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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루릭 ( luric.co.kr , @LuricKR )
헤드폰을 생활 용품으로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실외용 헤드폰은 음향 기기인 동시에 생활 용품입니다. 집 안에서 소파에 앉아 듣는 용도의 헤드폰이 아니라, 외출과 실내 활동 및 운동 중에도 사용하는 헤드폰이라면 제품을 고르기 전에 ‘생활 용품으로써의 장점’을 잘 검토해봐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블루투스 헤드폰을 권하고 싶습니다. 정기적으로 배터리 충전을 해야 하고 처음 사용할 때는 페어링의 번거로움도 있지만, 무선의 편리함이 모두 상쇄해줍니다. 또, 가격이 어느 정도 되는 블루투스 헤드폰들은 소리 품질도 상당히 좋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생활 속에서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헤드폰의 형태가 또 하나 있습니다.
작고 가벼운 유선 헤드폰!
그런 헤드폰이 80~90년대에는 꽤 많았습니다. 대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에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었지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작은 이어컵, 얇은 스틸 헤드밴드, 솜으로 된 이어패드를 지닌 오픈형 헤드폰이 그렇습니다. 현재도 ‘레트로 디자인’이라는 카테고리로 작고 가벼운 헤드폰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출시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사랑을 받고 있는 코스 포타프로(PortaPro) 역시 작고 가벼운 헤드폰의 좋은 사례입니다. 소리도 좋고 가격 부담도 적으니 외출을 하거나 조깅할 때 쓰면 딱 좋습니다. 다만 하나의 문제점이 있는데요. 이런 ‘레트로 헤드폰’들은 대부분 오픈형입니다.(아니면 세미오픈이거나) 길을 걸을 때 주변 소리를 들어야 안전하겠지만 그래도 음악의 디테일을 전달 받을 수 있을 정도까지는 소음 차단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작고 가벼운 밀폐형 헤드폰은 생각보다 찾기가 어렵습니다.
프로젝트 오디오(Pro-Ject Audio Systems)의 히어 잇 투(Hear It Two)는 이러한 요구에 대한 정답이 될 것입니다. 이 물건은 밀폐형 헤드폰이며 수입 가격 10만원대 초반으로 극히 가볍고 착용감이 좋은데 소리 품질은 10만원대 헤드폰 그 이상을 찍는 제품이라고 봅니다. 한 달이 넘게 히어 잇 투를 사용하면서 저는 생활 용품에 가장 가까운 오디오 애호가용 헤드폰이 아닌가 하고 생각 중입니다.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출퇴근길과 산책 및 조깅 중에도 아무런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미니 헤드폰이 히어 잇 투입니다.
착용감을 결정하는 끝판왕은 경량
헤드폰의 착용감을 결정하는 요소는 대략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이어패드의 소재이며 둘째는 헤드밴드의 장력입니다. 예를 들어 가죽, 솜, 패브릭, 벨루어 등의 다양한 이어패드 소재는 각자 다른 감촉을 제공하며 공기가 통하는지의 여부도 쾌적한 착용을 결정하게 됩니다. (*이어패드 소재는 헤드폰의 소리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그 후 헤드밴드가 얼마나 사용자의 머리를 조이는지 살펴봅시다. 강하게 조일수록 이어패드가 귀에 밀착되면서 저음 전달이 잘 되고 소음 차단 효과가 향상됩니다. 그러나 오래 착용하기에는 압박이 심하지요. 느슨하게 조이면 압박감은 줄어들지만 움직임이 많아지는 경우 헤드폰이 쉽게 흘러내릴 수 있습니다.
BUT! 헤드폰에서 편안한 착용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그 모든 것을 이기는 단 하나의 요소가 존재합니다. 바로 ‘경량화’입니다.
