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낳은 최고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어느날 동료 학자와 논쟁을 벌이던 와중에 내뱉은 말이다. 실험의 과정이 어떤 특정 법칙에 의해 지배를 받는 것인가에 대한 논쟁 중이던 아인슈타인은 이를 완벽히 거부했다. 그의 동료와 극명하게 대비된 사고방식은 과학을 통한 인류의 발전과정과도 비유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명제라는 것이 절대적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으로부터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지고 이로써 진보가 이루어진다. 

왜 하필 오디오 신호 전송에 필요한 케이블 따위에 이런 거창한 얘기를 꺼내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하이엔드 오디오라는 미시적인 관점은 위와 같은 거시적인 과학적 사고로 인해 180도 개혁 가능하다. 그리고 실제로 연역적 사고를 뒤엎는 귀납적 사고와 실험으로 인해 수차례 리셋이 이루어졌다. 누군가 유행은 돌고 돈다고 얘기하곤 하지만 하이엔드 오디오 케이블에 대한 염증과 불신 또는 실용주의 오디오의 커다란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산업은 진보하고 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한 현재까지 그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하이엔드 오디오 케이블은 철저히 대명제를 정하고 그에 따라 움직였다. 커다란 자본력과 함께 선도적으로 여러 실험을 이행하고 R&D를 거쳐 뽑아낸 데이터로 오디오용 케이블의 도체와 지오메트리의 기본 규격을 정리했다. 이는 여러 파생 장르와 함께 수많은 오디오 케이블 메이커를 양산했다. 

대명제는 절대불변의 과학적 진실에 입각한 전도율, 그리고 도체에 따른 음질적 퍼포먼스, 전기적 특성 등을 규정했다. 구리와 은 외에 하이브리드, 금과 아연 등이 재료로 함유되어 사용되었다. 지오메트리는 절연율과 차폐 완성도를 위해 여러 측면에서 연구를 거듭했다. 하지만 모두 각양각색의 설계 패턴을 보였고 사용하는 재료도 달랐다. 여러 겹의 절연과 여러 섬유의 두터운 차폐 등으로 인해 하이엔드를 표방하는 케이블은 대체로 두꺼워졌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대명제 하에 더 이상 개발할만한 특별한 케이블도 거의 사라지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이제 뭔가 특별한 시도는 흔치 않다. 오디오파일 또한 과거 유수의 하이엔드 메이커가 출범하던 당시의 충격으로부터 무뎌진 상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체르노프는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출발한 체르노프 케이블은 그 출신 지역답게 거대한 우랄 광산으로부터 도체를 채집했다. 이것이 체르노프는 매우 특별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다.

체르노프 케이블을 처음 접했는데 처음부터 너무 고가 제품을 들어본 것일까 ? 리뷰 테스트를 요청받은 모델은 체르노프의 최상급 얼티미트 라인업이었다. 처음엔 스피커케이블을 테스트하며 내가 지금까지 테스트해본 그 어떤 케이블보다 충격적인 사운드를 경험했다. 물론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또 다른 레퍼런스급 하이엔드 케이블과의 비교 청음 결과도 작용했다. 그리고 이 후 이번 리뷰의 주인공 체르노프 얼티밋 XLR 인터커텍트를 테스트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케이블에 대한 대명제가 흔들렸다. 

지난번 얼티밋 스피커케이블 리뷰에서 이미 설명했으나 간단히 다시 설명하면 이렇다. 체르노프 케이블의 충격적 사운드의 비밀은 무엇보다 도체에 있다. 체르노프는 일반적으로 케이블 도체의 서열을 파괴했다. 우랄 광산에서 채굴한 구리의 순도를 분석하며 여러 해를 보냈다. 1997년 체르노프가 설립된 이후 그들은 보편적인 오디오 케이블의 도체에 대한 접근법을 무시하고 철저히 처음으로 돌아갔다. 순도 높은 우랄 지역의 구리 광산에서 얻은 천연 구리를 정련하면서 체르노프는 그 성분 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일반적으로 구리에서 산소를 없애 순수한 사운드 퀄리티를 얻을 수 있다는 OFC 의 맹점을 발견했다.

산소를 없애는 것은 언뜻 좋을 수 있으나 이를 없애는 데 과도하게 사용되는 실리콘이 전기적, 음질적 해악을 크게 가져온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이 후 크로마토그래픽, 질량 스펙트럼 분석은 물론 수차례의 리스닝 테스트 등 방대한 연구는 물꼬를 텄다. 이것은 단지 산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게 구리 도체의 순도, 즉 6N, 7N 등으로 표기되는 순수 구리의 함량에 대한 일관적 수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설이 만들어졌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여러 해 동안의 연구 결과는 일반 케이블 메이커들에게는 치명적인 사실을 담고 있었다. 유황, 게르마늄, 비소, 셀레늄, 주석, 안티모니 등은 물론이며 크롬, 망간, 철, 코발트 등이 케이블 도체에 있어서 음질적 순도를 해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은과 금, 납, 플래티늄, 카본, 질소와 산소 등은 일정 이하 미량이라면 음질에 끼치는 영향이 없다는 것. 한편 은 같은 경우는 알려진 바와 같이 전기적 전도율 및 음질적 상승에도 순기능을 한다는 사실들도 체르노프의 연구결과를 설득력 있게 만든다.

