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 레저의 ‘다크나이트’와 폴 워커의 ‘분노의 질주’를 연이어 봤다. 모두 4K UHD 블루레이 영상이었다. AV 시스템 리뷰를 위해 자주 보는 영화이고, 자주 접한 하이파이클럽 제1시청실의 AV 시스템이었는데 이번에는 감동이 남달랐다. 눈이 시릴 만큼 명암대비가 뚜렷하면서도 오래 보아도 결코 눈이 피곤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지만 영상 역시 해상도가 높아지면 인간의 감각은 더욱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게다가 사운드트랙이나 효과음까지 박력이 넘쳤다.

그 ‘주인공’은 스위스 골드문트(Goldmund)의 Eidos 36U 4K 플레이어였다. 프로젝터나 AV 프로세서와 멀티채널 앰프, 5.1 채널 스피커 시스템이 아니라 소스기기를 콕 짚어 ‘주인공’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유가 있다. 소스기기를 다른 브랜드의 4K 플레이어로 바꿔 ABA 테스트를 해보니 그 격차가 확연했던 것이다. 그 또렷했던 윤곽선은 뭉개졌고 블랙은 딥 블랙에서 그레이 블랙으로 바뀌었으며 음의 밀도감과 펀치감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줄어들었다. 엄청난 가격대만큼 화질과 음질도 엄청난 4K 플레이어였다.

골드문트와 Eidos 시리즈

필자가 지금까지 접한 골드문트의 소스기기는 Eidos 36T, Eidos 17, Eidos 36U 4K다. 이번 시청기인 Eidos 36U 4K는 지난해 5월 독일 뮌헨 오디오쇼에서 처음 선보인 플레이어인데, 지난해 여름부터 최근까지 수입사인 오디오갤러리 시청실에서 자주 들었던 모델이다. 당시 주 시청 기기가 골드문트 앰프나 포칼 스피커여서 집중하지 못했지만 그 영상의 선예감과 음상의 정밀함은 누가 보고 들어도 인정할 만큼 대단했었다. 참고로 이들 3기종과 매칭했던 시스템은 이랬다.

Eidos 36T CDT

= 실바톤 DSD DAC DA-100, FM 어쿠스틱스 222MKII, 233, 711MKII X2, XS 2B

Eidos 17

= 골드문트 Telos 590 NextGen, 포칼 Scala Utopia EVO

= 골드문트 Mimesis 15, 골드문트 Sukha

Eidos 36U 4K

= 포칼 Astral 16, 포칼 Scala Utopia EVO

= 골드문트 Mimesis 20H NextGen, 22H NextGen, Telos 1000 NextGen, 포칼 Maestro Utopia EVO

= 골드문트 Mimesis 20H NextGen, 22H NextGen, Telos 1000 NextGen, 포칼 Grande Utopia EM EVO

= 골드문트 Mimesis 15, Telos 2500 NextGen, 포칼 Stella Utopia EM EVO

= 골드문트 Mimesis 16.8, 골드문트 Satya

필자가 파악한 바로는 골드문트에서 소스기기 이름에 에이도스(Eidos)를 붙여 출시한 것은 2001년에 나온 CD/DVD 트랜스포트 Eidos 38이 처음이다. 그전에는 미메시스(Mimesis)라는 이름을 달고 1993년에 CD 트랜스포트 Mimesis 36 CD Turntable이 나왔었다. ‘턴테이블’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골드문트가 당초 1982년 미국 CES에서 선보인 아날로그 턴테이블(Reference Turntable)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기 때문이다. 미메시스와 에이도스는 그리스어로 각각 ‘재현’과 ‘이데아’를 뜻한다.

어쨌든 Eidos 38은 골드문트가 1988년 프로용 소형 녹음기 메이커인 스텔라복스(Stellavox)를 인수, 그 회사의 앞선 트랜스포트 기술을 5년 만에 디지털 쪽으로 이식해 내놓은 제품이다. 기계 진동을 바닥으로 흘려보내주는 메커니컬 그라운딩(Mechanical Grounding), 디스크의 불필요한 진동을 잡아주는 마그네틱 댐퍼(Magnetic Damper) 등 골드문트 대표 기술들이 일찌감치 베풀어졌다. 이후 주요 에이도스 소스기기의 출시 연표는 다음과 같다.

