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링크
본문
골드문트 사운드의 새로운 우주
골드문트 Telos 590 NextGen
MoMA & 아폴로그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폴락에서부터 마티스, 피카소까지 인류의 예술 역사를 한 몸에 껴안고 있는 뉴욕 현대 미술관. 1929년 뉴욕에 설립된 이곳은 줄곧 근대 미술의 걸작들을 전시하며 전 세계인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1987년 뉴욕 현대 미술관에 또 하나의 역사적인 작품이 전시되었다. 이는 조형 예술품도 아니고 건축 양식을 대변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근대 미술을 대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당시 뉴욕 현대 미술관이라는 독보적인 공간에 출현한 것은 스위스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 골드문트의 스피커였다.
이름은 아폴로그(Apologue). 이탈리아 화가 클라우디오 로타 로리아가 디자인했으나 그 실물은 현대 조형 디자인의 진풍경을 연출했다. 각기 다른 여러 개의 챔버는 기하학적 패턴으로 연결되었으며 옆으로 그 모두를 기어처럼 붙잡고 있는 형상. 분명 뉴욕 현대 미술관은 이 제품을 스피커가 아닌 조형적 가치만으로도 현대 조형미술품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고 평가한 것 같다.
▲ 청담동에 위치한 골드문드 매장에 전시된 후방: 아폴로그(Apologue)와 전방: 수카(Sukha)
골드문트의 행보는 단지 음악을 듣는 도구로서의 오디오를 예술적 영역으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미국 시장 위주의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서 패권을 유럽으로 이동시켰다. 골드문트의 수장 미셸 레바숑은 탁월한 전략가였고 골드문트의 심장을 스위스에 위치시켜 닻을 올린 것은 당시 신의 한 수였다. 더불어 프롤로그 연구소, 피에르 듀발, 스위스 피직스 연구소 등 초일류 엔지니어들 및 연구소와 끊임없이 협업했다. 단지 오디오 영역 내부가 아닌 최첨단 과학과 외부의 진보적인 엔지니어링 기술을 오디오에 결합시켰다. 그리고 세계 최고급 명품 제조 플랫폼 위에 하이엔드 오디오를 당당히 올렸다. 과학적 테크놀로지와 예술적 영감의 조화는 스위스 오디오를 하이엔드 오디오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각시켰다.
그들의 가격표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자릿수를 기록했고 매 해 하이엔드 오디오가 얼마나 값비쌀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그러나 장벽이 약간 낮아지는 일련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SRI 인티앰프를 시작으로 미메시스 330 등의 인티앰프가 등장했고 텔로스 390이 하이트라이트를 찍었다. 텔로스 390은 골드문트라는 소리의 우주에 입장하는 데 필요한 가장 저렴한 티켓이었다. 개인적으로 골드문트를 처음 접한 것도 바로 텔로스 390.2였다. 8옴에 195와트, 4옴에 390와트 출력은 390 이름의 은유처럼 느껴졌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텔로스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내는 독보적인 사운드였다. 어떤 다른 제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격조와 카리스마, 도도한 미음이 풀어내는 음악에 매료되었다. 이후 390.5 등이 출시되었지만 나는 한 동안 골드문트를 잊고 지냈다.
골드문트 텔로스 590 NextGen
다시 골드문트와 조우하게 된 것은 아폴로그의 부활이었다. 몇 년 전 우연히 발견한 포스터 한 장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우주인이 우주복을 입고 우주의 한 가운데에서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좌/우로는 뉴욕 현대 미술관에 전시되었던 바로 그 아폴로그 스피커가 두둥실 우주 공간에 날아와 있었다. 약 25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두고 날아온 아폴로그는 프로테우스 테크놀로지와 결합해 ‘아폴로그 애니버서리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깜짝 등장했다. 수학자 아담 베로니끄 박사가 개발한 프로테우스 기술은 다시 한번 아폴로그를 21세기에 부활시켰다.
아폴로그 애니버서리와 함께 나의 추억 속에 고이 잠겨 있던 텔로스 390도 다시 소환되었다. 다시 부활한 모습은 단지 포인트 2, 포인트 5 같은 모습이 아니라 텔로스 390NextGen 이다.
패시브에서 액티브로의 완벽한 전환 아폴로그 애니버서리와 함께 골드문트는 미래를 준비하는 차세대 기술의 진화를 이루었다. 이는 곳 골드문트의 핵심 라인업 앰프 부문의 새로운 세대 출현을 앞당겼다. 결과물은 곧바로 쏟아졌다. 텔로스 5000은 골드문트가 창조한 가장 강력한 증폭을 보여주었고 이는 이후 텔로스 5500으로 이어졌다. 이전보다 더욱 강력해진 전원부. 아날로그 입력 뿐 아니라 디지털 입력단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입력단은 사일런트 스위칭 회로가 적용되어 입력 모드나 레벨의 변화에도 최고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보호 회로는 앰프에서 보내는 어떤 강력한 신호에도 유닛을 완벽히 보호해주었다.
