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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문트의 역량을 염가로 집대성-Metis 7 DAC/인티앰프
REVIEW   |   Posted on 2016-08-25

본문



골드문트의 신예 인티앰프인 METIS7은 출시 순으로 보자면 동사의 베스트셀러 모델인 TELOS 390.5의 후속이다. 하지만 라인업 상으로는 엔트리에 해당하는 METIS 시리즈에 해당하는 모델. 하지만 스위스 본사가 이 모델에 대해 부여하는 의미는 사뭇 남다른 면이 있다.  METIS라는 패밀리 네임에 걸맞지 않게 골드문트 전 브랜드를 대표하는 역량의 집중이 눈에 띄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METIS7은 골드문트 플래그십 라인업에 사용되는 TELOS 증폭회로를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며 내장 DAC조차도 수천만원대의 동사 플래그십 DAC에 사용되는 Alize 6 알고리즘이 적용된 인티앰프다. (라인업으로는 상급에 속하는 전작 TELOS 390.5인티조차도 METIS7보다 스펙이나 구성 면에서는 열등한 수준) METIS라는 시리즈 네임은 단지 가격적인 면에서 골드문트 TELOS 시리즈 제품과의 간섭을 피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은 정도.



글.사진 :  와인오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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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IS7의 실 판매금액은 1천만 원대 초반. 공식 리테일 가격은 1,600만 원 정도로 설정되어 있으나 국내에서 특판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보자면 1천만 원 초반대의 인티앰프 레인지에 속한다. 이 가격대의 인티앰프는 각 브랜드에서의 플래그십 라인업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여유로운 원가의 바운더리 안에서 온갖 호사스러운 스펙과 기술을 아끼지 않고 사용하는 콘셉트인 것이다. 

하지만 METIS7은 사뭇 그 의미가 다르다. 억대를 호가하는 동사의 플래그십 제품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염가(?)에 구현하기 위한 치열함이 느껴진다. 골드문트가 자랑하는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인티 하나에 모아담기 위해 나사 하나 허투루 쓰는 일이 없다. 

METIS7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입출력 단자 및 확장성을 구비하고 있지는 않다. 아날로그 입력단은 RCA 한 계통만을 지원하고 있으며 광/동축/USB 디지털 입력을 각각 하나씩만 지원한다. 입력단 몇 개 더 만들어 넣는 것이 대수일까 싶지만 골드문트 씩의 제품 개발 방식을 이해한다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입력 단자 및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 등에 있어서 골드문트는 철저한 선별 매칭의 방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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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쌍의 입력단 RCA 단자를 구비하기 위해 100개 단위 이상의 단자들을 임피던스 특성에 따라 선별하여 단 두 개만을 선택 사용하고 나머지는 폐기처분하는 것이 골드문트의 전통적인 방식이다. 물론 이 단자들을 외관상으로 구별할 방법은 없지만 입출력 단자에서의 임피던스 특성이 소리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음질 특성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를 안다면 단 한 쌍의 RCA 입력단이 가지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 입력단이 4쌍이라면 골드문트에서는 약 400여 개의 단자를 소비해야 하는 것이다. 골드문트는 최상위 10억 원대 액티브 스피커인 아폴로 그(Apologue)부터 METIS7 인티앰프에 이르기까지 이 방법을 동일하게 고수하고 있다. (스피커에서는 심지어 드라이버 유닛까지도 이런 선별 매칭을 하는데, 그 소비되는 드라이버 유닛의 가격을 생각해 본다면 제품의 가격이 결코 비싸다고만은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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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아폴로그 스피커 시스템에 사용되는 앰프 모듈은 최신 4세대 TELOS 회로이며 Metis7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METIS7에서 기본 앰프부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DAC 파트인데, 앞서 언급했다시피 골드문트 상급기에 적용되는 Alize 6 알고리즘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METIS7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디지털 입력을 통한 고품질의 D/A 컨버팅을 행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이다. (실제 1천만 원 중반대 타사 DAC를 거치는 아날로그 신호 입력과 자체 Alize 6 DAC를 사용하기 위한 디지털 입력의 음질 차이는 상당한 편이다.) 

