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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루릭 ( luric.co.kr , @LuricKR )
따로 장만하기보다는 한 방에 올인원으로 간다
이어폰 헤드폰으로 혼자 음악을 듣는 퍼스널 리스닝(Personal Listening)이 확실히 강세인가 봅니다. 스위스의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 골드문트(Goldmund)도 헤드폰 앰프를 만들었거든요. 그것도 두 개나! 골드문트는 헤드폰도 만들고 있는데, 하나의 목표를 정한 후 외부 업체를 포함한 개발팀을 지정하고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 몇 년씩 소비하는 기업이다 보니 좀처럼 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헤드폰 앰프는 이미 완성되었습니다. 그것도 두 개나! 그 첫 번째는 텔로스 헤드폰 앰프(Telos Headphone Amplifier)였으며 오늘 제가 소개할 제품은 후속작인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제품은 골드문트표 DAC와 헤드폰 앰프가 결합된 올인원 디바이스입니다. 제품명은 헤드폰 앰프지만 PC와 USB 케이블만 준비하면 곧바로 하이엔드급 헤드폰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게 해줍니다. 오디오 기업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골드문트답게 텔로스 헤드폰 앰프 2는 경쟁 제품들보다 훨씬 비싸지만(약 1만 달러), 만약 고급 외장 DAC와 헤드폰 앰프를 별도로 장만하고 USB 케이블과 인터커넥트 케이블까지 하이엔드급으로 사겠다면 비슷한 견적이 나올 것입니다. 골드문트의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은 실제로 부자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들지만 북쉘프 스피커와 헤드폰 앰프 쪽은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백만원대의 하이엔드급 고해상도 재생기(Hi-Res DAP)를 구입했다면 훌륭한 소스 기기를 이미 갖춘 셈이니 헤드폰 앰프도 정점을 찍어보고 싶어질 터입니다.
저는 아직 골드문트의 하이파이 오디오를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으므로 골드문트의 사운드가 무엇인지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골드문트의 텔로스 헤드폰 앰프 2를 집에 두고 한 달 정도 사용해보면서 느낀 점을 서술하고, 정말로 이 제품이 헤드폰 시스템의 정점을 찍을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만족감을 주는 실버 알루미늄과 골드 네임 플레이트
시작부터 확실히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골드문트를 폄하하는 사람은 골드문트 기기의 소리를 아직 안 들어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이파이 오디오를 운용하는 매니아로서 골드문트의 음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겠으나, 그냥 부자들이나 접하는 제품이라는 이유로 무시한다면 그것은 열등감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드높은 브랜드 밸류를 쌓을 때까지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였으며 무엇인가 특별한 감각을 보유했기에 범접하기 힘든 가격대로 넘어가게 됐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골드문트의 이러한 노하우는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그나마 한 가지 공개된 점은, 그러니까 회사 측에서 셀링 포인트로 공개해서 알게 된 점은 진동을 억제하는 새시 디자인입니다. 실제로 오디오 기기에서 케이스의 설계는 음질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많은 오디오 시스템을 경험해본 사람들과 더불어 오디오를 제작해본 사람들도 경험으로 증언하는 사항입니다.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에도 골드문트의 새시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무광택의 은은한 실버 컬러, 그리고 기기 전면의 중앙에 자리 잡은 골드 네임 플레이트는 ‘아, 언젠가는 한 번 소유해봐야지!’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제품의 사이즈는 30 W x 35 D x 10 H cm이며 무게는 12 kg입니다. 소형의 헤드폰 앰프가 아니라 어지간한 인티 앰프 정도의 크기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책상 위에 두려면 공간이 좀 필요하겠는데, 이 제품 하나로 헤드폰 시스템의 소스 쪽이 정리되므로 실제 설치된 풍경은 간결합니다. 