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어쿠스틱스가 타사 플레이어와 스피커를 만났을때, FM Acoustics FM 155, FM 108 + Pro-ject Audio CD BOX RS, DAC BOX RS + Verity Audio Leonore

 

 

글 : 김편

 

 

최근 스위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FM어쿠스틱스(FM Acoustics)의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 풀 시스템을 3종 연이어 들었다. 최상위인 ‘XS-1’ 스피커에 레졸루션(Resolution) 시리즈 스테레오 파워앰프인 ‘FM 1811’ 2대, 하모닉 리니어라이저 기능을 포함시킨 프리앰프 ‘FM 268C’를 붙인 것이 첫번째였고, ‘XS-2B’ 스피커에 역시 레졸루션 시리즈 스테레오 파워앰프인 ‘FM 711mk2’ 2대, 프리앰프 ‘FM 266mk2’, 하모닉 리니어라이저 ‘FM 233’ 조합이 두번째, 막내 ‘XS-3B’ 스피커에 클래식(Classic) 시리즈 스테레오 파워앰프인 ‘F 10B’ 2대, 프리앰프 ‘FM 255mk2’, 하모닉 리니어라이저 ‘FM 133’ 조합이 그 마지막이었다.

 

저마다 음원 소스기기는 달랐지만 출구가 모두 FM어쿠스틱스 스피커였다는 점에서 FM어쿠스틱스의 진면목을 느껴볼 수 있는 매칭이었다. 그런데 이번 시청기 조합은 완전 다르다. 물론 프리앰프 ‘FM 155’와 파워앰프 ‘FM 108’이 FM어쿠스틱스 제품이기는 하지만 입구와 출구 모두 타사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입구는 오스트리아 프로젝트 오디오(Pro-Ject Audio)의 박스 형태 CDT인 ‘CD BOX RS’와 DAC인 ‘DAC BOX RS’, 출구는 캐나다 베리티 오디오(Verity Audio)의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Leonore’다. 게다가 ‘CD BOX RS’와 ‘DAC BOX RS’는 각각 200만원 미만 제품이어서 1400만원대 ‘FM 155’, 5100만원대(페어) ‘FM 108’, 2100만원대 ‘Leonore’와는 상당히 ‘언밸런스’한 매칭이다. 

 

또한 이전까지와는 달리 파워앰프 2대가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블럭 구성인 점도 흥미롭다. 즉, 이전까지 들어본 ‘인스피레이션 3종 세트’가 모두 스테레오 파워앰프가 스피커를 각각 바이앰핑하는 구조였던데 비해 이번에는 통상적인 모노-모노 조합인 것이다. 과연 타사 음원소스기기와 스피커 사이에 들어간 FM어쿠스틱스 앰프들은 어떤 소리를 들려줬을까. 아니, FM어쿠스틱스 프리파워를 만난 CDT+DAC, 그리고 스피커는 어떤 소리를 들려줬을까. 웬만한 오디오 애호가라면 풀시스템 3종 세트보다는 이번 조합과 비슷한 경우에 처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점에서도 이번 리뷰가 좀더 실용적인 가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 오디오 CD BOX RS

 

