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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우리에게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카바세다. 지난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이 브랜드의 마케팅 & 세일즈 담당 장 미셸 폴릿(Jean Michel Polit)을 만났다. 행사 관계로 바쁜 와중에 흔쾌히 시간을 내줘서 진지하게 카바세의 면모를 체크할 수 있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편의상 폴릿 이름의 영문 이니셜 JM으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 인터뷰 진행중인 장 미셸 폴릿(Jean Michel Polit)
인터뷰어 : 이종학
인터뷰이 : 장 미셸 폴릿
Lee : 일단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JM : 저는 1966년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출생했습니다. 저희 부모님 모두 프랑스 인이라, 저 역시 프랑스입니다. 모로코인은 아닙니다. (웃음) 젊었을 때 저는 아마추어 뮤지션이었습니다. 일렉트릭 기타를 쳤습니다. 주로 블루스와 록을 연주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션은 비비 킹과 스티비 레이 본입니다. 현재 제 아들은 프로 뮤지션으로 드럼을 치고 있습니다. 우리 가문에 음악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Lee : 그렇군요.
JM : 개인적으로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 미국에서 열린 엑스포나 쇼를 참관하고 나서, 샌디에고에 거주하는 아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거기서 먹은 한국식 바비큐 맛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웃음)
Lee : 카바세에는 언제 입사하셨나요?
JM : 2년 전에 들어왔습니다. 그전에는 컴퓨터 인더스트리에서 일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제가 18살 때 부친께서 오디오 시스템을 구매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오디오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때 구입한 스피커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카바세입니다.
Lee : 아, 재미있군요. 카바세와 뭔가 운명적으로 엮여있는 느낌입니다.
JM : 저는 카바세에서 전 세계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숙명처럼 생각합니다.
Lee : 현재 카바세에는 몇 분이 일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JM : 실제 카바세는 샤콩(Chacon)이라는 모기업에 속해 있습니다. 주로 IOT, 하우스 디바이스 커넥트 등과 관련된 연구와 상품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순수하게 카바세에서 일하는 분들은 40여 명 정도가 됩니다.
Lee :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나군요. 그중에 공장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얼마나 됩니까?
JM : 톱 라인은 프랑스에서 자체 생산합니다. 총 10명 정도가 투입된 상태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몽펠리에와 브리트니 두 곳에 오피스와 연구소, 공장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각자 하는 역할이 다르지만 항상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죠.
Lee : 창업자 조르쥬 카바세(Georges Cabasse)씨에 대해 궁금합니다. 그의 인격이나 배경, 관심사 등 여러 정보 좀 부탁합니다.
JM : 조르쥬는 기본적으로 엔지니어입니다. 하지만 음악을 무척 사랑했습니다. 매주 파리에 있는 콘서트홀에 자주 갔다고 합니다. 스피커 쪽으로 말하면 처음엔 수리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제품의 퀄리티가 낮다고 판단, 몇 달 후에 내가 직접 만들자고 결심했답니다. 1950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52년에 코액셜 드라이버, 58년에 액티브 스피커를 각각 내놓으면서 뻗어나가기 시작했죠. 이렇게 단시간에 드라이버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남들이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해서 큰 업적을 남긴 점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Lee : 카바세의 제품에는 남다른 음악성이 느껴집니다. 조르쥬의 음악 취향과도 관련되어 있나요?
JM : 더 큰 요인이 있습니다. 실제로 카바세 가문은 바이올린을 오랫동안 제작했습니다. 1800년대 초부터 시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카바세 가문에는 음악이라는 DNA가 따로 흐르는 모양입니다.
Lee : 그렇군요. 이제 좀 이해가 갑니다.
JM : 카바세의 제품은 기본적으로 라이브한 사운드를 목표로 합니다. 콘서트홀에서 듣는 듯한 다이내믹 사운드를 재현하는 것이 목표죠. 대부분의 오디오 회사들은 되도록 중립적이고, 예의 바른 음을 지향합니다. 하지만 사진으로 보는 풍경과 직접 가서 보는 풍경은 다릅니다. 우리는 후자를 추구합니다. 보다 생동감이 넘치고, 생생한 음을 재현하려고 합니다. 그게 타사와 우리가 가장 크게 차이 나는 부분입니다.
Lee : 카바세의 제품에는 일관되게 동축형 드라이버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왜 이런 방식을 추구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십시오.
JM : 일반적인 스피커를 보면, 고역, 중역, 저역 등이 다 다릅니다. 여러 개의 유닛을 동원해서 위아래로 길게 배치하는 방식이죠. 이럴 경우, 사운드 웨이브가 각각 다른 데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당연히 서로 간섭할 수밖에 없죠. 예를 들어 호수에 돌멩이 세 개를 던져보십시오. 각각 3개의 소용돌이가 생길 겁니다. 말하자면 각각의 잔향이 서로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코액셜은 다릅니다. 하나의 웨이브 속에서 여러 대역이 함께 통일된 형태로 전달됩니다.
Lee : 그렇게 표현하니 상당히 쉽게 이해가 됩니다.
JM : 한편 동축형은 룸의 영향도 적게 받습니다. 일반 스피커와 크게 다른 부분이고, 큰 강점이기도 합니다. 일반 스피커는 듣는 위치가 바뀌면 음색이 바뀝니다. 밸런스도 바뀝니다. 하지만 코액셜 방식은 스윗 스팟이 보다 넓습니다. 어디에서 듣던 보컬이 정 중앙에 위치해 있죠. 컬러레이션이 적고, 정교한 스테레오 이미지가 구성됩니다. 직접 들어보시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Lee : 카바세는 극장용 사운드 시스템과 밀접한 관련이 있더군요. 이 부분에 대한 설명 부탁합니다. 어떤 계기로 극장용 시스템과 관련이 되었고, 어떤 기술력을 확보했는지요?
