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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이상훈(월간오디오)
트위스트를 청음해 보면 스피커 사이즈에 비해 글래머러스한 양감에 우선 놀라게 되며, 정확한 포커싱과 디테일이 살아 있는 악기 연출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실제로 데이븐은 트위스트 튜닝 시 리스닝 룸의 벽을 움직여 가며 다양한 청취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였고, 중립성에 포인트를 두고 개발했다고 한다.
‘당신은 지금 행복합니까?’란 물음이 한국 사회에 큰 화두가 된 적이 있었다. GNP와 행복 지수의 성장 관계가 항상 비례하지 않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때마다 비교되는 나라는 북유럽 국가 중 하나인 덴마크였다. 세계적으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불리게 된 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탄탄한 사회 복지 서비스가 근간이겠지만, 그들의 역사와 라이프 스타일을 들여다본다면 좀더 이해를 도울 수 있다. 2차 세계 대전에 이은 경제 불황의 시기를 보낸 덴마크 정부는 주거지 재생 계획의 일부로 질 높은 디자인의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는 인간은 훌륭한 예술과 디자인을 보면 마치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도파민이 자극되어 행복감에 빠지는 것에서 착안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덴마크인들은 첫 월급을 타면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제일 먼저 구입한다. 돈이 생기면 자신을 꾸미기 위한 물건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먼저 투자하는 것이다.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는 이들의 습성은 북유럽 날씨 특성상 집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데서 생겨난 ‘휘게’ 문화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휘게란 집안에서 안락하며 편안하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외적 요인을 바탕으로 성장한 그들만의 문화는 심플한 디자인에 높은 실용성과 편리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제품을 생산하게 되었고, 현재 전 세계 인테리어 기조 중 하나인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데이븐(Davone)은 이런 기조에서 출발하여, 2007년부터 그들만의 제품 철학을 담아 현재 총 7개의 라우드스피커 라인업을 갖고 있는 덴마크의 하이엔드 스피커 제조사다. 데이븐의 제품 철학이란 무엇일까? 물리학 석사 학위를 소지한 항공기술자 출신으로 음향 분야의 전문성과 특히 중세 디자인 및 건축에 깊은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는 제작자 폴 쉔켈(Paul Schenkel)의 인터뷰에서 데이븐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사운드 품질과 디자인의 결합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음질을 더욱 세련되게 만들기 위해 리스닝 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고갈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동사의 제품 라인업은 마치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연상시키는 심미적 디자인을 갖고 있다. 편안한 가죽 소파를 연상시키는 그랑데(Grande), 꽃잎이나 물방울을 닮은 솔로(Solo), 레이(Ray), 튤립(Tulip) 등 캐비닛에 공통적으로 곡선이 들어간 우드 몰딩을 적용하여, 심플하지만 우아한 디자인을 갖고 있어 집안 어디에 놓아도 그 하나로도 완벽한 어울림과 인테리어 효과를 가져오며, 라인업의 공통적 음질 성향에 대한 콘텍스트 역시 잘 제어된 풍성함의 미학을 보여준다.
오늘의 주인공 트위스트(Twist)는 2웨이 플로어스탠딩 타입의 스피커로, 첫인상은 만개 직전의 가장 아름다운 상태의 튤립 꽃봉오리를 닮았다. 전면은 2개의 유닛이 고정된 배플의 양 사이드를 7겹의 비치 우드 소재 패널이 아치 형태로 감싸 단단하게 잡아주며, 측면에서 보면 배플 면이 뒤로 기울어져 아래로 내려갈수록 넓어지는 형상이다. 후면 하단부에 덕트가 있는 베이스 리플렉스 구조로, 덕트 아래 싱글 바이딩포스트가 달려 있다.
