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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스타일
몇 년 전 수출 건으로 샘플 상담을 하고나서 폴란드인의 품질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비로소 파악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도 판매중인 그 제품들은 폴란드에서는 소위 ‘품질적 빠꾸’를 맞았기 때문이다. 산업 인프라 기반이 충분치 않아서 우리에게 알려진 자체 브랜드들이 많지 않고 주로 독일의 제품을 수입하거나 독일의 외주생산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같은 이유로 독일제품과 대등한 품질을 넘나드는 게 폴란드 제조업 수준이다. 소득수준은 그리 높지 않지만 생산 및 유통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소비자들도 독일제를 기준으로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 요컨대 폴란드의 소득수준은 동쪽의 구 소련 연방과 유사하지만 공산품 품질에 대한 마인드는 서쪽의 풍요로운 유럽을 바라보고 있어 보인다.
각자의 영역에 따라 폴란드산 제품은 서로 다르게 자리잡고 있겠지만 오디오파일의 경우는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제품그룹을 늘려가고 있는 오디오와 전원장치들로 폴란드를 대면하게 될 일이 많아졌다. 기대치 대비 효과 때문이었을까? 필자가 시청해 본 폴란드산 제품들은 하나같이 거의 최고 수준이었다. 여담이지만, 자사 홈페이지에 있는 제품소개자료를 읽어보면 문체가 흔치 않다. 뭐랄까… 중견리뷰어의 칼럼에서나 볼 수 있는 유려한 문장으로 꽤나 기품있는 단어와 문구들이 채워져 있어서 제품 브로슈어와는 다른, 뭔가 고급의 느낌을 받게 된다.
OPAL 20
▲ Pylon Audio Opal 30 스피커
파일런의 포트폴리오가 다채롭다. 아직 십 년이 채 되지 않은 브랜드로서는 매우 왕성하고 의욕적인 제품 커버리지를 이룩해 놓았다. 모두 보석 이름을 타이틀로 한, 총 7개 라인업이 촘촘한 간격으로 포진하고 있는 파일런 스피커 그룹에서 오팔은 아래에서 두 번째에 위치하고 있다. 블랙 래커 마감의 2웨이 톨보이 구성으로 슬림한 배플이 심플하고 시원시원한 인상을 주는 오팔 20은 펄프콘을 사용한 미드베이스, 우퍼를 위쪽에 배치한 디자인 등의 인상이, 역시 펄프콘을 사용했던 90년대 초반 NHT를 떠올리게 한다. 사운드컨셉은 오히려 거리가 멀다고 해야 할 것 같지만.
마감옵션을 꽤 다양하게 두고 있는 것도 파일런의 특징인데, 시청한 제품은 가장 스탠더드라 할 수 있는 피아노마감이다. 제품의 등급상 제작비의 많은 부분을 외관에 들인 제품은 아니어서 고급스러운 느낌보다는 젊고 심플한 멋이 있다. 인클로저가 11mm 두께로 소개되어 있는데(전면은 25mm) 스피커의 중량이 그리 무겁지 않다. 대역은 아래쪽으로 확장되어 있고(38Hz) 사이즈에 비해 음압이 꽤 낮은(86dB) 편이다. 스피커 터미널은 싱글 와이어링 한쌍이다.
의자에 앉아서 대면하면 트위터의 높이가 꽤 낮은 편이다. 일반적인 시청석 높이에서 보면 우퍼를 넘어서 스피커 상단면이 살짝 보이는 높이니까. 필자가 이해하기로는 이런 비율로 만든 스피커들은 스피커로부터의 시청거리를 꽤 두어야 하는 경우인데, 자료를 찾아보니 Opal 20은 4.5~7.5평 정도의 공간에서 시청을 권장하고있다. 스피커와의 거리를 염유에 두면서 시청을 해보니 대략 3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면 무리가 없었고, 그 이상이 되어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귀높이를 맞출 수 있는 의자 혹은 뒤로 몸을 많이 눕혀서 시청을 하면 이미징이나 스테이징이 좀더 구체적으로 떠올랐다.
파일런 대표와의 인터뷰를 보면 Opal 시리즈는 재즈와 클래식에 적당하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필자가 들어본 바로는 본 제품의 사운드 컨셉은 기본적으로 하이엔드 지향이다. 단지 펄프 재질 우퍼의 특성이 다소 개성있게 반영되어 나온다. 펄프콘의 특성상 응집력이 강한 사운드 스타일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미드 베이스를 연출하는데 마감이 단정해서 동작이 정교한 편이다. 아직 박스를 오픈한 지 몇 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양감이 충분히 나오지는 않았는데, 시청 전에 한 동안 대음량으로 스피커를 울리게 해놓고 나서 시청을 하는 동안 조금씩 소리가 달라지고 있었다.