JM : 원래 조르쥬는 상당히 대범한 분입니다. 따라서 큰 프로젝트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야 더 자극이 되고, 의욕이 솟으니까요. 따라서 극장용은 큰 도전이자 모험이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상당한 업적을 남겼죠. 조르쥬의 성품을 이해할 수 있는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샤를르 드 골 공항에 가면 비행기가 이륙할 때 큰 소리가 나잖아요. 바로 그에 준하는 음을 스피커로 내고자 했습니다. 일반 엔지니어들이 상상할 수 없는 프로젝트에 도전했던 것이죠.
Lee : 대단합니다. 최근에는 트라이 코액셜 방식을 만들어서 이 분야에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현재 그 기술이 투입되어 플래그쉽 모델로 자리하고 있는 펠레그리나(Pellegrina)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일단 왜 이런 이름을 썼는지요?
JM : 이 제품은 저희 회사 창업 70주년 기념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총 70조가 생산되었죠. 펄 시리즈 중 톱에 속하는데, 그 이름이 흥미롭습니다. 실은 55 캐럿짜리 진주입니다. 1913년에 발견된, 진주 중 으뜸에 속합니다. 그래서 그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Lee : 한국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강력한 퍼포먼스였습니다. 특히, 저역이 인상적이었죠.
JM : 실제로 올해 미국에서 열린 엑스포나에 출품해서 정말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세컨드 베스트 사운드라는 평가를 얻었으니까요. 하이엔드 오디오가 가득한 전시회에서 이런 제품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다고 봅니다.
Lee : 펄 시리즈에 들어가는 파워 앰프는 직접 만듭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JM : 아닙니다. 덴마크에 소재한 아이스 파워(ICE POWER)라는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협력 관계에 있어서 이 제품의 잠재력과 성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Lee : DAC 부분도 궁금합니다. 어떤 칩을 사용하고 있는지요?
JM : 펠레그리나의 경우엔 AK 4490 칩이 들어갑니다. 나머지 제품들엔 PCM 1795가 쓰이고 있고요.
Lee : 제품을 개발하면 튜닝은 따로 하는지요? 튜닝할 때 특별한 방식이 있는지요?
JM : 저희 몽펠리에에 있는 오피스에는 애플리케이션을 다루는 인원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쪽은 개발을 주로 합니다. 한편 브리트니의 작은 마을에는 별도의 어쿠스틱 팀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튜닝은 여기서 이뤄집니다. DSP부터, 일렉트로닉스, 룸 커렉션 등 다양한 파인 튜닝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Lee : DSP를 통해 어떤 부분이 보완되는지 궁금합니다.
JM : 사실 우리는 드라이버를 직접 제작합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었기 때문에 최고의 성능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퍼펙트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여러 세그먼트로 나누고, 각 파트를 DSP로 보정하는 겁니다. 드라이버의 성능을 최적화시키는 것이죠. 다시 말해 드라이버를 고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끝도 없기 때문에, 이렇게 DSP를 동원하는 겁니다. 각종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수정해가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Lee : 현재 수석 엔지니어는 누구인가요? 그의 경력 좀 알려주십시오.
JM : 피에르 이브 디켈루(Pierre Yves Diquelou)란 분입니다. 1987년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으니, 무려 35년간 근무한 상태입니다. 얼마나 다양한 부분에서 경력을 쌓았을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R&D 부문의 수장이라 보면 됩니다.
Lee : 앰프와 스피커 드라이버 연결 시 일부러 과출력을 낸다고 합니다. 그럼 디스토션이 줄어든다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요?
JM : 음악을 들어보면, 크게 소리 내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피아노의 건반을 누르거나, 기타를 스트로킹 할 때, 아주 짧은 순간에만 큰 파워가 필요합니다. 바로 이 부분을 말하는 겁니다. 항상 강력한 파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할 때 제대로 공급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그런 의미입니다.
Lee : 신제품 소식이 있다면 알려주시죠.
JM : 아직 공개 단계는 아니지만, 올해 2Lee : 3개의 신제품이 나올 예정입니다. 콘셉트 자체는 기존 제품과 동일합니다. 아마도 올해 3분기, 4분기에 각각 하나씩 발표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Lee : 혹 펠레그리나보다 더 큰 제품이 나올 예정은 있는지요?
JM : 현재 검토 단계에 있습니다. 실제로 생산에 들어갈지는 현 상태로는 말씀드릴 수 없군요.
Lee : 끝으로 카바세만의 장점이 있다면 뭔지 설명해 주십시오.
JM : 우리는 항상 이노베이션을 합니다. 그런 가운데 많은 유산도 간직하고 있죠. 기본적으로 아웃소싱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합니다. 음향, 커넥티비티, 코액셜, 룸 커렉션 등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고, 늘 앞서기 위해 노력합니다. DSP만 해도 무려 2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많은 스피커 회사들이 스피커만 만들지 저희들처럼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Lee : 잘 알겠습니다. 아무튼 바쁜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JM : 감사합니다.
▲ 카바세 마케팅 & 세일즈 담당 장 미셸 폴릿(Jean Michel Pol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