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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 라디에이터가 일으킨 나비효과 Verity Audio Lakme Speaker
REVIEW   |   Posted on 2019-08-0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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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프랑스 작곡가 클레망 레오 들리브의 오페라 ‘라크메’(Lakme)다. 캐나다 베리티 오디오(Verity Audio)는 자신들의 스피커 이름에 오페라 제목이나 등장인물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데, 지난 5월 독일 뮌헨쇼에서 첫 선을 보인 최신 스피커 이름이 바로 ‘라크메’다. 오페라 '라크메'는 여주인공 라크메가 2막에서 부르는 ‘종의 노래’(Air des clochettes)로 유명하다.

 

베리티 오디오의 현행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가격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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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Sarastro IIS(자라스트로), Lohengrin(로엔그린), Amadis S(아마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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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Parsifal Anniversary(파르지팔), Leonore(레오노레), Otello(오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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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Lakme(라크메), Finn(핀)

 

 

Sarastro IIS(자라스트로) :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수도자 이름

Lohengrin(로엔그린) : 바그너의 오페라

Amadis S(아마디스) : 프랑스 작곡가 륄리의 오페라

Parsifal Anniversary(파르지팔) : 바그너의 오페라

Leonore(레오노레) :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의 여주인공 이름

Otello(오텔로) : 베르디의 오페라

Lakme(라크메) : 클레망 레오 들리브의 오페라

Finn(핀) : 러시아 작곡가 미하일 글린카의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에 나오는 마법사 이름

 

 


 

 

Lakme의 외관과 스펙, 좌표

 

 

위 라인업에서 알 수 있듯이 라크메는 막내 핀과 오텔로 사이에 위치한다. 핀(2009년 출시)은 전면에 1인치 트위터와 5인치 미드, 후면에 6인치 우퍼 1발이 달렸고, 오텔로(2017년 출시)는 전면에 1인치 트위터와 5인치 미드, 후면에 7인치 우퍼 2발이 달렸다. 잘 아시는 대로 후면 우퍼는 사다리꼴 인클로저와 함께 베리티 오디오의 강렬한 아이덴티티. 두 모델 모두 저역 튜닝은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이며 포트는 후면 우퍼 아래에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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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라크메는 좀 많이 다르다. 우선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 대신 패시브 라디에이터 2발로 저역을 튜닝한다. 후면을 보면 싱글 와이어링 단자 위에 6인치 유닛이 3개 달렸는데, 이 중 2발이 패시브 라디에이터다. 베리티 오디오에서는 어느 것이 우퍼인지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세팅의 용이성과 다이내믹 레인지를 높이기 위해”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채택했다고 한다. 전면 상단에는 1인치 트위터와 5인치 미드가 달렸다.

 

사다리꼴 인클로저도 기존 모델들과 차이를 보인다. 핀을 제외한 베리티 오디오의 모든 스피커는 중고역 유닛을 수납한 인클로저와 저역 유닛을 수납한 인클로저를 디커플링시켜왔다. 라크메 역시 이 전통을 따르긴 했지만, 다른 상급 모델들처럼 확연한 디커플러(decoupler)가 없다. 상급 모델들의 디커플러는 두터운 알루미늄 위아래에 고탄성 폴리우레탄 고무인 소보텐(Sorbothane) 패드를 부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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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하단 베이스다. 핀이 4점 지지 스파이크, 오텔로와 파르지팔 애니버서리 등이 상당한 두께의 아이솔레이션 베이스를 장착한 것과 달리, 라크메는 T자형 알루미늄 포드(tripod)를 달았다. 베리티 오디오에서는 이러한 3점 지지가 스피커 수평을 잡는데 더 용이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트리포드 역시 상위 모델들의 아이솔레이션 베이스에 베풀어진 MASI(Mechanical & Airborne Sound Isolation) 기술이 적용됐다고 한다.

