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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 to Innocence
체르노프 인터커넥터 Special XS MK II IC
도체, 절연체, 지오메트리… 케이블 기술의 조류는 늘 흐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최우선적으로 신뢰하는 감각은 시각, 즉 눈에 보이는 것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은 사실 시각정보의 절대성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오디오애호가 입장에서는 상당히 껄끄러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시각 또한 청각만큼이나 간섭/왜곡에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착각(錯覺)이라는 단어는 사실 시각에 더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그렇게 우리 오디오파일들은 보이는 것 보다 우선하는 소리의 가치에 대해 꾸준히 신뢰해 왔고, 그에 부흥하는 오디오 제품들이 수십 년 동안 나름의 역사를 이루어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에 이르러서는 많은 이들이 눈에 보이는 것으로 소리를 유추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가령 내부가 꽉 차있고 무거운 앰프가 소리가 더 좋을 것이라든지, 굵고 튼튼하게 생긴 케이블이 더 우수할 것이라는 선입관 등등.
특히 케이블 분야에 있어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수 많은 이론과 특허들이 난무했고 많은 브랜드들이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중점은 다름아닌 “보여지는 것”이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감성기술”이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하는데, 무언가 적용된 기술이 그 효과나 실체보다도, 그럴싸하게 사람을 설득하는 데 더 집중되는 현상을 꼬집고자 함이다. 이런 것 조차도 오디오를 즐기는 컨텐츠의 하나라고 우긴다면야 더 이상 할 말은 없겠지만 말이다.
오디오케이블 분야에서의 대표적인 “감성기술”은 다름아닌 도체의 순도에 대한 맹신이었다. 케이블의 3대 구성 요소, 즉, 도체(Conductor), 절연체(insulator), 구조(Geometry) 중에서 도체라는 것은 가장 직관적이긴 하다. 가장 중요해 보였고 가장 순수해야 했다. 때문에 도체의 순도에 대한 경쟁은 지금까지도 각 브랜드 별로 진행 중이고 순수 구리 도체에 대한 순도 스펙 경쟁은 무려 9N(99.9999999%)이라는 천문학적 수치에 이르기까지 했다.
사실 오디오케이블이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던 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도체의 재질과 순도는 케이블 류의 퀄리티 평가에 절대적인 척도였다. 마치 귀금속의 순도와도 같은 개념이었으리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체의 순도 경쟁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을 만큼 상향 평준화되었고, 케이블 브랜드들은 경쟁사들과의 차별 점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도체 순도를 한 단계 더 올리기 위한 막대한 노력이 생각보다 큰 효과(음질)가 없음을 자각하기 시작한 때도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90년대 이후부터는 케이블의 절연체와 구조(Geometry)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발히 진행되었다.
일종의 교류 전기 신호인 오디오 시그널이 케이블을 거쳐가는 동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일이 일어난다. 전기의 흐름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콘덴서효과(capacitance), 코일효과(inductance), 그리고 저항(Resistance)은 서로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조합을 만들어내고 소리에 간섭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더 이상 도체의 순도라는 개념은 크게 작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또다시 세월이 흐르자 케이블 절연체와 케이블 구조에 대해서도 기술적 포화상태가 도래했다. 어지간한 고급 케이블들은 유전율이 낮은 테플론이나 캡톤 등의 절연체를 마치 교복같이 입어대기 시작했고 기상천외한 지오메트리 구조가 수없이 발표되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외부 전원까지 동원하는 기행도 서슴치 않았던 시절이 벌써 꽤나 오래 전이다. 적어도 케이블 분야에 있어서 “감성기술”은 더 이상 보여줄 것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Return to Innocence
화제를 잠시 곁다리로 돌려보도록 한다.
이니그마(Enigma)의 2집 수록곡인 “Return to Innocence”, Louisa Stanley의 야생적 보컬 리프가 매우 인상적인 넘버였다. (아마도 1990년대 중반 즈음에 처음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언가 문명권에서 발성을 배운 것 같지 않은 신비한 느낌의 보컬 톤과 이펙트는 지금까지의 Innocence라는 단어에 대한 선입관을 깨버리는 참신함이 있었다. 그전까지는 순수함이라 하면 무언가 순백의 깨끗한 것만을 떠올리기 마련이었으니 말이다. 마치 마리아 칼라스가 노래하는 Casta Diva(벨리니 : 정결한 여신이여)를 듣고서는 발끈하여 만든 곡 같다는 생각을 했다. “100% 정제”라는 것이야 말로 순수함과는 거리가 먼 인위적 프레임이 아닐까.
