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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포칼(Focal)은 유닛의 포칼이다. 그만큼 직접 개발한 유닛이 많다.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 트위터(1984년), K2 콘(1986년), W 컴포지트 샌드위치 콘(1995년), 베릴륨 트위터(2002년), 플랙스 샌드위치 콘(2013년), K2 파워 콘(2016년), 슬레이트파이버 콘(2019년) 등 수두룩하다. 세계 최초로 1981년에 역돔형 트위터를 개발한 것도 포칼이다.
그리고 이들 유닛간에는 엄연한 서열이 있다. 플래그십 유토피아(Utopia) III EVO와 차상위 소프라(Sopra) 시리즈는 베릴륨 역돔 트위터와 W 샌드위치 콘, 칸타(Kanta) 시리즈는 베릴륨 역돔 트위터와 플랙스 샌드위치 콘, 아리아(Aria) 900 시리즈는 알루미늄/마그네슘 트위터와 플랙스 샌드위치 콘, 막내 코라(Chora) 시리즈는 알루미늄/마그네슘 트위터와 슬레이트파이버 콘이다.
이처럼 엄격하기만 했던 포칼의 유닛간 위계질서에 균열이 생겼다. 필자가 보기에 그 진원지는 포칼이 창립 40주년 모델로 2019년에 내놓은 스펙트랄 40(Spectral 40th)이었다. 애니버서리 모델인 만큼 베릴륨 트위터나 W 콘이 투입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1990년대 포칼 스피커의 아이콘이었던 스펙트랄 913.1, 안테아, 베가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노란색 K2 파워 콘과 트위터를 채택한 것이다.
▲ Focal Aria K2 936
스피커포칼의 K2 파워 콘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2020년 말, 아리아 900 시리즈의 인기모델 Aria 936의 한정판 모델로 Aria K2 936 스피커를 선보인 것이다. 두 스피커는 스펙과 인클로저 크기, 무게는 물론, 알루미늄/마그네슘 트위터와 오버 주파수까지 똑같지만 겉보기에 2가지가 달라졌다. 미드레인지와 우퍼 3발이 모두 플랙스 콘에서 K2 파워콘으로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K2 936 인클로저 마감이 유토피아 III EVO 시리즈에만 있던 애쉬 그레이라는 것이다.
Aria K2 936 팩트체크
아리아 936과 아리아 K2 936 스피커를 한 자리에 놓고 보니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아리아 936이 천연 식자재를 쓴 건강식 요리라면, 아리아 K2 936은 일류 셰프가 잘 차려놓은 한 상 차림이다. 이게 다 프랑스산 한해살이 풀로 만든 플랙스 콘과, 아라미드 합성섬유로 만든 K2 파워 콘의 상이한 이미지 때문이다. 뒤에서 자세히 쓰겠지만 이들이 들려준 소리 역시 크게 달랐다. 아줌마 손맛과 셰프 일품 요리, 그런 차이였다.
아리아 K2 936은 기본적으로 3웨이, 5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다. 전면 배플에 1인치(25mm) 알루미늄-마그네슘 TNF 역돔 트위터, 6.5인치(165mm) K2 파워콘 미드레인지 유닛, 6.5인치(165mm) K2 파워 콘 우퍼 3발이 위부터 차례대로 박혔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전면 하단에 2개, 바닥면에 1개가 마련됐고, 후면 하단의 스피커케이블 커넥터는 싱글 와이어링만 지원한다. 높이는 1150mm, 무게는 29kg, 인클로저 재질은 MDF.
아리아 K2 936은 또한 울리기 어렵지 않은 스피커다. 공칭 임피던스가 8옴, 감도가 92dB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저 임피던스가 2.8옴까지 떨어지므로 전원부가 튼실한 앰프에 물리는 것이 안전하다. 주파수응답특성은 +,-3dB 기준 39Hz~28kHz 대역에서 플랫하고, 유닛간 크로스오버는 260Hz와 3.1kHz에서 이뤄진다. 6.5인치 K2 콘 미드레인지가 핵심중역대를 포함, 상당히 넓은 대역을 커버한다. 흥미로운 것은 아리아 K2 936과 아리아 936이 핸들링 파워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 아리아 K2 936이 50~300W인데 비해 아리아 936은 40~300W를 보인다. 아라미드 합성섬유를 쓴 K2 936이 좀 더 많은 앰프 밥을 요구하는 셈이다. 참고로 8.25인치 플랙스 콘 우퍼 2발과 6.5인치 플랙스 콘 미드를 쓴 아리아 948의 핸들링 파워는 40~350W. 역시 플랙스 콘 우퍼가 앰프 입장에서는 울리기가 더 쉽다는 얘기다.