 

유닛을 살펴봤다. 1인치 트위터는 오텔로와 비슷한 1인치 링 돔 트위터, 5인치 미드와 6인치 우퍼 및 패시브 라디에이터 2발은 코팅된 내추럴 파이버 펄프 콘이다. 이에 비해 오텔로의 경우 5인치 미드는 폴리프로필렌, 7인치 우퍼 2발은 리드/페이퍼 펄프를 썼다. 한편 라크메의 6인치 우퍼에는 3인치 보이스코일이 감겼다. 물론 패시브 라디에이터에는 음악 신호가 흐르지 않기 때문에 보이스코일과 마그넷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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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을 보면, 라크메의 공칭 임피던스는 8옴(최저 5옴), 감도는 91dB, 주파수 응답 특성은 35Hz~25kHz(+,-3dB)를 보인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높이는 105.4cm, 최대 가로폭은 38.7cm, 최대 안길이는 39.2cm, 무게는 개당 27kg. 참고로 핀의 높이는 100.3cm, 무게는 25kg, 오텔로의 높이는 110.7cm, 무게는 37.5kg이다. 핀이나 오텔로와 달리 하단 캐비닛 전면을 별도 패널로 마감한 점, 패널을 포함한 전체 인클로저 모서리가 둥글게 마감된 점도 눈길을 끈다.

 

 


 

 

후면 벽과의 거리, 세팅의 중요성

 

 

지난 2017년 3월 서울국제오디오쇼를 방문했던 베리티 오디오 설립자이자 현 CEO 브루노 브샤르(Bruno Bouchard) 씨는 후면 우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전면 우퍼에서 발생하는 저역의 위상 지연 문제(woofer phase of delay problems)를 해결하기 위해 후편 우퍼를 처음(1995년) 파르지팔 때부터 채택했다. 스피커 세팅, 그중에서도 후면 벽과의 거리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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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베리티 오디오에서는 저역의 위상 지연 문제를 우퍼를 아예 뒤로 돌림으로써 해결하려 한 것이다. 저역의 에너지는 뒤에서 들어도 거의 똑같기 때문에 우퍼를 후면을 향하게 해놓음으로써, 우퍼 정면파와 중고역 정면파가 함께 발생될 때 일어나는 우퍼의 위상 지연 문제를 근본부터 없앤 묘수다. 그러면서 트위터와 미드레인지의 소리 출발점(보이스코일)을 일치시키기 위해 배플을 뒤로 약간 경사지게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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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후면에서 발생하는 저역 에너지가 전면 우퍼 스피커나 후면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 스피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다는 것. 더욱이 이번 라크메는 포트 대신 6인치짜리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2발이나 달렸다. 베리티 오디오에서는 라크메와 뒷 벽간의 적정 거리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핀 모델의 경우 천장높이의 0.62배였다. 라크메를 시청한 하이파이클럽 제2시청실의 천고는 2.8m. 핀 기준에 따르면 173.6cm를 띄어야 한다는 얘기다. 일반 가정집에서는 확보하기 쉽지 않은 거리다.

 

라크메를 듣다가 세팅을 달리해봤다. 처음에는 뒷 벽과 140cm 띄운 상태에서 듣다가 80cm로 확 좁힌 것이다. 그랬더니 에너지감은 대폭 늘었지만 대역 밸런스가 모두 무너졌다. 마커스 밀러의 ‘Trip Trap’은 저역이 동굴에서 울리는 듯했고 저역이 중고역을 심하게 마스킹 했다. 제니퍼 원스의 ‘Way Down Deep’은 저역의 윤곽선이 풀어지고 그 단단했던 음들이 졸지에 펑퍼짐해졌다. 바로 원상 복귀했다. 참조하시기 바란다.

