년에 등장한 Telos 390.5 였다. 숫자는 단지 ‘0.3’ 커진 수준이지만 변화의 폭은 생각보다 컸다. 그 이유는 앰프의 베이스가 된 제품이 27.8 프리앰프와 Telos 280 파워 앰프였기 때문이다. 기본 회로는 여전히 Telos 앰프의 JOB 5 회로를 사용했지만, 전원부의 대대적인 보강과 댐핑의 향상, 체감 출력의 비약적 향상이 이루어진 것이다. 커다란 토로이덜 전원 트랜스가 4개나 투입되고 전원부의 성능을 한층 개선하여 파워 향상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채널당 210w의 출력을 얻을 수 있었고, 실질적인 출력의 체감은 단지 15w의 향상이 아니라 마치 다른 앰프와도 같은 느낌을 주는 큰 변화와 업그레이드를 이루었던 것이다. 또한 D/A 컨버터의 성능도 향상되어 전작의 Alize 4.5에서 Alize 6로 교체되었다. 이는 다른 Telos 모노 블럭 파워 앰프들에 투입되던 한 수 위의 D/A 컨버터 회로였다. 게다가 디지털 입력에는 USB 입력이 지원되어 96/24 같은 디지털 소스들을 골드문트 퀄리티로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또 하나의 큰 장점 중 하나였다.
Telos의 진화, Telos NextGen의 등장 2005년 등장한 골드문트 앰프 회로의 신기원을 장식한 Telos 회로는 10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며 새로운 골드문트 기술들이 꾸준히 등장했고, 비약적인 성능의 개선이 이루어졌다. 사실 이는 단순한 Telos 파워 앰프 회로의 개선만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Telos 회로의 등장 이후, 골드문트는 레오나르도와 프로테우스라는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아날로그 필터 및 DSP 설계 기술이 탄생되며 앰프 회로와 스피커 크로스오버에 대한 기술 진화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물로 다양한 액티브 스피커와 다양한 버전의 Telos 파워 앰프들이 등장했고, 그 기술의 정점에 올라선 증거가 플래그십 스피커인 아폴로그 애니버서리와 Telos 5000 그리고 지난해 말에 등장한 Telos 5500 이다. 골드문트의 이 플래그십은 기존 Telos 회로에 대한 새로운 기술적, 음질적 고찰을 갖게 만들었고 플래그십에 적용된 고난도 기술들을 다시 Telos 회로를 기존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버전의 앰프 회로로 완성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수 억 원에 달하는 플래그십 파워 앰프와 액티브 스피커의 기술을 순수한 아날로그 파워 앰프 회로로 기술적 이식을 완벽하게 만들어낸 셈이다. 그 주인공이 바로 Telos NextGen 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골드문트는 새로운 NextGen 회로에 대한 디테일한 기술적 내용은 함구하고 있다. 어차피 소개해봐야 이해시키기도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 미셸 레바송 회장의 논리다. 하지만 그가 대외적으로 자랑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다. 스피드의 엄청난 향상과 이에 걸맞은 체감적 파워 및 댐핑 능력의 향상이다. 정확히 어떤 스피드를 의미하는 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했지만 미셸 회장에 따른 기존 Telos 회로에 비해 속도의 변화가 42n sec 에서 6n sec 로 신호 변화의 속도가 6배나 빨라졌다고 한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의미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점은 그가 강조하듯이 이 앰프의 스피드나 댐핑 능력은 분명히 전작의 앰프들로부터는 비약적인 향상을 이루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NextGen 앰프 내부를 보면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회로 설계와 기판 디자인이 이루어졌고, 전원부의 트랜스포머 용량의 향상과 부품 및 전원 정류 회로의 신설계 그리고 전원 필터인 Ac-Curator의 투입량이 한층 확장되었다. 이는 4억을 훌쩍 뛰어넘는 Telos 5500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드디어 Telos 590 NextGen 그렇게 탄생된 Telos NextGen 기술은 다시 한번 Telos 앰프 시리즈의 새로운 재편을 가져왔다. 