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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하이파이 클럽 AWARDS 2019 - 스피커 부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 goldmund | 20-02-14 17:52 | 조회 : 2,346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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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802 D3 Prestige Edition : 김편

어쿠스틱 악기로 변신한 스피커

 

 

2015년에 등장한 B&W 800 D3 시리즈는 2010년에 나왔던 D2를 훨씬 뛰어넘는 소리를 들려줬다. 그중에서 서열 2위 802 D3는 언제 어디서 어떤 곡을 듣더라도 실망을 시키지 않는, 필자가 거의 믿고 듣는 몇 안 되는 스피커다. 필자의 방에서 듣기에는 위 모델 800 D3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802 D3가 2018년 7월 프레스티지 에디션(Prestige Edition)으로 진화했다. 핵심은 무늬목을 바꾼 것이고 이에 따라 가격이 뛴 것인데, 소리가 말도 안 되게 좋았다.

 

아다 메이니크가 연주한 쇼스타코비치의 비올라 소나타를 들어보면 처음부터 바로 눈앞에서 현을 긁는 듯하고, 호세 그레코의 ‘Flamenco Seguirya’에서는 두려움이 일 만큼 강력한 타격감이 작렬했다. 안네 소피 폰 오터가 부른 ‘Baby Plays Around’를 기존 모델과 맞 비교해 들어보니 오터의 목소리 자체가 더 청순하면서도 농염하게 변했다. 스피커 안에 들어간 전기부품 냄새가 덜 난다고나 할까. 이 스피커로 들은 이 곡은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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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산토스 로즈우드, 에보니, 단풍나무, 마호가니, 월넛

 

 

802 D3 프레스티지 에디션에 투입된 무늬목은 산토스 로즈우드(Santos Rosewood). 장미목의 한 종류인데, 일반 로즈우드에 비해 목질이 더 단단하고 비중이 높기 때문에 악기 재질로 쓸 경우 보다 분명한 소리를 낸다고 한다. 외국 악기 사이트 평을 종합해보면, 단풍나무(maple)보다 울림이 풍성한 소리, 인디안 로즈우드(Indian Rosewood)보다 따뜻한 소리, 에보니(Ebony)보다 밝은 소리라는 평이다.

 

산토스 로즈우드를 마감재로 선택하면서 802 D3 프레스티지 에디션의 마감 공정은 무려 4주나 걸린다고 한다. 이는 기존 모델에 비해 40% 더 늘어난 수치. 산토스 로즈우드가 워낙 단단하고 무거운 목재인데다, 13겹의 래커 칠을 포함한 하이 글로스 공정이 포함됐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한편 인클로저(우퍼 2발 수납부) 재질 자체는 기존 스탠더드 버전과 동일한 20겹의 비치우드(beechwood. 너도밤나무), 내부 보강재는 솔리드 합판과 알루미늄, 스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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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처럼 인클로저 재질이 아니라 그 겉을 두른 마감재 변화만으로 스피커 소리가 크게 달라질까. 이와 관련한 데이터는 없지만, 필자가 보기에 메탈 인클로저를 쓴 스피커가 아닌 이상 무늬목 역시 스피커의 일부이기 때문에 ‘당연히’ 소리에 영향을 준다. 실제로 802 D3 스탠더드 마감 중 하나인 로즈넛을 자세히 살펴보면 산토스 로즈우드에 비해 목질 구조가 다소 성긴 모습을 보인다. 펜더 기타의 경우 로즈우드냐 산토스 로즈우드냐, 아니면 에보니냐에 따라 소리가 크게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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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Continuum Cone, Aerofoil Cone

 

 

본체로서 802 D3를 살펴보면, B&W의 스피커 테크놀로지가 집약된 ‘D3’ 버전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우선 B&W에서 1976년부터 채택해온 노란색 케블라 콘을 버리고 은회색의 새 컨티늄(Continuum) 콘을 미드레인지 유닛에 썼다. 우퍼 역시 2003년부터 써온 기존 로하셀 대신 새 에어로포일(Aerofoil) 콘을 채택했다. 컨티늄 콘은 케블라보다 더 가볍고 더 강해 브레이크 업 주파수 등 모든 면의 음향 특성이 뛰어나고, 에어로포일 콘은 높은 강성이 요구되는 부분을 가장 두껍게 하는 등 진동판 두께를 달리한 점이 특징이다.