텔로스 5000와 5500의 회로는 골드문트의 다음 세대 NextGen 탄생의 씨앗이 되었고 텔로스 1000 NextGen, 2500 NextGen 그리고 22H NextGen을 나았다. 흥미로운 것은 인티앰프였다. 과거 390 시리즈가 서막을 올렸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텔로스 590 이라는 이름으로 NextGen 타이틀을 달고 골드문트 앰프 리노베이션의 화룡점정을 장식하고 있었다. 여타 NextGen 시리즈와 함게 텔로스 590 NextGen 또한 새로운 기술로 무장하고 있다. 메카니컬 그라운딩, 하이 스피드 PSU, 서멀 그라운딩, AC 큐레이터 등이 그 핵심이다.
우선 실물로 본 텔로스 590 NextGen은 과거 390시절과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한층 더 증가한 섀시에 새 하얗고 단단한 스위스 메이드 고유의 도도하며 럭셔리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더불어 중앙의 잉크처럼 검은 디스플레이에 깔끔한 폰트, 정밀 시계의 무브먼트같은 정교한 좌/우 노브. 과거와 달리 와/우에 방열판을 설치해 열 방출을 통한 일정 온도 유지 및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내부엔 두 개의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장착하고 있으며 MOSFET을 사용해 AB클래스 증폭을 하고 있다. 골드문트가 계속해서 주장해온 증폭 스피드 관련 최적의 성능 구현을 위해 증폭소자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넬슨 패스 같은 전통적인 설계와는 추구하는 바가 완전히 다른 앰프다.
더불어 내부엔 DAC를 내장하고 있다. 최근 추세를 반영했다고 하기엔 골드문트는 이 분야의 선구자로 과거부터 당시 최신 스펙의 DAC를 독보적인 기술로 설계, 탑재했다. 이번엔 독자적인 디지털 모듈 Alize 7이 새롭게 등장한다. PCM의 경우 32bit/384kHz, DSD는 DSD128까지 대응하고 있다. 아날로그 입력의 경우 RCA 총 다섯 조를 지원하며 디지털 입력은 USB는 물론 동축, 광 입력단도 마련되어 있다. 참고로 USB 입력 트랜시버는 보편적인 XMOS 솔루션을 사용했다.
국제안전규격 IEC 60065 기준 텔로스 590NextGen 은 8옴 기준 채널당 215와트, 4옴 기준 280와트로 선형적인 특성은 아니다. 이는 일반적인 스펙 표기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은데 내부 회로에서도 채널 1/2가 트위터/우퍼로 구분되어 있는 등 독특한 설계를 보인다. 한편 그 외 특성은 우수하다. 예를 들어 THD < 0.008%, IMD는 < 0.02%, 전대역에서 < 10µV 노이즈, 다이내믹레인지는 > 100dB 로 발표되어 있다. 게인 같은 경우 기본 35dB 로 상대적으로 큰 편이며 최대 전력소모도 750W 에 이른다.
리스닝 테스트
- 리스닝 테스트에는 오렌더 W20 뮤직 서버와 포칼 스칼라 유토피아 등으로 아주 심플한 시스템을 셋업해 진행했다. 먼저 여러 보컬, 피아노곡을 들어보면 매우 응집력있게 당겨진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이애나 크롤의 ‘Like someone in love’에서 더블 베이스 워킹은 손가락이 눈에 보일정도로 생생하며 다이내믹하다. 다이애나의 보컬은 발음이 또박또박 읽히며 심도가 깊고 에지가 명확히 살아있어 군더더기가 없다. 음상은 예상보다 높지 않고 전체적인 토널 밸런스가 무척 안정적인 편. 포커싱은 마치 면도날로 예리하게 오려낸 듯 정교하다. 서늘할 정도의 적막과 홀톤이 골드문트 사운드를 직감하게 만든다.
- 골드문트의 스피드에 대한 고찰은 오랜 전통이다. 그들은 스피드와 대역폭의 상관관계까지 그래프로 공개하고 있는데 스피드와 함께 광대역 특성은 더욱 더 심화되어 드러난다. 예를 들어 빌 에반스의 ‘You go to my head’에서 빌의 피아노는 음 하나 하나가 또렷하고 빠르다. 망설임 없이 엑셀을 밟은 듯 명쾌하게 질주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약간 나른하고 한가로운 오후의 느슨한 분위기의 곡이지만 포칼과 골드문트의 조합에서는 낮잠이 확 깰 정도로 치밀하고 예리한 소리로 화답하다. 마치 시속 200km 로 달리는 차 안에서 단 한 순간도 창밖의 풍경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 같은 순간의 연속이다.
- 리사 바티아쉬빌리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면 이 앰프의 전체적인 토널 밸런스와 음장의 형성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종적인 면에서 조망해보면 낮게 깔리는 차분함보다는 고역의 탁 트인 개방감과 이지적 냉철함이 두드러지는 음색이 돋보인다. 반대로 횡적인 측면에서는 좌/우 스테이징의 사이즈보다는 전/후 음장의 깊이가 깊다. 거리감이 깊고 입체적이며 아주 약간은 앞으로 전진하는 특성 덕분에 힘차며 활력 있다. 다만 무턱대고 돌진하는 느낌은 아니며 앞으로 추진할 때와 뒤로 빠질 때의 폭이 커 심도가 깊은 스타일이다.
