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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하이파이클럽
시간은 넘치나 물질적으로는 아쉬움이 컸던 학창시절, 친한 선배네 집에 놀라갔다가 아주 고급진 의자를 발견하게 된다. 가구에는 별 관심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그닥 눈여겨 볼만한 물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 의자는 외관상 풍기는 품격 만으로도 매우 인상적이어서 꼭 한번쯤 앉아보고 싶게끔 잡아끄는 마력이 있었는데, 막상 앉아보니 기대했던 만큼 편한 의자는 아니었지만 처음 실물을 보는 순간 디자인 적으로 상당히 나에게 어필하는 면이 있었고 극호감 영역에 해당하는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유연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의자의 밑면을 감싸고 있는 나무의 색감과 질감, 그리고 그 위에 있는 가죽색과의 어우러짐, 표면을 만졌을 때의 감촉이 훌륭하고 마감상태 등이 좋기 때문이었는데 그냥 그러려니 기억속에 잊혀져있다가 나중에 그 의자의 이름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고는 뛸뜻이 기쁘면서도, 곧 가격표를 검색해보고는 좌절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 사건 이후로부터 나는 고급스러운 그 라운지 체어의 팬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닌데, 이번 리뷰의 대상인 포컬 소프라 2 스피커를 리뷰전 사전조사에서 찾아보다가 예전의 그 인상적이었던 라운지 체어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떠오르게 하면서도 마치 스피커의 형상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듯한 느낌을 주는 사진을 발견하고는 예전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참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디자인 둘러보기”
2015년에 등장한 소프라 라인업은 포컬 특유의 꺾인 인클로저 구조가 적용된 모델인데, 이는 플래그쉽인 유토피아 라인업에만 적용되어 있었으나 하위기종인 소프라 라인업에도 적용되어 일렉트라 라인과는 차별화되고 이를 통해 플래그쉽 모델의 설계 사상에 좀 더 가까운 제품을 합리적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플래그쉽 라인은 스윗스팟을 최적화하기 위해 ‘Adjustable Focus Time’ 이라는 기술이 추가되어 있고 유닛별로 인클로저가 분리되어 있기에 이에 따른 차이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다가가기 힘든 플래그쉽 라인의 정취를 재해석하여 상급기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좀 더 유려하고 스타일리쉬한 디자인으로 완성된 외모를 뽐내고 있다. 소프라는 상급기의 유닛별 미세조정은 지원하지 않지만 일반 청취환경에 적합한 세팅으로 설계되어 별다른 조작 없이 권장 범위내에 스피커를 설치하는 것으로 최적화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유닛 구성을 살펴보면 3-Way Bass Reflex 구조를 가진 미들급 톨보이 스피커로 뛰어난 유닛품질을 자랑하는 포컬답게 신기술로 무장한 2개의 7인치 ‘W’우퍼 콘 유닛과 1개의 6.5인치 ‘W’ 중역 콘, 그리고 고역을 담당하는 베릴륨 역돔 트위터 유닛을 채용하고 있다. 특히 유닛별로 적용된 기술이 다른데 트위터에는 ‘IHL’ 인클로저 기술을 채용하고 있으며 중역과 저역에는 공통적으로 ‘NIC’ 모터기술이 적용되었고 중역 유닛에만 추가로 ‘TMD’서스펜션 기술이 적용되었다.
먼저 중역과 저역 유닛에 공통적으로 적용된 NIC (Neutral Inductance Circuit) 모터기술을 먼저 살펴보면 드라이버 유닛의 역기전력, 즉 원래 신호에는 없는 마이너스 에너지를 소멸시키고 이로인한 마그네틱 필드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페러데이 링이라는 전자기 유도 원리를 이용하여 좀 더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상쇄시키는 기술을 적용했다. 적용전과 비교하면 좀 더 정확하면서도 재생음의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제조사가 제공한 계측기 그래프 상의 측정결과가 공개되어 있는데 유닛의 인덕턴스 변화 곡선을 보았을 때에 코일의 움직임에 대한 인덕턴스 변화 정도가 적용 전에는 변화무쌍하지만 적용 후에는 아주 개선되어 안정적인 인덕턴스 값을 갖게 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중역 유닛에만 추가로 적용되어 있는 TMD (Tuned Mass Damper) 서스펜션 댐퍼 서라운드 기술은 지진에 대한 고층건물의 내진설계에서와 레이싱 카에서 쓰인 서스펜션 기술로부터 기인했다고 한다. 서라운드 엣지의 중간 두 부분의 굵어진 지점, 즉 2개의 튜블러 링이 콘의 엣지 서라운드에 몰딩되어 서라운드 주변부의 공진에 따른 움직임을 안정화하고 유닛의 찌그러짐이나 왜곡을 방지한다.
