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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주기표(풀레인지)
2~3년 전부터 나는 뮤지컬리델리티의 A1x 리메이크 버전의 출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기념비적 제품을 동일한 디자인으로 다시 새롭게 출시한다는 것은 오디오 마니아로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A1x는 사실 디자인적으로만 보더라도 빈티지 오디오의 로망을 간직하게 충분한 가치가 있었고, 음질은 당연히 새롭게 다시 튜닝이 되어서 나오겠지만, 크게 실망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갑자기 사이트 초기화면에 드러난 독특한 제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법 두꺼운 부피에 제품의 가운데에는 컬러 액정이 들어가 있는 제품, 후면 단자를 보니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하며, 심지어는 하드디스크가 내장된 제품이라니.... 마치 이것은 오렌더와 같은 뮤직서버와 M6si급 인티앰프에 별도의 DAC와 DSP가 내장된 시스템으로 보였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CDP 기능까지 탑재를 함으로써, 아직까지 네트워크 오디오 제품들이 취약했던 CDP 기능과 하드디스크를 내장하지 않고 NAS를 사용하게끔 했던 방식보다 한두단계 더 개선된 제품으로 보였다.
브리티시 오디오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뮤지컬피델리티에서 이런 현존하는 모든 기능을 내장한 올인원 오디오 제품을 중급 HIFI 스타일로 내놓는다는 것만 하더라도 관심이 증폭되는 일이었다.
38.5kg의 임베디드 PC와 운영체제가 내장된 하이엔드급 올인원
임베디드 PC와 운영체제가 내장되고 앰프부는 동사의 인기모델이었던 M6si를 탑재시킨 M6 Encore 225는 출시와 함께 대단한 관심을 불러모았다. 다양한 네트워크 뮤직서버의 기능을 차치하고라도 기본적으로 CDP 기능이 되기 때문에 CD유저들은 다른 기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앰프와 소스기까지 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다.
그리고 M6 Encore 225을 출시 후 1년쯤 지났을까? 이번에는 아예 출력을 2배 이상 증폭시켜 무려 500w 출력을 자랑하는 M8 Encore 500 을 내놓았다. M6 Encore 225가 기대 이상으로 성공을 거두었고 그 상승세를 발판 삼아 아예 하이엔드 시장에서도 만족할만한 궁극의 올인원 제품을 내놓기로 한 것이다.
신제품인 M8 Encore 500은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M8시리즈의 M8-500s 파워앰프의 앰프부를 탑재시키고 M6 Encore 225에서 개발된 네트워크 뮤직서버부를 탑재시켰는데, OS는 계속 개발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이다.
채널당 공식 출력은 무려 8옴에서 500w이며 제품의 무게는 38.5kg이나 된다. 출력이 높더라도 제품의 무게가 너무 가벼우면 구동력이나 앰프의 에너지 능력에 대해서 의심을 하게 되는데, 이 정도라면 청음 전에라도 어느 정도 그 성능을 기대해 볼만한 물량투입이다.
음악 애호가 및 대부분의 오디오 소비자의 요구도 이제는 번잡하게 앰프를 모두 분리하고 소스기까지도 분리해서 사용하기 보다는 믿음직한 성능의 올인원 기기로 통합하는 것이 대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러한 올인원 기기들이 시장에서의 실제 반응과 매출도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 고급 오디오 시스템이라고 하면 대부분 앰프도 분리를 하고 소스기도 분리를 해서 사용하며, 그 사이사이에 주렁주렁 각자의 케이블을 연결하고 파워케이블까지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서 확실히 다양한 제품을 분리해서 구입하고 다양한 케이블까지 신경 써 가면서 오디오를 매칭하기 보다는 믿을만한 성능의 올인원 기기로 운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관리하기도 편리하고 제품을 교체하기도 편리해진 면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올인원 기기라고 하면 대부분 입문기기 수준의 그레이드에서만 제품의 출시가 이뤄졌었고 그 제품의 존재가 부각되었었기 때문에 고급 스피커 사용자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올인원 오디오 제품은 찾아보기가 어려웠었다.
그런 측면에서 CDP 기능과 네트워크 뮤직서버 기능이 탑재되면서, 앰프적인 성능에서도 하이엔드급 제품 부럽지 않을 정도의 물량투입과 튜닝이 이뤄진 M8 Encore 500 정도 장비의 출시라는 것은, 현재 올인원 오디오 시장에서 갖는 의미가 적지 않다. 당장에 관련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어떻게 38.5kg짜리 올인원 오디오까지 나올 수 있느냐는 반응이다.