헤드폰의 무게를 한 번 생각해봅시다. 보통은 150~200g 정도가 많으며 실내용의 풀 사이즈 헤드폰들은 400g이 넘는 경우도 흔합니다. 작고 가벼운 온이어 헤드폰의 예시를 찾아 본다면 젠하이저 PX-200 II의 무게가 88g이고, 소니 MDR-S400은 85g입니다. 그런데 히어 잇 투의 무게는 제조사 측정 기준으로 77g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헤드폰 제조사들은 케이블을 제외하고 무게를 잽니다.) 이렇게 가벼우니 헤드밴드 장력을 올려서 더 강하게 조이도록 만들어도 귓바퀴의 압박이 거의 없습니다. 77g이라는 무게가 숫자로 보면 감이 잘 안 오지만 실제로 손에 들어보면 거의 ‘공기’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히어 잇 투를 머리에 쓰고 있으면 머리에 뭔가 쓰고 있다는 감각이 없어요. 그런데 헤드밴드 장력이 적당히 강해서 조깅을 하는 도중에도 헤드폰이 단단히 정착되어 있습니다.
귀엽고 심플한 레트로 헤드폰
혹시 이 제품을 구입하신다면 튼튼한 박스 포장은 마음에 들겠으나 헤드폰을 꺼내 들었을 때는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생김새와 무게, 마감이 모두 옛날 워크맨으로 음악 듣던 시절 접했던 레트로 헤드폰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10만원짜리 헤드폰이 겨우 이 정도인가’하고 실망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구성품은 얇은 파우치 한 개와 6.3mm 어댑터가 포함됩니다.
이후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히어 잇 투의 겉모습과 가벼움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오디오 시스템이나 고해상도 DAP가 아닌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뮤직 스트리밍 한 곡만 들어봐도 생각이 완전히 바뀔 것입니다. 이 제품의 진정한 장점은 작고 가벼워서 사용하기 편한데 소리까지 좋다는 겁니다. 그것도 적당히 좋은 게 아니라 많이 좋다고 봅니다.
히어 잇 투는 화이트, 블랙, 레드 컬러가 있습니다. 마치 작은 달걀처럼 생긴 하우징이 귀엽군요. 그리고 히어 잇 원과 마찬가지로 매우 심플한 모습입니다. 타원형의 하우징 표면으로 추상적인 삼각형의 프로젝트 오디오 로고 하나만 배치됐습니다. 헤드밴드와 힌지 부분은 모두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으며 헤드밴드 전체는 약간 쿠션이 있는 고무 소재로 덮여 있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하우징이 90도로 회전한다는 것입니다. 헤드폰을 휴대하거나 목에 걸고 있을 때 편리합니다.
머리 큰 사람을 포용하는 헤드밴드 길이
미니 헤드폰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머리가 크거나 귀의 높이가 낮게 되어 있어서 헤드밴드가 조금만 늘어나는 미니 헤드폰을 쓸 수 없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히어 잇 투는 예외입니다. 무척 작은 헤드폰이지만 헤드밴드가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로 매우 길게 늘어나거든요. 늘 헤드폰의 헤드밴드를 최대로 늘려서 착용해온 저도 히어 잇 투를 쓸 때는 좌우 2cm씩 줄여서 쓸 정도였습니다. 줄자로 이어컵 중앙부터 헤드밴드 길이를 재어보니 42~43cm 정도가 나왔는데 헤드밴드 자체가 매우 슬림해서 실제로는 더욱 여유롭게 느껴집니다.
케이블은 피복이 패브릭 소재이며 슬림한 직선형 3.5mm 플러그를 사용합니다. 상당히 굵고 튼튼한 케이블이지만 패브릭 피복은 마찰이 많을 경우 보풀이 일어나기 때문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제품이 주로 스마트폰과 짝을 이루기 때문에 리모트가 있으면 좋겠으나 별도의 스마트폰 지원 모델은 없는 듯 합니다. 히어 잇 투는 흔치 않은 ‘가볍고 편하고 소리 좋은 미니 헤드폰’이니 이후 스마트폰 지원 모델이 새로 출시된다면 반갑겠습니다.
이 제품은 밀폐형 헤드폰이지만 온이어(On-ear) 헤드폰이고, 특히 이어패드 지름이 작은 미니 헤드폰이기 때문에 소음 차단 효과는 중간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오픈형 헤드폰보다는 소음 차단이 잘 되지만 귀 전체를 덮는 오버이어(Over-ear) 밀폐형 헤드폰보다는 덜합니다. 그리고 하우징 테두리 앞뒤로 2개씩, 채널 당 4개의 베이스 포트가 있습니다. 아주 조용한 곳에서 들으면 이 부분에서 소리가 조금씩 밖으로 새어 나오지만 민폐 끼칠 정도는 아닙니다.
