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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RANGE REVIEW
나그라 사운드의 무한한 매력 속으로
나그라 Classic DAC & INT
스위스 하이엔드의 등불, 나그라
▲ 영화 "봄날은 간다"의 한 장면, 유지태가 들고 있는 것이 나그라의 제품이다.
노란 대숲 위로 부는 바람, 그 사이로 한 남자가 녹음기를 들고 눈을 감은 채 서 있다. 마치 사자의 갈기처럼 바람에 흩날리는 마이크 두 대 사리로 헤드폰을 머리에 낀 주인공. 바람 소리 사이사이로 개가 짖어대는 소리와 갈매기 우는 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멀리서 들리는 뱃고동 소리마저 가늘게 귓가에 스며와 대숲의 주변 상황을 환기시켜준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주인공이 이 모든 소리를 녹음하는 데 사용한 것은 나그라 릴 녹음기다.
지금도 릴 녹음기와 릴 데크는 컬렉터들 사이에 인기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릴 데크의 인기가 더욱 오르고 있다. 최근 해외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다시금 릴 데크가 출현하는 것은 물론 레복스에서 2017년 R2R 테잎 머신을 출시한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블루노트 등 몇몇 재즈 레이블의 1950년대 황금기 시절 마스터는 모두 릴 테잎에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마스터로 사용한 오리지널 LP는 물론 재발매 LP도 이제 그 가치가 치솟고 있다.
▲ 나그라 시리즈의 창시자, 스테판 쿠델스키(Stefan Kudelski)
나그라는 릴 녹음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메이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단지 그 뿐만이 아니다. 릴 녹음기는 나그라의 일부일 뿐이며 방송, 녹음르 통해 이미 독보적인 메이커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오디오파일에게 나그라가 알려진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쿠델스키 그룹의 자회사 나그라 오디오는 쿠델스키의 사망과 나그라 오디오의 운영자 장 끌로드 슐럽의 은퇴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하이엔드 오디오로서 나그라의 시작은 2012년 경이다. 오디오 테크놀로지 스위스(Audio Technology, Switzerland)가 출범하게 된 것.
나그라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등불처럼 홀연히 나타났다. 쿠델스키의 딸 마거릿 쿠델스키가 이끄는 나그라는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로서 시작과 동시에 새로운 라인업을 소개하면 전 세계 오디오파일을 흥분시켰다. Jazz, Melody, PSA, PMA 등이 그 결과물로 나그라는 녹음이나 방송장비가 아닌 오디오파일을 위한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로 새롭게 발돋움하게 된다.
클래식 INT
스위스 메이커답게 나그라의 하이엔드 오디오 라인업은 그들의 전통적인 디자인이 우선 돋보인다. 스위스 나이프로 정교하게 재단한 듯 말끔한 표면과 외곽선, 그리고 조그맣고 동그란 노란색 표시창 등은 나그라 디자인을 대표한다. 또한 솔리드 스테이트는 물론 진공관 앰프 라인업이 시선을 고정시킨다. 놀라운 것은 디지털 분야다. 나그라를 단지 앰프와 녹음 장비만으로 상상하던 오디오파일에게 나그라는 이미 HD DAC 라는 빼어난 DAC 로 충격을 준 바 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제품은 클래식 라인업 안에 포함된 인티앰프와 DAC다. 거의 분리형 앰프만 소개하던 나그라가 자사의 라인업에서 일체형 타입의 앰프를 발매했다. 최상위 레퍼런스급 제품만 출시해오던 그간의 나그라로서는 대단히 의미심장한 라인업 출현이다.
일단 인티앰프부터 살펴보면 기존에 클래식 프리앰프와 클래식 파워앰프를 한 몸에 축약해 담은 컨셉을 자랑한다. 대신 분리형 프리앰프에 포함되어 있던 진공관을 과감히 제거하거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모두 솔리드 스테이트 타입으로 설계한 모습이다. 8옴 기준 채널당 100와트 출력으로 과도한 대출력 보다는 밸런스와 음색의 질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나그라의 독보적인 기술이 대거 투입된 앰프라고 할 수 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여타 보편적인 앰프들과는 다른 인터페이스가 돋보인다. 좌측으로는 나그라 제품들에서 일관적으로 볼 수 있는 모듈로미터가 위치하며 은은한 불빛이 들어온다. 우측으로 작은 디스플레이 창이 위치하며 우측으로는 컨트롤러 노브가 보인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마치 과거 나그나의 릴 녹음기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의 볼륨 노브가 마련되어 있다. 마지막으로는 뮤트와 ON/FF 등의 기능을 담은 셀렉터가 보인다.
