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포칼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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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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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하이파이클럽
▲ Focal 팩토리가 위치한 Saint-Etienne(쌩 에띠엔) Focal의 전경
FOCAL은 하이엔드 오디오업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메이저급 브랜드이다. 어떨 때엔 포칼이라고 하고, 또 어떨 때엔 JM Lab이라고도 한다. 대체 뭐가 맞고, 뭐가 틀리는지 헷갈리기 일쑤다. 또 제품을 보면, 두 이름이 나란히 표기되어 있으므로, 이 또한 더욱 혼동을 불러일으킨다. 그 이해를 돕기 위해선 동사의 역사를 간략하게 훑을 필요가 있다.
▲ FOCAL-JMlab의 설립자 Jacques Mahul(자끄 마훌)
동사가 설립된 시기는 대략 1979년으로 본다. 이 회사의 모태는 정밀 기계 가공을 주로 하는 공장이었다. 소재한 곳은 필리에흐라고 해서, 툴르즈에서 그닥 멀지 않은 곳이다. 일종의 가족 기업으로, 몇 되지 않은 인원이 일하고 있었다. 그 중 자크 마훌(Jacques Mahul)이 하이파이에 관심이 많았고, 또 스피커 드라이버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던 관계로, 결국 포칼이라는 회사를 창업해서 드라이버 제조에 힘을 쓴 것이다. 즉, 포칼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전문적인 드라이버 제조업체의 이름인 것이다.
참고로 마훌은 잡지에 오디오 평을 기고할 정도로 오디오 전반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또 가업으로 물려받은 정밀 엔지니어링 기술을 터득하고 있는 터라, 스피커 드라이버의 제조에 있어서는 특화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좋다. 아무튼 포칼에서 발표한 일련의 유닛들은 자작 중심의 애호가뿐 아니라 전문적인 하이엔드 메이커에서도 관심을 쏟게 되었다. 윌슨 오디오가 그 대표적인 존재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듯싶다.
이렇게 회사의 성장이 순조롭게 이뤄지다 보니, 직접 스피커를 제조하고 싶은 욕망이 샘솟게 되었다. 또 이렇게 드라이버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되면, 완성형 스피커에 대한 도전 욕구는 자연스런 일이 된다. 다인오디오 같은 회사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으니까.
▲ FOCAL-JMlab의 첫 스피커, DB13
덕분에 DB 13이라는 북셀프를 발표하면서, 조금씩 회사의 정책도 바뀌어간다. 당시 DB 13은 북셀프 스피커에서 신기원을 이룩한 모델로 평가된다. 작은 몸체에 당당한 저역을 내줬으니 말이다. 실제로 듀얼 보이스 코일을 채용해서 상당한 울림을 지향한 것은, 그 때엔 무척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이즈음 전문적인 스피커 메이커로서의 브랜드 명이 필요해졌으므로, JM Lab라고 따로 만들었다. 여기서 JM은 창업자 자크 마훌의 약자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하나의 회사에 드라이버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포칼과 스피커를 만드는 JM Lab 두 개의 부서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2005년, 주변의 여러 의견을 듣고 포칼로 통합하게 된다)
▲ FOCAL의 주요개발을 이끈 제라르 크레티앙(Gerard Chretien)
이 회사의 역사에 있어서 큰 탄력을 받은 것은, 1990년 제라르 크레티앙(Gerard Chretien)을 영입하면서다. 스피커 및 드라이버 전문가이면서 프랑스의 저명한 오디오 전문지 <오디오필>(L'Audiophile)의 편집장이기도 했던 크레티앙을 영입함에 따라, 마훌과의 코퍼레이션이 활발하게 되고, 그에 따라 스피커 제조에도 탄력이 붙기 시작한다. 이렇게 보면, 포칼의 주역들은 이론과 실제 모두에 있어서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 Focal JMlab의 첫 하이엔드 작품 VEGA Speaker
이때부터 본격적인 하이엔드 제품을 만들기로 하고, 1992년에 그 첫 작품인 베가를 내놓게 된다. 사실 드라이버 메이커에서 완성품 스피커를 만든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다. 실제로 스피커 전체를 놓고 보면, 드라이버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밖에도 많은 기술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경험과 내공도 필요하다. 포칼로서는 하이엔드로 진입하기 위한 중요한 첫 무대였는데, 그 결과는 대성공. 실제로 일본에서 “올해의 스피커”로 선정할 만큼, 큰 지지를 받았다. 이후 탄탄대로가 펼쳐진 것은 물론이다.
