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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MUND] 차세대 오디오를 향한 골드문트의 출사표
NEWS   |   Posted on 2017-07-12

본문



차세대 오디오를 향한 골드문트의 출사표 


글 & 사진 : 이종학



 

 

이 선생, 혹시 텔로스 5000 들어봤어?”

문득 L 사장이 술잔을 기울이다 말고 뜬금없이 물었다.

. 들어봤습니다. 지난 번 도쿄 오디오 쇼에서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나도 들었지. 세상에 ...”

L 사장은 지긋이 눈을 감았다. 사실 우리나라 오디오 업계에서 가장 자존심이 세고,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분이 L 사장인데, 그가 문득 텔로스 5000에 대해 물어봤다. 그 물음엔 많은 화두가 담겨 있었다.

세상에 ... 어떻게 그런 기기를 만들 수 있지?”

사실 아무리 하찮은 물건이라도, 일단 오디오를 만드는 분들은 여간해서 다른 회사의 제품을 인정하지 않는다. 속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겉으로 전혀 티를 내지 않는다. 그런데 평론가 앞에서 이렇게 속을 턱 털어놓는 L 사장의 얼굴엔 고민이 가득했다. 아무리 도전해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이른바 넘사벽을 만난 표정이다.

그러고 보니 그 때가 벌써 10년 전이다. 당시 매년 가을에 열리는 도쿄 오디오 쇼에 참관한 것을 계기로, 골드문트에서 한정 생산으로 내놓은 텔로스 5000을 듣게 되었다. 참고로 텔로스(telos)는 철학 용어로,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나왔다. 말하자면 세상 모든 사물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술잔은 술을 마시기 위해, 밥그릇을 밥을 먹기 위해. 그런 식으로 따져보면 세상 이치도 일정한 목적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파워 앰프의 목적, 그러니까 텔로스는 뭘까? 바로 그 질문에 대한 극한의 대답이 바로 5000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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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외관부터 보는 이들을 압도했다. 위 아래로 길쭉한 타워 형태로, 모노 블록 사양. 무엇보다 경이적인 THD를 자랑하는 바, 통상 0.005%면 뛰어나다고 하는 세간의 평을 무려 10배나 뛰어넘은 0.0005%로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16개의 독립적인 트랜스포머를 투입해서, 0Hz~300KHz까지 양호한 특성을 유지한다는 경이적인 플랫 리스폰스! 거기에 출력은 무려 5000W. 이것은 지금도 도저히 다시 만들 수 없는 파워 앰프로 자리잡고 있다.

당시 도쿄 쇼에서 시연은 아직 정정했던 스가노 선생이 맡았다. 매칭된 스피커는 비비드 오디오의 G1. 여기에다 소스기는 전설적인 캘리번이 맡았다. 커다란 시연 룸엔 100여 명이 훨씬 넘는 애호가들이 서서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는데, 마침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이 나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모든 교향곡 중 으뜸이다. 모든 파워의 으뜸이라 할 수 있는 텔로스 5000에 걸맞는 선곡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때 들은 음을 절대로 잊지 못한다. 그 자연스러움, 그 유연함, 그 감촉. 그러다 무시무시하게 그려내는 다이내믹스는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스피커를 마음껏 구동시켰다. 수퍼 카니 드림 카니, 승용차에 따라붙는 미사여구를 인용해도 이 제품에는 초라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니 전술한 L 사장이 한숨을 푹푹 내쉬는 것도 다 이해가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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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0년이 흘렀다. 그리고 뮌헨 오디오 쇼의 참관을 위해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잠시 얼어붙고 말았다. 정확히 텔로스 5000을 연상케 하는 물건 하나가 강력한 포스를 발산하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만, 저게 뭐야?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1층의 한 구석에 골드문트의 부스가 설치되어 있고, 그 중앙에 정체불명의 파워 앰프가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하며 전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기세가 워낙 대단해, 그 주변을 지나가는 모든 관람객들이 고개를 돌려 바라볼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런 행사 자체에 무심한 듯,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레베르숑씨의 모습에 당황한 듯, 이내 고개를 돌리고 가던 길을 갔다. 하긴 일부 선택된 분들에게만 제공될 제품이라,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지 않을까?

