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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국내 오디오 애호가 중에 네임(Naim)이란 브랜드를 모르는 이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또 한 번쯤 사용해보지 않은 분들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예전에 나이트 3를 쓴 적도 있고, CDP도 만족하며 사용한 적이 있다. 초기에는 도시락통만큼 작은 사이즈였는데, 점차 커지더니 어느새 옷장만 한 크기로 진화했다. 그 이름도 거창한 “스테이트먼트”(Statement). 마치 세상에 네임의 기술력과 존재감을 강력하게 선언하는 듯하다. 정말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카리스마를 과시하고 있다.
사실 이 제품은 여러 오디오 쇼에서 접한 바가 있지만,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되어 제대로 음을 들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이번 서울 오디오 쇼에서 중간중간 포칼 그랜드 유토피아 EM Evo와 매칭된 음을 듣기 위해 전시 부스를 자주 방문했다. 갈 때마다 좌석이 꽉꽉 들어찼고, 네임 본사에서 온 분의 시연이 쉼 없이 진행되었다. 그분의 성함은 제이슨 굴드(Jason Gould).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이다.
굴드씨를 통해 그간 네임의 역사라던가 스테이트먼트 관련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흡수할 수 있었던 바, 이번 기회에 간략하게 정리해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참고로 그의 영문 이름 이니셜인 JG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현재 네임의 브랜드 대사로 전 세계를 누비며 활발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인터뷰어 : 이 종학(Johnny Lee)
인터뷰이 : 제이슨 굴드(Jason Gould)
-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선 네임의 뜻부터 소개해주시죠. 대체 무슨 뜻인가요?
JG : 영국에서 남자에게 쓰는 이름입니다. 가끔 성으로 쓰이기도 하죠. 이런 이름을 쓴 유명인이 꽤 됩니다.
- 아, 그렇군요. 그럼 네임의 역사부터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죠.
JG : 네임은 1973년 줄리앙 베레커씨에 의해 창업되었습니다. 베레카씨는 기본적으로 엔지니어지만 오디오쪽은 아닙니다. 자동차쪽이 전문이죠. 영국 최초로 미니 쿠퍼라는 작은 승용차의 엔진을 개조해서 레이싱에 참여한 적도 있죠.
- 미니 쿠퍼라고 하면, 요즘의 모델을 생각하는 분도 있을 듯싶은데, 오리지널은 무척 작습니다. <미스터 빈>이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볼 수 있죠. 정말 작습니다. 그것을 개조해서 레이싱에 동원했다고 하니 참 놀랍습니다.
JG : 또 베레카씨는 클래식 기타 연주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차례 레코딩을 했는데, 집에서 오디오로 들을 때마다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특히 앰프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하고, 급기야 직접 만들기에 이릅니다. 이것을 주변 친구들이 듣고 하나둘씩 구매하면서 점차 본격적인 비즈니스로 성장한 것이죠.
- 그렇다면 네임의 제품이 타사와 차별화된 것은 어떤 기술 때문인가요?
JG : 우선 신호 전달 과정이 무척 짧습니다. 이 부분은 당시로는 상상하지 못한 획기적인 발상이었습니다. 따라서 신호 전송 과정에 일체 코일이나 인덕터가 개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과감하게 스피커 케이블을 사용해서 인덕터처럼 활용했습니다.
- 이런 설계 방식은 처음 접합니다.
JG : 또 서킷 자체를 진동으로부터 보호했습니다. 사실 스크루 드라이버로 살짝 서킷 보드를 치면 그 소음이 스피커에서 분명히 들립니다. 그 정도로 진동이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죠. 그래서 일종의 플로팅 방식을 택해, 외부의 충격에서 자유롭게 설계한 것이죠.
- 이런 진동 대책 부분은 현대 오디오의 테마이기도 합니다. 시대를 훨씬 앞질러 그 문제점을 파악했다는 점이 놀랍군요.
JG : 외장 전원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하모닉 디스토션을 저감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전원부를 내장해서 제품을 판매합니다만, 이렇게 외장 전원부를 별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이점이 크기 때문이죠.