프로젝트 오디오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자란 하인츠 리히테네거(Heinz Lichtenegger)가 1990년 설립했다. ‘오디오파일 퀄리티의 음악을 듣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아날로그 음악 재생’이라는 신념이 강했던 그는 프로젝트 오디오 설립 후 제일 먼저 합리적인 가격대의 턴테이블을 내놓았다. CD 재생이 대세였던 당시 ‘턴테이블’을 선택한 것은 모험이었지만 그의 선택은 옳았고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금도 프로젝트 오디오를 턴테이블 전문 제작사로 여기는 애호가들이 많다는 게 그 반증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오디오는 이후 전혀 다른 수순을 밟았다. ‘마이크로 하이파이, 마이크로 하이엔드’를 표방하며 ‘박스형’ 오디오 시스템이라 할 ‘BOX DESIGN’ 시리즈를 연이어 선보인 것. 손바닥만한 인티앰프부터 시작해 프리앰프, 파워앰프, CDP, CDT, DAC, 튜너, 포노앰프, 헤드폰앰프, 미디어 플레이어 등이 매우 작은 사이즈에 동일한 디자인 컨셉트를 가진 박스에 담겼다. 유저 입장에서는 자신에 맞는 기기를 마치 레고블럭 쌓듯이 선택해 조합하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되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이번 시청기인 ‘CD BOX RS’는 프로젝트 오디오의 ‘BOX DESIGN’ 시리즈 중 최상위 ‘RS’ 라인. ‘RS’ 밑으로 ‘DS2’ ‘DS’ ’S’ ‘Elemental’ 라인이 포진해 있다. 최상위 라인이라고 해도 200만원이 채 안된다는 점에서 ‘BOX DESIGN’의 지향점이 확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가성비’ 관점에서만 이들 ‘BOX DESIGN’ 시리즈를 살피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모든 라인업이 음질적 완성도를 위해 금속 섀시를 사용, 철저히 절연시키고 최대한 짧은 신호경로를 위해 모든 서킷 보드에 SMD(표면실장소자)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것이 그 결정적 증거다. 또한 예상과 달리 중국이 아니라 유럽에서 생산되는 점도 믿음이 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CD BOX RS’는 탑로딩 방식의 CDT. 즉, 별도의 DAC이 있어야 하는 CD트랜스포트다. CD, CD-R, CD-RW 및 하이브리드 SACD 재생이 모두 가능하며, CD에 담긴 WAV, FLAC(24비트/96kHz), mp3 등도 읽어낸다. 외장 DAC과 연결을 위해서는 당연히 디지털 아웃 단자가 필요한데 ‘CD BOX RS’에는 기본적으로 AES/EBU, 광, 동축 출력단이 마련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RJ45’ 규격 출력 단자와 BNC 입력 단자가 더 달려있다는 것. 여기에 ‘CD BOX RS’의 진짜 실력이 숨어있다.

 

바로 소닉 스크램블링(Sonic Scrambling) 테크놀로지를 탑재한 것이다. 소닉 스크램블링은 일종의 DSP 기술로 양자화 노이즈 제거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 린데만, 비투스, 오르페우스, 소울루션 등 초하이엔드 디지털 기기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소닉 스크램블링 테크놀로지가 제 성능을 100% 발휘하기 위해서는 뒷단의 DAC으로 디지털 신호를 보낼 때 지터가 없어야 한다. ‘CD BOX RS’가 디지털 전송 중 가장 뛰어난 전송으로 인정받는 ‘I2S’ 전송방식을 채택, 음원 데이터와 클럭을 분리 전송하는 이유다. 즉, RJ45 출력단자는 PCM 데이터 전송용, BNC 입력단자는 마스터 클럭 인터페이스용인 것이다.

 

물론 이 두 단자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뒷단의 DAC에 똑같은 단자가 있어야 하는데, ‘DAC BOX RS’에는 당연히 모두 마련됐다. ‘In 1 Sonic’이라고 이름 붙은 RJ45 입력단자와 ‘Clock Out’이라고 이름 붙은 BNC 출력단자가 그것이다. 프로젝트 오디오에서는 이같은 소닉 스크램블링 적용 모드를 ‘Sonic 2 플레이백 모드’로 부르며 이 모드를 선택했을 때 가장 뛰어난 디지털 음질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CD BOX RS’에서는 88.2kHz 업샘플링이 가능하며 ‘DAC BOX RS’와 I2S 방식으로 연결할 경우에는 176.4kHz로 업샘플링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조그만 두 박스에 이처럼 엄청난 하이엔드 테크놀로지가 숨어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프로젝트 오디오 DAC BOX RS

 

‘DAC BOX RS’는 한마디로 모든 종류의 디지털 소스를 위한 레퍼런스급 D/A 컨버터. 24비트/192kHz PCM 음원(광 입력시 24비트/96kHz)은 물론 DSD 음원까지 재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위에서 언급한 대로 I2S 전송을 위한 RJ45 입력단자 및 마스터 클럭 단자는 물론, USB 입력단자, AES/EBU, 광(2개), 동축(2개) 입력단자를 마련해놓고 있다. 출력단자는 언밸런스(RCA) 1조, 밸런스(XLR) 1조를 구비해놓았다.