현존하는 가장 다양한 기능을 가진 오디오 장비
1. 5000장 이상의 CD를 보관할 수 있도록 2TB 하드디스크 장착
이번 리뷰에서는 새롭게 출시한 M8 Encore 500 의 음질에 대한 부분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아직 뮤지컬피델리티 앙코르(Encore) 제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기능 소개를 해본다.
간략하게는 이 제품의 내부에는 PC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만, 그 PC를 오디오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후면 단자를 보면 USB 단자도 여럿 보이고 네트워크 단자와 하디디스크 슬롯까지 확인된다. 대부분의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뮤직서버가 넓게는 이러한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편이지만, 뮤지컬피델리티 Encore 시리즈는 기존 뮤직서버나 네트워크 플레이어 제품들과는 OS자체에서 다소 다른 특성들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뮤지컬피델리티 Encore는 CD리핑에서부터 자체 APP을 통한 네트워크 스트리밍 TIDAL 활용이 가능하며, NAS도 지원을 한다. 외장하드 및 USB메모리도 지원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하드디스크에 내장된 음원들을 다양한 라이브러리 형태로 보관하며 검색하여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네트워크 스트리밍에 최적화 되어 있는 장비들은 대부분 내장 저장장치를 지원하지 않으며, CD재생 기능도 기본적으로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Encore는 내장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와 CDP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장 다양한 기능을 갖춘 오디오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OS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기본적인 사용법의 차이와 그로 인한 사용법의 어색함 등이 있을 수는 있다. 예컨데, M6 Encore 225 제품이 처음 판매되었을 때, CD를 넣게 되면 CD를 재생하지 않고 바로 리핑부터 하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USB메모리나 외장하드도 마찬가지다. 바로 재생하기 보다는 그 안의 음원정보를 바로 내장 하드디스크로 복사하거나 리핑하도록 기본 세팅이 되어 있어서 과거의 다른 제품을 사용하던 입장에서는 어색함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설정 기능을 통해 CD가 바로 재생되도록 수정할 수는 있어서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기능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M6 Encore 때보다 M8 Encore 출시 시점으로 좀 더 개선된 점들이 있다고 하니 기능에 대한 최적화 상태나 편의성에 대해서는 다음 리뷰에서 분석하고 이번 리뷰에서는 음질에 대한 부분에 더 집중하도록 하겠다.
가슴 깊숙히 따스한 온기감과 밀도감을 전해주는 압도적인 음의 깊이감과 감미로움
기본적으로 이 앰프의 성향은 얇고 짜릿한 음이 탁 트이도록 펼쳐지는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대단히 육중하면서도 소리의 피치가 이례적일만큼 낮은 음역대부터 시작되도록 튜닝되어 있다. 이 말은 밝고 높은 음역대의 음이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이 음역대 재생 특성을 바닥이 넓은 삼각형에 비유를 하자면, 밝은 음이 먼저 느껴지게 되는 음질의 경우는 마치 바닥이 넓지 않은 삼각형에 비유할 수 있다면 뮤지컬피델리티 M8 Encore 500의 음은 삼각형의 가장 높은 뾰족한 부분의 높이는 동일하면서 상대적으로 낮고 넓은 바닥 부분이 대단히 넓은 구조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재생 대역은 사실상 동일한 대역을 재생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중저음이 더 넓고 자연스럽게 재생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며, 오히려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의미는 음의 피치가 같은 음을 재생하더라도 좀 더 아래로 내려와서 좀 더 중후하고 좀 더 가지런하며 좀 더 진하고 깊이감 있게 느껴지게 된다고 이해하면 틀리지 않다.
음의 피치에 대한 개념에 대해 잘 이해를 해야 한다. 음의 피치가 높으면 당장에 듣기에는 중고음이 먼저 들리게 된다. 먼저 들린다는 표현을 하는 것은 중고음이 먼저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중고음이 재생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중고음이 먼저 들리게 되면 그만큼 좀 더 선명한 느낌이 들 수는 있지만 반대로 음이 가볍고 날리는 음으로 들리게 될 확률이 높으며 실제로도 대부분 그렇다. 마치 삼각형의 바닥이 지지를 하고 있기는 한데, 삼각형의 상단 뾰족한 부분에 대단히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은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할 수 있다. 그만큼 밸런스가 불안해 지는 것이다.
