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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심리, 음향과 음악 사이
태초에 굉음이 있었다. 지구가 태어나고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해변의 파도 소리가 부드럽게 찰랑거리며 귓속으로 밀물처럼 들어왔고 산으로 사냥을 가면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와 곤충의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이론적으로 20Hz 수준의 초저역에서 20kHz 초고역에 걸쳐 있다. CD라는 포맷을 처음 만들 때 44.1kHz 샘플링을 규격화한 것은 적어도 가청 주파수 최고 레벨인 20kHz까지 재생하려면 적어도 그 두 배의 샘플링 레이트가 필요하다는 나이퀴스트 이론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가청 주파수 대역은 좀 더 좁아진다.
따라서 모든 스피커는 주파수 중 인간의 가청 주파수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오디오는 초음파를 쏘아 치료를 할 것도 아니며 군사 시설을 파괴하며 전쟁을 치르는 데 사용할 것도 아니다. 의료, 군사, 우주항공 분야의 첨단 기술을 응용하긴 하지만 오로지 가청 영역의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응용될 뿐이다. 박쥐가 곤충을 잡아먹느라 비명을 질러대도 우리는 들을 수 없기 때문에 편안하게 지낼 수 있으며 아무리 저주파 진동이 많은 곳이더라도 코끼리가 아닌 이상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로 오면 이런 과학적 측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우리는 측정 장비 등 기기와 다른 방식으로 음향을 탐지하고 해석하며 심리적인 요인을 더해 인식하기 때문이다. 귓바퀴, 이소골, 달팽이관을 거쳐 청각신경 및 뇌로 전달된 소리 중 연수부를 자극하는 일부 주파수는 인간에게 긍정적 심리를 주며 때로 빠른 비트는 긴장감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단순한 음향 샘플이 아닌 음악은 마치 우주와 천체의 움직임처럼 풀지 못할 미묘한 감성과 심리 상태로 전이된다.
포칼이 제시한 하이엔드 사운드
그 언젠가 포칼이 처음 베릴륨이라는 소재로 만든 트위터를 자신 있게 스피커의 이마에 장착하고 나왔을 때 세상은 깜짝 놀랐다. 굉장히 위험한 물질이지만 엄청난 강도와 넓은 주파수대역을 재생할 수 있는 베릴륨이었다. 실제 처음 들어본 마이크로 유토피아 베릴륨 스피커는 기존 전통적인 금속 트위터나 소프트 돔 트위터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 쾌감을 만들어냈다.
인간의 가청 주파수는 20kHz이기 때문에 그 이상은 의미가 없다는 이론가들의 말을 틀렸다. 무려 40kHz까지 재생 가능한 베릴륨 트위터는 왜 이 정도 광대역이 보편적인 음악 재생에 필요한지 역설했다. 기술적 용어로는 설명이 쉽지 않은 현장 음과 같은 앰비언스와 뭔가 개운하고 상쾌한 분위기가 더해서 음악의 실체감은 더없이 높아졌다. 게다가 포칼은 미드/베이스 우퍼까지 직접 생산해나갔다. 기존의 노란 케블라 진동판을 버리고 W 샌드위치 콘을 개발해냈고 이 외에 각 대역의 데시벨을 조정하는 OPC 필터링, 시간축(위상) 조절 기능인 Focus Time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스피커에 융합했다.
마에스트로 EVO
Focal Utopia 시리즈. 왼쪽부터 Grande Utopia EM Evo, Stella Utopia EM Evo, Maestro Utopia Evo,
Scala Utopia Evo, Diablo Utopia Colour Evo
결국 이런 모든 기술의 핵심은 인간의 음향에 대한 물리 과학적 인식 방법 및 감성적 인지 방식 모두를 위한 소실점을 향하고 있었다. 요컨대 녹음한 음원 마스터 원본에 저장되어 있는 주파수와 진폭 그리고 위상을 최고 수준까지 재생해내고자 여러 각도에서 기술적 실험과 접근을 해왔다. 그리고 결국 그 이상의 꼭짓점에 그랜드 유토피아를 내놓았으며 이후 그 아래로 스텔라, 마에스트로, 스칼라, 디아블로까지 총 다섯 개의 봉우리를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이번에 시청한 제품은 최상위부터 시작해 총 세 번째 계단에 위치한 마에스트로다. 그랜드 유토피아와 스텔라 유토피아가 EM, 즉 일렉트로 마그네틱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반면 마에스트로부터는 페라이트 영구자석을 사용한다. 또한 이번 시청한 제품은 유토피아 III를 개선해 나온 유토피아 III EVO 라인업 중 하나로서 포칼의 최신 기술이 적용된 서열 세 번째 광대역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다.
마에스트로 EVO 스피커는 현재 유토피아 III EVO까지 전진해온 포칼 설계 철학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다. 일단 훤칠한 키에 Focus Time 기술을 적용, 주파수 대역간의 시간차를 최대한 극복하고 있다. 다만 상위 제품처럼 기울기를 따로 조정할 순 없다. 유닛 구성은 3웨이에 총 네 발의 유닛을 투입해 각 대역을 재생한다. 포트를 마련해놓은 저음 반사형 타입으로 전체적인 디자인은 마치 어렸을 적 미래 SF 영화에 나올 법한 세련미가 돋보인다.
