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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카바세 무라노 알토 (Cabasse Murano Alto) 스피커
REVIEW   |   Posted on 2023-07-19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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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무라노 알토]


 

 

들어가며

 

마리 앙투아네트로 대변되는 호화로운 궁정,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며 왕정을 전복시킨 프랑스혁명, 문예사조이자 예술운동이었던 낭만주의가 발발된 곳, 바로 프랑스죠. 프랑스는 오늘날에도 디저트를 비롯한 요리, 패션, 향수 등으로 세계 문화와 예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매력적인 오디오 브랜드를 다수 탄생시킨 오디오 강국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진공관 앰프의 전통강자 중 하나인 자디스, 카오디오와 홈오디오 양 진영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며 영국의 네임오디오까지 인수해 버린 포칼, 그리고 최근들어 심미적인 디자인과 첨단 기술로 큰 인기를 호가하며 매스 마켓까지 넘보고 있는 드비알레 등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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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카바세 (Georges Cabasse)

하지만 시계를 조금만 뒤로 돌리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는 누가 뭐래도 카바세(Cabasse)였죠. 1950년, 조르주 카바세(Georges Cabasse)에 의해 설립된 카바세는 현존하는 프랑스 스피커 제조사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카바세가 프랑스를 대표할 수 있었던 건 비단 유구한 역사 때문만은 아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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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영화관용 양방향 동축 스피커, 1958년, 진공관 앰프 내장 3웨이 액티브 스피커, 1993년, 4중 동축 (Quadri Coaxial) 스피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1865년, 프랑스 해군에게 함대용 수중 확성기, 1974년, 메종 드 라 라디오 (Maison de la Radio, 프랑스의 모든 국영 라디오 방송국 본사와 국립 오케스트라의 관리 사무실, 방송 스튜디오 및 공연장이 모여있는 건물)에 액티브 스피커를 납품하는 등 카바세가 프랑스의 국가 및 공공사업에 기여한 바는 지대했고, 전 세계 오디오 산업에 남긴 유산은 찬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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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도는 카바세에게 분기점이 되는 해였습니다. 자사의 모든 기술력과 예술혼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완성한 마스터피스, '래 스페어(La Sphere)'를 오디오 공학 학회인 AES(Audio Engineering Society)와 세꼐가전전시회 CES에서 발표한 기념비적인 해였거든요. 2개의 구형 동축 스피커, 1개의 필터, 그리고 4개의 파워 앰프까지, 구성부터 화려했던 래 스페어는 이론적인 접근 방식과 소리, 그리고 외관까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현재는 2개의 구형 동축 스피커, 4개의 파워 앰프, 4개의 프로세서, 1개의 프리앰프, 1개의 스트리머로 구성이 추가됨)

 

하지만 너무 무리를 한 탓이었을까요? 카바세는 그 해를 미처 넘기지 못 하고 캐논(Canon) 유럽 지사에 인수되는 안타까운 행보를 걷게 됩니다. 2006년이 기념비적인 해이자 동시에 비극적인 해가 된거죠. 그 이후로 카바세는 한동안 특별한 신제품 출시 없이 암흑기를 보내게 되고요. 그로부터 8년 후, 카바세는 2003년에 설립된 프랑스의 스마트 홈 벤처기업 에이웍스(AwoX)에 인수되면서 다시금 자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신제품을 하나 둘 출시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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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북서쪽의 브루타뉴 지방 해안가에 위치한 카바세 본사 

 

9년이 지난 지금, 카바세는 과거의 규모를 완전히 회복했습니다. 래 스페어에서 파생된 원형 셰입의 액티브 '라이프스타일 스피커' 6종, 일반적인 외형의 패시브 '하이파이 스피커' 7종, 영화 재생을 위한 '서브우퍼' 6종, '사운드 바' 1종, '블루투스 스피커' 2종, '커스텀 인스톨레이션' 18종까지 라인업은 물론, 제품수도 어마어마하게 다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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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세 무라노 알토

 

그 중에서 오늘 살펴볼 제품은 '하이파이 스피커' 제품군 중 최상위 모델인 '무라노 알토'입니다.

