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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뮌헨 하이엔드 쇼에 TAD 부스 전경
뮌헨 하이엔드 쇼를 방문할 때 마다 꼭 들리는 부스가 있다. 바로 TAD다. 꽤 큰 공간에 플래그십 모델을 설치해서 다양한 음악을 진짜 재미있게 들려준다. 잠시 쉬거나 혹은 음악을 듣고 싶을 때 항상 방문하곤 했었다. 한데 이번에는 작은 부스에 E2라는 신제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기존 스케일에 비하면 약간 단출한 느낌. 알고 보니 회사 내에 변화가 좀 있었다. 새로 사장에 취임한 타루타니 신지(Tarutani Shinji)를 중심으로 다양한 개혁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따로 시간을 내서 진지하게 여러 질문을 던지고 또 답변을 들었다. 그 내용을 전달하겠다. 그의 영문 이니셜 TS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TS : 일절 변화가 없습니다. 사실 우리의 마켓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몇몇 부품은 수급에 문제가 있긴 했죠. 중국에서 록다운한 부분도 있었고요. 하지만 전체적인 스케줄은 조정이 가능했습니다. 전혀 변화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Lee : 그렇다고는 해도 제품 공급에 문제가 좀 있었으리라 싶은데요?
TS : 스케줄 상 조금 꼬인 부분은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부품 중 80~90%은 다 일본 내에서 조달이 가능합니다. 일렉트로닉스 쪽은 90~95% 정도가 일본산입니다. 스피커의 경우 중국 쪽 부품이 좀 있어서 이 부분에서 약간 딜레이가 있는 정도입니다.
Lee : 주요 마켓은 어디입니까? 일본인가요? 미국과 유럽에선 좋은 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TS : 유럽과 아시아가 메이저입니다. 일본 시장은 크지는 않지만 늘 일정하고요. 일본은 늘 신제품을 원합니다. 새로 제품을 만들면 시장에서 즉각 반응이 옵니다. 미국 수입상과는 2년간 단절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작년 10월에 새 수입상이 컨택 되었습니다. 현재 미국의 워싱턴 쇼, 시카고의 액스포나(AXPONA) 등에 출전했습니다. 그런 노력에 따라 미국 쪽 마켓이 더 커지리라 예상합니다.
Lee : 현재 TAD에는 레퍼런스와 이볼루션 두 가지 라인밖에 없습니다. 이보다 더 싸거나 혹은 비싼 라인을 신설할 계획은 있는지요?
TS : 개인적으로는 더 싼 것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퀄리티 컨트롤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또 TAD 유저들도 싼 제품 원하지 않습니다. 만일 우리가 일반적인 작은 것을 만든다고 하면,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우리는 특별한 제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두 개의 시리즈에만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만일 더 비싼 것을 만들려고 하면, 더 많은 인력과 금전이 동원되어야 합니다. 기존 하이엔드 마켓보다 더 큰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부담이 있죠.
Lee : TX 시리즈와 이전 시리즈는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는지요?
TS : 우리는 늘 현재(최신) 개발된 테크놀로지를 투입합니다. 만일 2년 후에 더 나은 테크놀로지가 개발되면 그때 제품에 투입하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올드(예전) 모델을 오랜 기간 생산할 계획이 없습니다. 새 기술, 새 소재를 개발하면 새 제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반면 프로용 오디오 쪽은 제품이 다양합니다. 무려 40년이 넘는 모델도 있습니다. TD-40001라는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그것이죠. 아직도 요청이 있습니다. 확실히 하이파이와는 다릅니다.
Lee : TAD에서 베릴륨이 많이 쓰입니다. 왜 이런 소재를 진동판에 투입했는지요?
TS : 소재 자체가 매우 우수합니다. 매우 단단하고 가벼워서 진동판 소재로 무척 좋습니다. 처음엔 혼 스피커용 컴프레션 드라이버에 적용했다가 현재의 형태로 진화시켰습니다.
Lee : 베릴륨 진동판을 만드는 것은 무척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TS : 맞습니다. 진동판을 만들기 위해 매우 정밀한 기기가 필요합니다. 우리 공장에는 정밀하게 제작된 바큠(진공) 챔버가 있습니다. 무척 비싼 장비로 현재 2세대 기기입니다. 이전 장비가 고장 나서 새로 설비했습니다. 베릴륨 진동판은 절대 부러지지 않습니다. 매우 얇고 강하죠. 가장 이상적인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서, 정밀성과 안정적인 컨트롤이라는 점에서 정말 만들기 힘든 트위터입니다.