IAL2(Infinite Acoustic Loading) pure Beryllium inverted dome tweeter
트위터는 당연히 포칼의 전매특허 베릴륨 유닛으로 현재 IAL2 버전까지 진화한 최신 퓨어 베릴륨 진동판을 채용하고 있다. 트위터 후방을 넓게 열어 내부 공진 포인트를 528Hz까지 내림으로써 매우 깨끗하고 투명한 고역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고역 한계는 위에서 말했듯 40kHz. 리본 트위터나 다이아몬드 등과 함께 가정용 스피커 중 가장 높은 고역 한계를 가진 유닛이다.
왼쪽부터 NIC(Nedutral Inductance Circuit), TMD(Tuned Mass Damper)
미드레인지는 상단에 위치해있는데 이는 여전히 W샌드위치 진동판이나 최신 3세대 버전으로 올라섰으며 독보적인 파워 플라워 마그넷을 채용하고 여기에 더해 NIC(Nedutral Inductance Circuit)을 채용해한 점이 이채롭다. 포칼의 설명으로는 마그넷 내부에 페러데이 링을 삽입해 마그네틱 필드를 안정화시킴으로써 미드레인지 성능을 대폭 상승시켰다고 한다. 더불어 TMD(Tuned Mass Damper)를 탑재했는데 이는 진동판 주변의 서라운드 에지 부분에 서스펜션 구조물을 삽입해 진동판 운동 시 불필요한 공진을 제거해준다.
OPC(Optimum Phase Crossover)
마에스트로는 총 두 발의 우퍼를 사용하고 있다. 10 5/8인치 W 샌드위치 진동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동일하지만 하단 우퍼의 경우는 MDS, 즉 ‘Magnetic Damping System’을 채용해 저역 데시벨을 약간 조정 가능하게 설계했다. 그뿐만 아니라 후방 하단 베이스에 OPC 필터링 기능을 설치해 저역은 물론 고역도 조정이 가능했다. 한편 인클로저는 포칼이 꾸준히 진화시켜온 감마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약 6cm 수준의 고강도 MDF를 사용한 모습. 최근 알루미늄이나 카본 등을 사용하는 여타 하이엔드 메이커에 비하면 이 부분은 조금은 보수적인 편이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마에스트로 EVO의 주파수 응답 범위는 25Hz에서 40kHz. 능률은 93dB에 이른다. 공칭 임피던스도 보편적인 8옴 수준으로 앰프에 커다란 무리를 주지 않는 스펙이다. 하지만 스펙처럼 그리 녹록한 스피커는 아니다. 최소 임피던스는 3.1옴까지 내려가며 추천 앰프 파워가 최소 80와트, 최대 600와트인 점이 말해준다. 테스트는 포칼 공식 수입처인 오디오 갤러리의 삼선동 본사 지하 시청실에서 진행했다. 넓은 시청 룸 환경에 스피커 사이 공간엔 골드문트 텔로스 1000 모노 블럭 앰프만 셋업 해 정위감 확보에 좋았고 이 외에 기기는 사이드로 배치했다. 소스기기는 룬 Nucleus 코어를 중심으로 골드문트 20H DAC 그리고 프리앰프는 22H 프리앰프를 배치해 최정상급 골드문트 시스템으로 시청했다.
Transient response test
Bulb drop Caution: this track may hurt certain people when listened to at high level
Focal Tools CD
우선 포칼 테스트 음원을 통해 전체적인 음향적 성능을 파악하며 청음에 들어갔다. 우선 처음 이 시스템을 들으면 엄청난 광대역에 귀가 아릴 정도로 상쾌하다. 초저역부터 초고역까지 사인파를 흘려보면 저역은 무려 31.5Hz까지 귀에 들릴 정도로 선형적인 저역 특성을 보여주며 고역은 12.5kHz 초고역 시그널도 청감상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한편 ‘Transient response’ 테스트 트랙 중 ‘Bulb drop’에서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유리 깨지는 소리의 충격파가 쏟아져 주변에 뭔가 깨진 것이 아닌지 현실과 재생음의 세계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Staging evaluation
Pencil circle drawings: Macro stereophnic recording
Focal Tools CD
이 외에 ‘Staging evalutation’ 테스트 시그널 중에선 ‘Pencil circle’부분이 돋보였는데 펜으로 조그만 원에서 시작해 점점 커다란 원을 그려나가는 모습이 매우 정교하게 그려졌다. 마치 눈앞에서 커다란 펜으로 그리는 원의 크기가 실 사이즈로 보이는 듯 가상의 이미징을 펼쳐놓았다.
