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북셀프, 신세계를 열다, Diablo Utopia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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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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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막이 오르고 리듬파트가 시작을 알린다. 점점 고조되는 템포에 맞추어 드럼과 베이스 리듬은 정점을 향해 곤두박질친다. 공연장을 흠뻑 적실 것만 같은 뜨거운 공기, 마치 피비린내가 섞여있을 것만 같은 땀방울, 심장은 뛰고 카메라 앵글은 심벌과 스틱을 정확히 조준한다. 관악 세션의 금빛 찬란한 세션은 천연 다이아몬드를 투과한 빛처럼 수백 개의 스펙트럼을 만들어낸다. 열정과 희열, 고뇌와 땀으로 점철된 한 편의 재즈 공연은 연주자와 관객의 심장을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이고는 급기야 터져버릴 듯 움켜쥔다.
글.사진 : 하이파이클럽
재생 음에서 현장과 같은 소리를 얻기는 힘들다. 그러나 유사하게 만들 수는 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완벽하게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공간 안에서 각 악기의 움직임과 위치가 정교하게 펼쳐져야 한다. 소리는 가능한 넓고 멀리 뻗어나갈 수 있어야하며 감상자는 스윗스팟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어야 한다. 이런 공간적 특성은 대부분 고역에 의해서 결정된다. 풀레인지와 컴프레션 혼 드라이버 등을 넘어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 중 이런 특성에 가장 강력한 무기를 가진 트위터가 있다. 다름 아닌 베릴륨 트위터다.
윌슨 와트 퍼피 시리즈에 역돔 베릴륨 트위터가 장착된 후 세간의 호응은 대단했다. 전면의 보컬과 후면의 더블 베이스 그리고 우측 저편엔 트럼펫이 위치하고 좌측에 피아니스트가 연주하고 있다. 이 모든 장면이 마치 눈앞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것처럼, 아니 그 현장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포컬이 이룩한 기술적 진보의 한 장면은 와트 퍼피 시리즈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었고 이를 만든 것은 포컬이라는 프랑스 메이커였다. 글로벌 거대 음향기기 메이커로서 포컬의 위상은 하이파이를 넘어 카오디오 및 멀티미디어 등으로 확장되었고 그 중심엔 전세계 최고의 유닛 제조사라는 명함이 항상 함께했다.
쟈크 마욜이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따 만든 JM LABS에서부터 그 줄기를 이어받아 현재 포컬로 불리는 프랑스 기업. 현재 수많은 다양한 제품군을 만들어내고 있으나 여전히 그들의 기술적 이상은 플래그십 유토피아 라인업에 모두 응축되어 있다. 최상급 외장 파워 서플라이 시스템을 도입한 초하이엔드 스피커 그랜드 유토피아 EM 에서부터 스텔라, 마에스트로, 스칼라 그리고 유토피아 라인업의 유일한 북셀프 디아블로 유토피아가 그 주인공이다.
포컬은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인 B&W, 다인오디오 등과 함께 전세계 스피커 산업을 리드해왔다. 최첨단 기술과 설비, 오랜 노하우를 통해 하이파이에서 하이엔드 등 전 분야에 걸쳐 최상단 권좌에서 물러난 적이 없다. 공통적으로 자체적인 유닛 생산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동시에 과감한 자본 투자와 R&D 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원가 절감이 가능하고 보편적인 기준에서 더 낮은 가격에 군소 메이커보다 더 상위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디아블로 유토피아의 면면 또한 이런 포컬의 오랜 전통과 노하우 그리고 새롭게 개발된 최신예 소재와 테크놀로로지가 아낌없이 투영되어 있다. 우선 유닛부터 살펴보면 고역은 보편적인 소프트 돔보다 훨씬 낮은 질량과 강도를 가진 베릴륨 역돔 트위터를 채용했다. 1kHz에서 무려 40kHz 까지 엄청난 밴드위스 폭을 갖는 트위터다. 또한 580Hz에서 매우 낮은 공진을 갖게끔 IAL2(Infinite Acoustic Loading)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티타늄보다 약 7배의 견고함과 무려 25μ의 전도율, 그리고 40kHz 라는 초고역 커버리지는 음향적으로 혁신을 이루고 있다.
우퍼의 경우엔 포컬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오고 있는 파월 플라워 “W” 미드/베이스 유닛이 사용되었다. 본 W 샌드위치 콘은 현재 3세대까지 진화해온 것으로 마치 꽃 모양을 연상시키는 플라워 마그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진동판은 샌드위치 방식으로 압착, 직조한 것으로 파워풀한 에너지와 함께 매우 빠른 반응 특성을 갖는다. 포컬 유토피아 라인업에서 중역과 저역을 커버하는 유닛은 특히 기민한 반응 특성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베릴륨 트위터의 매우 스피디한 반응 속도와 균형을 맞추어야하기 때문인데 W 미드/베이스 3세대는 이를 위해 개발된 최신 유닛이다.