2001년 : Eidos 38 = CD/DVD 트랜스포트. Mimesis 35 CD Turntable을 대체

2003년 : Eidos 38 DVD Player = CD 트랜스포트, DVD 플레이어

2003년 : Eidos 18D = CD/DVD 플레이어

2003년 : Eidos Reference Player = 플래그십 CD/DVD 플레이어

2005년 : Eidos 36 = 유니버설 플레이어(CD, DVD, SACD)

2006년 : Eidos 36A = 유니버설 플레이어

2006년 : Eidos 18 = CD/SACD 플레이어

2008년 : Eidos 20A = CD/SACD 플레이어

2008년 : Eidos 20BD = CD/SACD/블루레이 플레이어

2009년 : Eidos Reference Blue = 플래그십 CD/SACD/블루레이 플레이어

2011년 : Eidos Reference Blue MKII = 플래그십 CD/SACD/블루레이 플레이어

2012년 : Eidos 20BDU = 유니버설 플레이어

2013년 : Eidos 36U = 유니버설 플레이어

2013년 : Eidos 36T = 디스크 트랜스포트

2014년 : Eidos 17 = 유니버설 플레이어

2015년 : Eidos 36U+ = 유니버설 플레이어. 3D 블루레이 지원

2017년 : Eidos Reference Blue MKIII = 플래그십 CD/SACD/블루레이 플레이어

2018년 : Eidos 36U 4K = 유니버설 플레이어. 4K 블루레이 지원

Eidos 36U 4K 팩트 체크

Eidos 36U 4K는 골드문트에서 처음 출시한 4K 플레이어. 따라서 UHD 블루레이를 재생할 수 있는 점이 이전 모델과 가장 다른 점이며 4K가 아닌 1080p 디스크도 4K, 즉 3840p 해상도로 업스케일링해준다. HDR(Hyper Dynamic Range) 확장 기능으로 HDR 10을 지원한다. 이 밖에 블루레이, 블루레이 3D, DVD-Audio, AVCHD, SACD, CD, Kodak Picture CD, CD-R/W 등을 모두 재생할 수 있다. BD-ROM 버전 3.1에 프로파일(Prophile) 6 사양이며, 프로파일 5(블루레이 3D) 사양의 디스크도 지원한다.

Eidos 36U 4K는 또한 아날로그 출력(RCA) 단자를 통해 7.1채널, 5.1 채널, 스테레오 채널을 지원한다. 후면을 보면 맨 위 왼쪽부터 Front-L, Front-R, Surr-L, Surr-R, Center, Sub, Rear-L, Rear-R 단자가 마련됐다. 광과 동축, HDMI 단자를 통한 디지털 입출력도 가능하다. 후면 아래 왼쪽부터 동축, 랜, HDMI Main, HDMI Audio, HDMI In, 광, USB 1,2 단자가 마련됐다.

디지털 출력은 광과 동축을 통해서는 최대 2채널 192kHz PCM 음원과 돌비 디지털(Dolby Digital), DTS 음원을 뽑아낼 수 있다. HDMI 오디오는 입출력 모두 PCM은 최대 7.1채널, 192kHz까지, DSD는 최대 5.1 채널까지 비트스트림으로 지원한다. HDMI 비디오는 입출력 모두 UHD, 1080p24, 1080p, 1080i, 720p, 576p, 576i, 480p, 480i, 3D 프레임 패킹 720p와 1080p24까지 지원한다.

전면 패널을 보면 이전 36U나 36U+ 모델과는 달리 금장 로고가 연청색 디스크 트레이 밑으로 내려갔고, 트레이 앞에 ‘4K’ 글자가 새겨졌다. 트레이 오른쪽 옆에는 오픈 버튼, 그 오른쪽 위에는 되감기와 빨리 감기 버튼, 아래에는 멈춤, 정지, 재생 버튼이 있다. 리모컨도 제공된다. 넓이는 440mm, 높이는 135mm, 안길이는 370mm, 무게는 12kg을 보인다. 주파수 응답 특성 20Hz~48kHz(+,-0.2dB), SNR 112dB, THD+N 0.001% 등 오디오 스펙이 무척 뛰어나다.

