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김편(하이파이클럽)

쇼팽, 퀴리 부인, 코페르니쿠스, 레흐 바웬사, 요한 바오로 2세.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폴란드 출신이라는 것이다. 바르샤바가 수도인 동구권 국가로만 여겨지는 폴란드는 따지고보면 음악과 과학, 인문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독보적인 인물들을 배출한 문화과학 대국이었다. 노벨상 수상자만 12명, 이중에서 문학상 수상자가 5명이나 되는 점이 그 결정적 증좌다.

그런데 지난 2016년부터 폴란드 오디오가 잇따라 공식 수입원을 통해 국내에 상륙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DSD 재생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듣는 ‘램피제이터’(Lampizator), 자체 제련 및 정련 시설까지 갖춘 순은 케이블 제작사 ‘알베도 실버’(Albedo Silver), 그 뛰어난 음질개선 효과에 개인적으로 탄복했던 멀티탭의 은둔고수 ‘기가와트’(GigaWatt) 등이 모두 폴란드 산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하나의 브랜드를 추가하자면 ‘페즈오디오’(FezzAudio)가 될 것이다. 지난해 ‘Titania’라는 모델을 리뷰하면서 그 만듦새와 음질, 가성비에 깜짝 놀랐던 진공관 앰프 메이커였다. 페즈오디오는 마치에이 라호프스키(Maciej Lachowski), 토마슈 라호프스키(Tomasz Lachowski) 두 형제가 2014년 폴란드 북동부의 소도시 키시에지노(Ksiezyno)에 설립했다.

그런데 회사 탄생 과정이 흥미롭다. 회사를 설립하고 제품을 내놓은 게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첫 인티앰프가 2014년 2월 모스크바 오디오쇼에서 큰 호응을 얻자 이후 회사를 부랴부랴 설립했기 때문이다. 바로 EL34 진공관을 채널당 2개씩 쓴 인티앰프 ‘Laura’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 앰프는 모스크바 오디오쇼에 가지고 갔던 16대가 모두 즉석에서 팔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는 라호프스키 집안의 내공이 빛난 덕분이었다. 라호프스키 형제의 아버지는 ‘토로이디(Toroidy)’라는 패밀리기업을 통해 20여년 동안 폴란드에서 오디오용 트랜스포머를 제작해왔던 것이다. 이들이 만든 트랜스는 위에서 언급한 램피제이터를 비롯해 미국의 유명 DAC 제작사인 마이텍(Mytek) 등에 공급되고 있을 정도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페즈오디오의 현행 라인업은 ‘Laura’의 상용버전인 ‘Silver Luna Prestige’, KT88 푸쉬풀 구동의 ‘Titania’, 300B 싱글 구동의 ‘Mira Ceti’, PCL86 푸쉬풀 구동의 ‘Alfa Lupi’ 인티앰프 4종, 역시 PCL86을 푸쉬풀 구동하는 헤드폰앰프 ‘Omega Lupi’, 이렇게 5종이 전부다. 페즈오디오의 마치에이 라호프스키 대표를 지난 3월 성황리에 치러진 2018 멜론 서울국제오디오쇼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어 : 김편

인터뷰이 :  마치에이 라호프스키 대표

- 반갑습니다. 지난해 ‘Titania’를 들었는데 참 소리가 좋았습니다.

마치에이 라호프스키 : 고맙습니다. ‘Titania’는 저희 제품 중에서 가장 강력한 앰프(45W)이자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앰프입니다. KT88 역시 제가 좋아하는 진공관인데, 매우 풍성하고 다이내믹하며 그러면서도 중립적인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Titania’는 전형적인 진공관 앰프 소리가 아니라,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그 사이의 소리를 들려준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이게 다 트랜스포머 덕분입니다.

- KT88도 좋은 진공관이지만 더 큰 출력을 낼 수 있는 신관 KT150을 채택할 계획은 없습니까.

마치에이 라호프스키 : 올해 말쯤이면 KT150을 투입한 인티앰프를 한국에서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 이제 본격 인터뷰를 시작해볼까요. 본인 소개와 함께 서울국제오디오쇼에는 어떻게 오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마치에이 라호프스키 : 페즈오디오와 토로이디의 공동대표 마치에이 라호프스키입니다. 오디오쇼에는 페즈오디오 수입사인 오디오갤러리 나상준 대표 초청으로 오게 됐습니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브랜드라 기쁜 마음으로 왔습니다. 한국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부친이 ‘Toroidy’라는 유명 오디오용 트랜스포머 제작자로 알고 있습니다. 진공관 앰프에서 트랜스포머는 어느 정도로 중요합니까.

마치에이 라호프스키 : 트랜스포머, 그 중에서도 출력 트랜스는 진공관 다음으로 중요합니다. 2년반 전에 처음 선보인 ‘Laura’는 토로이달 출력트랜스를 사용해 낮은 왜율(THD)과 8Hz~200kHz라는 광대역을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회사를 설립했고 다른 제품에도 저희만의 혁신적인 와인딩 기법이 투입된 토로이달 출력트랜스를 쓰게 됐습니다. 토로이달 출력트랜스의 가능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페즈오디오를 설립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토로이달 전원트랜스 역시 다른 오디오 제작사에 공급할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 그런데 ‘페즈’(Fezz)가 무슨 뜻인가요.