저의 경우는 맥북 프로 레티나와 텔로스 헤드폰 앰프 2 한 대를 USB 케이블로 연결해서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은빛의 알루미늄 질감이 일치되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여러 모로 만족감을 줍니다.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의 박스를 받고 열어보는 경험은 다른 오디오 기기의 구매 경험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저 묵직한 기기를 꺼내어 책상에 올린 후 골드문트의 제품 매뉴얼을 펼쳐서 한 장씩 넘겨보는 그 맛이 각별한 겁니다. 다른 헤드파이 유저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한 물건을 구입했다는 뿌듯함, 그리고 이 물건이 들려줄 새로운 영역의 소리를 기대하는 그 순간이 각별합니다. 패키지 구성은 제품 본체와 파워 케이블 2개만 있습니다. (*110V용, 220V용 파워 케이블이 포함되며 전압 규격은 제품 후면의 다이얼을 돌려서 변경 가능) 이 정도 제품을 구입했다면 당연히 파워 케이블을 새로 구입하겠지만 처음에는 기본 파워 케이블을 써보시길 권합니다.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의 첫 음색을 짚어본 후 원하는 성향에 따라 파워 케이블과 USB 케이블을 선택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음색으로 보다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USB 입력에서 384kHz / 32bit, Native DSD128 (DoP)
옵티컬, 코엑시얼, 아날로그 입력
텔로스 헤드폰 앰프 2는 일명 ‘숨겨진 기능’이 없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입력 방식을 선택하고 헤드폰을 연결해서 음악을 감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프리 앰프로 쓰기 위해 헤드폰 출력단을 바이패스하는 옵션이라든가 헤드폰 임피던스의 선택 같은 기능이 없습니다. 골드문트 측의 설명에 의하면 이 제품은 거의 모든 헤드폰 임피던스와 매치 업을 이루며 후면에는 다수의 입력단만 있으므로 프리 앰프나 외장 DAC로만 쓸 수는 없습니다. 오로지 헤드폰을 위한 시스템인 것이지요.
제품 후면을 보면 총 4개의 입력 커넥터가 있습니다. B타입 USB, Toslink 옵티컬, RCA 코엑시얼, RCA 아날로그 입력입니다. 일단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입력은 USB가 될 것입니다. PC와 USB 연결된 상태에서 텔로스 헤드폰 앰프 2는 PCM 384kHz / 32bit를 지원하며 DoP를 통해 DSD128(5.6Mhz / 1bit)까지 재생이 가능합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DoP는 PCM 신호에 DSD 신호를 실어서 나르는 ‘DSD over PCM’의 약자이며 네이티브(Native) DSD 재생 방법입니다. 저는 음악 재생 소프트웨어로 오디르바나(Audirvana)를 사용하며 골드문트의 샤프한(?) 소리 성향에 맞도록 Integer Mode 1을 선택했습니다.
맥 OS에서는 별도의 드라이버 설치 없이 바로 인식이 되며, 윈도우에서 쓰려면 골드문트 딜러를 통해 드라이버 파일을 받아서 설치해야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골드문트 홈페이지에 드라이버 파일이 공개되어 있지 않으며 골드문트 딜러에게 연락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점은 상당히 중요한 것인데, USB 케이블은 꼭 ‘좋은 것’으로 쓰시기 바랍니다. 불과 몇 퍼센트의 음질 향상을 위해 몇 배의 돈을 지불하는 것이 하이파이 오디오의 세계입니다. PC-Fi 시스템에서 USB 케이블은 그 몇 퍼센트를 깎아먹을 수 있으니 최소한 ‘막선’은 벗어나야 합니다. 저는 일단 막선을 벗어난다는 생각으로 ADL Formula 2를 사용했으며, 파워 케이블은 inakustik Ref.Netzkabel AC-1502로 교체했습니다. (ADL Formula 2는 음색을 바꾸지 않으면서 소리를 더 맑게 정제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극성 맞춤은 전원 플러그 끼우는 방향을 바꾸며 소리 비교를 하는 방법으로 대충 선택했으니 양해를 바랍니다. 사는 곳의 전기 품질이 좋지 않아서 골드문트 기기에게 미안할 지경입니다.
거치형 CD 플레이어,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은 옵티컬 연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옵티컬 아웃이 있는 고해상도 재생기도 당연히 연결 가능합니다. 이 때 해상도는 192kHz / 24bit까지 되며 일반적인 광 케이블은 96kHz / 24bit까지만 지원하므로 192kHz까지 재생하는 광 케이블을 별도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텔로스 헤드폰 앰프 2는 아날로그 입력도 가능하니 아날로그 라인아웃이 있는 고해상도 재생기를 Y-케이블로 연결해도 됩니다. 또한, 코엑시얼 연결로 디지털 입력이 가능하며 이 때의 해상도 역시 192kHz / 24bit까지 지원합니다.