트위스트는 전면에 검정 그릴 커버가 장착되는 표준 스타일의 클래식과 그릴 커버 없이 배플을 직물로 덮은 셀렉트 2가지 모델로 출시되었다. 셀렉트는 유닛 오픈형 타입으로 배플 컬러를 대략 28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 이는 스피커가 설치되는 장소와 최대한 조화를 이루게 하려는 제작사의 의도이자 배려라 할 수 있다. 배플에 적용되는 직물은 덴마크의 패브릭 브랜드 크바드라트(Kvadrat)의 메트릭(Metric) 시리즈로 선명한 컬러와 두터운 직조로 외향적인 아름다움과 캐비닛 내부의 음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진다. 타 브랜드를 포함하여 최근의 스피커 캐비닛 개발 경향은 철제나 복합 성형물을 사용하여 공진을 최대한 억제하는 스타일과 MDF 또는 원목에 밀도가 다른 물질을 덧대어 자연스러운 울림을 연출하는 스타일로 나뉘고 있다. 트위스트는 후자의 경우로 패브릭과 정교하게 성형 가공된 원목을 이용하여 최대한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연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위스트의 유닛은 덴마크에서 생산되며, 2.5cm 알루미늄 돔 트위터와 섬유가 혼합된 진동판 구조의 18cm 미드·우퍼를 장착했다. 여기에 4차 필터 중 하나인 Linkwitz-Riley 크로스오버를 설치하여 4Ω에 음압은 88dB로 매칭에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참고로 이 필터의 기본 성향은 롤 오프 시점은 -3dB, Q Factor는 0.49로 다른 필터들에 비해 감미로운 여운과 풍부한 양감이 특징이다. 주파수 대역은 38Hz-30kHz로 사이즈에 비해 표현할 수 있는 저역의 깊이도 적당하여, 니어필드에 사용해도 좋아 보인다.
트위스트를 청음해 보면 스피커 사이즈에 비해 글래머러스한 양감에 우선 놀라게 되며, 정확한 포커싱과 디테일이 살아 있는 악기 연출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실제로 데이븐은 트위스트 튜닝 시 리스닝 룸의 벽을 움직여 가며 다양한 청취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였고, 중립성에 포인트를 두고 개발했다고 한다. 더 첼로 어쿠스틱스의 ‘First’를 들어보면 초 저역의 한계는 있지만, 충분한 깊이와 더불어 캐비닛 공명 직전 제어 능력의 우수함이 느껴진다. 특히 이 음반이 가진 고유의 서정성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표현해주어 자연스럽게 음악에 빠져들게 한다. ‘Live At Blues Alley’ 음반에서 열창하는 에바 캐시디의 보컬은 중·고역대의 에너지감을 저역이 살포시 감싸 안는 형상으로 매우 좋은 음장감을 보여준다. 메이브의 ‘You Brought Me Up’에서는 피아노의 터치감과 투명한 보컬의 하모니가 공간에 자연스럽게 퍼져나간다. 피곤하게 소리를 앞으로 쏟아내는 성향은 아니다. 스펙을 몰랐다면 잘 다듬어진 실크돔 트위터로 착각할 정도로 느긋하며, 나긋하게 음악을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욕심을 부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The Snow Maiden - Dance of The Tumblers’를 걸자 트위스트가 지향하는 사운드 경향이 한 번에 파악된다. 음상이 스피커 후면부에 맺히면서 보컬과 소편성에서 보여주었던 느긋했던 느낌은 사라지고, 각 악기의 위치를 정확히 집어주며 훌륭한 다이내믹스를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좌·우 스피커를 크게 벗어나는 스테이징을 보여주진 않지만 음반에 있는 정보를 가감 없이 표현하는 성향이다.
음악적 상상력을 부추기는 오디오가 아름다워야 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디오야말로 기능과 디자인의 상승 작용이 필수인 제품군이며, 설치되는 장소와의 어울림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데이븐의 트위스트는 디자인과 음향적 성능을 두루 갖춘 스피커다.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8월 한여름 모두가 밖에서 여행을 외칠 때, 거실에 트위스트를 설치하고 음악을 즐겨보자.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게 될 것이다. 당신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Twist Clas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