굳이 음질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아날로그 입력을 다양하게 구비하여 둘 의미가 없는 것이다. 통상 여타의 인티앰프에 액세서리 옵션 개념으로 들어가 있는 DAC와는 그 수준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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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is7과 동일한 Alize6 DAC를 사용한 골드문트의 상급 DAC가 존재한다.)

METIS7에는 골드문트가 자랑하는 진동 제어 솔루션인 메커니컬 그라운딩(Mechanical Grounding), 고가의 Kapton 소재를 활용한 열 컨트롤 기술인 서멀 그라운딩(Thermal Grounding), 그리고 자체 내장 전원제어 솔루션인 AC-Curator 등도 빠짐없이 구현되어 있다. 0.1Hz ~ 3MHz에 이르는 초 광대역 주파수 응답 폭도 당연히 기본 스펙에 해당한다. 때문에 수치로 나타난 채널당 175W(8Ohm)라는 출력 수치 그 이상으로 구동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인티앰프임에도 불구하고 3웨이 급의 톨 보이 스피커까지 무리 없이 커버가 가능하다. 왜곡 없이 출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앰프 구동력 확보의 기본임은 말할 것도 없다.

흔히, 골드문트의 사운드 특성을 "스피드"라는 단어로 표현하곤 하는데, 음 재생 앞/뒤 타이밍에 일말의 지연이나 머뭇거림 없이 정확한 타이밍으로 소리를 재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새기는 것이 맞다. 특히, 저음역의 뭉침이라든지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분해능의 저하 따위는 METIS7에서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Alize 6 의 기본적인 정보량 자체도 매우 방대한 편인데 이를 고스란히 왜곡 없이 증폭하여 뿜어내는 능력은 바로 이 "스피드"라는 특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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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벽에 가까운 파츠의 페어 매칭과 선별 탓인지 METIS7은 매우 정교한 이미지 포커싱과 스테이징을 아주 쉽게 그려낸다. 0.1dB 단위로 컨트롤 되는 리니어 전자 볼륨은 아주 작은 음량에서도 이러한 공간 특성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으며 음량이 증가함에 따라 무너질 수 있는 음 재생의 리니어리티를 고스란히 보존해낸다. 음량에 상관없이 스테이징 특성이 일정하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기술에 속한다.

METIS7의 분해능 특성은 특히 대편성의 오케스트라 넘버를 재생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웬만한 분리형 앰프도 부담스러워할 말러 및 브루크너의 심포니 총주 부분에서도 전혀 흐트러짐 없이 에너지를 쏟아내며(매칭 시연 스피커는 포칼(FOCAL)의 수프라 2(Sopra No.2)였다.) 연주 자체를 여유 있게 컨트롤하는 장악력이 상당하다. 골드문트를 들어보지 않은 이들에게 가장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질감 표현에 있어서도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한다. 

흔히 투명도(Transparency)가 우수한 시스템에서는 질감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소리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는 것은 음원 소스 자체의 고유 질감 또한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오히려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굳이 기존의 오디오적 표현을 빌리자면 METIS7의 질감 느낌은 마치 플래티넘 분말이 흩날리는 듯한 실기함에 가깝다. 일말의 점착성도 느낄 수 없으며 음색 자체는 매우 화사하게 피어오른다. 사실 아직까지는 골드문트 고유의 질감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단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고백이 더 현실적일 것 같다.

동사의 TELOS 390.5 인티와 직접 비교를 해보면 390.5가 오히려 조금 더 머뭇거리고 소극적인 느낌을 준다.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마치 압축된 공기가 터져나가듯, 배기량 높은 고성능 레이싱 머신이 튀어 나가듯 "발사"되는 METIS7의 순발력은 순간의 오디오적 쾌감 그 이상임에 분명하다.