시청
이 제품이 하이엔드 지향이라고 느낀 첫 번째 이유는 정교한 스테이징과 선명한 이미징 때문이었다. 네임오디오의 유니티 스타를 연결해서 시청했는데, 크고 광활한 스테이징은 아니지만 스테이징이 전방향으로 입체적으로 잘 펼쳐진다. 특히 트위터를 귀높이에 맞춰서 들어보면 이미징과 포커싱이 타이트하고 컴팩트하게 잘 떠오른다.
몇 곡을 연속 시청하면서 드는 생각은 트위터의 성능과 품질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선명하지만 귀를 자극하는 일이 거의 없고 자연스러운 감촉으로 고품질의 고역을 만들어낸다. 아울러 펄프 재질의 우퍼와 음색이나 대역이 위화감없이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많은 신경을 써서 제작한 듯 하다 둘 다 자사에서 제작한 유닛이라는 장점이 잘 살아나는 2웨이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스피커와 쉽게 친해지는 포인트는 중고역으로 이어지는 매끄러운 촉감에 있다.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실키한’ 고역이 여기에 있다. 김윤아의 ‘Going Home’을 2019년 리마스터 버전으로 시청해 보면, 예리하거나 둔하지 않고 맑고 선명한 이 녹음 고유의 음색을 잘 들려준다. 반듯이 날아오는 핵과 그 주변의 짧은 하모닉스가 귀에 닿으면서 마음 속에 미세한 입자로 확산되어가는 느낌이 들려든다. 음에서 감촉이 느껴지는 전형적인 경우로서 매끈한 윤기로 감촉되는 김윤아의 음색이 표현하고자 하는 표정과 메시지로 잘 전달되어 온다. 베이스와의 이음새 또한 의식할 수 없이 매끄럽고 유연하지만 음의 마감이 단정해서 밋밋해지지 않고 일체감있게 들려준다.
안정적인 다이나믹스와 단정한 베이스가 독특했다. 근래 흔히 듣는 베이스는 아니었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이보다 반경이 더 큰 동작을 하도록 제작이 된 듯 하다. 제품의 컨셉으로 짐작컨대 아직 충분한 양감은 아닌 듯 보이지만 스타일로 보아 상당히 역동적인 파워핸들링을 위한 베이스가 아닐까 짐작된다. 드레이크의 ‘One Dance’는 베이스비트 강렬하고 정확한 비트로 동작을 하고 있다. 파워풀하다고까지 하긴 좀 애매하지만 와닿는 느낌이 다소 순한 감촉을 주는 다이나믹스의 품질이 좋다. 기본적으로 정돈이 잘 된 베이스를 기반으로 보컬이 안정적으로 위치하고 타이트하고 선명한 외곽선을 그리며 떠오른다. 다양한 스피커로 들어왔던 트레이크 고유의 음색에 윤기가 흐른다. 백보컬과 여러 악기들이 전후간 정교한 레이어링을 만들어내며 정돈이 잘 되어 있다.
Red Hot Chili Peppers - Californication
채도와 에너지를 조금 높여서 레드핫칠리페퍼스의 ‘Californication’을 들어보면 역시 오팔 20의 스타일을 좀더 반경을 넓힌 질서 그대로이다. 잘 정돈된 사운드와 스테이징이 조화로운 연주를 들려준다. 소리를 억제한 아우성같은 이 곡의 이상적인 상태라 할 수 있는 밸런스가 잘 맞는 사운드 안정적이다. 역동적인 분위기와 심지있는 스트록이 전편에 흐르지만 육중하다거나 밝다거나 하는 특정 대역에 치우친 특성이 없이 여전히 단정하고 정확하게 연주를 들려주어서 호쾌하다. 베이스의 스트록이 순간 높은 옥타브로 이동하는 부분의 역동감도 훌륭하게 잘 전해진다. 과도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Claudio Abbado, Berlin Philharmoniker - Brahms Symphony No.4
자사에서 표방하는 클래식 재생에 적합하다는 말은 분해력을 기반으로 하는 섬세한 표현이 뛰어나다는 사실에 있어 보인다. 촘촘하고 보풀거리는 현악합주의 세세한 질감과 합주 스트록이 수시로 음색과 에너지를 변경할 때마다 표정이 순간 순간 변하는 느낌은 일품이다. 아바도와 베를린 필하모니의 브람스 교향곡 4번 1악장과 하이든 변주곡을 차례로 들어보면 이 스피커의 특성과 실력이 잘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중역대 이상의 섬세함이 선명히 돋보인다. 현악합주는 일체감이 있으면서 정갈하며 관악기의 울림은 맑고 또렷하게 그리고 하모닉스의 그라데이션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울려온다. 반응이 빠른 편이지만 질감이 잘 느껴져서 합주에서도 밋밋하지 않고 감촉이 좋다. 악기수가 늘고 줄어들 때의 화사하게 피어오르고 내리는 느낌은 좀더 화려했으면 싶었지만 구경이 차이가 큰 두 유닛의 조화가 상당히 매끄럽다고 생각된다. 트랜지언트의 순간에도 안정적이고 헤드룸이 크게 여유있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불안정한 곳이 없이 음악에 몰입하게 한다.