- 맞습니다. 전원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또 이런 업그레이드 정책은 애호가에게도 좋다고 봅니다. 일단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다가, 나중에 여유가 생길 때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니까요.
JG : 섀시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습니다. 저희는 섀시에 나사를 박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것들도 역시 진동에 취약해서 외부에 충격이 오면 고스란히 스피커에 전달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섀시 자체를 커다란 판에서 잘라내 구부려서 제조합니다. 거기에 일체 나사를 박지 않죠. 또 그 안에 서브 섀시를 담아 이것을 메인 섀시와 스프링으로 연결시켜 안쪽에 담는 서킷을 보호합니다. 이런 여러 수법은 베레카씨가 자동차 엔지니어링을 하며 배운 것을 응용한 것입니다. 당연히 지금도 이 전통을 잇고 있답니다.
- 네임의 라인업을 보면 상당히 다양합니다. 작은 인티부터 거창한 스테이트먼트도 있고, 라이프스타일이며 스트리밍 디바이스도 있습니다. 이렇게 제품 종류가 많은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JG : 기본적으로 이 제품들을 관통하는 제조 정책은 같습니다. 우선 음악적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기계적으로 잘 만들어도 음악성이 없으면 의미가 없죠. 따라서 모든 장르를 다 커버해야 합니다. 특정 장르만 고집해선 절름발이 기기가 되기 싶죠.
- 이 부분은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JG : 마지막으로 가성비가 좋아야 합니다. 저희는 되도록 많은 분이 오디오를 통해 음악을 즐기고, 생활에 활력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성비를 무척 중요시합니다.
- 맞습니다.
JG : 설계에 있어서도 원칙이 있습니다. 일단 온갖 기술력을 몽땅 투입한 플래그쉽을 만든 후 일정한 개발비를 뽑은 후에, 차례차례 밑의 모델로 이양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작은 인티나 라이프스타일 제품이라 해도 상급기에서 내려오는 혈통이나 기술은 같은 맥락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 가성비가 우수한 데엔 이런 배경이 있었군요.
JG : 예를 들어 우리가 “009”(더블 오 나인)이라 부르는 트랜지스터가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특수한 제품으로, 저희가 특별히 공급받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바이폴라 방식입니다. 다른 TR과 비교해보면 소비전력이 35%나 적고, 37%나 조용합니다. 이것을 스테이트먼트에 채용한 후, NAP 500, 300, 250 등에 이양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식으로 전 라인업에 일종의 통일성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품 종수가 많다고 해서 혼란을 느낄 필요는 없는 것이죠.
- 그럼 스테이트먼트에 대해 간략해 소개해주시죠.
JG : 기본적으로 전 세계의 어떤 스피커라도 다 울리겠다는 포부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므로 8옴에 746W, 4옴에 1,450W를 내는데, 1옴에 이르면 무려 9,000W를 냅니다. 따라서 아무리 능률이 떨어지고, 임피던스가 낮은 스피커도 다 구동하죠. 볼륨단은 디지털로 조작되지만, 실제로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구동 됩니다. 디지털에서 신호를 수신한 후, 실제 작동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극히 디스토션을 억제한 최상급의 볼륨단을 투입했습니다. 또 히트 싱크를 되도록 크게 설계해서 발열로 인한 트러블을 사전에 차단했습니다. 전원부와 메인 서킷을 완벽히 분리해서 일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했고요.
- 정말 사이즈나 출력도 대단하지만, 스피드라던가 정숙함, 무대 연출력 등 여러 면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JG : 사실 스테이트먼트는 미국 시장을 보고 만들었습니다. 미국에는 몬스터라 불릴 만한 저 임피던스 스피커들이 많습니다. 일렉트로 스테틱, 마그나 플래나 등은 대출력을 요구할 뿐 아니라, 저 임피던스의 처리 능력도 뛰어난 앰프를 원합니다. 이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행사에 사용된 그랜드 유토피아라면 구동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죠.