 

인클로저 재질은 이전 D2와 동일하지만 내부 보강재가 MDF에서 솔리드 합판과 알루미늄, 스틸로 바뀐 점이 큰 변화다. 우퍼부 인클로저 형상도 D2와는 180도 다르다. D2가 전면 배플이 평평하고 측면과 후면이 둥근 원호를 그렸던 데 비해, D3는 후면에 평평한 알루미늄 플레이트를 덧대고 정면과 측면이 둥근 원호를 그린다. 네트워크 회로 기판 수납도 바닥 플린스에서 후면 플레이트 안쪽으로 옮겼다.

 

유닛 구성은 테이퍼드 튜브에 담긴 1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둥근 터빈 헤드(Turbin Head)에 담긴 6.5인치 컨티늄 콘 미드, 본체부에 수납된 8인치 에어로포일 콘 우퍼 2발이다. 공칭 임피던스는 8옴(최저 3옴), 감도는 90dB, 주파수응답 특성은 17Hz~28kHz(+,-3dB)를 보인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350Hz, 4kHz. 역시 둥근 터빈 헤드에 수납된 컨티늄 콘 미드레인지 유닛의 수비 범위가 넓다. 핸들링 앰프 출력은 50~500W, 높이는 1212mm, 폭은 390mm, 안길이는 583mm, 무게는 개당 94.5kg을 보인다. 바닥 플린스의 무게만 17kg이나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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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 D3 프레스티지 에디션은 말 그대로 프레스티지 에디션다운 위엄과 음악성 한껏 선사했다. 무엇보다 스피커가 일정 레벨 위로 올라가면 악기, 그중에서도 어쿠스틱 악기로 변신함을 새삼 깨달았다. 물론 802 D3 스탠더드 에디션이 여전히 필자의 드림 스피커 중 하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프레스티지 에디션에서 들은 그 음의 촉감은 확실히 몇 수 위다. 신 모델도 아닌, 프레스티지 에디션을 올해의 스피커 중 하나로 꼽은 결정적 이유다.

 

 

 

 

Devore Fidelity Orangutan O/96 : 김편

오랫동안 보듬어주고 싶은 스피커

 

 

올해 1월 미국 드보어 피델리티(Devore Fidelity)의 Orangutan O/96 스피커를 들으면서 ‘인생 스피커’로 삼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이 스피커라면 집에서 이 음악 저 음악 들으며, 그리고 세팅과 매칭을 이리저리 바꿔보며 즐겁게 오디오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이 스피커를 여러 차례 들어봤고, 다른 스피커는 더 많이 들어봤지만 오랑우탄 O/96에 대한 필자의 애정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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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피커는 실물을 보는 순간 감탄부터 나왔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고급스러웠던 것이다. 전면 배플의 자작나무 합판 결이 그대로 노출됐고 그 위를 글로스 마감한 것이 예상외로 하이엔드 가구 같은 인상을 풍겼다. 소리는 더 놀라웠다. 외관과 유닛을 보면 푸근하고 온기 있는 소리, 딥베이스이긴 하지만 단단한 맛은 없는 저역일 줄 알았는데 천만의 말씀, 대단한 오해였다. 이 스피커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오히려 해상력과 디테일, 그리고 단단하면서도 풍성한 저역이었던 것이다.

 

오랑우탄 O/96은 2웨이 스탠드 마운트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다. 1인치 실크 돔 트위터가 위에 있고 바로 밑에 10인치 페이퍼 콘 미드우퍼가 있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뒷면 밑에 2개가 나란히 가로로 나 있다. 싱글 와이어링 바인딩 포스트는 바닥면에 있어 겉에서는 안 보인다. 트위터 둘레의 웨이브 가이드가 비교적 넓고 깊은 것은 이 웨이브 가이드가 혼 역할을 하게끔 설계됐기 때문. 후면파 컨트롤을 위해 트위터 뒤쪽이 별도 챔버에 수납된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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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는 생각보다 크다. 스탠드를 포함해 높이는 91cm, 폭은 46cm, 안길이는 31cm, 무게는 25kg을 보인다. 키에 비해 가로폭이 넓고 상대적으로 안길이가 짧은 스피커다. 인클로저 재질은 배플이 2.2cm 두께의 자작나무 합판, 다른 캐비넷은 서로 다른 두께와 밀도를 보이는 MDF. 높이 19cm의 전용 스탠드는 단풍나무다. 마감은 배플의 경우 레이스 라인 월넛 등 다양한 무늬목, 다른 캐비넷은 블랙 단풍나무 베니어로 돼 있다.

