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컬 스피릿 원 클래식, 편안하고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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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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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루릭 ( http://blog.naver.com/luric , @LuricKR )
*감상 환경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CDP : NAD C 515BEE
PC : Apple Macbook Pro Retina (Audirvana, 192kHz / 24bit FLAC)
Toslink Cable : WireWorld Nova 6
Interconnect Cable : Van Den Hul The Name
Headphone Amp : Analog Design Svetlana (Rev.1), Graham Slee Solo SRG II
DAC : Matrix Mini-i, Hisonus LivOn UFO DSD
Portable DAP : Apple iPhone 5S, Apple iPod Nano 7, Fiio X3
가장 고급스러운 비주얼과 마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프랑스의 오디오 기업, 포컬(Focal 또는 JM Lab)은 스피릿 원(Spirit One)이라는 헤드폰을 출시한 후 최근 2대의 스피릿 시리즈 헤드폰을 내놓았습니다. 아직 국내 수입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제가 먼저 수입사로부터 제품을 빌려서 2주 정도 사용해본 후 감상문을 작성 중입니다. 혹시 포컬 스피릿 시리즈 헤드폰을 처음 본다면 다음의 후기 2편을 먼저 읽어두시면 나름대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스피릿 프로페셔널(Spirit Professional) : http://www.audiogallery.co.kr/bbs/board.php?bo_table=webzin&wr_id=2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포컬 스피릿 시리즈 중 가장 고급스러운 소재와 외모를 갖춘 헤드폰, 스피릿 클래식(Spirit Classic)입니다. 스피릿 원 -> 스피릿 프로페셔널 -> 스피릿 클래식 순서로 가격이 점차 올라갑니다만 그 폭은 그리 크지 않으며 3개 제품 모두 유사한 사운드 특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제품 디자인과 구성품, 그리고 사운드의 세밀한 튜닝 차이로 인해 주된 용도가 서로 다른 헤드폰들입니다. 스피릿 클래식은 '홈 오디오'를 타겟으로 사운드, 디자인, 케이블이 구성된 제품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비교적 중저음이 살아나는 스피릿 원, 플랫하며 고음이 강조된 스피릿 프로페셔널과 달리 스피릿 클래식은 고음 일부와 저음 대부분을 보강했습니다. 특히 스피릿 시리즈 중에서 가장 깊고 중후한 저음을 내는 것이 스피릿 클래식이라고 생각됩니다.
흐음~ 잠시 이 헤드폰의 생김새를 천천히 훑어봅니다. 기본적 생김새는 스피릿 시리즈의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유난히도 고급스럽게 보입니다. 일단 두툼하고 푹신하게 만들어진 가죽 소재의 헤드밴드가 고급스러운 인상에 한 몫을 하고 있군요. 실제로 머리에 써보면 무척 편안한 착용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피릿 원 -> 스피릿 프로페셔널 -> 스피릿 클래식으로 갈수록 헤드밴드의 장력이 완화되는데, 스피릿 원은 머리를 꽉 조이는 느낌이고 프로페셔널은 그나마 덜 조이는 느낌이지만, 클래식은 부드럽게 풀어진 느낌을 줍니다. 적어도 락앤롤을 들으며 헤드뱅잉하는 용도의 헤드폰은 아닙니다.
헤드밴드 연결부와 스피커 하우징 외부에 알루미늄을 사용한 점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더합니다. 여기에 커다란 헤드밴드의 무게가 더해지면서 스피릿 원, 스피릿 프로페셔널보다 수십 그램 정도 무거운 헤드폰이 됐습니다.(310g) 그러나 머리에 써보면 몇 시간이고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하중이 잘 분산되고 푹신한 느낌이 좋습니다. 스피릿 클래식이 지닌 낮은 채도의 짙은 브라운 컬러 마감도 마음에 듭니다. 푹신한 소파에 기대어 음악을 들을 때 사운드와 함께 비주얼(?)도 챙길 수 있지요.
스피릿 클래식은 일반 3.5mm 규격의 탈착식 케이블을 사용합니다. (스피릿 원, 프로페셔널도 동일) 제품 박스 속에는 1.2미터 정도의 원버튼 리모트가 달린 일반 케이블과 자그만치 4미터나 되는 실내용 케이블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아무래도 거실의 오디오나 TV에 연결하고 멀찌감치 떨어진 소파에 앉아서 감상하는 용도다 보니 아주 긴 케이블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4미터짜리 실내용 케이블은 음질 열화를 방지하기 위해 임피던스가 낮춰진 제품이며 상당히 굵습니다.(소리를 들어보면 1.2미터 케이블과 음질 차이가 거의 없음) 또한 항공기용 어댑터와 천 재질의 캐링 파우치가 포함됩니다.