Sara K. - Stars
Hell or High Water
광대역 플로어스탠딩 스피커가 협대역의 북쉘프 등에 비해 좋은 점은 대역 축소와 무대 축소로 인한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현실 세계와 가상의 재생음 사이 간극이 상당히 좁아지면서 오히려 사람은 편안함을 느낀다. 예를 들어 사라 K의 ‘Stars’를 오랜만에 들어보았는데 사라의 보컬이 벽면처럼 새하얀 캔버스 위에 붓으로 점 하나를 툭 찍어놓은 듯 선명했다. 좌/우 채널의 채널 분리도는 굉장했고 특히 비브라폰 같은 악기의 매우 높은 고역대 재생은 베릴륨의 해상도과 초고역 재생 능력을 확인해주었다. 갇힌 느낌은 전혀 없이 하늘로 활짝 기지개를 편 듯 싱싱하게 반짝이는 모습이다.
Paavo Järvi, Viktoria Mullova, Estonian National Symphony Orchestra
Darf ich…
Arvo Pärt
아르보 페트트와 빅토리아 뮬로바 그리고 파보 예르비가 함께한 황금 같은 멤버들이 연주한 ‘Darf ich...’는 작년 발매된 녹음 중 가장 좋아하는 베스트로 꼽았지만 어쩐지 제대로 된 재생 음을 찾기 힘들어 리뷰 테스트 시 제외되곤 했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에선 중역과 고역 사이의 세부적인 디테일 묘사와 골드문트의 지적 미음 덕분에 듣기 좋았다. 바이올린 연주는 우아하고 도도하며 매끈하고 세련된 소리로 펼쳐졌고 무대는 입체적이었다. 어느 정도냐면 악기의 전/후 위치는 물론 악기와 악기 사이의 거리도 눈앞에 두둥실 떠오를 정도였다.
Mickey Hart, Airto, Flora Purim - The Gates of Däfos
Dafos
미키 하트의 ‘The Gates of Däfos’는 대개 트랜지언트 응답 특성이나 다이내믹스 재생 능력을 테스트할 때 사용하는데 오랜만에 플레이리스트에 이 곡을 올렸다. 대체로 저역은 지향성이 없으나 그 위치를 구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저역 퀄리티에서 대개 해상력, 타격감, 어택 스피드 및 양감의 높고 낮음에만 귀 기울인다. 이 스피커는 이런 능력은 이미 충족시켰다. 더불어 공간 안에서 퍼커션들이 난무하는 모습이 제각각의 위치에서 들리며 어떤 세기로 두드리는지조차 세밀하게 구분되었다. 이는 마치 ‘Gravity’ 같은 체험 영화를 보는 것과 유사한 서스펜스까지 몰고 왔다.
Mari Samuelsen , Hakon Samuelsen
Horner: Arabesque From "Pas De Deux"
Arabesque From "Pas De Deux"
포칼 Maestro가 악기의 위치를 눈앞에 펼쳐놓는 방식은 현장의 그것과 유사하다. 더불어 스테이징의 스피커의 크기를 압도할 만큼 커다랗고 입체적이었다. 예를 들어 마리 & 하콘 사무엘센의 ‘Pas de deux’를 들어보면 음색 자체는 약간 서늘한 편이지만 구형에 비하면 텍스처 표현도 훨씬 더 좋아진 모습. 게다가 스피커의 외곽을 훌쩍 벗어난 무대의 펼쳐짐은 역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기시감마저 들었다.
총평
많은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주파수, 진폭, 위상에 관련된 사운드의 핵심 기저 이론을 들먹이며 독창적인 디자인과 파격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너무 성급했다고 판단하고 수정하고 있으며 때로 현재 고해상도 음원에 대응하지 못하고 도태되곤 한다. 포칼의 경우 디자인만 바뀌고 뭔가 파격적인 소재나 설계 변경은 없다고 핀잔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만나본 마에스트로 EVO의 경우 ‘Evolution’이 허언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만일 이 화려한 기술들이 그저 기술로 끝났다면 이 스피커는 그저 평범한 소리를 내는 아름다운 디자인의 스피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번뜩이는 현과 관악, 빛처럼 빨라 미처 손에 잡아보기도 전에 저만큼 앞서가는 타악에선 마치 유령을 본 듯했다. 그리고 이런 모든 부분들은 유기적으로 융합되어 음향, 음질적 쾌감을 극대화했다. 오디오 본연의 임무는 녹음 후 보정을 거친 재생음의 구현이지만 마에스트로 EVO는 보다 현장음에 맞닿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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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 of loudspeaker | 3-way bass-reflex floorstanding loudspeaker |
Drivers | 11" (27cm) 'W' woofer with a Magnetic Damping System (MDS) 11" (27cm) 'W' woofer Power Flower 61/2"(16,5cm) 'W' midrange with NIC motor 11/16" (27mm) 'IAL2' pure Beryllium inverted dome tweeter |
Frequency response (±3dB) | 25Hz – 40kHz |
Low frequency point (-6dB) | 21Hz |
Sensitivity (2.83V/1m) | 93dB |
Nominal impedance | 8 Ω |
Minimum impedance | 3.1 Ω |
Crossover frequency | 280Hz / 2200Hz |
Recommended amplifier power | 80 – 600W |
Dimensions (HxWxD) | 577/8 x 1729/32 x 305/16" (1470x455x770mm) |
Net weight | 255.73lbs (116kg) |
Focal Maestro Utopia EVO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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