 

스펙은 특이함과 놀라움의 연속이다. 우선 공칭 임피던스가 10옴이고 감도가 96dB다. 그래서 ‘O/96’이다. 제작사에 따르면 어떤 경우에도 임피던스가 8옴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는다. 이 스피커 자체가 처음부터 소출력 진공관 앰프로도 잘 울릴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주파수응답 특성. 몇 dB 감쇄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치상으로는 좀체 납득하기 힘든 25Hz~31kHz를 보인다.

 

설계 디자인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넓은 배플. 존 드보어의 여러 인터뷰 등을 종합해보면 이 넓은 배플의 존재 이유는 ‘스텝 리스폰스’(step response)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귀결된다. 스텝 리스폰스는 고역과 저역의 시간차와 에너지 차이에 의해 응답 특성이 특정 주파수에서 딥(dip), 즉 푹 꺼지는 현상인데, 특히 저역의 경우 후면파에 의한 에너지 감소 현상(위상이 서로 정반대인 정면파와 후면 반사파가 중첩)이 골칫거리였다. 무한 배플(밀폐형)이 등장한 것도 이 후면파가 되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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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드보어는 “코너형이나 벽 로딩 스피커처럼 스텝 리스폰스를 최소화하면서도 현실적인 설치가 용이하도록 넓은 배플을 선택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배플의 넓이와 높이, 안길이는 10인치 미드우퍼의 물성에 맞춰 최적화했다는 설명도 잇따른다. 트위터와 미드우퍼가 바싹 붙은 채로 두 유닛이 배플 위쪽에 몰려 있는 것은 스텝 리스폰스와 회절(diffraction. 같은 거리일 때 가장 안 좋다) 저감을 위한 설계로 보인다.

 

오랑우탄 O/96이 내준 소리에 더 감탄한 것은 사실 지난 8월 직스(Zyx)의 얼티밋 오메가(Ultimat Omega) MC 카트리지를 시청하면서였다. 당시 이 카트리지가 들려준 생물 같은 사운드가 지금도 귓전에 생생한데, 달리 생각하면 물린 스피커가 오랑우탄 O/96이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뵈젠도르프 피아노의 굵은 저역은 시청실 바닥에 아주 깊숙이 박혔고, 알베니즈 스페인 모음곡에서는 마이크로 디테일이 마치 대형 폭포수 아래에서 포말처럼 부서지는 물안개 같았다.

 

만약 지금 필자의 방에 이 오랑우탄 O/96이 있다면? 12W 짜리 300B 싱글 앰프로 피톤치드 향 가득한 음악의 향을 맡아볼 것이고, 250W 짜리 대출력 솔리드 앰프로 10인치 우퍼가 밀어내는 음의 압력을 만끽할 것이다. 음악을 듣지 않을 때는 보드라운 극세사 천으로 이곳저곳을 닦아줄 테다. 그만큼 갖고 싶고 보듬어 주고 싶은 스피커다.

 

 

 

 

Dynaudio Confidence 20 : 김편

디자인과 소리를 일신한 다인의 뉴페이스

 

 

2018년 5월 참관했던 독일 뮌헨 오디오쇼는 지금도 여러 풍경들이 눈에 선하다. 그중에서도 스냅 사진처럼 필자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것이 덴마크 다인오디오(Dynaudio) 부스다. ‘다인오디오 스피커 맞나?’ 싶을 만큼 풍모를 일신한 새 스피커가 관람객을 맞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볼륨감이 풍부하고 잘록하고 볼록한 전면 배플이 파격적이었다. 이전 C4나 C2, C1, 아니면 그 위 에비던스 마스터나 플래티넘의 모습을 완전히 지우고 있었다. 바로 새 컨피던스(Confidence)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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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Confidence 20, Confidence 30, Confidence 50, Confidence 60

 

 