가만, 그러고 보니, 최근 골드문트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실은 지난 317,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오디오 갤러리의 플래그쉽 스토어에서 대대적인 행사가 벌어졌다. 골드문트에서 새로 런칭한 넥스트젠(NextGen)에 관한 이벤트였던 것이다. 당연히 레베르숑씨도 참석했고, 주최측에서 자세하고도 쉬운 프레젠테이션과 시청회가 아울러 이뤄졌다.

그런데 이 넥스트젠의 기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드디어 뮌헨 쇼에서 모습을 보인 신제품 텔로스 5500 넥스트젠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본 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 개발한 기술을 하위 모델에 적용시키면서 넥스트젠 시리즈로 명명한 것이다.

여기서 넥스트젠은 “Next Generation”의 약자다. 말하자면, 새천년에 들어와 약 20년이 흐른 이 시점에서 차세대 오디오 기술의 핵심을 포착했다는 자부심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 기세등등한 선언의 중심에 바로 본 기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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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레베르숑씨와 인터뷰를 하고 또 대화를 나누면서 배우고 얻은 것이 참 많다. 그리고 레베르숑씨와 동시대의 많은 설계자들이 은퇴를 하거나 혹은 파산한 가운데, 아직도 세계 최고의 브랜드 밸류를 유지하고, 이런 거창한 프로젝트를 실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항상 존경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한 수 배운다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인터뷰 요청을 했더니 쾌히 승낙해줬다. 그래서 부스에 설치된 소파에 앉아, 맛있는 커피를 마셔가며 본 기를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해서 인터뷰 형식으로 전달하겠다. 참고로 미셸 레베르숑의 약자인 MR로 통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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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드디어 텔로스 5500 넥스트젠의 실물을 보게 되는군요. 이번에는 시연을 하지 않나 보죠?

MR : . 우선 제품만 공개하는 걸로 했습니다. 덕분에 무거운 파워를 두 개나 들고 올 일이 없어졌죠.(웃음)

-그럼 텔로스 5500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MR : 우선 아날로그 및 디지털 입력이 가능합니다. 디지털의 경우, DAC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알리즈 7이 들어가 있죠. 이것은 미메시스 20에 들어갈 정도로, 톱 레벨의 DAC입니다. 출력은 8오옴에 5,000W로 추산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공식적으로 계측할 수 없을 정도로 출력이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모노 블록 사양으로, 개당 160Kg의 무게가 나갑니다.

-골드문트엔 다양한 스피커들이 역시 앰프 내장형으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본격적인 아날로그 파워 앰프를 출시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텐데요.

MR : 가장 큰 이유는 전세계 대형 스피커를 소유한, 이른바 빅 컬렉터를 위해서입니다. 이들 중에 골드문트로 드라이브하고 싶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 요구에 부응해서 만들었습니다.

-디지털 및 아날로그 인풋이 있는데, 아무래도 디지털 프리를 권장하겠죠?

MR : 맞습니다. 아날로그보다는 디지털 프리를 매칭하는 편이 좋습니다. 프리는 디지털 도메인에서 음성 신호를 가볍게 전달하는 정도에서 그치면 됩니다. , 디지털 파워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너무나 많은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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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본 기에도 출력단엔 MOS-FET를 썼겠군요. 이 소자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MR : 이 소자는 1950년대 초 히타치에서 처음 만들었습니다. 이후 여러 개량이 이뤄졌지만, 기본적인 요소에는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특히, 1964년에 나온 것은 지금까지 스탠다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 15세대째까지 진화했지만, 워낙 기본기가 훌륭하다는 뜻입니다.