Christian Tetzlaff - Sibelius Violin Concerto
테츨라프가 연주하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이 연주 특유의 섬세함이 돋보였다. 중역대에서 높은 대역으로 연속 이동하는 부분의 질감과 보윙의 동작과 울림이 매우 사실적이다. 오케스트라의 합주도 큰 사이즈의 스테이징으로 감싸오며 명쾌하게 바이올린과 구분되어 자리를 잡는다. 주제부의 시린 듯한 스트록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 장면에서의 몰입하는 연주자의 표정이 느껴지는 듯하다. 이 곡이 그렇게 연주되어 들려야 하는 부분을 현장에서의 느낌에 가깝게 사실적으로 잘 들려준다. 베이스 악기의 탄력이 둔중하지 않고 무대 위에 떠 있는 채로의 연주라는 느낌을 잘 전해준다. 투티의 중심에서 들려오는 관악기의 뻗침에서도 평안히 안정적인 느낌이다.
재즈와 클래식에 능하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르에 굳이 구애받는 제품은 물론 아니다. 할시의 ‘Without Me’ 같은 곡도 역시 단정한 미드베이스와 매끄러운 감촉으로 곡에 쉽게 몰입시킨다. 도톰한 질감으로 과도하게 울리지 않고 잘 통제되어 원래의 음원속 정보를 잘 전해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할시의 음색은 몽환적이고 실제로 피부에 울려 와닿는 느낌이 좋다. 통제가 잘 되어 흐르다가 음의 마감 끝에서 살짝 풀어놓는 느낌의 음색이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되며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또한 좋았다. 어쩌면 시청곡 중에서 가장 좋았을 지도 모를 만큼 이 곡의 원래 분위기와 특성에 맞는 훌륭한 연주였다. 단정하고 틀이 잘 잡혀 있는 구도를 기반으로 입체적이고 전망이 좋은 무대를 만들어 준다. 이 곡의 도입부가 그래야 하듯, 음의 마감과 감촉이 역시 매끄러워서 청순하고 아름답게 들려준다. 베이스 임팩트가 단정하고 깔끔하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느낌이 매력적이다. 종종 이 부분에서 느끼듯 클래식 대편성에서와 다른 쾌감을 선사한다. 폭이 크지 않지만 이 곡의 다이나믹스를 안정적으로 갖추고 진행을 하며 정교한 이미징과 하모닉스 가 조화롭게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본질에 집중한 사운드
아마 가격대가 높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 제품은 사운드 품질을 따라 외관을 장식한 버전을 만들어 낸다면 대략 서너배 높은 가격이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음악이 어떻게 들려야 하는 지를 아는 오랜 경험자들이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개성이 있다거나 해서 맞지 않는 오디오파일들이 그리 많지 않을 보편적 하이엔드를 지행해서 제작한 제품이다. 몇 곡을 들어보면 우선 그만큼의 핵심을 갖추고 제작한 제품으로 보인다. 특정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추천할 만하지만 대편성 클래식을 들어보면 좀더 이 스피커가 마음에 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청을 하기 전과 후의 인상이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Pylon Audio Opal 20 Specifications | |
Impedance | 8 Ohm |
Bandwidth | 38Hz - 20kHz |
Nominal power | 60 W |
Maximum power | 100 W |
Efficiency | 86dB |
Dimensions [W x H x D] | 190 x 900 x 280 mm |
Weight | 14 kg / pcs |
Woofer | Pylon Audio PSW 18.8 CS |
Tweeter | Pylon Audio PST T-50/8 |
Spikes + stand | Yes |
Speaker grille | Yes |
Available colours: | - Veneer PVC - black, walnu, wenge. |
- Natural veneer OAK, ennobled with the oil-wax - 11 decors. | |
- Natural veneer OAK, colourless lacquer: wenge, black, walnut, cherry, natural + to choose the front pannel in black mat or black gloss. | |
- High Gloss: white HG, black HG. | |
- Lacquer Mat - white, black. | |
- We can realize individual orders with RAL colour | |
수입사 | 오디오갤러리 |
가격 | 170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