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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이종학(Johnny Lee)(월간오디오)
일단 시원시원하다. 전 대역이 고르게, 동일한 속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특히, 저역이 풍부해서 어느 한 곳에 서브우퍼를 숨겨놨나 살펴볼 정도. 일체 야위거나 신경질적인 구석이 없다. 고역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무터의 신묘한 테크닉이 너무나 정치하게 묘사되어, 본 기의 높은 퀄러티를 실감하게 된다.
하이 스피드, 메커니컬 그라운딩, 레오나르도 프로젝트 등 수많은 화두를 던지며 오디오 업계를 선도해온 골드문트. 아마도 이 회사의 스피커나 앰프를 동경하지 않은 분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가격표를 보면 한숨을 푹푹 쉴 수밖에 없다. 그런 차에, 상급기의 기본 내용을 충분히 투입하면서 요소요소에 원가 절감을 과감하게 실시, 일반 애호가들도 손에 넣을 수 있게 만든 것이 메티스(Metis) 시리즈다. 이번에 만난 7의 경우, 인티앰프의 포맷이고, 최신 기술이 듬뿍 담겨 있어서 구미를 자극한다.
사실 이전에도 골드문트에선 이른바 높은 가성비를 지닌 시리즈를 제안한 바 있다. 그 최근 버전이 메티스라고 해도 좋다. 그렇다고는 하나, 다소 슬림한 외관과 부담이 되는 가격표는 좀 망설이게 한다. 하지만 실제 음을 들어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을 들려준다. 이렇게 비유하면 좋을 것 같다. 정말로 뛰어난 요리사는 복잡한 공정과 품이 드는 요리도 잘 만들지만, 간단한 요리조차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킨다. 메티스가 그런 예에 속한다. 일단 음을 들어보면, 사이즈나 가격표를 일체 생각하게 하지 않는다. 명가의 솜씨는 이런 제품에서도 넉넉히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골드문트는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이했다. 그에 따른 대대적인 신기술 및 신제품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안해 온 넥스트젠의 일환이다. 따라서 본 기에도 이 넥스트젠에서 얻은 기술이 다양하게 접목되고 있음을 밝힌다.
본 기를 설명하기 위해선, 7의 형이라 칭할 수 있는 텔로스 390.5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바로 이 제품에 투입된 기술과 에센스가 본 기에 적절하게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감동적인 것은 DAC까지 내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원래 골드문트는 알리즈(Alize) DAC로 기술력이 풍부하게 확보되어 있다. 그 부분이 과감하게 본 기에 투입된 셈이다. 따라서 ‘DAC + 인티앰프’의 포맷으로 본 기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가장 핵심이 되는 출력부는, 텔로스 시리즈의 증폭단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덕분에 이 작은 몸체에 무려 190W(8Ω)의 출력이 나온다. 이렇게 출력이 높은 이유는, 스피커를 구동할 때 파워를 듬뿍 넣어서 쉽게 운용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음을 들어보면 아주 초대형기가 아니면 대부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결코 엔트리 클래스라고 대충 만들지 않은 것이다.
한편 디지털 쪽을 보면, USB 입력단이 보인다. DSD까지 착실히 대응하며, PCM은 32비트/384kHz 사양을 즐길 수 있다. 이 정도면 최신 디지털 파일을 온전한 모습으로 제대로 핸들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편 디지털 입력으로는 옵티컬과 코액셜이 보인다. 여기에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CD 트랜스포트를 연결하면 된다. 또 아날로그 RCA 입력단도 하나 제공한다. 튜너나 턴테이블을 걸면 될 것이다. 요긴하게 쓸 만한 다양한 입력단을 제공하며, USB 입력으로 PC와 연계해서 편하게 쓰면 좋을 듯싶다. 물론 전문적인 하이파이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항상 골드문트나 메티스의 제품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이 회사는 기본적으로 음이 무엇인가, 그 핵심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어떤 제품을 내던 일정한 수준 이상의 퀄러티를 보장한다. 특히, 수억원대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이런 모델을 낸다고 하면 당연히 그냥 브랜드의 명성을 이용한다고 생각하기 십상인데, 실제로 전혀 그렇지 않다. 메티스는 메티스 나름대로 독자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고 꾸준히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점을 이해하면 본 기의 성능을 더 진솔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