Eidos 36U 4K 설계디자인 :

마그네틱 댐퍼, 알루미늄 통절삭 트레이, 메커니컬 그라운딩, AC큐레이터

디스크 픽업 메커니즘과 드라이브 시스템은 지금은 오디오 사업에서 철수한 오포 디지털(Oppo Digital)의 메커니즘을 베이스로 했다. 지난해 Eidos 36U 4K 출시 이후 미셸 르베르숑(Michel Reverchon) 골드문트 CEO가 가진 몇몇 해외 인터뷰를 보면 “디스크 메커니즘 제작자와 긴밀히 협의를 진행했으며 물량을 다수 확보해놓은 상태”라고 한다. 

Eidos 36U 4K 설계 디자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골드문트의 독자적인 마그네틱 댐퍼(Magnetic Damper)와 알루미늄 통절삭 트레이 보강 설계. 이를 통해 디스크 픽업 메커니즘과 트레이 파트의 불요 진동을 최소화함으로써 레이저 포커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고 한다. 픽업 메커니즘과 디스크 트레이를 완전히 분리시키고, 픽업 메커니즘을 장착한 내부 섀시를 두꺼운 메탈 플레이트로 덧댄 점도 제진 대책의 일환이다.

메커니컬 그라운딩(Mechanical Grounding) 기술도 가세했다. Eidos 36U 4K가 모터로 움직이는 디스크 플레이어인 만큼, 골드문트의 간판 기술이라 할 메커니컬 그라운딩 채택은 거의 필수다. 메커니컬 그라운딩은 전기 접지(electrical grounding)처럼 오디오 기기에서 발생한 진동을 바닥(ground)으로 흘려보내는 기술. ‘진동은 한 방향으로 흐르며, 부드러운 재질에서 딱딱한 재질로 이동한다’는 다이오드(Diode) 이론을 바탕으로 했다.

AC 큐레이터(AC Curator)는 골드문트의 파워앰프 라인업을 제외한 플레이어, DAC, 프리앰프에 투입돼온 기술로 이번 Eidos 36U 4K에도 투입됐다. 이들 기기들이 워낙 예민한 음악 신호를 다루고 있는 만큼, 다른 기기에서 타고 넘어오는 AC 노이즈를 차폐시키는 기술이 바로 AC 큐레이터 기술이다. 핵심은 AC 노이즈를 트랜스포머를 통해 디커플링(decoupling) 시킨다는 것. 이 AC 큐레이팅 트랜스포머가 투입된 골드문트 기기들을 2대 이상 사용하면 AC 노이즈를 더욱 줄일 수 있지만, 빠른 스피드 필요한 파워앰프에서는 이를 생략했다는 게 골드문트의 설명이다.

시청

시청은 하이파이클럽 제1시청실에서 진행했다. 세팅된 기기는 로텔의 서라운드 프로세서 RSP-1576과 멀티채널 앰프 RMB-1585 3대, 프로젝터는 엡손의 LS-10500 4K Projector, 스피커는 B&W의 9.4.5 멀티채널 스피커였다. 세팅 화면에서 UHD와 DHR 모두 자동(auto)으로 설정했다. 

Christopher Nolan - The Dark Knight (4K)