아날로그 입력단 옆에 있는 시리얼 포트는 RS232 커맨드 커넥터라고 합니다. 제품을 컴퓨터에 연결해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는 데 사용되므로 오너가 신경 쓸 일은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전면 셀렉터로 고르는 바이노럴 모드
제품 앞면에는 입력 셀렉터가 있는데 디지털 입력(DIG), USB 입력, 아날로그 입력(ANA)으로 나뉩니다. 이 중에서 디지털 입력은 옵티컬과 코엑시얼이 합쳐져 있으며 둘 다 연결되어 있을 경우 우선 순위는 옵티컬이 됩니다. 코엑시얼 입력을 사용하려면 옵티컬 입력 커넥터를 빼내시기 바랍니다. 당연히 셀렉터는 실시간으로 동작합니다. (예: 옵티컬 입력으로 CDP 연결, USB 입력으로 PC 연결을 해두고 모두 음악을 재생하면서 셀렉터로 두 입력을 실시간 선택 가능.) 그리고 텔로스 헤드폰 앰프 2는 회로 보호를 위해 입력 전환을 할 때마다 내부에서 ‘딸칵’ 소리를 내며 잠시 신호 차단을 합니다.
제품 매뉴얼을 읽어보면 골드문트는 텔로스 헤드폰 앰프 2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음질을 위해 전원을 항상 켜두라고 권장합니다. 혹시 전원을 꺼두었다가 켰다면 감상하기 전에 15분 정도 기다려서 내부 기판의 온도가 약 섭씨 55도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합니다. 이 제품은 분명히 TR 앰프지만 진공관 앰프처럼 예열을 하고 들어야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는 뜻입니다. 그 후 30분 이상 음악 감상을 하고 있으면 케이스가 따끈해지는 상태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하셔도 그만, 안 하셔도 그만이긴 합니다만 소스 기기와 헤드폰을 연결하여 음악을 계속 재생하는 번인(Burn-in)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제품을 오래 사용하면 자연스레 번인이 완료되나, 50시간 번인을 목표로 하는데 매일 1시간 정도만 듣는다면 50일이 넘게 걸리겠지요. 어디까지나 시간 단축을 위해 밤 중에 음악 재생을 해두고 잠드는 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저도 일단은 필요하다는 생각에 5일 정도 번인 과정을 거쳐서 50시간을 채웠습니다.
오늘 살펴보는 제품은 텔로스 헤드폰 앰프의 2탄입니다. 1탄과 차이점이 있다는 뜻입니다. 입력 셀렉터의 바로 옆에 스탠더드(STD)와 바이노럴(BIN) 모드의 셀렉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Siegfried Linkwitz의 저서 "Improved Headphone Listening"에 의거하여 제작된 바이노럴 모드라고 하는데요. PCM이든 DSD든 상관없이 항상 선택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또, 디지털 입력 상태는 물론 아날로그 입력에서도 동작합니다. (아날로그 입력도 제품 내부의 ADC를 거쳐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을 하기 때문.) 바이노럴 모드를 선택하면 방에서 라우드 스피커 한 조로 음악을 들을 때처럼 좌우 채널의 소리가 혼합되는 영역이 헤드폰 속에서 생성됩니다. 스테레오 음반을 감상할 때에는 어느 모드로 감상하든 청취자의 자유지만, 원래부터 바이노럴 레코딩으로 제작된 음반은 스탠더드 모드를 사용해야 합니다.