Lee : 타사의 베릴륨 진동판과 TAD의 제품엔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TS : 저희는 PVD(Physical Vacuum Deposition) 방식을 사용합니다. 작은 소자를 세로로 쌓는 형태입니다. 반면 다른 회사는 포일을 적층하는 방식이죠. 우리 쪽이 더 강도가 높고, 댐핑이 우수합니다.
Lee : TAD 스피커는 코액셜(동축) 드라이버를 고집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TS : 우리 음향 철학에 맞기 때문입니다. 중립적이고, 포커싱이 뛰어나고, 그밖에 많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이상적인 드라이버는 하나의 유닛으로 광대역을 커버하는 것입니다.
Lee : 현실적으로 만들기가 힘들죠.
TS : 맞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했습니다. 되도록 사운드 소스의 수를 줄일 것, 광대 역을 재생할 것, 다이내믹스를 높일 것 마지막으로 디스토션을 최대한 억제할 것, 그러다 보니 CST 드라이버가 탄생한 것이죠.
Lee : 정확한 포커싱과 이미징이 장점이죠. 저도 이 드라이버를 무척 좋아합니다.
TS : 결론적으로 말하면, 위상과 시간축이 정확하고, 미드와 트위터의 소스가 단일화된 형태가 우리 드라이버의 장점입니다. 게다가 대역이 넓고, 디렉티비티(방향성)도 뛰어나죠.
Lee : 맞습니다. 자, TAD에서 만드는 앰프나 CDP는 어떤 강점이 있나요?
TS : TAD의 모체는 파이오니아고, 그 후 익스클루시브라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오랜 기간 운영했습니다. 바로 거기서 파생된 풍부한 기술이 현 TAD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앰프와 CDP에도 적극 반영되기에 좋은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이죠.
Lee : SACD/CD 드라이브 메커니즘은 직접 만듭니까?
TS : 픽업 메카니즘과 회전을 담당하는 트랜스로테이션은 직접 제작합니다. 실은 파이오니아에서 만들었던 레이저 디스크에서 착안한 기술력이 뿌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로딩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타사의 제품을 쓰고 있죠.
Lee : 현재 장인 한 분이 일렉트로닉스 제품을 직접 조립합니다. 좀 더 인력을 충원할 생각은 없나요?
TS : 분명 장인 혼자서 만들지만, 정 바쁘면 다른 분들이 돕는 구조입니다. 어셈블리만 빼고 말이죠. 이 장인이 워낙 빼어난 솜씨를 갖고 있어서 대체 인력을 찾기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장래를 생각해서 한 명 더 키울 생각입니다. 일단 TAD를 키워서 이런 인력을 충원할 수 있게 만들 생각입니다.
Lee : 스트리머나 턴테이블과 같은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 있나요?
TS : 스트리머로 말하면, 아닙니다. 라고 말하겠습니다. 우리의 방향이 아니기 때문이죠. 우리는 스트리밍을 통해 데이터를 뽑는 방식 자체가 좋은 사운드를 만들기 힘들다고 봅니다. 또 이미 많은 회사가 만들고 있고요. 저희는 데이터보다 사운드가 더 중요합니다. 오히려 현재 라인업에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턴테이블의 경우, 고려할 만하다고 봅니다. 이미 파이오니아는 P3라는 걸작 턴테이블을 만든 적이 있으니까요. 그 기술을 응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요청이 많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제품화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Lee : 홈과 프로 모두를 커버하고 있는데, 특별한 차이가 있나요?
TS : 사운드 목표로만 놓고 말하면 같습니다. 더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실제로 홈과 스튜디오에서 쓰이는 유닛이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홈용 스피커가 외국에선 스튜디오 모니터로 사용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에어(Ayre)라는 영국의 대표적인 스튜디오가 한때 우리 스피커를 오랜 기간 사용한 적이 있답니다. 즉, 특별하게 차이점을 내세울 수 없다는 뜻입니다.
Lee : 한때 TAD는 혼 타입 스피커를 만들었고, 지금도 그 제품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혼 스피커를 제작할 용의가 있는지요?
TS :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만들고 싶습니다. 익스클루시브 시절에 만든 제품은 지금도 중고 시장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이런 명품을 다시 만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아직 주변 상황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만들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습니다.