부드럽고 여유롭게 울리는 저음
빠른 응답 특성과 선명한 고음은 그대로
Driver Unit : 40 mm Dynamic (Mylar / Titanium Dome)
Frequency Response : 5 Hz ~ 22 kHz
Impedance : 32 ohms
Sensitivity : 102dB SPL / 1mW @ 1kHz
Weight : 310 g
포컬 스피릿 클래식은 홈 오디오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헤드폰이지만 임피던스가 낮고 효율이 좋으며 가벼운 케이블도 함께 들어 있는 미들 사이즈의 헤드폰입니다. 즉 실내용은 물론 아웃도어 용도로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라우드 스피커 시스템으로 오디오를 갖춰놓은 분들이 밤 중에는 스피커를 크게 틀기가 어려워서 '생필품'으로 헤드폰을 찾는 경우가 있는데요. 스피릿 클래식은 헤드폰용 시스템(헤드폰 앰프 또는 외장 DAC 등)을 갖추지 않고 인티앰프의 헤드폰 잭에 꽂아도 든든한 소리를 들려줄 것입니다. 또한 소스 기기를 타지 않고 일정한 음색을 내기 때문에 비디오 게임기나 블루레이 플레이어, TV 등 온갖 기기에 마음대로 연결해도 됩니다.
또 다른 특징은 이 헤드폰이 완전 밀폐형이라는 사실입니다. 포컬은 스피릿 원을 개발할 때부터 소리의 완전한 컨트롤(?)을 위해 밀폐형을 고집했는데 이로 인해 공간감, 개방감이 사라졌으나 실용성이 높아졌습니다. 두툼한 이어패드가 귀 주변을 잘 감싸서 차음 효과가 좋으며 비행기나 기차 안에서도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대신 써도 좋은 수준입니다. 또한 소리가 밖으로 전혀 새지 않으니 옆사람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습니다. 극히 조용한 도서관에서도 쓸 수 있을 겁니다.
역시 빠른 응답, 그런데 저음의 호흡이 더 길다
스피릿 시리즈의 공통적 특징은 티타늄 코팅된 진동판으로부터 나오는 빠른 응답 속도입니다. 빠른 응답 속도는 소리의 왜곡을 줄여주며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으나, 잔향감을 억제해 감성적 만족감은 감소할 수 있지요. 스피릿 클래식은 고.중음역대의 응답을 빠르게 유지한채로 저음역만 조금 늦춘 인상을 주었습니다. 다른 음악 감상용 헤드폰에 비하면 여전히 긴장감 있는 저음이지만, 스피릿 프로페셔널에 비한다면 훨씬 호흡이 긴 저음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서도 고음역은 상당히 선명하며 스피릿 프로페셔널보다는 끝을 다듬어서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대체로 중립적이며 담백한 음색이지만 폭넓고 완만하게 강조된 저음 덕분에 약간 따뜻한 음색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편안한 착용감 + 편안한 소리
이 제품의 첫번째 특기는 편안한 착용감과 편안한 소리의 결합입니다. 고음의 자극감을 줄이고 중음역은 두툼하게, 저음은 깊고 든든하게 깔아주는 방식의 소리로군요. 음악의 디테일을 찾기 위해 꼿꼿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몸을 뒤로 눕히고 편안히 즐기면 되는 인상의 소리입니다. 그러나 소리의 속도는 상당히 빠릅니다. 음색은 귀에 편안하게 다가오지만 소리를 명료하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스피릿 시리즈의 기본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스피릿 시리즈 중에서는 저음형 헤드폰일지도
이번에 스피릿 시리즈 헤드폰 3개를 모두 사용해보면서 스피커의 소리에서 튜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스피릿 클래식은 동일한 스피커의 사운드 밸런스를 약간 조절하는 것만으로 소리의 성향을 크게 바꿀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일종의 표본입니다. 특정 음역을 크게 강조하거나 오르락내리락하는 굴곡을 만들지도 않았으나, 고음의 일부를 조금 강조한 후 중저음을 점차 상승하도록 완만하고도 넓~게 강조함으로써 소리 전체의 스케일을 키우고 웅장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스피릿 시리즈 중에서는 저음형 헤드폰으로 둘 수 있을 듯 합니다.
자극 없이 섬세함을 표현하는 고음
또 다른 특기를 든다면 귀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디테일을 묘사하는 고음을 들 수 있겠습니다. 스피릿 원이나 프로페셔널 모두 대단히 중립적(Neutral)인 음색을 내는데 그 이유는 고음을 적당히 살려내면서도 밝은 왜곡을 넣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피릿 클래식 역시 섬세하게 조절된 고음을 통해 전체 음색을 중립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대체로 저음보다는 비중이 낮은 고음인데 일부 영역만 조금씩 강조해서 존재감을 내고 있군요. 선이 가늘고 끝 부분이 매끄럽게 처리된 느낌이 마음에 듭니다.(사실 이 고음 처리 때문에 저도 스피릿 원을 구입했습니다.)