- 가이아 쿼텟의 음반을 들어봤다. 음색 측면에서는 이러한 입체적이며 약간은 서늘한 음장 특성과 더불어 약간 스산하며 시원한 기운이 뚜렷하다. 마치 가을날 갈대숲을 거니는 듯한 청량감이 바람처럼 불어온다. 짓눌리거나 무겁거나 무더운 느낌은 단 한 톨도 없다. 마치 샤워 후 새 옷으로 갈아입은 듯한 상쾌함이 좋다. 바이올린 표면은 살을 애는 듯 냉철하게 입자를 미립자로 낱낱이 분해한 후 곱게 펼쳐 내준다. 그 중간에 골드문트만의 미음이 곁들여져 있다.
- 동적인 특성은 과거보다 한결 강화된 느낌이다. 물론 여전히 빠른 스피드를 보이며 함께 매칭한 포칼의 특성도 많은 부분 기여하고 있는 소리다. 안드리스 넬슨스가 지휘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을 들어보면 현악, 관악, 타악 등이 모두 각 위치가 명확하며 힘껏 뻗어나간다. 볼륨을 한껏 높이며 단말마의 비명을 지를만큼 가슴을 강타하는, 빠르고 정교한 힘이 느껴진다. A클래스 앰프의 풍윤한 하모닉스와 온도감 대신 정교한 어조와 정곡을 찌르는 아티큘레이션이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만만치 않은 스칼라 유토피아에서의 저역 핸들링 수준을 볼 때 과거 390인티앰프와의 성능 폭은 현격히 벌려졌으며 더 상위 앰프들과 견줄만하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 평
내부 설계나 스펙에서 확인할 수 있듯 텔로스 590 NextGen의 실제 성능은 상당히 큰 폭으로 진화했다. 390 시절과 달리 현대적인 저능률 스피커에도 적용할 수 있을만큼 저역 핸들링 능력이 개선되었다. 더불어 스피드 면에서는 여전히 여타 앰프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당연히 스타카토 등 또렷하며 빠른 증폭 특성이 필요한 음악에서 쾌감이 크다. 맑으면서도 낭랑하며 어떤 음악에서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 노련하고 도도한 특성은 절대 스피커에 관대하지 않다. 어떤 스피커에서도 골드문트만의 독창적인 음색과 다이내믹스 및 음장 구현 스타일이 희석되지 않는다. 짜릿한 속도감과 이지적인 냉철함이 깃든 미음 그리고 민첩한 속도/에너지 전환에서는 어떤 고결한 느낌마저 감돈다.
참고로 메티스 7과는 그 체급 차이가 상당히 크며 내부 DAC의 성능 차이도 크다. 만일 단 하나의 레퍼런스급 앰프 겸 디지털 소스기기를 찾는다면 본작은 위시리스트에 꼭 올려놓길 권한다. 함께 출시된 상위 분리형 NextGen을 경험해보면 골드문트 라인업 안에서 텔로스 590 NextGen의 성능이 얼마나 상위에 포지셔닝되어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S P E C
POWER SUPPLY | • Nominal line voltage: 117 or 234 V(switchable) • Fuse 8 A for 110 V and 220 V • Input voltage range: +/- 15 % • Rated Power Consumption: • IEC 60065, 1/8 Output Power at 8 Ω: 250 W (per unit) • Max Power Consumption: • IEC 60065 at 8 Ω /1% THD: 750 W |
---|---|
OUTPUT POWER | • IEC 60065 at 4 Ω / 1 % THD+N: 2 x 280 W • IEC 60065 at 8 Ω / 1 % THD+N: 2 x 215 W |
INPUTS | • 1x USB device: - Audio Class 2.0 - Sample rate up to 384 kHz/Bit depth up to 32 - DSD64, DSD128 over PCM capabilities • 1 x Toslink Optical • 1 x Digital S/PDIF coaxial RCA 75 Ohms • 5 x Analog RCA (Left & Right): ADC conversion for DSP correction |
FRONT PANEL CONTROLS | • Knob volume control • Knob Input selection • Power and lock led + display |
REAR PANEL CONNECTORS & CONTROLS | • 2 x output binding posts (Left & Right) • On/Off power switch key • Voltage input selector • RS232 Command connector |
FREQUENCY RESPONSE | • 20 Hz - 20 kHz, unloaded: +/- 0.5 dB |
DISTORTION | • THD+N, unloaded: < 0.08 % from 20 Hz to 20 kHz at 30 VRMS output • IMD (SMPTE), unloaded: < 0.02 % before clipping |
OUTPUT NOISE FLOOR | • Inputs terminated with RCA Shorting Caps, unloaded: < 10 μV from 20 Hz to 20 kHz |
DYNAMIC RANGE | • 22 kHz measurement bandwidth (flat): > 100 dB |
GAIN | 35 dB |
SIZE & WEIGHT | • 440 W x 410 D x 163 H (mm) • 20 kg |
WARRANTY | 3 years, parts and labor. |
수입원 | 오디오갤러리(02-926-9084) |
가격 | 3500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