▲ Focal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Beryllium 트위터
이 후 96년에 그랜드 유토피아가 나오고, 이것은 나중에 그랜드 유토피아 베릴륨으로 진화된다. 베릴륨 트위터에 관한 부분은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전까지 동사를 대표하는 역돔 트위터를 단숨에 뛰어넘는 쾌거라 할 만하다. 이를 통해 포칼이 본격적인 하이엔드 스피커 제조사로 각인된 것은 분명하다. 이어서 2004년에 나온 노바 유토피아의 경우, 미국의 오디오 전문지 스테레오파일에서 “올해의 제품”으로 선정하기에 이르렀는데, 동사의 실력과 명성을 생각하면 이미 당연한 일이 되었다.
▲ Focal Nova Utopia Be Speaker
따라서 회사의 성장 곡선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92년만 해도 한 해 매출이 900만 유로였는데, 2000년에 와서 2천6백만 유로로 껑충 뛰었다. 이후 네임과 합병한 이듬해인 2012년에는 4천2백만 유로로 올라선다. 명실공히 스피커 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참고로 현해 동사의 수익 구조를 보면 수출이 70%, 내수가 30% 정도라고 한다.
한편 2002년에 오면 공장을 생 에티앙으로 이전하기로 한다. 이곳은 이른바 론 강이라 불리는, 알프스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 있다. 정확히는 르와르(Loire)라는 주의 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인구는 18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아마 우리의 상식으로 말하면 작은 마을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유럽 도시의 성격상 그리 만만하게 볼 사이즈는 아니다.
▲ Focal 본사가 있는 Saint-Etienne의 전경
실제로 이 도시는 유네스코에서 정한 “시티 오브 디자인”에 선정될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를테면 공업, 농업, 예술 등 다양한 분야가 오밀조밀하게 엮여서, 도시 자체의 기능이나 조경, 생활 환경, 디자인 등과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 도시가 한때 무기 제조업과 광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적이 있고, 지금은 자전거 제조에서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다는 점을 혹시 아시는지? 그뿐 아니라 2주간에 걸쳐 비엔날레를 펼치고 있고, 줄스 마스네라는 작곡가의 페스티벌도 열고 있다. 특히 마스네의 오페라를 많이 공연하고 있단다. (당연히 마스네는 이 지역 출신이다.)
그런 면에서 포칼은 이 도시의 장점을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공업의 백그라운드부터 미술, 음악, 디자인 등, 제품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이 멋진 콤비네이션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작은 도시에 세계적인 스피커 회사가 둥지를 튼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셈이다.
▲ Focal과 함께 디자인을 개발한 피노 & 르 포르세”(Pineau & Le Porcher)와 대표적인 디자인제품 Focal Dome
아무튼 2000년대에 들어와서도 포칼은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2003년에는 파리에 소재한 전문적인 디자인 그룹 “피노 & 르 포르세”(Pineau & Le Porcher)와 손을 잡기에 이른다. 말하자면 컨템포러리한 인테리어에 걸맞는 스피커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나중에 멀티 미디어 내지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들 때에도 이 회사의 멋진 디자인 솜씨가 빛을 발한 것은 물론이다.
▲ Focal 최신형 플래그쉽 헤드폰, Utopia
현행 포칼의 라인업을 보면, 크게 세 가지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홈 오디오 부문. 전문적인 2채널 오디오와 홈 씨어터, 멀티미디어, 해드폰 등을 포함한다. 참고로 동사는 2012년 스피릿 원이라는 모델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해드폰 마켓에 진입했다. 최근에 내놓은 플래그쉽 모델 유토피아의 경우, 베릴륨 트위터를 채용함과 동시에 5Hz~50KHz라는 광대역을 커버하고 있다. 정말로 무시무시한 스펙이다.
▲ Focal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된 신형 푸조 5008의 실내
두 번째는 카 오디오 부문이다. 이미 1989년에 본격적인 승용차 용 드라이버, 앰프, 서브우퍼 등을 제조하기 시작해서, 역시 무섭게 이쪽 분야에 파고들고 있다. 현재 푸조, 르노와 같은 프랑스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BMW, 폭스바겐, 토요다 등에도 납품하고 있다. 승용차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럭셔리 카 부문이 발전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카 오디오가 필요해진 것이 사실. 이들 회사가 포칼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 보인다.
세 번째는 프로페셔널 모니터 부문. 특별히 2002년도에 전담 부서를 만들 만큼, 역시 힘을 쏟고 있는 분야다. 특히, 레코딩 스튜디오를 위한 여러 장비를 만들고 있다. 하긴 녹음 단계에서 포칼의 제품을 쓸 경우, 재생에서 포칼의 모델을 선택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합리적이지 않은가?