오디오로 음악을 감상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고음과 저음에 대한 느낌을 따로따로 분석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METIS7은 소리가 귀에 익숙해질수록 전반적인 음 대역 간 밸런스가 자연스레 일치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음악을 일차원적인 음 대역별로만 나누어서 생각할 겨를을 안 주는 것이다. 실제 공연장에서 공연 실황을 감상할 때, 음 대역별로 나누어 듣는 경우는 아마도 없을 것이며 METIS7은 그 경험과 가장 근접한 소리라고 할 수 있다. 고음이 어떻고 저음이 어떻고 하는 표현으로는 METIS7의 사운드 특성을 절대 표현할 수 없다.

METIS7의 사운드는 매칭하는 스피커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곤 한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매칭 스피커의 기존 사운드와 상당히 차이가 있는 소리를 경험할 수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골드문트와는 다소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로하스 계열의 박스 스피커는 특히 그 변화 폭이 상당한데, 가령 차베스의 HL5 같은 경우, 기존에는 느낄 수 없었던 저음역에서의 타이트하고 순발력 넘치는 활기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재즈나 보컬 곡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차베스 특유의 얌전하고 소극적인 스테이징 특성도 오히려 넓게 공간으로 터져 나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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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광대역폭 확보에 따른 타임 디스 로션의 극복이 그 주원인으로 생각되는데, 다른 앰프들과의 매칭에서 다소 피곤하게 느껴지던 아큐톤 드라이버의 사운드라든지, 포칼의 밝고 낭랑한 톤 등은 말 그대로 밸런스가 딱 맞게 표현된다. 고음의 치찰음, 특정 대역의 뭉침 등 조금만 시간을 두고 들어보면 귀에 거슬리는 것이 분명한 요소들 하나하나를 모두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본격적인 음악 본연의 느낌을 "쏟아내듯" 표현해낸다. (물론 산만함과는 거리가 먼 표현임을 강조하고 싶다.)

오디오 평가는 늘 상대적이다. 아무리 기존에 좋게 듣던 제품이 있어도 비교 대상이 매우 우월하다면 딱 그만큼의 열등감이 고스란히 음질로 느껴진다. 좋은 소리 듣다가 다운그레이드는 절대 할 수 없다는 오디오계의 속설 또한 그런 의미. 해당 브랜드에 누가 될 것 같아서 이름을 거론하기는 좀 그렇지만, 누구나 이름만 들어보면 다 아는 그런 인티앰프 가 하나 있었다. 1천만 원 중반대 가격의 이 인티앰프와 METIS7을 동시에 비교 시청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자리에서 같이 청음 하던 분은(그 앰프의 실 주인) 청음이 끝난 후 자신의 앰프를 AS 센터에 보내기로 마음먹었었다. METIS7과 직접적인 음질 비교를 하다 보니, 자신의 앰프가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는 확신을 받은 것이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친 셈이 되어 매우 난처했던 경험이 최근에 있었다. 동사의 전작이자 상급 인티앰프와 비교할 때에도 피아 구별 없이 거침없이 팀 킬을 해 버리는 METIS7인데 오죽할까 싶기도 했다.

METIS7은 가장 골드문트 답지 않으면서도(치열한 가성비 추구) 골드문트의 밑천을 모두 함축해 놓은 특별한 기획물이다. 아직까지는 1천만 원대 인티앰프 수준에서 METIS7과 겨룰 만한 제품을 찾지 못했으며 이제는 큰 가격차이가 나지 않는 선에서(그래도 METIS7보다는 비싸겠지만) 타사의 분리형 앰프와 겨루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판정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입장의 청자가 어느 소리를 보다 좋은 소리로 인식하느냐가 전부이다. 그리고 그 판정 결과는 일관되어 꾸준한 것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는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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