예전부터 합리적인 가격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기술력으로 높은 가성비와 오디오 애호가들의 귀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음색을 자랑하던 카바세였기에 저 역시 기대감을 가득 안고 한껏 부푼 마음으로 만나봤는데요, 그럼 외관부터 찬찬히 한 번 살펴볼까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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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인클로저는 좌우 측면이 곡선으로 이루어진 반 류트형으로,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셰입은 뒷면까지 둥그런 완전한 류트형만큼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직사각형 대비 내부의 회절과 정재파로 인한 왜곡에 영향을 덜 받는다는 이점이 있죠. 소재는 MDF인 듯했는데요, 두드려봤을 때 측면의 울림이 더 긴 걸 봐서 아무래도 유닛과 포트가 장착되어 있는 전후면의 두께를 더 두텁게 처리한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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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은 글로시 화이트, 글로시 블랙, 글로시 마호가니로 총 세 가지가 제공됩니다. 매거진측에 전달된 건 화이트 색상이었는데요, 만져보니 마감은 흠잡을 데 없이 고르고 질감 역시 매끈했습니다. 하단의 받침대도 통일감 있게 동일 소재 및 마감의 플린스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고요. 여기에 더해 유닛을 감싸고 있는 베젤, 하단의 로고, 그리고 플린스 모서리의 다보 헤드들은 실버 색상의 알루미늄 소재로 이루어져 있어 포인트 역할을 톡톡이 하는데요,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그릴 역시 '착' 달라붙는 마그넷 방식에, 화이트 마감과 잘 어우러지는 그레이 색상이 제공되고요.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인클로저의 밀도가 최근 스피커들 대비 그리 높지 않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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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으로 넘어가보면 유닛 별로 포트가 총 세 개 뚫려있고, 이 중에서 우퍼용 두 개는 하단에 위치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요, 풍부하면서 명로한 저음역대를 내기에 최적의 길이로 포트관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포트의 개구부는 바깥쪽으로 벌어지는 나팔형(Flared)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런 형태는 공기가 배출될 때 발생하는 와류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죠. 또한 포트 마개를 언급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스폰지에 코르크 손잡이를 붙여서 사용 편의성을 높인 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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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디어 카바세의 핵심이자 장기인 동축 유닛을 언급할 차례네요. 잘 아시다시피 동축 유닛이란 2개 이상의 유닛을 같은 축에 두어 설계한 것으로, 음파가 단일 지점에서 방출되는 만큼 일관적이고 자연스러운 소리가 특징입니다. 카바세는 1952년에 특허를 받은 후 현재까지 동축 유닛만을 고집해오면서 지속적으로 개선을 거듭해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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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노 알토 역시 상단에 BC13이라는 이름의 동축 유닛을 장착하고 있는데요, 유닛의 정체는 다름아닌 래 스페어에 장착된 TC23에서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부분을 따온 것입니다. 탁월한 깊이와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 그리고 과장되지 않은 충실한 음색과 밸런스로, 청각적인 피로도가 느껴지지 않는 사실적인 사운드를 구현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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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특성은 카바세의 HDSE 설계 원칙에 기인한 것이기도 한데요, 여기서 HDSE란 Homogeneous Distribution of the Sonic Energy 즉, 음향 에너지의 균일한 분포를 뜻합니다. 카바세는 세꼐 최대 규모의 플로팅 무향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여기서 지향성과 출력을 완벽하게 제어하기 위해 청취 축과 360도 측정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넓고 안정적인 사운드 스테이지, 그리고 직접음과 반사음의 균일한 조화를 구현한다고 합니다. 우퍼와 최적의 작동을 보장하도록 새롭게 설계된 알루미늄 웨이브 가이드 역시 이러한 과정의 결과물 중 하나로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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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cm (6.7인치) 17ND36 우퍼 유닛

하단의 우퍼 두 발은 무라노 알토와 스탠드마운트 스피커인 무라노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17ND36이라는 이름의 드라비어 유닛입니다.
카바세는 70년대부터 평탄한 주파수 대역 생성에 용이한 역돔형 드라이버를 주로 사용해 왔는데요, 17ND36 역시 래 스페어의 55cm 우퍼 컨셉을 소형화하여 역돔형 허니컴 멤브레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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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이버는 4kg에 달하는 대형 모터의 45mm 깊이 에어 갭에 있는 긴 보이스코일로 구동되는데요, 촘촘히 직조되어 있는 만큼 뛰어난 강성과 댐핑으로 변형 없이 큰 폭의 변위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조사에 따르면 작은 볼륨에서도 깊으면서 동시에 탄탄하고 기민한 저음역대를 재생한다고 하네요.

