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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오디오 리포터
“진동? 막연히 억제만 적절히 해 주면 안 하느니 보다는 좋겠지…”
사실 진동에 대처하는 오디오 브랜드들의 이러한 자세는 어느 정도는 핑계로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앰프 샤시나 스피커 인클로저를 무겁게 하여 진동을 감쇄시키는 방법 말고는 그 어떤 솔루션도 검증되어 발표된 케이스가 없다. 일부 실험적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에서 색다른 시도를 해본 적이 있었지만(PCB기판을 내부에 플로팅하여 매달아 놓는다든지) 보편적 방법으로서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진동 변화에 반응하는 음질의 차이는 조금이라도 진중한 오디오파일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다. 때문에 진동을 외부적으로 제어하는 각종 액세서리 등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고, 그 효과에 대해서는 중간이란 것이 없었다. 소리의 극적인 변화(향상이 아니다!)로 인해 관심을 받는 제품도 있었지만 그 변화가 긍정적인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확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진동이 결과적 음질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우선 PCB기판, 내부 배선상에서는 진동은 전자기유도 현상을 야기하여 미세한 전류로 간섭하기 마련이며, 각종 캐패시터(콘덴서)류 등에서는 정전용량의 불규칙한 변화를 만들어 내어 회로 고유의 계산 값을 벗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모든 현상이 미세한 진동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음악 감상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최고의 원음 충실도를 지향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에 있어서 진동이란 매우 민감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중요도에 비해 이론적으로 정립되어 있거나 특허 출원된 기술은 다른 분야에 비해 원시적인 수준에 불과.
크고 무거우면 막연히 좋을 것… 이게 우리가 수 백 수 천만 원을 투자하여 구입하는 하이엔드 오디오에 담긴 마인드라는 것이다. 이 가격대에서라면 무엇이 되었든지 검증 가능한 기술력이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앞서 1)편의 글에서 골드문트에서 사용하는 메카니컬 그라운딩의 기본 비유를 짧게 설명한 바 있다. 진동이 발생하는 전기 면도기를 세면대 턱에 지긋이 눌러놓으면 진동이 세면대를 타고 나가면서, 상대적으로 전기면도기 본체에는 진동이 사라진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골드문트에서는 이 원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제품에 사용하였을까?
여기에도 전기법칙이 응용된 설명이 필요하게 되는데, 전자부품 중에 다이오드(Diode)라고 불리는 것의 원리가 적용된다. 본래 다이오드는 전기의 흐름을 한쪽 방향으로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역방향으로는 강한 저항이 발생하는 원리이다. 이것을 고스란히 진동이라는 요소에 대입해 보자. 진동은 매질이라는 진동 전달물질을 통해 전달된다. 그리고 그 매질의 밀도가 높고 단단할 수록 잘 전단되는 특성이 있다. 어렵게 외울 필요 없이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단단한 벽과 물렁한 벽 중에 어떤 것이 보다 소리를 많이 잡아먹게(방음)될까? 반대로 생각하자면 단단한 물질은 소리를 잘 전달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메카니컬 그라운딩의 전부는 또 아니다.
단단한 것과 덜 단단한 것, 이렇게 두 가지 단계만 가지고는 보다 원활하고 자연스러운 진동의 드레인(Drain)을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단함, 즉 경도(hardness)의 비율차에 따라 진동을 제어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른바 경도의 황금비율이라는 것도 존재하며 단순히 두 개의 금속을 맞붙여 샤시를 만든다고 이루어지지도 않다. 골드문트 측에서도 이 “황금비율”에 대해서는 핵심 기술로 치기 때문에 함부로 공개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두 가지 소재가 아닌 다양한 소재들(알루미늄 합금, 황동, 스틸 재질 등)을 특정 비율과 형태로 조합한다는 정도만이 알려져 있다.
골드문트에도 고급 라인업과 보다 저렴한 고급 라인업이 존재한다. 당연히 각 그레이드 간에는 음질차이가 존재하고 그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기 마련이다. 메카니컬 그라운딩도 당연히 차등으로 적용되는데, 메카니컬 그라운딩의 정교함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서너 가지 단계로 진동을 내려 보내는 수준에서 훨씬 복잡한 단계와 구조를 사용하여 진동을 컨트롤하는 단계까지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는 것이다.
흔히들 골드문트를 타 브랜드 제품을 튜닝하여 소리를 만들어내는 회사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엄밀히 따지자면 골드문트가 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에는 메커니칼 그라운딩 같은 독자적 기술의 적용이 기여하는 바가 훨씬 크다고 하겠다. 어느 분야에 어떻게 돈을 들여서 집중하면 얼마만큼 소리가 바뀌는 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막연하게 오디오 제품 모든 부분에-심지어 리모컨까지도-호화로운 물량투입을 자랑하는 일부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들, 이들이야말로 가성비를 논할 자격은 없다고 판단이 된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골드문트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검소한 브랜드다. 적어도 기술개발과 투입에 있어서는 그러하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항상 크기와 무게 등과 비례하지는 않는다.
써야 할 부분에는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신경을 꺼버린다. 그 고집이 상당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처의 디스트리뷰터들이, “이 정도는 그래도 제품 가격이 있는데 신경 써줘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볼멘 소리를 하더라도 꿈쩍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고집하곤 한다. 상식적으로 수 천 수 억 원 대 오디오를 만드는 브랜드에서 혹평을 감수하면서까지 몇 천원 몇 만원 자재 값을 아끼겠다는 것이 상식적인 일은 아니지 않은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귀로 판단할 수 있는 확실한 펙트, 골드문트를 대표하는 기술인 메카니컬 그라운딩은 골드문트의 브랜드의 정체성과 그 방향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골드문트 메커니컬 그라운딩 -2) 막연함을 뛰어넘는 합리적 펙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