새 컨피던스 시리즈는 유일한 스탠드마운트 20과 플로어스탠딩 30, 50, 60으로 구성됐다. 이전 컨피던스 시리즈와 가장 다른 점은 다인오디오의 상징이라 할 에소타(Esotar) 트위터가 에소타2에서 신형 에소타3로 바뀌었다는 것. 플로어스탠딩 모델들의 경우 트위터 개수가 2개에서 1개로 줄어든 점도 큰 변화다. 에소타3 트위터의 진화한 물성과 크로스오버 설계 및 웨이브 가이드, 배플 디자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트위터 1개로도 충분한 퍼포먼스를 얻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새 컨피던스 시리즈는 올해 하이파이클럽 시청회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들어봤지만 정식 리뷰를 통해 그 됨됨이를 보다 깊숙이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컨피던스 20이다. 무엇보다 연주자들의 옷깃 스치는 소리까지 다 들렸을 정도로 재생음에 깃든 그 생생한 리얼리티가 대단했다. 30, 50, 60 모델에 각인된 다소 부담스러운 배플 디자인이 이 스탠드마운트 모델에는 없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컨피던스 20은 2웨이, 2유닛 구성으로, 위에 28mm 에소타3 트위터, 바로 밑에 180mm(8인치) MSP 콘 미드우퍼가 새로 채택된 컴펙스(Compex) 배플에 장착됐다. 공칭 임피던스는 새 컨피던스 시리즈 중 유일한 6옴(다른 모델은 4옴)이며 최저 임피던스는 5옴(다른 모델은 2.7옴), 감도는 다른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87dB를 보인다. 주파수응답 특성은 42Hz~22kHz(+,-3dB), 크로스오버는 2325Hz에서 2차 오더(-12dB)로 끊었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바닥면에 나 있어 이격된 전용 스탠드 틈 사이로 중저역 후면파가 4방으로 방사되는 구조다. 이 같은 다운파이어링 방식은 새 컨피던스 시리즈의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한데, 예전 모델들은 후면에 포트가 나 있었다. 따라서 20을 비롯한 새 컨피던스 모델들은 뒷벽과의 거리 문제에서 이전 문제들보다 훨씬 자유롭다. 바인딩 포스트는 싱글 와이어링 전용.

 

 

 

 

Esotar3 Tweeter

 

 

필자가 컨피던스 20에서 유심히 살펴본 것은 새 에소타3 트위터와 미드우퍼의 서라운드(엣지) 디자인이다. 에소타3 트위터의 경우 안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실크 돔 진동판이 투명했던 예전 에소타, 에소타2와는 달리 내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 또한 지금까지 돔 안쪽에 채택했던 펠트 링 대신 헥시스(Hexis)라는 딤플 플라스틱 돔을 부착한 것도 눈에 띈다. 헥시스 돔에는 일정 패턴의 구멍들이 새겨져 진동판 뒤로 배출되는 음파들이 아주 쉽고 빠르게 소멸되도록 하고 있다.

 

 

 

 

 

서라운드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것은 서라운드와 콘을 거의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두 높이가 똑같기 때문. 이렇게 만들면 통상 앞쪽으로 튀어나온 서라운드에 비해 서라운드의 1차 공진을 줄일 수 있고, 음파를 내는 진동판의 면적이 보다 늘어나 성능 개선의 효과도 있다고 한다. 다인오디오에서는 이같은 서라운드 설계를 ‘수평’이라는 뜻의 ‘허라이즌’(Horizon)이라고 부르고 있다. 허라이즌 형태로 결합된 콘과 서라운드는 주변 배플과도 높이가 똑같아 회절현상까지 줄여준다.

 

므라빈스키가 레닌그란드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은 템포가 엄청나게 빠른데도 스피커가 손쉽게 따라갔다. 고음이 송곳처럼 예리하게 뻗는 모습도 압권. 다인오디오 스피커에서 이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음이 용솟음칠 줄은 정말 몰랐다. 안네 소피 무터가 연주한 ‘Zigeunerweisen’에서는 그녀의 기척과 향기, 야들야들한 음의 표면이 모두 느껴졌다. 예전 다인오디오 특유의 고소한 맛과 도톰한 중역대 살집 대신, 좀 더 투명하고 깨끗하며 정숙한 음으로 바뀐 듯하다.

 

번스타인 지휘, 뉴욕필 연주의 말러 교향곡 2번에서는 이 스피커가 자신의 2개 유닛과 내부 용적,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를 이용해 모든 음들을 진중하고 성실하게 들려준다는 인상. 예전 어머니가 한 톨이라도 빠져나갈까 조심스레 헹구던 그 쌀들처럼 한 음 한 음을 정성껏 연주해준다. 이런 살뜰하고 꼼꼼한 이미지가 이번 새 컨피던스 20 스피커에서 도드라진다. 덴마크 스피커 명문가의 새 스탠드마운트 스피커는 올해의 스피커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EgglestonWorks Andra Viginti : 김편

이름만 빼고 다 바꾼 기념 모델의 모범 답안

 

 