- 맞습니다. 저 커다란 스피커가 완벽하게 앰프에 의해 컨트롤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럼 스테이트먼트를 설계한 분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집니다.
JG : 우선 소개할 분은 스티브 셀스(Steve Sells)입니다. 파워 앰프를 설계한 수석 디자이너로, 무려 18년간 근무했습니다. 한편 프리는 개리 크로커(Gary Croker)씨입니다. 놀랍게도 32년간 네임에서 일하고 있죠. 원래 셀스씨는 대출력 파워 앰프를 늘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원하는 레벨로 설계하고 또 제조하려면 거의 우주선이나 항공기를 제작하는 급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따라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연구비도 많이 소요되었죠. 모든 부품도 최상급으로 투입했고요. 정말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에 뮤조(Mu-so) 이야기를 해볼까요? 뮤조라고 읽죠?
JG : 맞습니다. 이것은 예술이나 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뜻합니다. 따라서 컨셉 자체가 뭔가 예술품을 대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물량투입형이지만, 사이즈 자체는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마무리했습니다. 총 6개의 파워단이 투입되었고, 채널당 80W의 출력을 냅니다. 3웨이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인데, 기본적으로 드라이버와 파워 앰프가 직결된 내용입니다. 따라서 효율이 무척 좋죠.
- 뮤조는 지금껏 네임의 역사를 볼 때 좀 이색적인 제품이 아닌가 싶군요.
JG : 그렇게 느끼는 것이 당연하리라 봅니다. 하지만 저희 생각은 다릅니다. 일단 뮤조를 구입하고 나면, 이후 유니티로 올라가고, 최종적으로 스테이트먼트까지 다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이것을 리사이클러블 커스터머(recyclable customer)라고 부릅니다. 특히 네임은 제품군이 다양해서 맨 밑의 기종부터 출발해서 차근차근 업그레이드의 절차를 따라 네임 제품군 내에서 급수를 올리는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남들이 하이파이 비즈니스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지만, 저희는 이런 충실한 고객이 많아서 오히려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답니다.
- 현재 몇 명이 네임에서 근무하고 있나요?
JG : 총 155명입니다. 그중에 R&D쪽이 25명이나 됩니다. 이 부분이 저희가 가진 큰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연구팀은 모든 부분을 다 계측하고, 기록하고, 연구하고 또 평가합니다. 그러면서 늘 혁신을 추구하죠. 같은 CD 플레이어라도 남들보다 좋게, 같은 스트리머라도 남들보다 좋게. 항상 이런 자세로 제품 개발에 임하고 있습니다.
- 애프터 서비스는 어떤가요?
JG : 저희는 기본적으로 어떤 제품이든 다 고쳐주려고 합니다. 심지어 1973년, 창업 당시에 내놓은 제품도 다 고쳐줍니다. 단, CDP의 경우 픽업 메카니즘이 없을 경우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빼고는 다 애프터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 이번 서울 오디오 쇼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JG : 우선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데에 놀랐습니다. 저희의 오디오 쇼는 그렇지 않거든요. 여기에 많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클래식부터 재즈, 팝 등 다양한 음악을 즐기더군요. 한국에서 이 산업의 전망이 결코 어둡지 않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 그렇군요. 아무튼, 바쁜데 인터뷰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JG : 감사합니다.
P.S) 처음 오디오를 시작할 때 만난 네임. 정말 도시락통만큼 작았지만, 음질 하나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후 나 자신이 오디오 관련 일을 하면서 많은 기기를 접하고 또 배우는 동안, 네임 역시 빠르게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는 스테이트먼트에 이르렀다.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네임의 추종자들은 그 안에서 일종의 업그레이드를 차근차근 단행한다고 한다. 정말 다른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네임만의 독특한 문화랄까 기질이 발견된다. 특히, 이번에 매칭된 포칼 스피커와의 매칭이 워낙 매력적이어서 앞으로 많은 애호가의 주목을 받을 것 같다.
[출처] https://www.hificlub.co.kr/web2017/board/brd_wz_view_n17.asp?pid=10282&table=brd_1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