-대개 MOS-FET는 중고역이 좋고, 바이폴라쪽은 저역이 좋다는 평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MR : NO.(단호하게) 오랫동안 저희는 MOS-FET를 사용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고, 남들과 차별화되는 기술력을 쌓아놓고 있습니다. 당연히 본 기뿐 아니라, 텔로스 590, 1000 등에도 두루두루 사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15세대째까지 진화한 MOS-FET의 능력은 아무나 함부로 재단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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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와 텔로스 5000의 차이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MR : 일단 스피드 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5000의 경우, 100 밀리 세컨드의 딜레이가 있는 반면에, 본 기는 6 나노 세컨드로 무척 빨라졌습니다. 이것은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한 수준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넥스트젠 시리즈가 런칭되고 있는데, 앞으로 준비된 신제품이 있습니까?

MR : 지금 몇 가지 만들고 있습니다. 우선 소개할 것은 PH 38이라는 포노 앰프입니다. 또 미메시스 20H라는 DAC도 준비하고 있고요.

-포노 앰프가 나온 김에 혹 골드문트에서 대형 턴테이블을 만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LP 리바이벌이다 뭐다 해서 많은 메이커들이 새롭게 턴테이블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MR : 전혀 계획에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LP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이죠. 거기에 메이커는 무척 많습니다. 저희가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죠. 대신 영상쪽에 준비하고 있는 제품이 있습니다. 사실 4K 포맷이 나오면서, 영상쪽에서 어마어마한 진화가 이뤄졌습니다. 대신 이것을 정확하게 읽는 게 중요해졌죠.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플레이어입니다.

-영상쪽에 관련해서 스크리놀로지(Screenology)라는 테크놀로지가 있더군요.

MR : 이것은 영상 관련 기기에서 오디오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데에 따른 조치입니다. , 영상이 커지고, 화소수가 많아진 만큼, 오디오쪽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바로 이 부분을 개선한 기술입니다.

-마그네틱 댐핑이라는 기술도 물론 투입되겠죠? 이 부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MR : 이것은 DVD, 블루레이 등을 읽을 때, 렌즈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개발했습니다. , 마그네틱 필드를 이용해서, 리딩 에러를 줄인다는 것이죠. 이 에러를 줄일수록, 비디오와 오디오 모두 확실한 개선을 이룰 수 있습니다.

-골드문트는 적극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체내 공장에 많은 인원을 두지 않았습니까?

MR : 제네바 주변엔 시계 회사를 비롯한 많은 OEM 회사들이 있습니다. 그 숫자가 무려 2천개가 넘습니다. 이들 모두를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그러므로 굳이 많은 인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죠. 게다가 누군가를 회사에 채용한다고 할 때, 과연 투자대비 확실한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느냐, 라는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OEM 회사들을 이용하는 편이 더 퀄리티가 좋다면, 당연히 이쪽을 선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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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요즘 골드문트 출신들의 활약이 대단합니다. 이제 골드문트는 이런 여러 브랜드의 사관학교 비슷한 역할을 하는 느낌입니다.

MR : 저는 세컨드 레벨 정도의 기술을 가진 인력들은 차라리 빨리 회사를 나가서 독립하라고 격려합니다. , 톱 레벨의 기술자들은 최대한 보호합니다. 또 저희는 기본적으로 수많은 대학, 재단, 연구소 등과 관련을 맺고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저희가 가진 최대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언제 봐도 활기가 넘치고, 늘 신선한 아이디어로 업계를 깜짝깜짝 놀라게 합니다. 그 이유가 뭔지 가끔 궁금해집니다.

MR : 기본적으로 저는 알고 싶은 게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습니다. 그게 제게 늘 활력을 선사하는 이유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MR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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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넥스트젠의 출시로, 골드문트는 새롭게 전진하고 있다. 게다가 넥스트젠 시리즈는 텔로스 5500을 통해 배양된 다양한 기술력을 배경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향후 그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앞으로 나올 신제품들을 계속 주목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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