오디오 케이블 분야에 있어서 마치 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브랜드가 최근 눈에 띈다. 오디오 분야에서는 진공관을 제외하고는 다소 낯선 국적인 러시아제의 체르노프(Tchernov) 케이블은 어찌 보면 기술포화상태의 케이블 분야에서 색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브랜드이다. 그리고 그 패러다임은 다름 아닌 “Return to Innocence”. 체르노프가 추구하는 순수함은 정제가 아니었다. 100% 순수 H20로 구성된 증류수가 아닌 미네랄 풍부한 천연약수와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금까지의 케이블 시장을 뒤흔들 Anti-OFC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무산소 동선(OFC)는 도체로 사용되는 구리의 순도를 높이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도체로 사용되는 구리에 섞일 수 있는 불순물이 오로지 산소뿐이라는 생각이 큰 잘못이었음을 체르노프는 지적한다. 두 번에서 세 번 정도의 제련과 정련 과정을 거치는 구리라는 물질은 이미 그 상태에 여러 가지 무기질을 함유하게 된다. 그리고 산화물의 형태를 가지는 산소도 있을 수 있다. 산소가 어쩌다가 오디오애호가들의 미움을 몰아받는 애물단지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제거의 대상이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이다.
체르노프의 주장은 이렇다. 산소라는 것을 제거하기 위해 음질에 보다 악영향을 끼치는 물질이 첨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성분에 해당하는 실리콘 등이 대표적이다. 특성상 약간만 혼합이 되어도 도체 전반에 걸친 전기적 특성에 영향을 끼치는 물질이 관여된다면 제 아무리 9N급으로 산소를 없앤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실리콘 등의 반도체(semi-conductor) 물질은 전류의 흐름을 어느 정도 간섭한다. 그리고 철이나 니켈 등의 금속들은 자성을 띄기 쉽기 때문에 이 또한 전류흐름에 영향을 준다. 애꿎은 산소보다도 이러한 것들을 우선적으로 컨트롤해야 한다는 것이 체르노프의 BRC(Balanced Refinement Copper)개념. BRC는 모든 체르노프 케이블의 기본 도체이다. OFC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체르노프의 제련/정련 방식이 색다르다는 것이지 막돼먹은 재료를 함부로 쓴다는 뜻이 절대 아님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케이블 하나 만들려고 광산을 사들인 패기
Tchernov Audio Service, 이 러시아산 브랜드는 케이블 분야 최초의 화두였던 도체에 다시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품 생산 라인은 모스크바 인근에 있지만 메인으로 사용하는 선재료인 구리는 모스크바에서 매우 먼 거리에 있는 우랄산맥의 한 광산에서 채굴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광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구리 제련 및 정련과정부터 오디오적 관점으로 깊게 관여한다. 그 규모나 스케일이 감히 상상도 못할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체르노프는 매우 다양한 라인업과 방대한 생산량을 자랑하는 거대한 회사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카 오디오 시장에서 여타 하이엔드 급 선재 브랜드를 압도한 바 있으며 하이파이 분야에 있어서도 그 규모의 경제학은 즉효하는 듯 하다.
즉, 당신이 어떤 가격대의 어떤 선재를 원하든지 체르노프 브랜드를 달고 있는 제품을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1미터 페어의 몇 만원짜리 RCA인터커넥터부터 천만 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 급 케이블까지 모두 다 핸들링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본 리뷰에서 비로소 소개하게 된 Special 라인업의 XS MKII IC 인터커넥터는 그 중에서도 중급에 해당하는 제품이다. 즉 가장 많은 수요를 예상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격대를 담당하고 있는데, 첫 눈에 보여지는 디자인적인 점수는 후하게 주기 어렵다. 방향성이 표기되어 있는 적절한 두께의 선재, 그리고 체르노프가 직접 생산하는 RCA 커넥터의 심플한 조합이 전부. 그렇게 special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상급의 여타 제품을 보더라도 확실히 체르노프는 제품의 비주얼에 크게 신경쓰는 브랜드는 아니다. 하지만 케이블이 본래 무엇을 하기 위한 물건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하고 차분하게 매칭할 기기에 연결을 해 본다. 비교청취 대상은 소비자 가격 기준 100만원 초반의 S브랜드, 그리고 K브랜드 제품 등을 준비해보았다. 한쪽은 순은선, 다른 한쪽은 7N급의 고순도(?)동선을 사용한 케이블이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실력기들임에 분명하다.
“감성품질”에 입각하여 소리를 예상해보자면 순은선은 가장 맑고 깨끗하며 매끄러울 것이며, 고순도 동선은 중음대역에서 받쳐주는 힘과 밸런스가 좋을 것이다. 물론 케이블 도체 외의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느낌만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많은 오디오애호가들이 케이블에 대해 이런 식으로 선입관을 가지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케이블 비교 시청, 간만에 재미난 경험을 하다.
- 몇몇 임펙트 있는 시청곡들을 A-B-A 방식으로 테스트해 본다.