클래식 인티의 기능적인 재미는 또 있다. 본 앰프는 한 개의 XLR입력단과 네 개의 RCA 언밸런스 입력단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이 각각의 입력단은 연결하는 소스기기의 출력 레벨에 따라 입력 게인을 조정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출력 게인의 조정 기능이다. 이는 전면 패널에 마련되어 있어 간단히 조정할 수 있다. 이 기능은 출력 게인을 0dB 디폴트 상태에서 +12dB로 상승시킬 수 있다. 이는 사용하는 스피커의 음압이나 또는 리스닝 룸의 사이즈에 따라서 적당한 게인을 선택해 적용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해준다.
클래식 인티앰프는 최신 주류 인티앰프처럼 프리 아웃 기능이나 또는 바이패스 등의 기능을 과감히 생략해 독립적으로만 운용할 수 있다. 또한 일체의 디지털 섹션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나그라 자사 앰프의 독자적인 설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오직 나그라만의 음질을 감상하라는 의지로 파악된다.
클래식 DAC
두 번째로 클래식 DAC를 살펴보면 클래식 INT 와 완벽한 커플링을 이루는 디자인을 갖는다. 나그라의 팬이라면 클래식 DAC를 보면서 자여스럽게 전작 HD DAC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 플레이백 디자인의 안드레아스 코흐가 설계한 FPGA를 탑재한 디스크리트 DAC 모듈을 탑재해 커다란 호응을 받으 바 있는 HD DAC 말이다. 또한 쌍삼극관을 사용한 진공관 출력단은 나그라 사운드를 디지털로 오롯이 담아냈었다.
클래식 DAC 는 바로 HD DAC 에 적용되었던 여러 핵심 기술을 트리클 다운한 내용물을 담고 있다. 물론 안드레아스 코치가 이끄는 AK디자인의 DAC를 사용한다. 따라서 PCM 32bit/384kHZ 그리고 DSD128까지 모두 재생 가능하다. 내부 연산은 72bit 정밀도로 이루어지며 나그라에서는 이런 독보적인 방식 덕분에 아날로그단에서 steep-slope 입력 필터가 제거되어 훨씬 더 뛰어난 하모닉스와 트랜지언트 성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출력단의 경우엔 진공관 대신 트랜지스터를 사용한 디스크리트 방식 설계를 채택했다. 채널당 총 9개의 선별된 트랜지스터를 사용하며 A클래스로 작동시켜 가장 이상적인 아날로그 출력 신호를 얻어내려는 설계다. 전원부는 총 25개의 내부 전원단을 구성해 제품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클래식 DAC는 전체적으로 HD DAC에서 출력단을 솔리드 스테이트 타입으로 바꾸고 헤드폰 출력단과 볼륨단을 과감히 제거해 오직 DAC 성능에만 주력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전원부 같은 경우는 옵션으로 MPS 라는 외장 전원부를 마련해두고 있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테스트를 위해 준비한 시스템은 포컬 Sopra No.1을 중심으로 음원 트랜스포트로 오렌더 N100을 사용했다. 클래식 DAC 와 오렌더 사이는 USB 케이블로 연결했고 체르노프 스피커 케이블 등을 사용했다. 테스트 공간은 풀레인지의 메인 시청룸이었다. 시청 공간에 비하면 클래식 INT 의 게인이 약간 낮게 판단되어 인티앰프의 게인을 +12dB 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입력 게인 같은 경우엔 Normal 로 세팅 후 청음 했음을 밝힌다.
- Sopra No.1을 몇 번 들어본 경험에 의하면 나그라 클래식 인티앰프와 DAC의 토널 밸런스는 무척 중립적이며 차분한 편이다. 레이첼 페렐의 ‘My funny valentine’를 들어보면 Sopra는 마치 잘 길들여진 듯 부드럽고 여유 있게 숨을 고른 소리로 화답한다. 나그라는 언제나처럼 음촉을 희생시키지 않고 전체적인 음정을 착 가라앉히는 재주가 있다. 따라서 매칭에 따라 다소 엷거나 소란스럽게 들릴 수도 있는 Sopra 의 고역을 산뜻하면서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중요한 것은 그 와중에서도 고역의 순도를 크게 해치지 않으며 윤기 있고 고혹적인 음결로 잔잔한 음악적 에너지를 온전히 청자에게 전달해준다는 사실이다.
- 존 서먼의 ‘Portrait of a romantic’은 중역과 고역의 표현이 조금만 과장되어도 매우 거칠거나 탈색되어 들리기 쉬운 레코딩이다. 예를 들어 색소폰이 거칠게 갈라지거나 표면이 번들거리며 번져 버리기 일쑤다. 나그라 같은 경우엔 포컬 Sopra 의 베릴륨 트위터에 약간의 온기를 불어넣어 살랑거리며 살짝 높은 고역에서도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빽빽하고 단단하게 압축된 중, 고역이 아니라 너울거리는 공간의 홀톤을 풍부하고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 과거 나그라 초장기 제품들에선 약간 왜소하고 에너지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나그라의 제품군에서는 그러한 과거의 느낌이 사라지고 매우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추진력과 에너지가 넘실댄다. 예를 들어 찰스 로이드의 ‘Masters of war’를 들어보면 우선 음색적으로 군살이 쪽 빠져 무척 정갈하고 개운한 소리다. 그리고 그 내부는 무척 투명하며 시냇물이 흐르는 듯 자연스럽고 아기자기하다. 어택에서 릴리즈에 이르기까지 억지가 없고 약음에서 강음까지 넓은 컨트라스트 대비를 보여준다. 블루지한 리듬섹션 또한 가뿐한 느낌이다.