 

DAC칩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의 PCM1792 칩셋을 채널당 1개씩 투입했으며, USB 입력단은 XMOS 테크놀로지를 탑재, 비동기 방식으로 24비트/92kHz까지 지원하며 DSD의 경우 DSD128 음원까지 DoP 방식으로 재생할 수 있다. 또한 2가지 디지털 필터를 마련, ‘Steep’과 ‘Optimum phase’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아날로그 출력단은 기본적으로 풀 밸런스 설계이며 RCA 및 XLR 출력을 지원한다.

 

하지만 필자가 ‘DAC BOX RS’에서 더욱 놀란 것은 출력방식 역시 2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점. 하나는 솔리드 스테이트 방식, 다른 하나는 진공관 방식이다. 진공관 방식을 선택하면 쌍삼극 진공관 ECC88을 거치는 출력회로가 작동한다. 어쨌든 어떻게 이렇게 조그만 박스에 이런 발상까지 집어넣을 수 있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선택은 전면 패널에 마련된 토글 스위치로 이뤄진다.

 

 

 

 

 

 

베리티 오디오 Leonore

 

베리티 오디오는 1995년 캐나다 퀘벡에 설립된 스피커 전문 브랜드로, 스피커 외관이 한결같이 각진 사다리꼴에 공진 제거를 위해 상하 2 피스로 나뉜 형상을 띠고 있다. 고급 유닛을 장착, 내추럴하고 실키한 사운드를 내는 게 가장 큰 특징이며 1995년 처음 출시돼 지금까지 수차례 버전업되어 판매중인 ‘Parsifal Anniversary’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멜론 서울국제오디오쇼에서 들어본 ‘Parsifal Anniversary’는 어느 곡에서나 풍성하고 온기 가득한 사운드를 듬뿍 선사했다. 후면을 향한 우퍼 설계 덕에 저음의 양감과 펀치력, 대역밸런스도 대단했다.

 

이번 시청기인 ‘Leonore’는 ‘Parsifal Anniversary’의 바로 아래 모델. ‘Parsifal Anniversary’가 8인치 우퍼를 쓴 것과 달리 6인치 2발을 쓴 점이 다르다. 외관을 좀더 살펴보면 상단 인클로저에는 SB어쿠스틱스의 1인치 돔형 링 트위터와 덴마크 스카닝의 5인치 폴리프로필렌 콘 유닛(미드레인지)이 전면에 달려있다. 하단 인클로저에는 노르웨이 시어스의 6인치 페이퍼 펄프 콘 유닛(우퍼) 2발이 달려있는데 모두 후방을 향해 있다. 물론 방향을 돌려 우퍼 유닛들이 전면을 향하게 해도 되지만 베리티 오디오에서는 제대로 된 음장 형성과 저역의 펀치력을 위해서는 후방을 향해 그것도 뒷쪽 벽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뜨려 세팅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재생주파수 대역은 35Hz~50kHz(-3dB), 공칭 임피던스는 8옴(최저 6옴), 감도는 93dB를 보인다. 출력이 낮은 앰프로도 얼마든지 구동할 수 있는 스펙이다. 저역이 35Hz까지, 고역이 50kHz까지 뻗는 점도 이채롭다. 높이는 1066mm, 폭은 247mm, 안길이는 443mm, 무게는 75kg(페어)에 달한다. 참고로 ‘Parsifal Anniversary’는 저역 하한이 25Hz까지 내려가며 감도는 89dB에 그친다. 사이즈는 ‘Leonore’보다 약간 큰데, 높이는 1106mm, 폭은 261mm, 안길이는 487mm, 무게는 82kg(페어)이다. 

 

 

 

 

 

 

 

FM어쿠스틱스 프리앰프 FM 155

 

고백컨대, 필자가 FM어쿠스틱스 앰프 중에서 큰 맘 먹고 하나를 구입한다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바로 이 ’FM 155’ 프리앰프다. 사실 가격대가 지금 집에서 애용중인 진공관 프리앰프와 엇비슷한데다, 그동안 시청을 통해 확인한 FM어쿠스틱스 프리앰프의 광활한 스테이징 능력과 이미지 메이킹 능력에 여러번 놀랐기 때문이었다. 이번 시청에서도 ‘FM 155’는 음원 소스에 담긴 거의 모든 정보를 남김없이 그리고 착색없이 들려줬다. 특히 칠흙같은 배경에서 펼쳐진 맑고 투명한 레이어감이야말로 ‘고급’과 ‘품격’ 그 자체였다.