아직 본사의 홈페이지에는 제품이 바뀌지 않았지만, 앰프 라인업은 크게 3가지 모델로 바뀌었다. 모노럴 파워 앰프인 Telos 2500 NextGen 과 Telos 1000 NextGen 그리고 막내로 등장한 Telos 590 NextGen 으로 구성되는 새로운 NextGen 시리즈가 시작된 것이다. 이들중 590만이 유일하게 인티 앰프라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미셸 회장은 2개의 모노럴 앰프 외에는 590 인티 앰프로 나머지 앰프 시리즈를 커버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한 마디로 별도의 또 다른 모노럴 또는 스테레오 파워 앰프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즉, 590 인티 앰프가 실질적인 골드문트 스테레오 앰프 라인업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590이 단순한 인티 앰프가 아니라, 골드문트 스테레오 파워 앰프의 모든 것이라는 뜻으로, 이 앰프가 지닌 능력이 기존의 Telos 파워 앰프나 인티 앰프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제품 내부를 열어보면 그가 말한 의미를 곧바로 알 수 있다. 앰프의 메인 회로 기판은 과거 Telos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NextGen 기판이 탑재되어 있다. 전작인 Telos 시리즈가 JOB 5 앰프 회로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NextGen은 JOB 6 앰프 회로를 사용한 것이다. 이는 메인 파워 앰프의 회로 뿐만 아니라 전원부의 교체까지도 의미한다. 내부에 사용된 트랜스포머는 대형 토로이덜 트랜스포머 2개가 탑재되어있다. 전작인 390.5에서는 크기는 다르지만 4개 토로이덜 트랜스포머가 사용되어 프리부와 디지털부 그리고 파워 앰프의 좌우 채널 구분이 있었던 것에 비해 개수는 줄었지만 그 규모는 전작보다 대폭적으로 커졌다. 그리고 새로운 전원 정류 회로와 새로운 파워 앰프 회로가 그 자리를 대체한 셈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출력단에는 총 8개의 파워 트랜지스터가 사용되었으나 출력은 전작에 비해 대폭 늘어난 채널당 280w 출력을 제공한다. 새로운 NextGen 앰프 회로가 가져온 변화이다. 늘어난 파워만큼이나 댐핑 능력이나 스피드가 전작보다 몇 배 이상 개선되었슴을 의미한다. Telos 590 NextGen의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이라면 이 앰프 회로 기판은 상급기인 Telos 1000 NextGen과 똑같다는 점이다. Telos 1000 NextGen과 다른 점은 모노럴이냐 스테레오냐 하는 것이다. 1000 NextGen이 앰프 회로 전체를 고스란히 하나의 채널 증폭에 모두 사용하는 것과 달리 590 NextGen은 그 회로를 절반으로 나누어 각각 왼쪽 채널, 오른쪽 채널의 2개 채널로 나눠서 사용한 스테레오 동작을 한다는 것만 다르다. 그리고 거의 20개에 달하는 육중한 트랜스포머 탱크를 지닌 1000 NextGen과 달리 590은 2개의 토로이덜 트랜스포머를 쓴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그 외에 나머지 회로 기판 및 구성은 두 제품이 동일하다. 미셸 회장이 Telos 1000 NextGen 아니면 590 NextGen 으로도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피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운 JOB 회로의 NextGen 모델 답게 590 NextGen에는 D/A 컨버터 회로도 새로운 버전으로 교체되었다. 과거 모델이 Alize 6를 썼던 것과 달리 이번 버전에는 Alize 7이 탑재되었다. 입력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광, 동축 그리고 USB 입력이 제공되지만 성능은 전혀 다르다. PCM은 384kHz/32bit를 지원하고 DSD는 DSD128까지 그리고 DoP 방식의 전송을 제공한다. DAC 칩이 달라졌고 디지털 필터도 바뀐 것이다. 덕분에 새 회로의 해상력과 다이내믹스는 전작의 D/A 회로와 완전히 달라진 수준의 개선을 이끌어냈다. 이는 추후 뒤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590 NextGen이 달라진 또 하나의 특징은 섀시 및 디자인에 있다. 기존 인티 앰프들은 전형적인 골드문트 스타일의 앰프 디자인을 유지해왔다. 