음의 피치가 낮으면서 재생 정보량이 풍부해지게 되면 음악을 듣는 내내 안정감을 갖게 된다. 음의 피치가 낮아지면 음의 깊이감도 좋아지게 되는데 이것은 중저음이 많이 나온다는 의미와는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 당연히 음의 피치가 낮아지고 무거워지고 깊은 음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중저음의 재생량이 더 많아질 수는 있겠지만, 단순히 중저음이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가벼운 앰프에서는 재생되지 않던 압도적으로 깊이있는 음을 월등히 더 차분한 상태로 중후하게 재생한다는 것이 더 중요한 포인트다.
좀 더 극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음의 피치가 높으면 당장에 중고음이 쨍하게 더 잘 들리기는 하지만 음이 피곤하게 들릴 수 있으며, 가볍고 자극적으로 느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설명이 쉽지 않기 때문에 다시 사진에 비유해서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사진에 줌과 아웃 포커싱이라는 개념이 있다. 피사체를 줌으로 당기고 포커스를 미세하게 한쪽으로만 집중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그 부분만 더 선명하게 보이는 효과는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촬영을 하게 되면 사람의 얼굴을 측면에서 촬영하더라도 한쪽 눈은 선명하게 보이지만 약간이라도 더 멀어지는 다른쪽 눈은 선명도가 흐려져서 선명도가 떨어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반대로 줌렌즈가 아닌 화각을 넓게 촬영하는 광각 렌즈를 이용해서 멀리있는 풍경을 찍는다고 가정해 보자. 평범한 화각으로 찍었을 때는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서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도, 그다지 달라 보이지도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피사체나 평범해 보였던 풍경을 광각렌즈로 넓게 찍었을 때는 뭔가 더 세부적으로 많이 보이면서 더 넓고 드라마틱하게 보이는 특성이 있다. 구도를 잘 잡아서 좋은 기술로 잘 찍게 되면 그 넓은 화각 상태에서도 그 멀리있는 세부적인 피사체들이 디테일하게 모두 잘 보이는 것도 볼 수 있다.
사실 그러한 넓고 장쾌한 화각의 그림이나 사진을 보았을 때는 아무래도 한쪽에만 집중이 되기 보다는 그 넓고 깊은 이미지를 차분하게 오랫동안 감상하게되는 묘미도 있다. 바로 이것이 뮤지컬피델리티 M8 Encore 500이 추구하는 음이다.
얼추 다른 브랜드와 비유해서 설명을 하자면, 대표적인 초하이앤드 브랜드인 G사의 앰프나 P사의 앰프가 내는 음색과도 넓은 의미에서는 같은 궤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뛰어난 스피커 지배력을 바탕으로 오디오의 평정을 유지시키다
물리적이거나 힘과 구동력을 기반으로 한, 앰프로의 성능만으로는 확실히 1000만원 이상의 앰프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앰프 성능의 절반은 힘과 구동력, 스피커 지배력에 관한 부분이다. 자동차 엔진의 성능을 논할 때, 감성적인 부분을 별로 논하지 않듯이 앰프가 우선 기본 덕목은 역시나 넉넉한 힘과 스피커 지배력이다. 과거에도 발언을 한 적이 있지만 나머지 절반이 바로 감성적인 음악성을 논할 수 있는데, 어쨌든 뮤지컬피델리티 M8 Encore500 이 가지고 있는 앰프로서의 성능은 압도적인 수준이다. 다만, 엄중하게 이야기 하건대, 개인적으로는 가격을 막론하고 밝은 성향의 스피커를 매칭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로, 오디오쇼에서는 M8 Encore500에 5천만원 상당의 포컬 스칼라 유토피아 EVO를 매칭해서 시연을 했는데, 뭐가 부족한지 쉽게 느끼기 어려웠고, 필자에게도 스칼라 유토피아나 모니터오디오 플래티넘 등의 스피커가 있는데 딱히 부족함을 지적하기 어려운 음질을 구현해 주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스피커에 대한 지배력도 대단히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포컬이나 모니터오디오 플래티넘은 밝은 성향의 스피커다. 사실 전형적인 하이앤드 스피커들은 소프트돔 트위터를 사용하는 스피커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밝은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스피커에 스피커 지배력이 떨어지는 앰프를 매칭하게 되면 음이 가볍게 된다. 음이 가볍고 깊이감이 턱없이 부족하게 된다. 선명하기는 하지만 음의 깊이감과 질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