 

 


 

 

패시브 라디에이터 vs 베이스 리플렉스

 

 

3년 전 베이스 리플렉스의 작동원리를 작정하고 파헤쳐 본 적이 있다. 콜라병(인클로저)의 주둥이(포트)에 입을 대고 불면 ‘웅~~~’ 하는 소리가 나는데 이를 바탕으로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보니 비교적 쉽고 상세하게 베이스 리플렉스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점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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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게 불 경우 주둥이를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공기의 흐름이 빨라질 것이다. 이 고주파 입장에서 주둥이는 일종의 벽으로 느껴질 것이다. 빨리 주둥이를 통과해야 하는데 자신의 초당 사이클이 너무 높은 것이다. 따라서 일정 주파수 이상의 고주파는 아예 주둥이를 통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2) 약하게 불 경우 주둥이를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공기의 흐름이 느려질 것이다. 이 저주파 입장에서 주둥이 통과는 일도 아닐 것이다. 천천히 통과해도 되는 데다 자신의 초당 사이클마저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주파는 더 많이 주둥이를 통과할 것이다.

 

3) 결국 콜라병 주둥이는 저주파일수록 잘 통과시키는 일종의 로우패스 필터 역할을 한다. 주둥이에서 나는 소리가 대부분 ‘웅~~~’ 하는 저역인 이유다.

 

4) 콜라병이 만들어내는 주파수 중에서 주둥이를 통과하기에 가장 적합한 주파수가 바로 주둥이의 공진주파수(Resonance Frequency)이며, 이는 주둥이를 통과할 때 위상이 180도 바뀌어 나온다.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을 위상 반전 방식이라 부르는 이유다.

 

5) 주둥이가 넓을수록 콜라병 안의 공기가 빠르게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므로 공진주파수는 높아질 것이다. 즉, 커버하는 고역이 높아질 것이다.

 

6) 주둥이가 길수록 콜라병 안의 공기가 빠져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공진주파수는 낮아질 것이다. 즉, ‘웅~~~’ 하는 소리가 어느 정도까지 더 낮게 내려갈 것이다.

 

7) 콜라병이 클수록 콜라병 안의 공기가 더 많이 빠져나왔다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콜라병 안의 압력이 천천히 변하기 때문에 공진주파수는 더 낮아질 것이다. 즉, ‘웅~~~’ 하는 소리가 아주 낮게 내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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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ed by 김편

 

 

이에 비해 패시브 라디에이터는 콜라병 바닥에 우퍼가, 주둥이에 보이스코일(위 그림에서 주황색으로 칠한 부분)과 마그넷(N, S가 새겨진 보라색 부분)이 없는 우퍼가 달린 경우다. 물론 패시브 라디에이터에는 진동판(흰색)이 붙어있는 포머(회색)를 잡아주는 스파이더(노란색)는 붙어있다. 패시브 라디에이터도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이렇다.

 

1) 우퍼 진동판이 앞으로 움직이면, 즉 콜라병 바깥으로 공기를 밀어내면 패시브 라디에이터 진동판은 안으로 밀릴 것이다. 반대로 우퍼 진동판이 뒤로 움직이면, 즉 콜라병 안쪽으로 공기를 압축시키면 패시브 라디에이터 진동판은 바깥으로 밀릴 것이다.

 

2) 두 경우 모두 진동판 직경이 우퍼와 동일하다면 패시브 라디에이터는 우퍼가 발생시킨 주파수에 근접한 주파수를 낼 것이다. 즉, 같은 용적에서 우퍼의 개수를 늘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3) 패시브 라디에이터는 또한 우퍼 움직임으로 인한 콜라병 내부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우퍼의 댐핑 능력과 주파수 응답 특성이 좋아질 것이다.

 

4) 패시브 라디에이터는 주둥이의 넓이와 길이에 크게 구애받지 않을 것이다. 즉,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보다 설계가 용이할 것이다.