마치에이 라호프스키 : 사실 큰 뜻은 없지만, 저희에게는 소중한 의미가 있습니다. 개를 폴란드어로 ‘피에스’(pies)라고 하는데 8년 전 작은 딸이 말을 배우던 2살 무렵 피에스를 자꾸 ‘페즈’라고 하더군요. ‘Come to me, Fezz’(페즈, 이리 와) 이런 식으로요(웃음). 회사를 설립하면서 아내가 ‘페즈’를 사명으로 삼자고 했습니다. ‘페즈’는 저희 가족과 연결된 단어인 셈입니다.

- 아,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페즈오디오의 현행 라인업을 간략히 소개해주시겠습니까.

마치에이 라호프스키 : 300B를 채널당 1개씩 쓴 ‘Mira Ceti’만 싱글이고 나머지는 푸쉬풀 앰프입니다. 싱글 앰프에 토로이달 출력트랜스, 토로이달 전원트랜스, 토로이달 초크트랜스를 쓴 제품은 아마 ‘Mira Ceti’가 유일할 겁니다. 주파수응답특성은 20Hz~65kHz를 보이는데, 사실 고역대를 더 늘릴 수도 있었지만 65kHz에서 멈추는 것이 사운드면에서 더 좋았습니다. ‘Titania’ 같은 푸쉬풀 앰프에서는 200kHz까지 뻗지만 싱글에서는 65kHz가 최적이었습니다. 8W 출력의 ‘Mira Ceti’는 클래식이나 재즈, 블루스 같은 섬세한 음악 재생을 위해 탄생했습니다.

이에 비해 ‘Titania’나 ‘Alfa Lupi’는 록음악 재생에 좋습니다. 신제품인 ‘Alfa Lupi’는 PCL86이라는 복합관을 썼습니다. 관 하나에 3극관과 5극관이 들어가 초단과 출력관 역할을 동시에 하는 진공관입니다. 그리고 이 제품의 헤드폰앰프 버전이 바로 ‘Omega Lupi’입니다. 35W를 내는 ‘Silver Luna Prestige’는 저희 라인업 중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앰프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제품에는 스위치가 2개 있는데, 첫번째 스위치를 켜면 드라이브관으로 12AX7 대신 6N2P를 쓸 수 있고, 두번째 스위치로는 출력관(EL34)을 4극관 혹은 5극관 모드를 선택해 구동할 수 있습니다.

- 페즈오디오도 그렇고, 램피제이터도 그렇고, 폴란드에 웰메이드 오디오 제작사가 많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마치에이 라호프스키 : 폴란드는 전기전자 공학이 발달한데다 노동임금이 그렇게 비싸지 않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폴란드 국내 오디오시장 자체는 크지 않지만 양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입니다. 램피제이터를 비롯해 파일론 오디오(Pylon Audio)라는 스피커 제작사도 폴란드에서는 아주 큰 메이커입니다.

- 페즈오디오 제품가격이 싼 배경은 무엇입니까.

마치에이 라호프스키 : 진공관만 빼놓고 모든 것, 그러니까 섀시부터 트랜스포머까지 우리 공장에서 직접 개발해서 만들고 조립하기 때문이죠. 저희가 만든 트랜스는 램피제이터는 물론 마이텍의 ‘Manhattan’ DAC에도 채택됐습니다. 진공관은 주로 러시아제인 일렉트로 하모닉스 제품을 씁니다.

- 현재 인티앰프와 헤드폰앰프만 있는데, 프리와 파워앰프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은 없나요.

마치에이 라호프스키 : 아까 말씀드린 대로 KT150을 채택한 인티앰프가 출시된 후 프리와 파워 앰프도 내놓을 계획입니다.

- 앰프를 개발하면서 주로 어떤 스피커와 매칭해 테스트를 하시나요.

마치에이 라호프스키 : 우선 제가 좋아하는 캐슬의 ‘Conway’ 스피커로 들어봅니다. 매우 소프트한 브리티쉬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그 다음에는 클립쉬의 ‘Cornwall’로 듣습니다. 고감도 스피커이기 때문에 앰프의 노이즈를 테스트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파일론의 ‘Diamond 28’이라는 스피커로 듣습니다. 신세대 스피커인데다 감도도 87dB로 높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종 테스트는 오실로스코프로 합니다. 리스닝은 리스닝이고, 테스트는 그야말로 ‘측정’(measurement)이어야 합니다.

- 페즈오디오 모델명에 별자리 이름이 들어간 이유는 뭔가요. (’Silver Luna’는 달, ‘Titania’는 천왕성의 위성인 티타니아, ‘Mira Ceti’는 고래자리의 미라 항성, ‘Alfa Lupi’는 이리자리의 알파 별을 뜻한다)

마치에이 라호프스키 : 별자리의 라틴어 발음 자체가 좋은 이유도 있지만, 해당 모델의 사운드 특성이 반영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Silver Luna’는 왠지 사운드가 섬세하고 로맨틱한 것이 달을 연상케 했습니다. ‘Titania’는 터프한 이미지, ‘Alfa Lupi’는 작은 별과 시작(알파)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 평소 궁금했던 것인데, 토마슈와 마치에이 중 누가 형인가요. 그리고 ‘Lachowski’는 정확히 어떻게 발음해야 하나요.

마치에이 라호프스키 : 하하. 제가 4년 형입니다. 동생은 주로 출력트랜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Lachowski’는 ‘라호프스키’라고 발음하면 됩니다. 폴란드어에서는 ‘코’라는 발음이 없습니다.

- 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 나올 앰프도 기대하겠습니다.

마치에이 라호프스키 :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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