*주의 : 히어 잇 투는 최대한 얇고 가볍게 만들어진 헤드폰입니다. 외부 충격에 의해 손상 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극도로 경량화된 자동차나 비행기는 그만큼 내구성이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평소에는 목에 걸고 다니는 게 제일 좋고 가방에 넣을 때는 다른 물건에 눌리지 않도록 배치하세요.
SOUND
Driver Unit : 30 mm Dynamic
Frequency Response : 18 ~ 22,000 Hz
Impedance : 32 ohms
Sensitivity : 107 dB
Max sound pressure level : 130 dB
Maximum Input Power : 50 mW
Cable Length : 1.2 m (HPOFC)
Weight : 77 g
히어 잇 투는 이어패드가 귓바퀴 안쪽으로 올라오는 미니 사이즈의 온이어 헤드폰입니다. 안경을 착용해도 소리와 착용감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이 헤드폰을 실제로 착용해보면 처음에는 ‘음? 헐렁한가?’ –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이어패드가 귓바퀴 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정착용이 된 겁니다. 헤드폰 무게가 너무 가벼워서 머리를 털어도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헤드폰은 효율이 좋은 편입니다. 별도의 헤드폰 앰프 없이도 허전함이 없는 고.중.저음을 듣게 되며, 별도의 헤드폰 앰프를 연결해도 소리의 속성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이폰 6S의 경우는 40~50% 정도의 볼륨으로 감상했는데, 히어 잇 투의 소리는 그 해상도가 높고 균형도 좋아서 고해상도 재생기(Hi-Res DAP)에 연결해 실내 오디오 감상에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의 프로젝트 오디오(Pro-Ject Audio Systems)는 Pro-Ject 브랜드의 턴테이블과 포노 앰프를 만들며 동시에 Box Design이라는 브랜드로 각종 디지털 오디오 기기도 만들고 있습니다. 더 쉽게 말하면 이 회사는 아날로그 오디오와 디지털 오디오를 모두 다루는 곳입니다. 히어 잇 원, 히어 잇 투는 그 중에서 디지털 오디오에 더 맞춰진 헤드폰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날로그 오디오와 조합해도 상호보완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빠른 응답과 ‘센 느낌’의 소리를 제공하므로 디지털 오디오에 잘 맞는다는 뜻입니다.
베이스 포트가 채널 당 4개씩 필요한 이유
베이스 포트는 히어 잇 투의 소리를 완성하는 중대 요소입니다. 이 헤드폰의 단단한 저음 타격과 깊은 울림을 베이스 포트에서 만들어냅니다. 음악을 듣다가 손가락으로 베이스 포트를 모두 막으면 순식간에 저음이 약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채널 당 4개의 베이스 포트가 있는데 2개씩 막아보시면 왜 베이스 포트 ‘4개’가 필요한지 알게 될 것입니다. 이 헤드폰을 설계한 사람은 실외용 헤드폰에게 필요한 저음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 합니다. 주변 소음이 많은 실외에서 든든하면서도 균형 잡힌 저음을 들으려면 알맞은 저음 강조가 필요한데 채널 당 4개의 베이스 포트가 딱 맞는 수준의 저음을 만들어줍니다.
높은 밀도, 빠른 응답, 드라이 사운드
히어 잇 투의 소리는 히어 잇 원과 몇 가지 특성을 공유합니다. 첫째는 앞서 언급했던 ‘디지털 오디오에 더 어울린다’는 것이고요. 둘째는 모든 음 영역의 높은 밀도입니다. 이 가벼운 하우징 속에 어떤 다이내믹 드라이버 유닛을 넣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성능이 좋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고음, 중음, 저음 모두 허전한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는 그야말로 꽉 찬 입자를 묘사합니다. 또한 모든 음 영역의 응답 속도가 빨라서 흐름이 쳐지는 경우가 없습니다. 소리의 잔향을 대부분 제거한 드라이(Dry)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음악 파일을 감상할 때 음악의 장르와 관계없이 음반의 녹음 품질을 감지할 수 있으며, 보다 뚜렷하고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 헤드폰은 가벼운 마음으로 생활 속에서 사용하기 좋은 제품이지만 스튜디오용 헤드폰으로 사용해도 음악 속 디테일을 놓치는 경우는 없을 듯 합니다.