 

‘FM 155’는 라인/싱글엔디드 전용 프리앰프. 이에 따라 후면의 모든 입출력 단자는 언밸런스(RCA)로만 구성됐다(입력 4조, 출력 1조, 테이프 입출력 각 1조). 또한 전원부 트랜스 유닛(FM 102)을 따로 분리시켜 전원과 음악신호간 상호간섭과 노이즈 발생 등 장애요소를 원천 봉쇄한 점도 ‘FM 155’의 큰 특징 중 하나다. 전후면 패널은 모두 레이저 절삭 후 손으로 광택을 낸 4mm 두께의 알루미늄 재질. 전면 패널에는 왼쪽부터 입력 셀렉터 노브, 테이프/모노/-20dB 버튼, 출력 레벨 노브, 파워 버튼, 파워 표시창이 달려있다. 사이즈는 폭 245mm, 높이 62mm, 안길이 290mm, 무게는 2.2kg.

 

FM어쿠스틱스의 쟁쟁한 프리앰프 라인업 중에서는 파격적인(?) 가격이지만, ‘FM 155’에는 FM어쿠스틱스의 전매특허라 할 클래스A 디스크리트 회로가 적용됐다. 즉, 특주한 커브 트레이서(Curve Tracer)에 의한 분석과 설립자 마누엘 후버(Manuel Huber)가 직접 귀로 듣고 선택한 트랜지스터 소자로 개별 구성한 완전한 디스크리트 회로라는 점에서 일단 신뢰가 간다. 모듈화 설계를 통해 반영구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점도 다른 FM어쿠스틱스 형제들과 마찬가지다.

 

이뿐만이 아니다. 극히 여유 있는 헤드룸(+21dB)에 의해 안정된 입력을 핸들링할 수 있다는 점, 입출력 임피던스(33k옴)가 어떤 주파수 대역에서도 항상 일정한 점, 계단식 어테뉴에이터 혹은 릴레이 타입의 볼륨을 사용하지 않고 정밀하게 출력 레벨(최대 게인 20.5dB)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프리앰프’로서 상당히 강력하면서도 매력적인 스펙이다. 제품 출시전 5만번의 진동 테스트, 200시간의 번인을 거치는 점은 여느 FM어쿠스틱스 앰프들과 똑같다. 하루에 10시간씩 1년 365일 사용해도 무려 34년 동안 쓸 수 있다는 ‘호언’은 이제 그리 놀랍지도 않다.

 

 

 

 

 

 

FM어쿠스틱스 모노블럭 파워앰프 FM 108

 

‘FM 108’의 첫인상은 가격대에 비해 매우 작고 얇으며 가볍다는 것이었다. 좋게 말해 아담한 사이즈이지만 가격을 감안하면 ‘본전’ 생각이 날 만큼 어이없을 정도로 왜소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프리앰프 ‘FM 155’와 비교해보면, 폭은 245mm로 똑같고 안길이(300mm)만 조금 길 뿐이다. 높이(60mm)는 오히려 프리앰프보다 더 낮다. 무게 역시 4.5kg에 불과해 ‘중후장대’가 기본 사양인 웬만한 하이엔드 모노블럭 파워앰프와는 비교 자체가 안된다.  

 

하지만 ‘FM 108’은 시청을 할수록 FM어쿠스틱스의 35년 파워앰프 제작 내공이 그대로 집약된 ‘작은 거인’이라는 인상. FM어쿠스틱스 독자의 클래스A 출력 스테이지와 레졸루션 시리즈에 폭넓게 적용된 회로 보호 기술, 우수한 부품의 선별 사용, 스위스의 정밀 가공 기술 등이 총집약됐다. 작고 저렴하지만 전류 전달에서 한계가 있는 스위치 모드 파워 서플라이(SMPS) 대신, 고출력 리니어 아날로그 파워서플라이를 적용한 점도 역시 FM어쿠스틱스의 DNA를 그대로 이어받은 막내답다.