먼저 Eidos 36U 4K로 첫 은행털이 신을 시청했다. 고층 빌딩 유리창을 뚫고 나오는 총소리부터 평소와 다르다. 또렷하고 묵직하다. 그늘진 빌딩인데도 콘트라스트가 선명해 유리창 구석구석이 잘 보인다. 어두운 차량 내부인데도 운전자의 양복 색깔이 짙은 남색임을 잘 알 수 있고 색 번짐도 심하지 않다. 하얀 가면의 붉은색 눈덩이의 색감 표현이 기막히다. 오디오 쪽도 순간적인 다이내믹스 표현에 있어서 거의 대형 멀티플렉스 수준이다. 이어 다른 브랜드의 4K 플레이어로 같은 장면을 비교 테스트했는데, 일단 음들이 시청실을 채우지를 못한다. 그만큼 얇고 가벼운 것이다. 첫 총소리도 둔탁함이 사라졌고, 그림자가 진 빌딩의 해상력도 많이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지금 이게 4K 영상인가 싶을 정도. 돈 가방의 윤곽선도 확실히 흐릿해졌다. 다시 Eidos 36U 4K로 바꿔보면, 가슴을 누르는 음의 압력이 확연히 높아졌고 어두운 화면에서의 해상력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전체적으로 필자와 스크린 사이에 얇은 필름 하나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Rob Cohen - 2 Fast And 2 Furious (4K)

Eidos 36U 4K로 먼저 시청해보면, 질주하는 차량에서 펄펄 날리는 먼지의 입자감과 온몸을 감싸는 음의 압력이 상당하다. 동네 양아치들이 차량 4대를 차례로 주차하는 대목에서는 뜨거운 태양과 엔진으로 인한 보닛의 열기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폴 워커(브라이언 오코너)와 조다나 브류스터(미아 토레토)의 대화 장면에서는 이들의 발음이 분명하게 들린다. 이어 다른 브랜드의 4K 플레이어로 바꿔보면 갑자기 음이 얌전해지고 모션의 흔들림 현상도 심해진다. 차량의 엔진 출력 자체가 낮아진 것 같다. 그제서야 필자는 무릎을 쳤다. 좀 전 36U 4K가 얼마나 또렷하고 색 번짐이 없는 영상을 보여줬던 것인지 비로소 절감했던 것이다. 밤 신에서는 상황이 더욱 안 좋았다. 조명을 받는 부분은 그나마 낫지만 그림자가 진 부분은 거의 식별을 할 수가 없었다. 두 소스기기의 차이는 누가 봐도 큰 격차를 보였다. 

Andrew Lloyd Webber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Blu-ray)

이번에는 일반 1080p 블루레이 중에서 필자가 여러 차례 감동을 먹은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공연' 디스크를 골랐다. 크리스틴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시에라 보게스의 노래 실력과 표정 연기가 거의 역대급으로 펼쳐지는 명반이다. 하이라이트라 할 챕터 6를 먼저 다른 브랜드의 4K 플레이어로 시청해보면, 안개의 입자감이나 그라데이션, 소프라노 음색 등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 평소 익숙한 영상과 음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나 달라질까 반신반의하며 Eidos 36U 4K로 바꿨다. 안개가 부유하는 모습과 입자감부터 달라지더니 오케스트라 반주음의 다이내믹스와 밀도감도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인다. 블랙은 완전 딥 블랙으로 펼쳐지고 크리스틴과 팬텀(라민 카림루)이 배를 타고 등장하는 장면은 보다 밝아졌다. 팬텀 얼굴에서는 작은 모공까지, 크리스틴 얼굴에서는 연분홍 볼 터치 밑의 완연한 혈색까지 다 보인다. 다시 다른 4K 플레이어로 바꿔보면, 안개 표현의 디테일이 확 감소하고 팬텀 얼굴은 그새 옅은 화장을 한 것처럼 모공이 잘 안보여 크게 놀랐다. 

총평

Eidos 36U 4K는 비싸다. 하지만 4K 플레이어로서 Eidos 36U 4K의 성능과, 스위스 명품시계 롤렉스와 파텍필립 공장에서 만든 인클로저의 완성도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대단했다. 특히 콘트라스트가 뚜렷한 화면과 다이내믹스와 밀도감이 가득한 재생음은 비교했던 플레이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AC 큐레이터 기술 덕분에 영상과 음성에서 모두 노이즈가 눈에 띄게 줄어든 점도 확연했다. 골드문트라는 네임 밸류를 인정하거나, 이미 골드문트 디지털 프로세서와 앰프, 혹은 골드문트 액티브 스피커 시스템을 갖춘 유저라면 Eidos 36U 4K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이 플레이어로 4K '다크나이트'와 '분노의 질주'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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