프리앰프적인 전면 디자인과 슬림한 파워 앰프 디자인과 후면의 소형 방열판이 그 증거였다. 하지만 Telos 590 NextGen은 지금까지의 골드문트 인티 앰프 및 파워 앰프 디자인과는 많이 다른 새로운 디자인이다. 전면 디자인은 22H NextGen의 외형을 그대로 차용하되 좌우 측면은 전례가 없던 방열판이 등장했다. 그것도 일반적인 블랙 히트 싱크가 아닌, 섀시 컬러와 같은 알루미늄 컬러의 샌딩 처리된 고급스러운 방열판이 좌우를 완벽히 메우고 있다. 그리고 섀시의 두께도 기존 인티 앰프 크기가 아니라 스테레오 파워 앰프 수준에 걸맞은 크기로 대폭 커졌다. 한마디로 기존 인티 앰프들에서는 볼 수 없던 디자인과 규모로 훨씬 남성적인 조형미를 갖게 된 셈이다.
사운드 퀄리티 테스트에는 포컬의 스칼라 유토피아 V2 스피커를 사용했고 소스 기기는 오렌더의 W20을 Telos 590 NextGen에 USB로 연결했다.
듣는 순간 쿨 앤 클리어의 끝이 무엇인지를 단번에 알게 된다. 골드문트하면 떠오르는 그 사운드 이미지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달라진 점은 차갑거나 쏘거나 고역의 에지 같은, 지나치게 닦아 놓은 듯한 색채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저음은 단단하고 대단히 기민한 타격감으로 스피커를 잡아채며 고역은 현란하고 화려하다. 보컬의 중역은 지나치게 부풀어지거나 빅마우스 같은 현상없이 정갈하고 깔끔하면서도 적절한 온기가 유지된다. 솔직히 골드문트의 제품들을 들으면 늘 그들의 전매특허 같은 사운드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그 톤이 나와서 좋긴 하되 새롭지는 않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번 NextGen은 다르다. 전작인 390.5와는 클래스 자체가 다르고, 기존 Telos 앰프들과 비교해도 확실히 온기와 자연스러움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단순한 인티앰프로 보기에는 어려운, 출중한 수준의 힘과 다이내믹스에 해상력, 디테일 그리고 기분좋은 적당한 온도감까지 담아냈다. 미셸 회장이 1000 NextGen이 아니면 590 NextGen 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안드리스 넬손스가 보스턴 심포니와 녹음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의 2악장을 들으면 몇 분 만에 이 앰프에 푹 빠지게 된다. 590은 웬만한 분리형 앰프를 능가하는 힘으로 스칼라 유토피아 V2를 제압한다. 저현의 울림과 움직임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대단히 빠른 임팩트한 한 방을 지닌 팀파니로 튼실하고 확고한 사운드의 토대를 구축한다. 여기에 좌우와 전후로 깊게 펼쳐지는 사운드스테이지는 녹음이 훌륭한 이 음반의 퀄리티를 확실히 다른 수준의 오케스트라 녹음임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넓고 입체적인 무대 속에 다양한 악기들의 텍스처 그리고 화사하게 펼쳐지는 교향악단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인티 앰프에서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훌륭한 것은 클래식뿐만 아니다. 어쿠스틱한 재즈 녹음 또한 마찬가지다. 우에하라 히로미의 데뷔반 「Another Mind」 중 몇가지 트랙을 들어보면 확실히 이 앰프의 능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인티 앰프 수준을 뛰어넘은 베이스 리듬의 정확한 재생은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스피커가 스칼라 유토피아 V2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수 받을 만한 능력이다. 자칫 혼탁해질 수 있는 베이스 기타의 라인이 살면서 전반적인 사운드 분위기가 매우 깨끗하게 정리가 된다. 덕분에 피아노는 굉장히 자연스럽고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재생되어, 다른 시스템에서는 자칫 둔중하고 조금은 답답하게 들릴 수 있는 왼손 움직임과 피아노의 울림이 아주 명징하게 살아난다. 덕분에 음질이 아닌 음악을 듣는 데에 훨씬 빠르게 젖어들게 만든다. 물론 여기에 드럼의 힘과 다이내믹은 빠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이런 사운드에 가장 어울리는 짝은 ECM의 녹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키스 자렛의 「Paris Concert」와 「My Song」 같은 음반을 들어보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최고 조합을 듣는 시간이 된다. 