그렇다면 체르노프가 가장 이상적으로 상정한 구리 도체의 내부 물질은 어떤 구성을 취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체르노프는 위와 같은 연구결과에 더해 리스닝 테스트를 거쳐 음질적 저하가 분명한 물질을 재련과정에서 제거했고 이를 체르노프에서는 BRC 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도 체르노프의 최상급 얼티밋 케이블 라인업엔 BRC+ 도체를 만들어 사용하며 이는 체르노프의 이론과 사운드의 이상을 대표한다.

순수 구리 외에 얼티밋 XLR 케이블 도체에 함유된 물질은 주석과 게르마늄, 안티모니와 비소, 카드뮴 그리고 산소다. 그렇다고 매우 많은 함유량을 보이는 것은 아니며 각각 만분의 5이하의 극소량만이 구리와 함께 체르노프 도체 안에 존재하고 있다. 

도체 이외의 절연 부분도 체르노프의 독창적인 기술들이 대거 적용된다. 이는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나 생각할 수는 없는 것들이다. 수선 도체와 직접 만나는 부분은 Semi-Air Tape, 즉 SATI® 절연기술이 적용된다. 얼티밋 라인업에서는 테프론을 사용해 총 다섯 겹에 걸쳐 절연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감는 방향이 서로 반대방향이다. 그리고 그 위로 폴리에틸렌 피복을 감싼다. 그 다음 각각의 케이블은 SASDB® (특허-Patent RU No.144590U) 라는 방식으로 바인딩한다. 이 모두는 최고의 절연체인 공기 그리고 테프론을 모두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방식으로 피복과 도체 사이 유격을 형성해 유전율을 최소화는데 목표를 둔 설계 절연 테크놀로지다.

얼티밋 XLR에는 X-Shield®SE (특허-Patent RU No.124835U) 라는 독보적인 절연 기술이 도입되어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신호 전송의 영원한 숙제 EMI로부터 신호를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 체르노프의 강력한 대책이다. 높은 밀도의 60% 이상의 BRC 브레이드가 두 겹의 50µ BRC 호일로 둘러싸여지는 형태의 절연 기법이다. 이는 광대역에 걸쳐 EMI 노이즈로부터 신호를 보호해 초고역에서 초저역까지 막힘없는 신호전송을 가능케 한다. 총 네 개 층으로 이루어진 샌드위치 절연 구조는 다이내믹레인지의 상승까지도 획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커넥터의 경우 베릴륨 코퍼에 강도가 높은 로듐 도금으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이 또한 음질적인 퍼포먼스를 고려한 세심한 선택이다.

셋업은 스피커 케이블 테스트시 시청했던 것과 완벽히 동일했다. 단지 바뀐 거라고는 체르노프 얼티밋 XLR케이블 한 조를 소스기기와 프리앰프 사이에 새로이 장착했을 뿐이다. 오렌더 N10과 코드 DAVE DAC 그리고 다즐 프리/파워앰프, 스피커는 포칼 스칼라 유토피아로 고정했다. 그 전에 사용했던 XLR 케이블에 대해서는 단 한 가지 정보만 공개할 수 있다. 현존하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레퍼런스급 하이엔드 인터케이블로 케이블 한 조에 천만원이 넘는 가격표를 달고 있다. 

참고로 체르노프 XLR 얼티밋 인터케이블은 이미 체르노프 얼티밋 스피커 케이블을 시스템에 도입한 상태에서 테스트했다. 이미 체르노프 스피커 케이블이 적용되어 전체적인 다이내믹스, 해상력, 스테이징 등에 체르노프의 영향이 지배적인 상황. 그러나 얼티밋 XLR케이블이 추가되면서 사운드는 한 스텝 더 진보한다.

체르노프 케이블은 어떤 케이블이 되었든 적용 이전과 이후가 밤과 낮처럼 대비된다. 비유하자먼 기존 케이블을 블루노트의 루디 반 겔더가 리마스터한 존 콜트레인의 [Blue Train] 일본반을 듣고 있는 것이라고 상정해보자. 체르노프 케이블을 적용한 후의 사운드는 ‘New York 23’, ‘47 West 63rd - NYC’ 레터링이 선명한 1957년 오리지널 first pressing LP를 듣고 있는 느낌이다. 