K2 파워 콘이 뭐길래?
1979년 프랑스 셍테티앙에서 엔지니어이자 오디오 평론가였던 자크 마윌(Jacques Mahul)이 설립한 포칼-JM랩(Focal-JMlab)은 처음부터 유닛과 기술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드라이버 제작 브랜드는 포칼, 스피커 완성품 브랜드는 JM랩을 쓰던 포칼-JM랩이 회사 이름에서 JM랩을 뗀 것은 2005년부터다. 그리고 1990년대 포칼의 기세를 강렬히 상징한 스피커가 바로 스펙트랄 913.1(1995년), 안테아(1996년), 베가(1992년), 그리고 그랜드 유토피아(Grande Utopia. 1995년)였다. 포칼이 창립 40주년 모델을 제작하면서 오마주했다고 밝힌 3개 스피커들의 특징은 티옥사이드(Tioxide) 역돔 트위터와 노란색 폴리케블라(PolyKevlar) 콘 미드 및 우퍼를 썼다는 것. 티옥사이드는 티타늄에 얇은 티타늄 디옥사이드 필름을 입힌 것이고, 폴리케블라는 두 장의 케블라 사이에 아주 작은 공기층을 두고 레진으로 바른 것이다. 폴리케블라는 1995년에 등장한 플래그십 그랜드 유토피아에도 채택됐을 만큼 포칼이 애지중지하는 진동판 재질이었다. 한편 폴리케블라는 나중에 K2로 이름을 바꾸는데, 이는 케블라가 듀퐁이 만든 아라미드 섬유의 브랜드 이름이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1990년대를 풍미한 K2 콘은 2016년 2세대 K2 파워(Power) 콘으로 진화했다. 아라미드 섬유(Aramid fibres)와 유리 섬유(fiber glass) 2장 사이에 매우 가벼운 폼(foam)을 집어넣어 1세대 K2 콘에 비해 더욱 강하고 가벼우며 댐핑이 좋아졌다는 것이 포칼의 설명이다. 현재 포칼 카오디오 미드우퍼의 주력은 노란색 진동판이 인상적인 K2 파워 콘이다.
한편 아리아 K2 936을 비롯해 아리아 900 시리즈 전 모델에 채택된 TNF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 역돔 트위터는 고밀도 폴리우레탄 발포 폼인 포론(Poron)을 서라운드(엣지)로 썼다. 일종의 메모리 폼인 포론 엣지 덕분에 핵심 중역대인 2kHz~3kHz에서의 왜곡을 일반 고무 엣지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고 한다.
시청
시청에는 네임(Naim)의 올인원 플레이어 유니티 노바(Uniti Nova)를 동원, 주로 룬(Roon)으로 타이달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유니티 노바는 8옴에서 80W를 출력한다. 시청은 아리아 936과 아리아 K2 936의 비교 청취 방식으로 진행됐다.
Anne Sophie Von Otter ‘Baby Plays Around’(For The Stars)
본격 시청에 앞서 몸풀기로 요요마가 연주한 바흐의 첼로 무반주 조곡 1번을 들어봤다. 아리아 936은 음이 두터우면서도 부드럽고 아늑했다. 역시 6.5인치 우퍼 3발의 힘이다. 이에 비해 아리아 K2 936은 한 눈에 봐도 SN비가 좋아졌고 우퍼 3발이 보다 잘 달리고 잘 멈춘다. 상당히 핏이 좋게 다이어트를 한 음이 나왔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이러한 첫 느낌은 오터가 부른 ‘Baby Plays Around’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아리아 936은 스케일이 크고 옹색하지 않은 음을 들려주지만 우퍼 3발의 댐핑이 타이트하게 안이뤄지는 듯한 인상. 아리아 K2 936으로 바꿔 들어보면, 오터의 숨소리가 단정해졌고 음의 윤곽선은 선명해졌다. 전체적으로 노이즈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 아리아 936에서는 우퍼 3발의 존재가 두드러졌지만, 아리아 K2 936에서는 눈처럼 녹아들었다. 대역간 에너지 밸런스가 더 정교하게 이뤄지고 있다.