케이블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진 현악 4중주 등의 챔버 뮤직을 주로 테스트해보았다. 하이든의 현악 4중주에서 비교해보고 싶었던 것은 당연히 질감표현력. 확실히 순은선의 맑고 깨끗한 느낌이 두드러지긴 하는데… XS MKII IC로 인터커넥터를 바꾸면서부터 무언가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 비교대상 케이블이 워낙 유명하고 잘 알려진 것이다 보니 기본기를 논할 정도의 제품은 아닌데, 음색이 아닌 음질의 차이가 상당하다. 가장 먼저 귀에 꽂히는 것은 재생음의 생생함 차이다.
포털 사이트의 가쉽거리 기사를 읽다 보면 기묘한 실험 결과를 발표하는 이름 모를 해외 대학들의 연구결과가 종종 마우스를 클릭하게 하는데 개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똑 같은 강의 내용을, 한 실험군에서는 녹화하여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다른 실험군에서는 똑같은 마이크와 음향시스템을 사용하여 강사가 실시간으로 강의한 것이다.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평가해 본 결과 후자의 실험군이 압도적인 차이로 우수한 집중도를 보였던 것이다. 물론 소리에 집중하는 테스트였기 때문에 영상이나 실제 강의 모습은 가린 상태였다.
우리가 음악을 듣는 데 있어서도 이런 수준의 생생함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다시 케이블 비교 테스트로 돌아와서 체르노프의 XS MKII IC 제품으로 인터커넥터를 바꾸었을 때의 생생함의 차이가 바로 이와 같았다. 특별히 해상력이 크게 높은 것도 아니고, 중 저음 특성에 무언가 괄목할만한 퍼포먼스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분명 재생음 자체의 생생한 정도는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무언가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거나 첨가한 느낌은 분명 아니다. 그저 기존의 비교 대상 케이블들이 놓치고 있는 그 무언가를 확실하게 잡았다는 확신이 강하게 든다. - 스테이징의 깊이 및 저음 반응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 다소 텐션이 강하게 어필되는 베이스 곡을 들어본다. 펑키한 일렉트릭 베이스 사운드의 대명사 격인 마커스 밀러(Marcus Miller)의 Moonlight Sonata(베토벤의 그 곡이 맞다. 같은 테마로 베이스 솔로잉을 만들어 연주한 것)에서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바로 터져나오는 어택감과 팽팽한 텐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부분에서는 오히려 순은소재의 케이블보다도 맑고 유려한 음색이 강조되는 편.
- 각종 콘체르토 협주곡에 있어서도 악기의 분리도나 오케스트라 규모의 재현 수준이 제법 차이가 있었다. 다른 비교 제품들이 케이블을 “통해서” 음악을 전달한다면 체르노프 XS MKII IC는 무언가 거리낌 없이 다이렉트로 정보를 쏟아내는 형국이다. 오디오케이블을 통해 무언가 소리를 만들고자 하는 컨셉트의 오디오 파일이라면 그리 좋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녹음이 잘 된 피아노 소나타의 경우, 특히 남성 연주자가 깊게 서스테인 페달을 밟아대는 라흐마니노프 곡의 러프한 연주에서도 XS MKII IC의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랜드피아노의 통울림이 강하게 웅웅대는 느낌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드러나서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제품의 가격은 거의 두 배 정도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상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 체르노프가 OFC방식을 과감히 포기하고 모험을 한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케이블 퀄리티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게 느껴지는 가격표는 분명 체르노프가 가진 거대 규모의 생산 시스템의 수혜일 것이다. 우랄 산맥의 광산까지 소유한 체르노프는 이러한 생산원가적 메리트 뿐 아니라 본인들이 만들고자 하는 궁극의 도체생산라인 관리에 있어서도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본 리뷰제품인 XS MKII IC 인터커넥터는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임에도 시스템의 활기를 몇 단계 이상 업그레이드해줄 수 있는 즉효약으로 추천할 만 하다. 제 아무리 취향이라지만 오디오 시스템에서 먹먹하게 죽어있는 사운드를 좋아할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안심하고 사용해도 무방한 케이블이다.
S P E C
Type | analog interconnect cab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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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e impedance | 110 Ohm |
Conductor | 2 x 0.35 mm² (7 x 0.265 mm) twisted multi-stranded BRC conductors |
Insulation | 2-layer CAFPE® |
Binding | SASDB® |
Shield | X-Shield® |
Jacket | antistatic low-loss SPVC |
Outer diameter | 8.5 mm |
Termination | RCA/RCA with Special V2 plug, XLR/XLR with Classic V2 plug |
Available | on spools and in standard terminated lengths |
Manufactured | Russia |
문의 | 오디오갤러리(02-926-9084) |
가격 | 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