자, 그럼 이제 소리를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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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청음 테스트는 룬(roon)에서 CD 샘플링레이트인 16bit/44.1kHz 이상의 음원들로 진행했고, 왓슨 오디오 (Wattson Audio)사의 에머슨 디지털(Emerson Digital)을 트랜스포트,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사의 No.5206을 DAC 겸 프리앰프, No.5302를 파워앰프로 사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제품들은 선도가 높고 열정적이면서 화려하게 뻗치는 고역을 특징으로 하는 브랜드가 많습니다, 포칼, 트라이앵글과 같은 스피커, 자디스, 오디오 에어로, 아톨 등의 일렉트로닉스 제품들이 그러한 예죠. 하지만 무라노 알토는 카바세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는 제 예상에서 조금은 벗어난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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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ls Lofgren - Keith Don't Go

 

미리 밝혀 둘 것은 무라노 알토가 기볹거으로 현대적인 성향이라는 겁니다. 상당히 투명한 음색과 적극적이고 포워딩한 무대, 거기에 더해 기민한 속도와 탱글거리는 탄력적인 윤곽감으로 생생한 현장감과 리듬감을 자랑하죠. 음의 두께 역시 살짝 얇은 편이고요. 이러한 특성은 닐스 로프그렌의 Keith Dont't Go와 같은 현란한 라이브 곡에서는 물론, 다이애나 크롤의 템테이션만 들어봐도 아주 잘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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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Cassidy - Autumn Leaves

하지만 처음 소리가 터져 나올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귀를 후벼 파는 자극적이고 날카로운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미립자감이 느껴지는 은은한 질감과 조금은 소프트한 터치였죠. 현대적인 스피커들의 경우, 서정적인 보컬 곡 마저도 신나게, 혹은 그 안에 담긴 정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무라노 알토는 에바 케시디(Eca Cassidy)의 Autumn Leaves에 담긴 쓸쓸한 감정과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을 곧잘 표현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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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ji Oue, Minnesota Orchestra - Dance of the tumblers


다음으로 이지 오우에(Eiji Aue)가 지휘하고 미네소타 관현악단이 연주한 림스키-코르사코프(Rimsky-Korsakov)의 눈 아가씨 모음곡(The Snow Maiden) 중 곡예사의 춤 (Dance of the Tumblers)을 들어보면 대역간 및 토널 밸런스는 이질감 없이 아주 고르게 재생되었고, 음색 역시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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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대역은 청감 상 35Hz에서 25kHz 정도로 느껴졌는데요, 비록 다이아몬드나 리본 트위터와 같은 환상적인 초고역은 없었으나 스펙에 명시된 32/38Hz~24kHz와 정확히 부합했고, 부족함 역시 없었습니다. 무라노 알토가 그려내는 공간과 무대는 불만스럽거나 협소하지는 않았지만 제조사가 제시했던 "탁월한 깊이와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는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성능 지표인 정보량이나 다이내믹스 역시 무난한 수준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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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투명하고 적극적이며 포워딩한 무대로 생동감을 주고, 현대적인 성향 답게 기민한 속도와 탱글거리는 탄력적인 윤곽감으로 뛰어난 리듬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여기에 자연스러운 밸런스와 음색, 그리고 은은한 질감과 살짝 소프트한 터치로 자극성을 누그려뜨린 듣기 편안한 사운드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동감'과 '편안함'은 양립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한 쪽으로 치우치면 촌스럽거나 지루한 성향이 될 수 있는데, 이 두가지를 근사하고 듣기 좋게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으며, 결과적으로 누가 들어도 이견 없이 좋아할만한 대중적인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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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카바세의 제품들은 대부분 섬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습니다. 무라노 역시 198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치아 석호의 한 구석에 위치한 인구 5,000명 남짓의 작디 작은 7개의 섬이죠. 무라노의 가치는 유서 깊은 유리 세공에 있습니다. 1291년, 베니치아 공화국이 자국의 모든 유리 제조업자들을 무라노로 이주시킨 이후부터 16세기 말가지 무라노는 수세기 동안 고품질 유리 제조에 대한 독점권을 유지했고, 오늘날에도 무라노의 장인들이 수백년 된 기술로 빚어내는 샹들리에, 장신구, 화병, 술잔 등은 고귀한 아름다움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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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축 유닛을 50년대부터 70여년 간, 역돔형 드라이버를 70년대부터 50여년 간 끈질기게 고집해오며 지속적으로 개선을 거듭해온 카바세가 자사의 하이파이 제품군 중 최상위 모델에 '무라노'라는 이름을 붙인 건 어쩌면 그들의 깊은 유서와 장인정신을 흠모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한줄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근사하지만 친근한 두 얼굴의 야누스 




카바세 무라노 알토

CABASSE MURANO AL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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