음반에 의한 선택도 필요하지만 헤드폰에 의한 사운드 모드 선택도 중요합니다. 원래부터 라우드 스피커 느낌을 내기 위해 에어 벤트 설계를 한 오픈형 헤드폰을 사용한다면 스탠더드 모드가 듣기 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테레오 재생을 기준으로 설계된 대부분의 헤드폰들은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의 바이노럴 모드에서 더 넓은 공간과 입체의 인식을 연출해줄 것입니다. 단, 오랫동안 스테레오 헤드폰과 스테레오 레코딩 음반을 접해왔다면 처음에는 바이노럴 모드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느긋하게 감상을 하면서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SOUND
PC : 애플 맥북 프로 레티나(맥 OS X 요세미티), 맥 미니(윈도우 7)
소프트웨어 : Audirvana, iTunes(Apple Music), Foobar2000
USB 케이블 : ADL Formula 2 (60cm)
파워 케이블 : inakustik Ref.Netzkabel AC-1502
헤드폰 : AKG K812, Audio-Technica ATH-M70x, Grado SR325e
게인을 높이려면 골드문트 딜러에게 연락할 것
이 제품은 내부에 게인 셀렉션(Gain Selection) 기능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가 원할 때 바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골드문트 딜러에게 문의하면 직원이 와서 바꿔주는 방식입니다. 만약 감도가 많이 낮은 헤드폰을 주로 사용 중이라면(80~90dB) 게인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습니다. 보통은 플래너 마그네틱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헤드폰들의 감도가 낮은 편입니다. 그리고 잠시 설명을 드리자면, 헤드폰의 능률은 임피던스의 숫자 문제가 아니라 최대 음압에 이를 때까지 필요한 힘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임피던스가 무려 600옴에 이르는 베이어다이내믹 T1 헤드폰도 감도는 무척 높아서 휴대용 기기로도 감상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텔로스 헤드폰 앰프 2는 기본 게인 세팅으로도 상당한 고출력을 제공합니다. 볼륨 노브에 위치를 표시하는 점이 없기 때문에 음악을 틀기 전에는 볼륨 노브를 왼쪽 6시 방향까지 돌려서 최소로 줄인 후 조금씩 올리면서 듣기를 권합니다.
전기 품질에 신경을 써야 한다
외장 DAC 겸 헤드폰 앰프 제품 중에는 그 회로 설계에 따라서 전기 품질에 민감한 것이 있고 별로 민감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사용 중인 젠하이저 HDVD800은 접지가 안 된 환경이라서 약하게 ‘부웅~’하는 노이즈는 있지만 배경이 비교적 조용한 편입니다. 반면 진공관 헤드폰 앰프인 아나로그디자인 스베트라나는 제가 사는 곳의 전기 품질이 얼마나 열악한지 생생하게 알려줍니다. 감도 높은 헤드폰을 연결하면 ‘뚜우~’하고 진동에 가까운 노이즈를 들려주거든요. 텔로스 헤드폰 앰프 2는 전기 품질에 대단히 민감한 편입니다. 접지가 안 되어서 들리는 노이즈는 물론, 전기 품질이 나쁠 때 들리는 노이즈도 모조리 들려주었습니다. 하이파이 오디오를 운용 중이라면 접지를 완료하고 고품질의 전원 장치를 사용하실 터이니 문제가 없겠으나, 저처럼 이사를 가지 않는 한 전기 품질을 해결할 수 없는 상태라면 난감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헤드폰 속 스피커와 청취자의 귀 간격이 멀게 잡히는 AKG K812는 다행히 ‘스으~’하는 노이즈 정도로 들려서 무사히 음악 감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요약해본다면 ‘스위스제 디지로그 사운드’
한 달 정도 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을 먼저 요약해보겠습니다. 스위스 시계처럼 정밀하게 짜여진 소리인데, 고음과 저음 모두에 특징을 더하여 음악 감상이 즐거워집니다. 약간 차가운 느낌을 주는 고음이지만 착색됐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저음은 약간 따뜻한 인상을 주며 밀도가 높고 매우 고운 질감을 전달합니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아날로그가 자신의 취향은 아니지만 디지털 오디오의 냉정하고 무색한 느낌도 싫다면 훌륭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굳이 말을 만들어본다면,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의 소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점을 조합해 골드문트 방식으로 새롭게 만들어낸 스위스제 디지로그 사운드라고 하겠습니다.