Billie Eilish ‘Bad Guy’(When We Fall Asleep, Where Do We Go?)
매번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유니티 노바의 구동력 하나는 인정해줘야 한다. 스피커 공칭 임피던스와 감도가 높은 덕도 있지만 웬만한 시청실은 가득 메울 만큼의 에너지를 스피커로부터 뽑아낸다. 까무러칠 정도의 타격감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상황. 아리아 936은 여기에 따뜻하고 편안하며 부드러운 손길을 지녔다. 아리아 K2 936으로 바꾸면, 우퍼의 스피드가 빨라지고 리듬앤페이스가 더욱 살아나는 것 같다. 빌리 아일리시가 숨을 들이마시는 기척도 생생하다. 대신 플랙스 콘 특유의 편안함과 수더분함은 줄어들었다. 확실히 해상력과 타격감을 높인 보다 트렌디한 음이 아리아 K2 936에서 나온다.
Dave Brubeck Quartet ‘Take Five’(Time Out)
역시 아리아 936 스피커는 음에 온기가 있고 폐활량이 큰 스피커다. 알토 색소폰의 음색도 만족스러운 편. 아리아 K2 936으로 바꾸면 알토 색소폰의 음이 보다 단단하고 묵직해진 티가 확연하다. 음상은 또한 작고 또렷하게 맺힌다. 맞다. 아리아 K2 936은 해상력의 스피커, 묵직한 음이 나오는 스피커로 요약된다. 이에 비하면 좀 전에 들은 아리아 936은 상대적으로 음이 부드럽고 가벼우며 음상은 다소 부푼 느낌. 아리아 K2 936에서는 특히 저역이 단정하고 단단해서 고역이 더욱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다. 드럼 솔로 대목에서는 그 에너지감이 몇 단계 급상승했다. 전체적으로 똑 부러지는 음이 나왔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플랙스 콘을 쓴 아리아 936은 고역과 중저역의 밸런스가 절묘한 스피커다. 무대의 뒷펼침도 좋다. 아리아 K2 936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해상력과 SN비, 댐핑, 그리고 예리한 음상이다. 하지만 집에서 클래식 대편성곡부터 재즈, 보컬까지 두루 들을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특히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크리미한 음색과 그런 질감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더욱 환영받을 것이다. 이에 비해 아리아 K2 936은 스피커를 바꾸자마자 시청실 공기가 깨끗해졌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급이 달라진다. 소리가 맑고 투명해진 것이다. 특히 여린 음이 이어지는 대목에서도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 모습이 대단하다.
총평
예전 스펙트랄 40 스피커를 리뷰했을 때에도 K2 파워 콘의 물성과 이를 활용한 포칼 엔지니어들의 튜닝 실력에 감탄했는데, 이번 아리아 K2 936도 마찬가지였다. 왜 한정판(Limited Edition)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여가며 새 모델을 선보였는지 그 소리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주파수응답특성이나 크로스오버 주파수에 변화가 없더라도 콘 재질이 바뀌면 완전히 다른 스피커가 된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K2 파워 콘 뿐만이 아니다. 아리아 K2 936은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포칼의 내공이 대놓고 빛을 발하는 그런 스피커다. 포론 엣지를 단 알루미늄/마그네슘 역돔 트위터, 전면과 바닥면을 향한 멀티 포트의 베이스 리플렉스 설계, 가죽 느낌의 전면 패널과 고급 애쉬 그레이 마감의 측면 패널 등등. 꼭 아리아 936 모델과 비교해가며 진지하게 청음하실 것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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