캐비닛은 외형상 마치 등이 굽었다 펴졌다 하는 로봇 같은 형상을 띄고 있다. 실제로 유토피아 상위 모델은 등을 더 굽힐 수 있게 조절이 가능하다. 이는 고역과 중, 저역의 음파 스피드 정합과 관련된다. 각 대역의 스피드가 인간의 귀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축 정열을 위해 이렇게 고안된 것. 이런 물리적 위상 최적화 기술을 포컬에선 'Focus Time'이라고 부른다. 이 외에도 완벽한 3D 이미징 재현을 위해 고안한 OPC(Optimum Phase Crossover) 필터 등 특히 입체적인 공간감 재현에 대한 결벽증적인 완성도 추구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캐비닛 구조상 트위터와 미드/베이스를 담은 박스를 분리해놓은 것도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트위터를 담고 있는 캐비닛은 일종의 레조네이터로 튜닝해 분리시켰으며 이 덕분에 미드/베이스로부터 트위터로 전달될 수 있는 내부 공진을 완전히 차단시킬 수 있다. 헬름홀츠 공명기의 원리를 무척 영민하게 활용한 형태다. 캐비닛을 무려 5cm 두께 MDF 로 만들고 20kg 에 가까운 스탠드를 스피커와 완전히 결합시키는 방식은 무엇보다 물리적인 공진 억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디아블로 유토피아는 6.5인치 미드/베이스 우퍼의 구경을 생각하면 보편적인 캐비닛 크기를 훨씬 더 상회한다. 위풍당당한 캐비닛 용적에 더해 전면에 포트를 마련한 저음반사형 타입이다. 위상반전된 음파가 미드/베이스 하단의 널따란 널빤지 타입 포트를 통해 방사되며 저역의 확장을 돕는 방식이다.
2웨이 저음 반사형 타입 북셀프 디아블로 유토피아는 공칭 임피던스 8옴에 89dB 능률을 갖는다. 주파수 커버리지는 저역의 경우 44Hz, 고역은 40kHz 까지 뻗는 고성능 특징을 가지며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낮은 고역 대역인 2.2kHz 로 설정했다. 캐비닛과 유닛 및 대역 커버리지와 능률 등을 볼 때 직감했지만 구동은 쉬우면서도 매우 넓은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스케일을 가진 북셀프다. 사실 이 정도면 북셀프라는 말이 의미가 필요 있을까 싶을 정도다. 스탠드마운트 타입 스피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리스닝 테스트"
디아블로의 이런 용적과 넓은 공간을 커버할 수 있는 스케일 덕분에 사실 보편적인 아파트 거실까지도 크게 부족함 없이 채울 수 있다. 시청은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에서 이루어졌고 앰프는 매킨토시 MA8000, 소스기기로는 코드 DAVE 와 오렌더 N10을 블랙캣 Tron 동축 케이블로 연결해 청음 했다. 코드 DAVE 는 -3dB DAC 고정출력으로 세팅했고 PCM plus 모드로 조정해 주로 Flac 음원 파일을 재생했다.
Katie Melua - I'd love to kill you
The House
포컬의 전통, 무엇보다 입체적인 3D 스테이징은 보컬 및 녹음된 각 악기들의 위치와 동적 구조를 매우 치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카티아 멜루아의 ‘I'd love to kill you’ 에서 카티아의 보컬은 스피커 중앙 후면에 핀포이트 포커싱으로 맺힌다. 뿐만 아니라 기타 등 백업 세션 악기들의 전/후 거리감, 좌우 위치 등도 마치 컴퓨터로 제어된 듯 명확하게 보인다.
각 악기의 음색은 절대 섞이거나 마스킹되지 않는데 키보드 연주는 후방에서 매우 차분하고 입체적인 앰비언스를 형성해준다. 음원이 가지고 있는 어떤 야수성이나 에너지감을 아주 정교하게 다듬어 보여주기 때문에 어떤 그레인이나 불편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Stockholm Cathedral Choir - There is a road to heaven
Now the Green Blade Riseth
스톡홀름 커시드럴 합창단의 ‘There is a road to heaven’ 같은 합창 레코딩에서 중, 고역을 성능은 더 세밀하게 파악된다. 중역 대역의 표현은 사실 포컬의 구형에서 단점으로 지적되던 부분이다. 유토피아 북셀프 모델을 모두 운용해본 입장에서 디아블로는 과거 유토피아 북셀프의 후속기라기보다는 명백히 상위급이다. 우선 이런 합창곡에서 스테이징이나 전후 원근감 표현에서 스케일이 압도적이다.