포칼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메이드 인 프랑스”다. 이것은 유닛뿐 아니라 다른 모든 부품의 제조 까지 프랑스 내에서 해결한다는 뜻이다. 물론 인클로저의 경우, 인근 부르고뉴의 부르봉-랑시라는 지역에 있는 가이 HF에서 만들지만, 그 밖의 모든 공정은 생 에티앙에 있는 팩토리에서 인-하우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주 저렴한 모델도 모두 여기서 커버하니, 적어도 포칼 제품중 제3국에서 만든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좋다.
▲ Focal의 Inverted Dome Tweeter
여기서 포칼의 역사를 빛낸 몇 가지 기술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그 첫 번째는 바로 1981년에 탄생한 역돔 트위터(Inverted Dome Tweeter)다. 원래 이런 방식의 창시는 1960년대에 EPI에서 만든 100이라는 스피커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이때 쓰인 것은 페이퍼 콘으로, 포칼과는 상당히 다르다. 방사각이 넓고, 에너지가 출중하며, 다이내믹스가 풍부해서, 거의 혼 타입 스피커 못지 않은 능력을 자랑한다. 지금도 이 역돔 트위터의 시원시원한 맛을 그리워하는 애호가들이 적지 않다.
▲ Focal의 K2 Cone
한편 역돔 트위터와 짝을 이루는 K2 콘은 1986년에 탄생했다. 정식 명칭은 폴리케블라 샌드위치 콘이며, 아라미드 파이버를 두 장 콤프레스해서 제조된다. 가볍고, 튼튼하며, 댐핑력이 좋아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폴리-K 콘은 이후 1988년 폴리글래스 콘으로 진화한다. 이것은 파인 글래스 마이크로 볼을 셀룰로이스 펄프 콘 표면에 뿌려서, 경도를 높이고 질량을 낮추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특히, 광대역 주파수에 대응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 Focal의 W Cone
포칼의 스피커들이 본격적인 하이엔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우선 그 기반이 된 것은 1995년에 나온 W-콘이다. 이것은 두 장의 글래스 파이버를 샌드위치한 구조인데, 왜곡이 극히 적고, 광대역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2002년에 나온 베릴륨 트위터와 매칭되면서, 드디어 포칼이 높은 경쟁력을 갖춘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 FOCAL의 Beryllium(베릴륨)의 제작공정
사실 베릴륨이란 소재는 이미 1974년 야마하에서 쓰인 바 있다. 이때는 NS-1000이라는 모니터용 스피커에 장착되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후, 포칼에 도입되면서 전세계적인 유행을 선도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베릴륨은 금값의 10배가 될 정도로 비싸고, 알루미늄과 티타늄과 비교할 때 질량은 같지만 경도가 7배에 이를 정도로 단단하다. 또 무려 40KHz까지 뻗을 만큼 광대역을 자랑한다. 적어도 5 옥타브 정도는 커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신무기를 장착하면서, 드디어 포칼의 위상이 보다 확고해진 것이다.
한편 2007년에는, 베릴륨 트위터를 장착할 수 없는 중저가 모델들을 위해 Al-Mg 트위터가 개발되기에 이른다. 이것은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의 장점을 취합하기 위해, 두 재료를 샌드위치시킨 모델이다. 전자는 댐핑력이 좋고, 후자는 경도가 뛰어나다. 28KHz까지 가볍게 커버한다는 장점도 아울러 갖고 있다.
▲ FOCAL의 F Cone
2013년에는 W-콘을 뛰어넘는 F-콘이 나온다. 여기서 F는 플랙스(Flax)라는 소재를 가리킨다. 이것은 2개의 글래스 파이버 안에 플랙스 파이버를 넣어서 만든 복합 물질로, 미드 및 우퍼의 진동판에 이상적인 스펙을 자랑한다. 특히, 자연스런 음을 내는 데에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FOCAL SOPRA No.3 Speaker
이렇게 차곡차곡 드라이버 기술을 진화시키면서, 보이싱 및 디자인을 포함한 여러 기술을 차근차근 확보한 포칼의 역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 포칼의 철학이며,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동사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거실, 서재, 부엌, 침실 등은 물론 사무실, 거리, 영화관, 카페, 승용차 등 우리의 생활 곳곳에 포칼이 숨쉬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최근 네임과의 협력으로 얼마나 더 풍부한 유산을 우리에게 남길지 정말로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