 

입력단자로는 블럭당 밸런스(XLR) 단자 1개만 마련됐지만, 프리앰프로부터 어떤 신호가 들어와도 이를 입력단에서 자동으로 퓨어 밸런스 신호로 바꿔주는 점이야말로 이 집안(?)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입력단 바로 옆에 마련된 작은 노브를 통해 입력 레벨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점도 프리앰프 매칭 및 룸 어쿠스틱스에서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스펙으로는 블럭당 8옴에서 70W, 4옴에서 130W, 2옴에서 200W를 내지만, 이는 정격출력 기준이고 피크시에는 이의 곱절인 140W(8옴), 260W(4옴), 400W(2옴)를 뿜어낸다. 그만큼 주파수 대역에 상관없이, 스피커 임피던스가 아무리 밑으로 떨어져도 안정적인 출력을 뿜어낸다는 점이 대단하다. 후면 패널에 당당하게 부착된 방열핀들이 이같은 믿음직한 출력에 대한 하나의 ‘빼박’ 증거다. 참고로 FM어쿠스틱스에서는 출력단에 좌우밸런스를 위해 NPN 트랜지스터만 선별해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출력이 이런 수준인데도 전고조파 왜율이 0.005%에 불과하고, 노이즈와 험은 -100dB(20Hz~20kHz) 수준에 머무는 점도 눈길을 끈다. ‘데시벨’ 표기라 실감이 안오실 애호가들을 위해 이를 십진법으로 표기하면, 재생 음악신호에 끼어드는 노이즈와 험이 0.00001%에 불과하다는 것이니 그야말로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와 관련해 또 하나 놀라운 수치는 ‘CMRR’(Common Mode Rejection Ratio. 공동모드제거비율)가 90dB라는 것. 입력신호와 함께 유입되는 험이나 노이즈를 뜻하는 ‘커먼 모드 시그널’(Common Mode signals)이 0.0000316%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이밖에 게인은 28dB, 라이즈 타임은 3마이크로세컨드, 주파수대역은 1Hz~60kHz를 보인다.

 

 

시청

 

시청은 수입사인 오디오갤러리의 서울 청담동 FM어쿠스틱스 플래그십 매장에서 이뤄졌다. 음원 트랜스포트로 ‘CD BOX RS’, DAC로 ‘DAC BOX RS’를 동원해 스피커 ‘Leonore’를 울렸다. 물론 프리와 파워앰프는 ‘FM 155’와 ‘FM 108’이었다.

 

 

 

 

David Roth ‘Will You Come Home’(Will You Come Home) = 오디오파일급 녹음으로 유명한 독일 스톡피쉬 레코드(Stockfisch Records)의 앨범인데, 처음 곡이 흘러나오자마자 펼쳐지는 사운드스테이지의 두께에 깜짝 놀랐다. 물론 ‘XS-1’이나 ‘XS-2B’에 필적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프리앰프 ‘FM 155’의 스테이지 재현력과 스피커 ‘Leonore’의 음장 구사력이 대단하다. 그야말로 뒷벽이 사라졌다. 또한 악기의 이미지는 생생하고 보컬은 포커싱이 확실하게 잡혀 있는 점도 특징. 색소폰과 어쿠스틱 기타 등 다종다양의 악기들이 전해주는 진한 색채감은 잘 차려진 밥상을 대하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재생에 어떠한 스테레스가 없으며, 중역대에서는 일종의 온기가 살짝 느껴지는 푸근한 재생이었다.  

 

 

 

 

Patricia Kaas ‘Quand J’ai peur de tout’(Dans Ma Chair) = 파트리샤 카스와 남자 코러스 사이의 원근감이 대단하다. 저역을 둔탁하게 건드리는 드럼의 펀치력은 아주 상급인데, 이는 모노블럭 파워앰프의 구동력과 스피커 후방에 위치한 우퍼 2발의 협공 덕분일 것이다. 이 곡에서는 특히 무대에 금가루를 뿌린 듯 음의 입자감이 눈부시게 느껴진 것이 특징. 역시 온기를 간직한 재생음이지만 그 윤곽선과 결은 매우 깨끗하다. ‘CD BOX RS’와 ‘DAC BOX RS’의 분해능은 CD에 담긴 소스를 모두 긁어오고 있다는 인상. 전체적으로 프리앰프를 포함한 해상력과 레이어, 파워앰프의 펀치력이 돋보였다.