청음 테스트는 체르노프 얼티밋 스피커 케이블 테스트 당시와 동일한 곡들만 반복 재생하며 진행했다. 예를 들어 웅산의 ‘I love you’ 에서는 24bit/176.4kHz 고음질 음원이 간직한 최대 다이내믹레인지와 아날로그에 근접하는 자연스러운 배음이 선연하다. 웅산의 보컬이 더욱 더 입체적인 각도로 조명되며 극한의 해상도와 정보량으로 숨쉬는 호흡까지 느껴질 정도로 반전이 일어난다. 리빙스턴 테일러의 ‘Isn’t she lovely’에서는 휘파람 소리가 더 힘있고 날 것처럼 생생하다. 딸아이의 처음 가지게 된 맹인 스티비 원더의 감정이 더 절절하게 느껴진다.

왜 이런 소리가 나오는지 나는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 최고급 케이블에서 만나게 되는 은이나 금 등의 소재가 거의 섞이지 않았음에도 안네 소피 무터의 ‘찌고이네르바이젠’에서는 마치 최고급 순은선의 아련한 광채가 바이올린 사운드에 깃들어있다. 선율은 무척 달콤하고 촉촉하며 상상 이상으로 리얼해 소름이 돋을 정도지만 절대 갈라지거나 탁하지 않다. 무엇보다 고역이 롤오프 없이 쾌청하게 뻗어나가며 가슴이 탁 트인 이탈감을 만들어낸다. 음원 정보를 가지고 왜곡하던 소리의 장벽이 한 꺼풀 벗겨진 듯 그 민낯이 민망할 정도로 후련하게 쏟아져 나온다. 

아마도 최근 여러 리뷰를 진행하며 수백 번은 들었을 법한 오존 퍼커션 그룹의 ‘Jazz variants’를 재생하면 무엇보다 약음의 미세한 터치가 숨을 죽이게 만든다. 마치 살얼음 위를 걷는 듯 아슬아슬한 비프라폰 전주. 비브라폰은 마치 눈꽃송이처럼 미세한 조각처럼 피어올랐다가 녹아내리며 유기적인 공간을 자유롭게 유영한다. 이어지는 여러 타악기들의 프리젠테이션은 각 퍼커션의 위치까지 완벽하게 포착해낸다. 고역은 물론 저역대 악기들의 아주 작은 울림에 대한 세부표사와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그리고 저역의 위치도 정교하게 포착된다.

마커스 밀러의 ‘Cousin John’을 들어보면 얼티밋 스피커 케이블을 적용했을 때보다 더욱 더 큰 저역 댐핑이 느껴진다. 무겁게 내려앉는 마커스 밀러의 슬랩 테크닉에 의한 일렉 베이스 사운드는 번개처럼 공기를 뚫고 강력한 파장을 뿌리며 청자의 온몸으로 밀려든다. 

마치 스피커에 최종적으로 인입되는 전류의 양이 늘어난 듯한 느낌을 준다. 어떤 머뭇거림이나 롤오프가 느껴지지 않은 날 것 같은 팽팽함과 약동하는 리듬감이 압권이다.

댈러스 윈드 심포니의 ‘Crown Imperial’ 피날레 부분. 이 레코딩에서 키스 존슨 박사가 고안한 24bit/176.4kHz 높은 다이내믹레인지는 그가 원했던 목표에 더욱 더 가까이 다가간 인상이다. 비트레이트와 정보량을 바닥까지 긁어낸 듯 저역 펀치력은 물론 밀도감, 타격 에너지가 매우 강력하다. 특히 초반 저역의 움직임은 동그랗게 말리며 감쇄되어 튕겨 오르지 않는다. 감쇄로 인한 롤오프 없이 바닥을 뚫어버릴 기세로 선형적으로 하강한다.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는 물론 매크로 다이내믹스 측면에서도 상승을 엿볼 수 있는 것. 단지 케이블로서 이런 현상을 만드는 것이 놀랍다. 물론 스피커 케이블과 인터케이블의 시너지 효과도 포함되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그렇다.

나는 포칼 스칼라 유토피아를 여러 공간에서 몇 가지 매칭으로 청취해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단 한 번도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경험하지 못했다. V1은 저역이 터지지 않아 매우 답답했고 V2에서는 그나마 저역 핸들링이 다소 수월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빽빽하고 부자연스러웠다. 스칼라 유토피아 사운드는 어느새 내게 짙은 편견을 남겼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체르노프 케이블의 적용과 함께 완전히 무너졌다. 베이스 우퍼는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듯 힘차게 요동쳤고 베릴륨 유닛은 하늘이 열린 듯 끝없이 뻗어 올라갔다. 체르노프 케이블은 나의 짧지 않은 오디오파일 라이프에서 가장 놀라운 케이블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