고.중.저음이 모두 조금씩 강조된 밸런스형 헤드폰
여러분이 헤드폰의 소리를 들을 때 저음의 비중이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현재 측정 기준으로 주파수 응답 곡선이 평평하게 나오는 헤드폰의 소리는 실제로 들어보면 저음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흔한 표현으로는 소리가 ‘가늘다’고 합니다. 음색적 특징이 사라져서 듣기에 심심하다는 것은 취향에 따른 것이니 강조하지 않으렵니다.
히어 잇 투는 ‘헤드폰에는 저음 강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에게는 ‘플랫한 소리’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헤드폰의 소리는 평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고.저음이 꽤 강조된 헤드폰’이라고 판단하실 것입니다. 일단 제 생각은 히어 잇 투의 고.중.저음이 모두 조금씩 강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평평한 직선이 아니라 최소 2~3군데 정도는 굴곡이 있으리라 예상해봅니다. 그런데 고.중.저음의 비중은 한 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잘 맞춰놓았습니다. 이러한 세팅은 음악 듣기에 재미있는 올라운드 타입의 헤드폰이 되기에 딱 좋습니다. 고음, 중음, 저음이 모두 뚜렷하게 들려서 어떤 음악을 틀어도 각각의 개성이 더 강하게 드러납니다. 저음의 양은 감상 환경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것입니다. 조용한 실내에서는 저음이 조금 더 강하게 느껴지고, 소음이 있는 실외에서는 밸런스형 헤드폰으로 여기게 될 겁니다.
선이 굵고 선명한 고음
이 물건의 소리에서 가장 특징이 명료한 영역을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고음을 지목하겠습니다. 여러분도 히어 잇 투를 처음 머리에 쓰고 소리를 들어본다면 저음의 든든함보다는 고음의 시원함을 먼저 주목하게 되리라 예상합니다. 입자가 약간 굵은 편인데 거칠다는 느낌이 없으며 고음 중에서도 낮은 영역 일부를 더 강조한 모양입니다. 고음이 선명하게 들릴 뿐만 아니라 그 선이 굵게 느껴집니다. 드럼으로 치면 스네어와 하이햇이 모두 강하게 들려오는 고음이라고 하겠습니다. 낮은 고음 영역은 높은 중음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 이 점은 보컬, 현악기 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단, 히어 잇 원에 비한다면 고음의 치찰음 강조가 약간 있습니다. 귀를 찌를 정도는 아니지만 고음 자극에 민감한 분이라면 참조해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고음 강조가 있으나 음색이 밝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밝은 음색이라는 것은 얼핏 듣기에도 고음 왜곡이 있다고 느낄 정도를 의미합니다. (색깔로 치면 파랑색이 되는 현상) 히어 잇 투의 고음은 분명히 강조가 있으나 음색적 왜곡은 거의 없는 듯 합니다. (굳이 비유한다면 아주 연한 하늘색 정도)
가깝게 다가오며 귀를 즐겁게 하는 중음
중음도 일부가 강조되어 있으며 고음과 저음 사이에서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약간 앞쪽으로 나옵니다. 고음과 마찬가지로 중음의 선이 두텁고 귀에 가깝게 들리는군요. 보컬과 현악기, 그 중에서도 보컬을 보다 명료하게 듣고 싶은 분이라면 이 특징이 마음에 드실 겁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바로 앞에서 언급한 고음의 특성 때문에 여성 보컬이 더욱 화려하고 재미있게 들린다는 것입니다. 현악기에서도 바이올린의 높은 음이 보다 현란하게 느껴지며 색스폰의 경우는 소프라노 색스폰에서 귀가 훨씬 즐거워집니다. 피아노 소리가 맑게 들린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피아노 소리 자체는 변하지 않는데 제가 피아노 연주자에게 더 가깝게 가서 앉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저음이 강하게 울리는 와중에도 고.중음이 조금도 가려지지 않습니다. 히어 잇 투의 소리가 유난히 뚜렷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빠르게, 짧게 끊어서 치는 저음 타격