마지막으로 트위터에 적용된 IHL (Infinite Horn Loading) 인클로저 기술은 중역에서와 같이 후방을 향한 마이너스 에너지를 가진 원치않는 신호를 캐비닛의 용적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 좁은 공간에서 효과적으로 감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전면 트위터로부터 인클로저의 후면과 연결된 혼구조의 연결통로에 댐핑물질과 흡음물질을 채워넣어 에너지를 서서히 감쇠시키는 구조로 되어있다. IHL구조를 채용함으로써 어쿠스틱 임피던스 성분이 제로에 가까워져서 트위터 돔이 후면으로 마이너스 에너지를 방사할 때에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며, 또한 트위터를 감싸고 있는 모노블럭 프레임은 다른 유닛이나 외부의 진동에너지가 트위터에 전달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차단시키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이런 구조들은 깨끗한 고역 신호를 재생하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캐비닛의 공간을 적게 차지함으로 인해 베이스 유닛을 위한 공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들어보기”
Gregory Porter - Liquid Spirit
Liquid Spirit
Gregory Porter의 Liquid Spirit에서는 녹음이 수록하고 있는 정보량을 유감없이 다 받아 표현해주어 아주 휼륭한 재생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시청환경이 옆벽이 트여있고 오른쪽은 유리벽 상태에 얇은 커튼을 쳐놓은 상태여서 셋업상황 중 특히 ‘Out of phase’ 특성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포컬이 자랑하는 베릴륨 트위터의 활약으로 정위감이 좋았고 금관악기의 묘사력과 전달력이 인상적이었다.
스피커의 위치가 벽과 상당히 붙어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무대의 깊이감 표현이라는 부분에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양 옆으로 무대를 형성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볼 때 별다른 단점은 감지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짜임새 있는 재생음을 보여줘서 타악기와 박수소리, 탬버린 등 혼재해 있는 타악기 간의 정보의 표현이 좋았고 보컬의 두께감도 칭찬할만 하다.
Erich Kunzel - Bandinten Galop
Cincinnati Pops Orchestra
신기술 적용으로 인한 유닛의 스피드 감을 확인해보고자 텔락 레이블에서 발매한 에리히 쿤젤 지휘의 요한스트라우스 일가의 축제 앨범 중 Bandinten Galop을 들어보았는데, 소프라2가 보여주는 재생음은 상당히 산뜻하고 경쾌한 표현력으로 중간중간 터져나오는 총소리의 다이나믹스가 아주 대단하면서도 자극적일 수 있게 들릴 수 있는 부분을 자극적이지 않고 짜릿하게 잘 묘사해준다. 높은 볼륨에서도 유닛에 무리가 가거나 귀가 따갑지는 않을까 싶은 우려감을 가볍게 날려버리며 아주 말끔하고 전반적인 음의 탄성이나 표현력이 빠릿한 유닛의 제동 특성이 반영된 재생음은 스피커의 과도응답에 대한 장점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보통 빠른 스피드감 있는 음을 보여주게 되면 상대적으로 스피드를 위해 두께감이 희생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되는데 소프라2 스피커는 이런 단점은 관찰되지 않았고 빠른 스피드를 유지하면서도 두께감과 밀도감을 유지하면서 재생하여 포컬의 최신 기술이 반영된 유닛들의 우수함과 신기술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Hans Jimmer - Mambosa
The Classics