 

 

 

 

Richard Yongjae O’Neill ‘Subert Sonata Arpeggione in A minor D.821’(Winter Journey) = 바이올린은 앞쪽 위에, 어쿠스틱 기타는 뒤쪽 아래에 있는 모습이 잘 그려진다. 한마디로 무대가 홀로그래픽하며 입체적으로 펼쳐진다는 것. 이번 시청기 전체의 노이즈 관리가 잘 된 덕분인지 현의 질감이나 디테일이 그대로 전해지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연주자의 숨소리와 기척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Leonore’에서 나오는 음색과 음형은 기본적으로 진하고 도톰하다. 가늘거나 앙상하지가 않은 것이다. 무대가 낮게 때로는 바닥을 움푹 파헤칠 정도로 깊숙이 깔리는 점도 이번 조합이 선사한 놀라운 덕목 중 하나였다.

 

 

 

 

Herbert Von Karajan, Philharmonia Orchestra ‘Goyescas Intermezzo’(Opera Intermezzi) = 오른쪽에 있던 첼로에서 왼쪽에 있는 바이올린으로 음들이 갈아타는 게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유려하다. 관악에서는 고역이 무척 잘 뻗고 있으며, 팀파니를 앞세운 투티에서는 오케스트라의 바디감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역시 ‘Leonore’는 온기를 갖고 넓은 음장을 제시해주는 스타일이 분명하다. 각종 퍼커션의 존재감이 특히 오른쪽에서 도드라진 것을 보면 FM어쿠스틱스 프리앰프의 사운드스테이지 재현력은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린 음에서의 마이크로한 디테일 또한 높은 SNR을 바탕으로 거의 최상급으로 펼쳐졌다. 

 

 

총평

 

한 달 사이에 FM어쿠스틱스 제품을 포노 스테이지 포함해 모두 16종이나 들어보는 ‘호사’를 누렸다. ‘XS-1’ ‘XS-2B’ ‘XS-3B’ 풀시스템은 예상대로 지구별 최강 하이엔드라 할 만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이들이 제시한 드넓은 사운드스테이지와 선명한 이미징, 완벽한 좌우밸런스는 지금도 귀에 선연하다. 하지만 더 흥미로웠고 즐거웠던 리뷰는 오히려 일종의 ‘하이브리드’ 매칭이라 할 이번 시청이었다.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이번 조합이 필자에게는 보다 현실에서 일어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우선 프로젝트 오디오의 미니멀한 소스기기 2대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 ‘CD BOX RS’와 ‘DAC BOX RS’가 함께 만들어낸 소리는 거의 아날로그에 근접해 있었다. 헐거운 이음매가 느껴지지 않는 리니어한 음의 물결, LP 사운드에 버금가는 광폭의 다이내믹 레인지가 그 증거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음원 소스기기의 요즘 가격대를 감안하면 더욱 탐이 나는 조합이다. 베리티 오디오의 ‘Leonore’는 고급스러운 마감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광활한 음장을 구사하는 솜씨에 여러번 감탄했다. 특히 생긴 것과는 다르게 고역으로 쭉쭉 뻗으며 마치 베릴륨 트위터처럼 뽀송뽀송한 에어리감마저 선사한 링 트위터가 압권이다.

 

이번 시스템의 주축이라 할 프리앰프 ‘FM 155’와 모노블럭 파워앰프 ‘FM 108’에서는 다른 브랜드와도 잘 융합하는 FM어쿠스틱스의 또다른 면모를 실감했다. 아니, ’잘 융합하다’는 잘못된 표현일지도 모른다. 기존 시스템 전체를 몇 단계 업그레이드한 듯한 ‘매직’을 선사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만큼 임피던스와 전압, 험과 노이즈에 관한 이들의 입출력단 설계가 완벽하게 짜여졌다는 위대한 반증이다. 과연 FM어쿠스틱스는 스피커를 포함한 풀 시스템으로도, 앰프 단품으로도 지구별 최강 하이엔드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맞다. ‘명불허전’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FM Acoustics FM 155 

​

FM Acoustics FM108

​

 

CD BOX RS

​ 

 

DAC BOX RS

​

 

 

Verity Audio Leon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