히어 잇 투의 빠르고 단단한 저음은 이 제품의 소리 특징을 결정하는 마무리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가격대의 미니 헤드폰들과 구별되는 속성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젠하이저의 PX-200 II는 히어 잇 투보다 음의 굴곡이 적으며 듣기에 편안한 소리를 들려줄 것입니다. AKG의 K450은 굉장히 빠른 응답 속도를 갖고 있으며 그야말로 근육질의 파워풀한 저음을 들려줍니다. 프로젝트 오디오의 히어 잇 투는 PX-200 II 만큼 고.중.저음 균형이 좋지만 고.중.저음 모두가 듣기에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저음이 크게 강조된 K450보다는 짧게 끊어서 치는 저음 타격이 있으며 고음이 더욱 선명합니다. 단, 히어 잇 투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도록 해주는 헤드폰은 아닙니다. 약간 묵직하게 고막을 누르는 저음, 즉, 펀치가 강한 저음을 내기 때문에 몇 시간씩 듣기는 어렵겠습니다. 또한 이 물건은 히어 잇 원 못지 않게 초저음의 재생 능력이 좋습니다. 이어패드의 위치와 헤드밴드 길이를 조절하면서 매우 낮은 저음이 든든하게 울리는 지점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사실은 그냥 아무렇게나 착용해도 바로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어패드가 귓바퀴 안쪽에 잘 붙는지만 확인해주세요.
고.중음은 머리 안쪽으로, 저음은 머리 바깥쪽으로
이 헤드폰은 작은 하우징을 가진 밀폐형 헤드폰입니다. 구조 상 어떻게 해도 음악이 연주되는 공간의 면적이 좁게 느껴집니다. 음악을 듣노라면 음의 이미지가 머리 안쪽에 맺히는, 전형적인 스테레오 헤드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넓은 공간감을 제공하는 오픈형 헤드폰과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히어 잇 투의 베이스 포트 설계가 또 한 번 빛을 발합니다. 고.중음은 머리 안쪽으로 들어오지만 저음은 생각보다 머리 바깥쪽으로 넓게 깔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밀폐형 헤드폰치고는 공간감이 좋다고 판단하기 쉽겠습니다.
빠른 템포에 잘 맞으며 오케스트라 연주도 만족스럽다
다시 강조하건대, 히어 잇 투는 음의 잔향을 제거한 드라이 사운드를 추구합니다. 느리고 잔향이 풍부한 감성적 사운드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 헤드폰은 대부분의 음악 장르에 어울릴 것입니다. 중음이 앞으로 나와서 보컬 중심의 곡에도 잘 맞지만 중음이 고.저음과 잘 나눠지기 때문에 연주곡에서도 선명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클래식 악곡의 감상에서도 좋은 결과를 냈는데요. 수많은 악기의 음이 블루레이 화면처럼 깨끗하게 묘사되며 저음이 웅장하게 펼쳐지는 면도 있어서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도 만족스럽게 들었습니다. 정밀하면서도 시원한 고음, 짧게 끊어서 치는 저음 타격이 있어서 락, 메탈, 일렉트로니카에는 더욱 잘 어울립니다. 이런 설명을 떠나서 쉽게 말씀드리면, 느릿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곡보다는 빠르고 탄탄한 분위기의 곡에 잘 맞는 헤드폰이라고 봅니다.
[요약]
공기 수준(?)으로 가벼운 무게가 만드는 쾌적한 착용감
생활 속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초경량 헤드폰
스튜디오 헤드폰 또는 실내 오디오 감상용 헤드폰으로도 쓸 수 있을 듯
가늘고 가볍게 만들어졌으니 취급 주의가 필요함
모든 음 영역의 높은 해상도
고.중.저음 모두 조금씩 강조되어 다양한 음악 장르를 모두 재미있게 들려줌
소음 차단 효과가 강하지는 않으나 오픈형 헤드폰보다는 낫다
높은 밀도, 빠른 응답, 드라이 사운드
소리의 선이 굵고 귀에 가깝게 느껴짐
빠른 템포의 음악과 잘 어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