세번째 곡으로는 한스짐머의 곡으로 최근에 발매되었던 Classics 앨범 중 Mambosa를 들어보았다. 소프라2가 들려주는 재생음 중 전자악기의 연주를 기반으로 템포가 상당히 빠르게 쉴새없이 내려치는 타악기 타격 연주가 일품이었으며, 핑거슬램 기법이 연상되는 일렉트릭 베이스 악기의 연주가 특유의 분위기를 이끄는 전자음과 어우러져 쉼없이 몰아치며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손짓 몸짓이 스피커 너머로 느껴져서 이 제품이 보여주는 사실적인 묘사 측면에서의 장점을 잘 드러나게 해 주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골드문트의 메티스7 인티앰프와 소프라2 스피커와의 상성은 상당히 좋아보여서 구동이 잘 안된다거나 음을 어렵게 쏟아낸다는 느낌 없이 소프라2를 잘 구동하고 제어하여 골드문드 앰프의 광대역 특성이 스피커와 시너지를 일으키며 재생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Orchestra Anthology - Berlioz Symphonie Fantastique
Reference Recording
레퍼런스 레코딩에서 발매한 Orchestra Anthology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중 단두대로의 행진을 들어보았는데 곡이 지닌 비장함과 아이러니한 경쾌함을 잘 표현하였고, 금관악기의 번쩍거임과 행진곡 풍의 타악기의 연주가 어우러지면서 전체 곡의 분위기를 백그라운드에서 주도하는 팀파니의 리듬을 훌륭하게 표현해주었다. 특히 곡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치닫는 부분에서 마치 단두대가 떨어지기 직전의 클라리넷의 아득한 표현에 이어지는 다이나믹스가 변화 무상한 부분의 표현력은 아주 일품으로 처형 순간의 비장함을 잘 표현하며 앞서 두곡에서 보여주었던 장점을 오디오적 쾌감과 함께 유감없이 뽐내어주었다.
“리뷰를 마치며”
하급기에 신기술을 먼저 적용하다보면 가끔씩 구형 상급기 모델보다 우수해지는 면이 발견되어 하극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제조사에서는 이번 5월 중순에 열린 뮌헨 오디오쇼에서 소프라 라인을 개발하면서 쌓인 노하우를 플래그쉽 라인인 유토피아 모델에 공통적으로 적용한 신 모델을 발표했다. 이런 측면에서도 본 제품이 지니는 가치는 더욱 빛이 나며 상급기와 가까운 포지션의 가성비를 지니는 제품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증거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서두에서 밝혔듯이 소프라2는 디자인적으로 한 수 먹고 들어가는 매력이 있는데다가 특유의 도도하고 고급진 제품을 만났을 때처럼 인상적이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는 편이여서 인테리어 측면으로도 선호할만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유닛 직경과 케비닛의 용적 한계로 몸으로 전해지는 초저역대까지 표현하는 것은 조금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사이즈 대비 월등하게 나오는 재생음의 규모나 실용 재생대역 내에서의 충실한 표현력은 이 제품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날로 치솟는 가격표에 부담스러운 하이엔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적 접근성도 부담이 덜한 편이고 본 제품을 소유하게 된다면 집에 들어가서 제품을 마주할 때마다 시각적으로, 그리고 제품을 사용하면서 청각적으로 두루두루 만족시켜드릴 제품임이 분명하다. 입문형 하이엔드라고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동호인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보편적인 매력을 가진 제품이 등장했다고 생각한다.
- 염동현
Specification | |
Type | Three-way Bass-reflex floor standing loudspeaker |
Drivers | Two 7" (18cm) "W" woofer 61/2" (16.5cm) "W" midrange with "TMD" suspension "NIC" motor 11/16" (27mm) "IHL" Beryllium inverted dome tweeter |
Frequency response | (+/- 3dB) 34Hz - 40kHz |
Low frequency point - 6dB | 28Hz |
Sensitivity(2.83V / 1m) | 91 dB |
Nom. impedance | 8 Ω nominal |
Minimum impedance | 3.1 Ohms |
Crossover frequency | 250Hz / 2 200Hz |
Recommended amplifier power | 40 - 300W |
DIMENSIONS (H x L x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