또한 음량의 상승 구간이 매우 자연스럽고 쉽게 흘러나오며 커다란 음량에서도 소란스럽지 않다. 농밀하고 윤기 있는 색채는 느끼기 어렵지만 대신 엄청나게 정교하며 음원에 담긴 정보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 정밀하게 표출해낸다. 중고역에서 얇고 엷게 흩날리는 구형의 단점이 사라지고 면도날처럼 정교하면서 공격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합창을 들려준다.
Trevor Pinnock - Mozart Gran Partita
Mozart Gran Partita
트레버 피녹 지휘의 모차르트 [Gran Partita] 앨범의 시작부터 디아블로 유토피아의 음색적 특징들이 더욱 진하게 드러난다. 마치 화창한 봄날 흐드러지게 피어난 유채꽃처럼 디아블로 유토피아의 고역은 산뜻하게 넓게 룸을 메운다.
그러나 그 타겟이 명확하며 매우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고 정보량은 차고 넘친다. 과거 포컬 베릴륨처럼 차갑고 들뜬 공격성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여전히 입체적인 공간감은 일품이다. 요염하고 관능적인 윤기보다는 정교하고 탁 트인 개방감 덕분에 모든 소리를 낱낱이 분석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Erik Truffaz - The walk of the giant Turtle
The walk of the giant Turtle
디아블로 유토피아는 유토피아 중 가장 작은 모델이지만 광대역에 매우 높은 정보량과 미립자까지 보여주는 현미경같은 스피커다. 따라서 뛰어난 녹음과 저급한 녹음의 차이가 낮과 밤처럼 크게 드러난다. 재즈 트럼페터 에릭 트루파즈의 ‘The Walk of the Giant Turtle’에서 낮은 숨소리를 지나 천둥처럼 쏟아지는 커다란 음량에서 디아블로의 다이내믹스 폭을 실감하게 된다.
고역의 끝에서부터 저역까지 움직임은 매우 역동적이며 음영 대비가 명확하다. 어떤 대역도 빈 듯한 느낌이 없이 첨예하며 구조적으로 치밀하게 직조되어 있다. 그러나 커다란 캐비닛만큼 북셀프의 억지스런 면모가 느껴지지 않고 마치 플로어스탠딩처럼 커다란 소리를 매우 쉽게, 우렁차게 흘러내린다. 순간적인 타격감, 기민한 추진력 등 현대 하이엔드의 특성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
Claudio Abbado - Berlioz Symphonie Fantastique
The Last Concert
아바도 지휘, 베를린 필의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5악장에서는 포컬 특유의 매우 세련되고 화려한 금관악기들의 표면 질감이 귀에 걸린다. 스케일은 웬만한 중소형 플로스탠딩의 크기를 연상시키며 저역 펀치력은 빠르고 선명하다. 팀파니는 저 깊은 곳에서 번개처럼 달려와 눈앞에서 번쩍인다.
팀파니의 헤드가 보일정도로 다층적으로 악기들의 울림을 비춰주는 세부 표현력은 단연 압도적이다. 다만 아주 깊고 육중한 무게감이 실린 저역은 아니지만 대신 가뿐하게 넓은 청취공간을 장악하는 앰비언스가 돋보인다. 관악, 목관, 현악 및 타악 등 각 저마다의 악기들 음색이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대비되어 빠르게 도열했다가 흩어지는 모습이 눈앞에 선연하다.
"총평"
디아블로 유토피아에서 모든 녹음은 철저히 발가벗겨진다. 일체의 남김없이 모든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어 음악의 저 깊은 속까지 투명하게 투영해준다. 고역은 상쾌하게 하늘로 쭉 뻣어 올라가며 롤오프가 느껴지지 않는 싱싱한 여운이 기분 좋다. 작은 사이즈에서 낮은 저역의 확장을 얻기 위한 여러 방편들은 필요치 않다. 넉넉한 사이즈에 정확한 위상 표현을 위한 포커싱 관련 설계들은 커다란 공간에서도 거침없이 넓고 정확한 홀로그래픽 음장감을 만낄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한껏 화려하게 멋을 낸 힙하고 세련된 앰비언스 그리고 무척 도회적인 느낌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음질적으로는 과거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어렵게 이루어냈던 경지에 아주 쉽게 도달하고 있다. 저역 제어 또한 매우 용이한 편이어서 몬스터같은 괴력의 앰프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반대로 섬세한 특성 덕에 힘보다 질적인 수준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레코딩의 시대 및 품질에 따른 편차에도 매우 섬세하게 반응하는 새침한 성격을 가졌다. 디아블로 유토피아는 북셀프 모니터의 하이 스피드와 입체감 그리고 플로어스탠딩의 여유를 융합한 마성의 북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