콘서트의 라이브한 분위기는 피아노 울림에서 오는 공기 냄새가 말해준다. ECM 특유의 약간 차가운 바람이 살짝 부는 듯한 그 청명한 울림이 너무도 기분 좋게 살아난다. 피아노는 깨끗하고 명징하며 울림은 자연스럽고 여운도 길다. 다채로운 디테일들은 한올 한올 풀려나오듯이 모두 살아있다. 마치 북유럽 어느 홀이나 듣는 듯한 상쾌한 공기감과 무대의 입체감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My Song’을 들으면 키스 자렛의 피아노 보다도 얀 가바렉의 섹소폰 소리가 훨씬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ECM 녹음 특유의 쿨한 분위기 속에 자칫 메탈릭한 고역으로도 들릴 수 있는 섹소폰 소리가 전혀 금속적이지 않으면서도 화려한 광채를 자아낸다. 금관 악기적인 질감을 화려하게 살려주면서도 절대 고역 끝에서 느껴질 수 있는, 귀를 시리게 만드는 일종의 디지털 아티팩트 같은 요소를 하나도 느낄 수 없다. 사실 이 부분은 단순히 앰프의 성능 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분명 새로 추가된 Alize 7 DAC가 만들어내는 D/A 변환 성능이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디지털적인 장점인 해상력과 투명함이 극명하게 살아있으면서도 디지털적인 단점인 고역의 껄끄러움이나 인위적이며 부자연스러운 냉랭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소라와 박정현의 몇가지 가요 녹음들도 들어보았는데, 역시 이런 녹음들에서도 Telos 590 NextGen의 능력은 변함이 없었다. 물론 진공관 앰프들이 주는 달콤한 보컬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색채지만, 하이엔드 시스템에 걸맞은 중역의 단단함과 기존 골드문트 앰프와는 또 다른 적당한 온도감은 세련된 보컬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결 론 골드문트의 차세대 기술이라는 의미로 명명된 신작 NextGen은 분명 기존 Telos에서 진일보한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데에 확실한 성공을 거두었다. 스피드, 파워, 온도감 그리고 해상력 등등 모든 면에서 확실한 새로움을 들려주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Telos 590 NextGen 인티 앰프는 기존의 골드문트 인티 앰프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클래스를 보여주는, 하이엔드 인티 앰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다. 굳이 별도의 다른 파워 앰프 시리즈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피력하는 제조사 대표의 말처럼, 이 앰프 하나면 거의 모든 스피커들을 즐기는 데에 더 이상 바랄게 없을 만하다. 디지털에서 아날로그까지 모든 것을 골드문트의 퀄리티로 그것도 완전히 새로운 퀄리티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 보다 더 좋은 선택지를 찾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만약 별도의 DAC와 별도의 프리앰프 그리고 별도의 파워 앰프로 이와 똑같은 사운드를 만들고자 한다면 적어도 이 앰프 가격의 2배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케이블 비용까지 감안하면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만큼 Telos 590 NextGen의 완성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물론 3,000 만원이 넘는 가격을 감안하면 그렇게 쉽게 가격 대비 성능을 논할 상황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앰프를 들으며 합리적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하려는 오디오파일들과 하이엔드 유저들이 반드시 한 번은 직접 경험해봐야 할 차세대 오디오가 지금 골드문트에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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