 

 


 

 

시청

 

 

시청은 하이파이클럽 제2시청실에서 진행됐으며, 라크메 스피커는 뒷벽에서 140cm 떨어뜨렸고 두 스피커는 260cm 벌렸다. 옆벽과 거리는 각 80cm. 시청실의 천고는 280cm였다. 소스기기는 웨이버사의 W NAS3, 인티앰프는 일렉트로콤파니에의 ECI 6D(8옴 125W, 4옴 200W, 2옴 370W)와 파라사운드의 HINT 6(8옴 180W, 4옴 270W)를 준비했다. 두 인티앰프를 번갈아 물려 들어본 결과, 최종 시청은 HINT 6로 진행했다.

 

라크메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후방 스테이지가 무척 넓다는 것과 저역이 흐트러짐이나 색 번짐 없이 깔끔하면서도 단단하다는 것. 음들이 지저분하거나 뭉개지는 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스피커 같다. 또한 오케스트라의 팀파니 연타에서는 머리가 지끈거릴 만큼 타격감이 상당했다. 이러한 화끈한 에너지감은 역시 6인치 패시브 라디에이터 2발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스톱 앤 고가 확실한, 보다 댐핑력이 좋은 앰프에 물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

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 Symphonies Nos. 5, 8 & 9; Suite From "Hamlet" (Live)

 

오디오 리뷰를 할 때면 거의 언제나 맨 처음 듣는 곡이다. 첫인상은 두 스피커 뒤에서 펼쳐지는 무대가 역대급으로 넓고 깊다는 것. 음들이 필자 쪽으로 덤비거나 들이대지 않아서 너무 좋다. 우퍼와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후면을 향하고 있다고 해서 에너지감이 모자란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오히려 저역이 선명하고 디테일이 보다 살아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역이 통통 튀는 느낌도 전면 우퍼나 후면 포트 스피커보다 훨씬 강하다. 확실히 패시브 라디에이터 특유의 저역 만들기는 느껴졌으나 일부 메이커처럼 저역을 무지막지하게 강조하는 타입은 아니다. 4악장 막판 2분, 팀파니의 연타에서는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가격감이 상당했다. 마치 앞벽이 꿀렁거리는 듯한 싱싱한 저역을 만끽했다. 초저역으로 유명한 제니퍼 원스의 ‘Way Down Deep’을 흥미 삼아 들어보니 역시 단단하고 깔끔한 저역이 터져 나왔다. 댐핑이 아주 좋다.

 

 

Claudio Abbado, Berliner Philharmoniker - Tuba Mirum

Mozart Requiem

 

처음 무대 오른쪽에서 등장한 바리톤 발성에서 힘이 철철 넘쳐난다. 왼쪽에서 들리는 트롬본 역시 야위거나 수척한 기색이 전혀 없으며, 오케스트라는 바닥에 잘 깔린다. 이어 등장한 테너, 메조소프라노, 소프라노의 정위감도 대단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라크메는 대역 밸런스도 그렇고 각 이미지도 그렇고, 지저분하거나 애매하거나 뭉개지는 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스피커다. 메조소프라노와 소프라노의 음색 구분도 확실하다. 지금까지 레오노레, 오텔로, 파르지팔 애니버서리를 모두 들어봤는데, 베리티 오디오의 링 돔 트위터는 물성이 상상 이상으로 뛰어나다. 고음이 상당히 깨끗하게 위로 쭉쭉 뻗는다. 노이즈는 거의 증발된 상태. 이어 콜레기움 보칼레가 부른 바흐 B단조 미사 중 ‘Cum Sancto Spiritu’를 들어보면 민트향 가득한 욕실에서 음의 샤워를 즐기는 느낌이다. 합창단원들도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각 성부의 위치가 홀로그래픽하게 등장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확실히 핀보다 상급기다.

