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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김남(월간오디오)
폴란드 페즈 오디오에서 만들어진 화이트 컬러의 작은 진공관 인티앰프가 삽시간에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 같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반응이 모두 좋다. 그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본지에서 이 제작사의 제품 여러 기종을 들어 봤다. 처음 제품, KT88을 출력관으로 해서 만들었던 티타니아를 듣고 놀랐다. 그 강렬한 인상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인기에 대한 개인적인 분석으로는 무엇보다도 시선을 사로잡는 화이트 컬러가 첫 번째가 아닐까 한다. 세상의 모든 진공관 앰프는 우선 트랜스가 모두 블랙이었다. 그런데 그 화이트 컬러에서 오는 신선한 기대감, 그것이 소리로 이어지고, 다시 편의성과 가격으로 연결되는데 그 대목에서도 어느 하나 실망이 없었다.
엄청난 무게의 파워나 출력 트랜스를 써야 고급품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바뀐 것은 아니지만, 페즈 오디오의 앰프들은 이 정도 무게만으로도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실증을 보여 주는 제품이 되어 버린 것인데, 본 시청기는 여자라고 해도
어렵지 않게 들 수 있는 14kg이다.
이 앰프는 300B를 한 개씩 채용한 싱글 앰프로 출력은 8W로 작다. 물론 유럽 고전관으로 이보다 출력이 반절 이하인 출력관도 있지만, 8W라면 현재의 상용 오디오 제품에서는 확실히 흔치 않다.
페즈 오디오의 내력에 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소개도 했고 이젠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트랜스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온 폴란드인 부친 아래 두 아들이 용돈이나 벌어 보려고 아버지의 트랜스를 사용, 간단한 인티앰프를 만들어 모스크바 오디오 쇼에서 팔아 보려고 갔다가 삽시간에 국제적인 딜러들의 눈에 띄어 현장에서 매진, 그 뒤로 즉시 회사 간판을 세우고 제품 생산을 시작, 이런 것이 주 내용이다.
보급품으로만 보이는 내용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대단한 것은 트랜스에 비결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노하우의 수준이라 분석할 수가 없다. 출력 트랜스는 진공관 다음으로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 페즈 오디오에서는 토로이달 출력 트랜스를 사용해 낮은 왜율(THD)과 8Hz-200kHz라는 광대역을 얻는 데 성공한 바 있고, 자체 기술인 특수 와인딩 기법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토로이달 출력 트랜스의 가능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페즈 오디오를 설립했다고 한다. 종래 출력 트랜스는 모두 EI형 스타일이었다.
시청기처럼 싱글 앰프에 토로이달 출력 트랜스,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 토로이달 초크 트랜스를 쓴 제품은 아마 유일할 것이다. 주파수 응답은 20Hz-65kHz를 보이는데, 고역대를 더 늘릴 수도 있었지만 65kHz에서 멈추는 것이 사운드 면에서 더 좋았다는 것이 제작자의 의견이다.
시청기는 8W 출력이지만 클래식이나 재즈, 블루스 같은 섬세한 음악 재생을 위해 탄생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3극 싱글의 장점은 많고 그 아름답고 순수한 사운드로 정평이 있는데, 미라 세티 역시 그 300B 싱글 특유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다. 시청기를 매칭한 것은 감도가 높은 탄노이의 한 제품이었다. 감도가 90dB을 훌쩍 넘어 100dB에 육박하는 풀레인지나 혼 스타일의 제품과는 당연히 적합하지만, 2웨이 버전 이상의 스피커에 대한 반응은 조심스럽다. 탄노이의 제품과는 만족스럽다. 300B 같지 않게 청량감이 넘치고 풍요로움도 있다. 보컬에서 윤기와 밀도감도 충분하다. 다시 스피커를 바꿔 감도가 다소 낮은 소형 2웨이로 울려 본다. 섬세감이 증가하고 발성이 명확하게 드러나며 팝 보컬의 실체감이 증가한다. 제작사의 튜닝 스피커는 캐슬의 콘웨이, 클립쉬의 콘월, 파일론의 다이아몬드 28이라는 것이 참고 사항.
지금 쓸 만한 300B 싱글 앰프를 선택하려는 분은 이 시청기도 우선순위에 넣어야 할 것 같다. 만듦새와 아름다움, 가격, 그리고 들려주는 소리가 모두 수준 이상이며, 아마 더 이상의 앰프가 필요할 것인지 회의를 느끼는 순간도 많을 것이다.
출력 임피던스 4Ω, 8Ω THD 0.4% 이하 크기(WHD) 36×21.5×34cm 무게 14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