디지털 입력, 아날로그 입력 모두에서 극히 정밀한 소리
첫 인상은 극히 정밀한 소리, 고해상도의 경험입니다. 기본적으로 DAC의 성능이 좋은 듯 합니다. 하지만 아날로그 출력이 없으므로 이 제품을 외장 DAC로만 쓸 방법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골드문트에서 의도한 소리를 듣기 위해 오너는 통합된 DAC와 헤드폰 앰프의 세트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에는 아날로그 입력이 있으므로 헤드폰 앰프로 쓸 수는 있습니다. 이 때는 상당한 고출력의 헤드폰 앰프 역할을 해주는데, 이 상태에서도 DAC와 헤드폰 앰프 통합 상태의 소리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성능이 나옵니다. 내부 ADC를 거쳐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바꾼 후 DSP 커렉션을 해서 재생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아날로그 출력을 하는 소스 기기의 소리 품질이 좋아야 나올 수 있는 결과입니다. 하이엔드급 고해상도 재생기(Hi-Res DAP)를 사용 중이라면 옵티컬 출력이든 아날로그 라인아웃이든 모두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와 연결할 수 있으니 마음껏 조합해보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앤아날로그의 캘릭스 M을 Y-케이블로 아날로그 연결해보니, 캘릭스 M의 대단히 자연스러운 소리에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의 든든한 고출력과 듣기 좋은 고.저음 특성이 더해져서 아주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색다른 소리를 찾아보고 싶은데 금전적 여유도 충분하다면 코드(Chord Electronics)나 린데만(Linndeman)의 외장 DAC를 조합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텔로스 헤드폰 앰프 2 하나만 쓰는 것보다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 어디까지나 도전적 정신에 의미를 둡시다.
제가 레퍼런스 DAC 겸 헤드폰 앰프로 쓰고 있는 제품이 젠하이저 HDVD800인데 어쩌다보니 골드문트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와 1:1 대결을 하게 됐습니다. 성능 측면에서는 텔로스 헤드폰 앰프 2가 10~20% 정도 나은 듯 하지만,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기준으로 한다면 텔로스 헤드폰 앰프 2가 많이 앞서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음의 특징 없음'이 제가 HDVD800을 레퍼런스로 선택한 이유이므로 각자의 목적에 맞춰 제품을 선택하면 될 것입니다. 직관적으로 말한다면 이렇게 됩니다. 1만 달러 정도의 돈을 쓸 수 있다면 고성능 DAC와 헤드폰 앰프를 확보하면서 귀가 즐거운 음악성도 얻게 해주는 것이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입니다.
정확한 재생 타이밍으로 소리의 흐린 부분을 제거한다
외장 DAC나 거치형 헤드폰 앰프를 선택할 때 수백만원대 이상으로 올라가면 한 가지 명확하게 업그레이드되는 점이 있습니다. 이미 헤드폰에서 하이엔드를 찍은 후 외장 DAC 겸 헤드폰 앰프에 눈을 돌리게 되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상급으로 갈수록 소리가 재생되는 타이밍이 정확해집니다. 고해상도 파일은 물론 CD나 WAV 파일을 감상할 때에도 청취자의 심리에 거슬리지 않는 음으로 다가서게 됩니다. 소리를 귀로 흡수하고 있노라면 너무 느리지도 않고 너무 빠르지도 않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더 쉽게 말하면 뭔가 막혀 있거나 흐리다는 느낌이 사라집니다. 텔로스 헤드폰 앰프 2가 이 점에서 최고인가를 생각해본다면 제 경험이 부족하여 답을 하기가 어렵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현재 사용 중인 외장 DAC들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고음형 헤드폰으로 즐기는 시원하고 달콤한 고음의 맛
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늘 감동적이었던 점은 특유의 고음입니다. 고음 재생력이 좋거나 고음이 강조된 헤드폰을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에 연결하면 실로 달콤한 고음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귀 속이 선선하고 촉촉해지는 듯한 고음으로, 차갑고 건조한 인상의 젠하이저 HDVD800과 크게 다른 부분입니다. 매우 섬세하면서도 청각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마치 액체 같은 고음이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선이 가늘며 빠른 속도로 정교하게 움직이는 고음입니다. 고음의 색깔 변화로 화려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고음의 정밀함으로 화려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스튜디오 헤드폰인 오디오 테크니카 ATH-M70x는 고음이 상당히 강조되어 있으며 소스 품질이 좋을 때 매우 또렷하고 귀로 듣기에 시원한 고음을 들려줍니다. 