 

 

Chet Atkins - Up In My Treehouse

Sails

 

첫 음부터 신기하고 신비로운 숲속으로 필자를 초대한 것 같다. 그 숲은 모든 나무들이 선명하고 깨끗하며 또렷하다. 그 숲에 깔린 공기도 쾌적하고 투명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리 크지 않은 스피커임에도 저역이 상당한 것을 보면 역시 패시브 2발이 생각 이상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곡에서도 링 돔 트위터가 큰일을 했는데 무대를 횡으로 정신없이 가로지르는 차임의 해상력이 매우 돋보인다. 음에 적당히 온기가 있는 것도 특징. 이어 안네 소피 본 오터의 ‘For The Stars’ 앨범 중 ‘Baby Plays Around’를 들어보면, 그녀가 두성과 흉성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잘 그려준다. 그만큼 이 스피커의 중고역 해상력이 뛰어나다는 것이고, 이 점이 바로 베리티 오디오가 지금까지 후면 우퍼를 고수해오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밖에 안네 소피 폰 오터가 미니어처가 아니라 꼭 사람 크기로 등장하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북쉘프 스피커 특유의 분재가 아니라, 마당에 직접 가꿔놓은 정원을 보는 듯했다.

 

 


 

 

총평

 

 

과문한 필자가 지금까지 들어본 베리티 오디오 4개 스피커(파르지팔 애니버서리, 레오노레, 오텔로, 핀) 소리는 이랬다. 물론 특정 공간에서 특정 앰프에 물렸을 때 확인한 소리이기에 다른 공간과 앰프와 만나면 또 다른 소리를 내겠지만, 최소한 이들 스피커가 갖고 있는 기본 성향과 됨됨이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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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곡에서나 풍성하고 온기 가득한 사운드를 듬뿍 선사했다. 특히 후면을 향한 우퍼(8인치) 설계 덕분에 저음의 양감과 펀치력이 풍부하고 셌다. 그러면서도 중고역대에 일절 해를 미치지 않는 점잖은 미덕이 대단했다. 대역 밸런스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 할 만하다.”(파르지팔 애니버서리)

 

“고급스러운 마감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광활한 음장을 구사하는 솜씨에 여러 번 감탄했다. 특히 생긴 것과는 다르게 위로 쭉쭉 뻗으며 마치 베릴륨 트위터처럼 뽀송뽀송한 에어리감을 선사한 링 트위터가 압권이다.”(레오노레)

 

“세팅에 상당한 내공을 요한다. 뒷벽과 너무 사이를 벌리거나 좁히면 대역 밸런스가 단번에 틀어진다. 하지만 이런 수고스러운 세팅이 끝나면 이 스피커는 너무나 감칠맛 나는 소리를 들려준다. 대편성곡은 광폭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여성 보컬 곡은 나긋나긋한 숨결을, 힙합은 소름 돋는 클럽 사운드를 들려준다. 산전수전 다 겪은 애호가들이라면 더욱 마음에 들어 할 스피커다.”(오텔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를 들어보면 남녀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무대가 마치 꿈틀대는 하나의 생명체 같다. 음이 혼탁하지 않고 각 음의 위상이 딱딱 맞아떨어진다. 제시 쿡의 ‘Vertigo’에서는 기타 음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서슬 퍼렇게 들려 정신이 번쩍 났다. 싱싱하고 건강한 음. 비록 베리티 오디오의 막내이지만 그 텐션과 포텐은 상당하다.”(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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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라크메는? 필자는 과연 1년 후 이 스피커를 어떻게 기억할까. 그것은 바로 다른 베리티 오디오 스피커보다 훨씬 깔끔하고 단단한 저역, 탁 트인 후방 스테이지가 돋보이는 스피커로 기억할 것 같다. 세팅도 다른 스피커들보다 세세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 밖에 링 돔 트위터 특유의 맑고 깨끗한 고역도 인상적이다. 

 

이 같은 인상에는 물론 내부 정재파를 없앤 사다리꼴 인클로저와 저역의 위상지연 문제를 해결한 후면 우퍼가 큰 역할을 했지만, 결정적으로는 우퍼부에 수납된 패시브 라디에이터 2발의 힘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패시브 우퍼가 불러온 나비효과라고나 할까. 나중에 라크메에 대한 베리티오디오의 기술백서가 나오면 꼭 탐독하고 싶은 이유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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