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김남(월간오디오)

​이 스피커는 파일론 오디오의 여러 스피커 시리즈 중 루비 시리즈의 루비 25인데, 이 시리즈는 다이아몬드 바로 아래 라인이다. 다이아몬드 시리즈 제품들이 일률적으로 약간 경사진 형태이고 트위터는 스캔 스픽, 우퍼는 시어스 제품인데 비해 본 루비 25는 정통적인 직사각형 스타일이고 파일론 오디오의 콘 우퍼와 실크 돔 트위터를 채용했다. 그리고 루비 25는 덕트가 전면 하단에 자리 잡고 있는데, 다이아몬드 시리즈는 모두 후면 덕트형이다. 당연히 루비 시리즈가 거치하기가 쉽다. 벽에 바짝 다가서도 된다.

루비 25는 다이아몬드 시리즈와 우퍼와 트위터의 사이즈는 엇비슷해 보이지만 진동판의 재질이 다르다. 루비 25의 우퍼는 진동판이 Endumax라는 재질인데, 일반적인 유리 섬유와 셀룰로오스를 기반으로 하는 종류보다도 비중이 낮으면서도 내부 댐핑과 강성 사이의 균형이 매우 좋은 재료라고 한다. 트위터는 실크 돔 타입. 결과적으로 이 스피커는 아날로그 환경에서 매끄럽고 선명한 사운드를 목표로 튜닝을 했다는 것. 말하자면 전천후 재생 능력이 좋다는 표현이겠다. 감도 역시 다소 높은데, 그 점이 쉬운 구동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원로 오디오 평론가 선생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에서 오디오 사용자가 현재 한계 상황에 이른 큰 이유는? 그분의 진단에 의하면 ‘오디오 = 클래식’이라는 인식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것. 이 진단은 설득력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국민도 없을 것이다. 그들의 음악은 대중가요이며 그것이야말로 국민 음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어찌된 것인지 대중가요를 들으려면 오디오가 필요 없고, 오디오는 전 국민의 1%도 못되는 고상한 클래식 인구의 비장품이라는 인식이 굳고 말았다. 1%가 뭔가. 아마 0.1%나 0.2% 정도일지도 모른다. 당연히 모든 오디오 리뷰 기사에서도 대중가요를 듣는 경우는 찾을 수가 없고 모두 클래식 일변도이다. 자신은 잘 듣지도 않은 곡으로 부분적 음색만 테스트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클래식 인구보다도 더 적은 재즈가 그 뒤를 잇는다. 수십 년간 그런 관행이 알게 모르게 쌓이다 보니 미국에서 종교가 쇠퇴하듯이 한 줌 클래식 인구는 늘어나기는커녕 줄어들어 버리고 당연히 오디오 역시 그 형태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크라식이 싫습니다. 싫은 정도가 아니고 들으면 기분이 나쁩니다. 어디서 레코드 한 상자가 들어왔는데 물어보니 크라식이라고 하네요. 100장쯤 되는데 나한테 더 이상 묻지 마시고 모두 5만원에 드릴 테니 가져가려면 가져가세요.’ 어떤 인터넷 중고 시장에 떠 있던 글이다. 눈물 나게 웃었지만 아마 이런 분들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9할은 될 것이다. 그분을 포함해서 ‘이미자, 김추자의 노래를 이 기기로 들으면 진짜 좋습니다’ 라고 하면서 가격대 성능비 높은 수입 오디오 제품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본 시청기를 보고 듣다가 그런 생각이 불현듯 치밀었다.​

이 스피커의 시청에서 사용한 앰프는 페즈 오디오의 미라 세티로 8W 출력의 300B 싱글 인티앰프다. 그런데 기묘하게 편안하고 잘 울린다. 음장감도 뛰어나고 독주 현의 찰기와 피아노의 웅장함, 대편성의 호탕함이 예사롭지 않다. 같은 앰프로 다이아몬드 모니터를 들었을 때와는 상황이 좀 다른 것이다. 이런 것들이 오디오 매칭의 신비함이다. 팝 보컬의 생기 역시 고품질이다.

때로는 가격대가 비싼 제품에서 실망감을 맛볼 수가 있는 반면 엔트리 제품에서 감동을 받을 때도 있다. 아마 이 정도 스피커와 앰프에서 이 정도의 품위와 고음질을 만난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수입원 오디오갤러리 (02)549-9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