텔로스 헤드폰 앰프 2는 M70x의 고음을 너무도 여유롭고 깨끗하게 주물러주었습니다. HDVD800에 연결하면 고음의 질감이 쇳소리처럼 느껴지는 그라도 SR325e도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에 연결하면 잘 연마된 대리석 같은 고음 마감을 보여줍니다. 그러니 포스텍스 TH900, 울트라손 에디션 10, Audeze LCD-X 처럼 고음의 특징이 있는 하이엔드 헤드폰들도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와 잘 어울릴 것이라 예상합니다. 고음이 비교적 균일하게 다듬어져 있는 AKG K812는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에서도 여전히 고음의 균일한 비중을 유지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딘가 촉촉한 액체의 속성이 더해집니다. 요컨대 플랫한 소리의 헤드폰에서도 고음의 달콤한 맛이 생성되며, 고음이 강조되어 있거나 고음이 강성으로 들리는 헤드폰에서는 훨씬 정밀하고 화려한 감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초저음까지 일직선으로 연결되는 리니어 베이스(Linear Bass)
저음이 더 깊게 내려가며 울림이 더욱 강해집니다. 손실 없이 초저음까지 일직선으로 내려가는 리니어(Linear) 형태의 저음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진공관 헤드폰 앰프인 아나로그디자인 스베트라나와 비교한다면 저음이 의도적으로 웅장해지거나 양감이 더해지지는 않았습니다. 너무 얄팍한 저음도 아니고 너무 강조된 저음도 아닙니다. 청취자가 웅장한 분위기의 음악을 들을 때 조금 더 웅장하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저음에 속합니다. 저음 울림의 끝이 대단히 부드럽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바위 덩어리 같은 딱딱한 울림이 아니라 비단결로 문지르는 듯한 울림을 주되 호흡의 속도가 정확합니다.
훌륭한 심도 표현 능력을 바이노럴 모드와 조합한다
또 다른 특징은 ‘심도의 향상’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고음에서 확연히 느껴지는데, 초고음 재생이 좋아서 음악 속 공기의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중음과 저음의 위치 표현도 명확합니다. 소리가 평면적이지 않고 여러 방향에서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 좋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타이밍에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의 특기인 바이노럴 모드를 사용해봐야 합니다. DAC와 앰프 자체가 소리의 심도 묘사를 매우 잘 해주고 있으니 여기에 스테레오 사운드를 바이노럴 사운드로 바꿔주는 기능을 더하면 가장 입체적인 소리를 즐길 수 있다는 뜻이 되지 않을까요?
텔로스 헤드폰 앰프 2의 바이노럴 모드는 다른 제품들의 크로스 피드(Cross-feed) 옵션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줍니다. 고.저음의 왜곡이 없으며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과 각도만 바꿔주기 때문입니다. 스테레오의 좌우가 따로 들리는 느낌이 사라지고 중앙의 영역이 자연스럽게 융화됩니다. 좌측 채널과 우측 채널의 소리가 서로 교차하거나 울리지 않고 매끈하게 연결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처음 사용해보면 스탠더드 모드가 더 넓은 공간을 연출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제 생각에는 공간의 면적은 거의 동일하며 바이노럴 모드로 들을 때 공간의 입체감을 인식하게 되는 듯 합니다. 이 감각은 밀폐형 헤드폰보다 오픈형 헤드폰을 사용할 때 크게 강조됩니다. 라우드 스피커를 주로 사용해왔으며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다면 바이노럴 모드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또는 다른 음악 장르의 라이브 공연 음반에도 바이노럴 모드가 잘 어울릴 것입니다. 초저음이 보다 아래쪽으로 깔리고 고.중음이 머리 앞쪽으로 배치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스탠더드 모드와 바이노럴 모드를 번갈아 선택해보면, 스탠더드 모드에서는 스피커가 180도 각도로 내 머리의 양 옆에 있는 듯 하고 바이노럴 모드에서는 스피커가 90도 각도로 내 앞쪽에 있는 듯 합니다.
[요약]
고성능을 갖춘 외장 DAC 겸 헤드폰 앰프
고해상도, 소리의 정확한 재생 타이밍, 훌륭한 심도 표현
고음에 스며드는 액체 특성의 시원하고 달콤한 맛
알맞은 수준의 웅장함을 묘사하는 부드러운 울림의 저음
디지털 입력 수준으로 성능이 좋은 아날로그 입력 (다양한 소스 기기 연결 가능)
바이노럴 모드 선택으로 자연스럽게 라우드 스피커 느낌을 낼 수 있음
따뜻한 아날로그가 아니지만 마냥 차가운 디지털도 아닌 디지로그 사운드
전기 품질에 많이 신경을 써야 하는 제품
내무부 장관을 설득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