Lee : 무척 기대가 됩니다. 한편 액티브 스피커는 어떤가요? 요즘 이런 콘셉트의 스피커가 많이 보이기 때문에 TAD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TS : 현재까지 액티브엔 관심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개발할 시간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기술은 확보한 상태라, 일단 후일을 기약한다고 보면 좋을 겁니다.
Lee : 앞으로 준비된 신제품이 있으면 이 기회에 소개해 주시죠.
TS : 올가을에 새로운 스피커를 론칭할 계획입니다. 내년 봄에는 뉴 레퍼런스 SACD/CD 플레이어를 선보일 계획이고요. 아직 구체적인 시기나 날짜를 논할 단계는 아닙니다.
Lee : 이번에 전시한 E2라는 모델을 설명해 주시죠.
TS : 2.5웨이 방식의 톨 보이 제품입니다. 대역이 무척 넓습니다. 30Hz~60KHz나 됩니다. 25mm 구경의 베릴륨 트위터 덕분이죠. 본 기를 위해 155mm 구경의 우퍼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가격적인 메리트도 있어서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이라 생각합니다.
Lee : 다른 메이커와 비교할 때 TAD가 가진 장점은 뭔가요?
TS : 일단 일본 메이커들과 비교하면, 에소테릭, 럭스맨, 아큐페이즈 등은 아직 스피커 생산을 못합니다. 우리는 스피커 개발만 8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유럽, 미국에도 이렇게 스피커와 일렉트로닉스를 동시에 커버하는 메이커는 많지 않습니다. 또 이렇게 만들면 서로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스피커 쪽에서 신제품을 만들면 일렉트로닉스에서 까다롭게 테스트합니다. 역으로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과정에서 제품의 퀄리티 자체가 올라가는 것이죠. 또 같은 방향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도 있고요.
Lee : TAD의 초기 시절에 활약한 바트 로칸티(Bart Locanthi)의 역할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그 유산이 어엿이 살아있는지 궁금합니다.
TS : 당연히 살아 있습니다. 바트는 정말 TAD에서 많은 일을 했습니다. 가끔 그를 회상해서, 그가 했을 법한 방식이나 생각을 추론하기도 합니다.
Lee : 로칸티의 음향 철학이 궁금합니다.
TS : 그는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짜 기술은 기본에서 나온다.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고차원적인 음질을 결코 재생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론적 기반을 탄탄히 하고 또 제품이 나오면 끝없이 테스팅 합니다. 우리 TAD의 의미가 “Technical Audio Device”입니다. 얼마나 기술 추구형 회사인지 충분히 짐작하리라 생각합니다.
Lee : TAD는 그 뿌리가 미국입니다. 일본 사운드와 다르다고 보는데, 실제로 그런가요?
TS : 첫 제품이 TAD 아메리카에서 출시되어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익스클루시브 시절을 보면, 브랜드도 일본, 엔지니어도 일본인입니다. 사실 미국이냐 일본이냐 따지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요컨대 TAD는 TAD만의 사운드 철학이 있고, 길이 있습니다. 그 방식을 이해하는 분들이 어떤 경우엔 프로용 제품을, 어떤 경우엔 홈용 제품을 산다고 봅니다. 쉽게 말해 글로벌한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됩니다.
Lee : TAD에서 스피커 및 일렉트로닉스의 수석 엔지니어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들의 존재나 경력이 TAD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합니다.
TS : 기본적으로 TAD는 팀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많은 하이엔드 회사들이 칩 디자이너의 철학이나 방법론을 내세우지만, 우리는 경우가 다릅니다. 무려 80년이 넘는 회사입니다. 만일 10년 후 다른 엔지니어가 입사해도 우리의 방식은 전혀 바뀌지 않을 겁니다.
Lee : 끝으로 한국 애호가들에게 한 마디 드릴 말이 있다면 뭘까요?
TS : 우리 TAD의 드라이버를 쓰는 회사는 의외로 많습니다. 체사로라던가, 웨스트레이크, 제네렉, 디피니티브 테크놀로지 등이 주요 고객입니다. 그만큼 우리의 기술력과 내구성을 많은 나라에서 인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부분을 이해하면 우리 제품과 음향 철학을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Lee : 그렇군요. 바쁜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TS : 감사합니다.
▲ 2022 뮌헨 하이엔드 쇼에 전시된 TAD 제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