여유롭게 울리며 잔향도 있는 부드러운 저음
포근한 울림과 여유로운 리듬을 지닌 저음도 특징입니다. 아마도 이 저음 특성이 스피릿 시리즈 3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겠군요. 선명하지만 부드럽게 마감된 고음과 두텁고 푹신푹신한 질감을 내는 저음이 어우러져 음악을 오랫동안 편히 듣게 해줍니다. 특히 스피릿 원, 프로페셔널과 비교할 때 초저음 영역이 더욱 보강된 듯 합니다. 단단하고 묵직한 저음 타격이 있는데 탁 끊어지지 않고 울림의 잔향이 조금 남습니다. 이로 인해 긴장감이 풀리고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는 모양입니다.
보다 높은 중음역의 비중, 더 굵고 든든하다
중음역의 비중이 더 높다는 것도 차별점이 되겠습니다. 스피릿 원보다는 낮고 프로페셔널보다는 높은 느낌인데, 보컬과 현악기의 소리가 보다 굵은 선으로 묘사되며 귀에 가깝게 들립니다. 단, 저음이 쿵~하고 터질 때 일부가 가려지는 현상이 있으니 참조해두시기 바랍니다. 확실히 느껴지는 차이점은, 스피릿 프로페셔널은 바이올린의 소리를 강조하지만 스피릿 클래식은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를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보컬의 매칭에서도 스피릿 클래식은 남성 보컬에서 강점을 보였습니다. 락앤롤이나 헤비메탈을 들을 때는 스네어, 탐탐 보다는 베이스 드럼(일명 킥 드럼)의 존재감이 강합니다.
특징은 없으나 대부분의 장르에 맞음, 게임과 영화 감상 가능
스피릿 클래식으로 감상을 할 때 특징이 확 나타나는 음악 장르는 없었습니다. 이 헤드폰은 기본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편이고 그 와중에 중저음을 완만히 강조한 타입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음악 장르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보컬, 현악기가 중시되는 곡도 든든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으며 저음 비트가 필요한 힙합, 하우스에도 적합하겠습니다. 비교적 웅장한 중저음 스케일을 표현하면서도 고음이 살아있으니 대편성 오케스트라 연주의 클래식 악곡도 어울립니다. 그리고 저음 울림이 필요한 게임과 영화 감상에서 특기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음악 감상 말고도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헤드폰을 쓰겠다면 스피릿 시리즈 중에서는 스피릿 클래식을 추천하겠습니다.
보강된 저음이 중음역을 가리기도 한다
위의 내용 속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다시 한번 스피릿 클래식의 단점이 될 만한 부분을 몇 개 짚어봅시다. 첫번째는 저음역의 부스트로 인해 특정 타이밍에서 중음역이 가려지는 현상입니다. 스피릿 원에서도 조금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스피릿 클래식은 스피릿 원보다 초저음이 보강되면서 중음역의 명료도가 낮아진 면이 있습니다. 중음역의 비중은 높은데, 저음역이 강하게 터질 때 혼합이 되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고음역은 그대로 살아납니다.
심심할 수 있는 고음 / 공간감, 개방감의 부재
두번째는 고음의 심심한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은 스피릿 프로페셔널과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인데, 맑고 투명한 느낌의 스피릿 프로페셔널을 듣다가 스피릿 클래식으로 바꾸면 고음의 비중이 낮게 느껴집니다. 분명히 섬세함을 지녔고 저음의 울림 속에서도 제대로 들어나는 고음입니다만, 화려하거나 앞으로 부각되는 고음은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다른 스피릿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밀폐형 구조 상 개방감이 없으며 공간을 넓게 확장시키는 느낌도 적습니다. 그나마 스피릿 클래식은 중저음의 덩어리가 커서 스케일이 더 확장되게 느껴지는 정도입니다.
*Focal Spirit Classic 사운드의 주요 특성은?
해상도 : 높은 편.
타격감 : 깊고 단단하게 울리지만 끝은 부드러운 저음 타격.
공간감 : 좁음.
치찰음 : 거의 강조되지 않음.
자연스러움 : 저음 쪽에 비중이 실렸지만 여전히 자연스러운 느낌.
고음역 : 일부 영역을 조금 강조해 선명함을 살리고 자극은 줄인 고음.
중음역 : 비중이 꽤 높으며 높은 밀도와 굵은 선을 지닌 중음.
저음역 : 초저음역이 보강된, 완만하게 상승하는 양 많은 저음.
장단점 및 결론
GOOD
기본적인 밸런스를 지키면서 중저음을 완만히 강조한 사운드
깊고 부드러운 울림을 지닌 저음
고.중음역의 응답이 빠름
스피릿 시리즈 중 가장 고급스러운 외관, 가장 편안한 착용감
음색의 왜곡 없이 선명하게 묘사되는 고음
중음역의 비중이 높고 선이 굵게 들림
음악 감상과 함께 다른 엔터테인먼트 환경에도 어울리는 소리
어디에나 쉽게 연결하고 소리 변화 없이 감상 가능
음악 장르를 폭 넓게 커버하는 소리
BAD
저음이 빵 터질 때 중음역이 가려질 수 있음
스피릿 프로페셔널에 비해 고음역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음
개방감, 공간감의 부재
저음 강조를 싫어한다면 잘 맞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