- Sopra No.1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으나 나그라 인티앰프와 DAC 는 매크로 다이내믹스보다는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표현이 더욱 돋보인다. 청취자를 향해 빠르게 앞으로 쏟아지는 스테이징은 나그라의 취향이 아니다. 나그라는 아기자기하게 각 악기들을 정교하게 입체적으로 위치시킨다. 마리스 얀소스 지휘의 말러 1번 교향곡 4악장을 들어보면 공간의 크기에 상관없이 또렷한 포커싱에 예쁘게 모락모락 타오르는 듯한 음악적 하모닉스로 풍부하게 공간을 채워준다. 에어리얼 모델 7T 같은 저능률 스피커에서는 저역 다이내믹스가 급격히 하강하지만 Sopra No.1 에서는 전혀 문제없이 저역을 맛있게 요리해낸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 평
나그라의 사운드는 여전히 영롱하게 빛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디지털 음원을 듣고 있으면서도 아날로그 LP를 듣는 듯 디지털의 피로감이 사라져 있음을 문득문득 발견하게 된다. 일체의 과장된 제스처나 억지스러운 표현은 완전히 제거되어 있다. 따라서 피로감 없이 무척 자연스럽게 음악에 몰입하게 된다. 특히 현악이나 피아노 삼중주 등 실내악에서 포근하고 부드러운 촉감은 마치 진공관 앰프 같은 늬앙스를 선사한다. 재즈 피아노 트리와 보컬에서도 나그라 특유의 음색적 매력과 홀 톤이 잘 살아난다. 솔리드 스테이트 방식이며 디지털 음원을 다루지만 나그라의 여타 진공관 앰프들과 아주 많이 닮아 있다. 온기와 섬세한 세부 표현력 그리고 싱그럽고 말랑말랑한 음결이 선명하게 녹아있다. 클래식 INT 와 DAC는 나그라 사운드의 무한한 매력을 한껏 힘있게 품고 있다.
S P E C
Nagra CLASSIC INT
Class | AB |
---|---|
Power | 100 W rms into 8Ω |
Sensitivity | XLR input: Normal 2V; PRO 10V RCA1 input: Normal 2V; High 3V RCA 2 to 4 inputs: 2V |
Bandwidth | < 10 Hz to 80 KHz, +0 / -3 dB |
Crosstalk | > 70 dB |
Signal to noise ratio | Typically 110 dB measured in ASA A |
THD+N | < 0.05% at 100 W |
Input impedance | > 100 KΩ |
Output impedance | 60 mΩ |
Monitoring | Stereo level meter Red LED on the modulometer: clipping indication, temperature, saturation Display: Saturation |
Protection (deactivates amplifier) | Overheating: above 60°C (140°F) |
Power consumption | DC protection for loudspeakers: above +/- 2.5 V DC 400 W max (sine wave current draw complies with EN61000-3-2 regulation) < 1 W in standby and auto |
Operating range | 90-110 V, 110-132 V, 180-264 V: 50-60 Hz |
Inputs | XLR (balanced) RCA 1 to 4 (unbalanced) Jack 3.5 mm (external remote IN and OUT) |
Outputs | Cardas CPBP (rhodium terminals) Banana plugs |
Dimensions | 277 x 395 x 174mm (11 x 15.5 x 7 inches) |
Weight | 18 Kg (40 lbs) |
수입원 | 오디오갤러리 (02-926-9084) |
가격 | 2500만원 |
Nagra CLASSIC DAC
Internal processing | 5.6 MHz / 6.2 MHz 72 bits |
---|---|
Compatible digital formats | PCM 24 bits up to 384 kHz, DXD, DSD x 2 |
Frequency response | 10Hz to 110 kHz (+0.1 / -3 dB) |
Crosstalk | > 100 dB |
Interchannel phase | < 0.5° at 20 kHz |
Noise level | -128 dBr (linear) |
Distortion | < 0.02% (at -20dB FS) |
Inputs | 2 x S/DIF, 1 AES/EBU, 1 Optical, 1 Audio USB (mode 2) |
Analog outputs | 1 stereo on RCA connectors, 1 stereo XLR (Unbalanced) |
Dimensions | 280 x 350 x 76mm (12 x 13.7 x 3 inches) |
Weight | 3.8 Kg (6.6 lbs) |
Power consumption | On 15 W, Standby < 1W |
수입원 | 오디오갤러리 (02-926-9084) |
가격 | 1750만원 |
(NAGRA CLASSIC INT) (NAGRA CLASSIC D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