지난 7월 하이파이클럽 제1시청실에서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미국 이글스톤웍스(EgglestonWorks)의 스피커를 들었다. Andra Viginti(안드라 비진티)였다. 안드라? 맞다. 1997년 홀연히 등장해, 그 해 미국 스테레오파일로부터 ‘올해의 스피커’로 선정된 바로 그 스피커다. 국내에도 팬들이 많았다. 안드라 비진티는 이 안드라 출시 20주년을 맞아 지난 2017년에 내놓은 한정판 모델. 라틴어로 ’20’을 뜻하는 비진티가 모델명에 들어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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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물을 마주한 안드라 비진티는 옛 오리지널 안드라는 물론 현행 모델인 안드라 III SE와도 전혀 상관없을 만큼 환골탈태했다. 안드라보다는 오히려 상위 모델인 Savoy Signature SE(사보이 시그니처 SE)와 더 가까운 디자인이다. 전면을 보면 1인치 스캔스픽 베릴륨 트위터를 가운데에 두고 6인치 모렐 카본 미드 2발이 위아래에 포진했고, 그 밑에 10인치 모렐 카본 우퍼 2발이 장착됐다. 공칭 임피던스는 6옴, 감도는 87dB, 주파수응답 특성은 20Hz~40kHz를 보인다.

 

안드라 III SE와는 뭐가 다를까. 우선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2발의 배치가 TM(Tweeter-Midrange) 방식에서 MTM(Midrange-Tweeter-Midrange) 방식으로 바뀌었다. MTM은 1) 트위터가 미드보다 먼저 사람 귀에 도달해 두 유닛의 위상이 뒤틀리는 현상과 2) 두 유닛의 방사 에너지가 미드쪽으로 치우치는 쏠림 현상(로브 틸팅)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유닛 배치 방식. 즉, 트위터를 가운데에 두고 위아래에 똑같은 직경의 미드레인지를 배치으로써 3개 유닛이 마치 하나의 커다란 유닛처럼 작동케 한다.

 

MTM 효과는 다이애나 크롤의 ‘A Case of You’에서 쉽게 파악됐다. 덩치가 큰 3웨이 멀티 유닛 스피커인데도 마치 소형 2웨 2유닛 모니터 스피커처럼 다이애나 크롤이 정교하고 또렷한 이미지로 등장한 것이다. 크로스오버 주파수에서 두 유닛이 서로 다른 위상을 내는 문제가 사라지니 빅마우스 현상도 없어졌다. 피아노 페달을 밟는 소리, 관객의 기침 소리도 평소보다 잘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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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라 비진티에서는 트위터도 변했다. 안드라 III SE까지 고수해왔던 다인오디오의 에소타(Esotar) 트위터를 버리고 처음으로 덴마크 스캔스픽(Scanspeak)의 베릴륨 트위터를 채택했다. 플랫하게 뻗는 고역 상한이 24kHz에서 갑자기 40kHz까지 치솟은 결정적 이유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우퍼부다. 기존에 고수해왔던 12인치 아이소배릭 폴리프로필렌 우퍼 대신 10인치 카본 우퍼를 2발 위아래로 나란히 배치했다. 우퍼 특주사가 다인오디오에서 모렐(Morel)로 바뀐 점도 기억해둘 만하다. 어쨌든 겉보기에는 한 발뿐인 12인치 우퍼 뒤에 같은 방향을 향한 12인치 우퍼가 숨어 있어 서로 푸시-푸시로 작동하던 안드라의 전통은 이번 안드라 비진티에서 자취를 감췄다.

 

10인치 카본 우퍼 2발이 펼쳐내는 우람하고 민첩한 저역은 투티 앨범에 수록된 ‘전람회의 그림’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우레와 같은 소리가 나왔다. 그것도 단단하면서도 매끄러운 질감이 느껴지는 저역, 유닛 어디에도 음의 잔상이 남아 있는 않는 그런 저역이었다. 확실히 아이소배릭 12인치 폴리프로필렌 우퍼 2발 때보다 맑고 빠르며 탄력감 넘치는 저역을 만끽할 수 있었다.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에서는 베이스가 전하는 그 높은 공기압 때문에 가슴까지 저릿했다.

 

이 같은 유닛 구성의 변화로 안드라 비진티는 스피커 전체 형상과 디자인, 크기가 이전 모델들에 비해 크게 변했다. 역대 안드라 모델 중 가장 크고(127cm), 가장 무거우며(116kg), 안길이 역시 안드라 III SE의 45.7cm에서 58.5cm로 13cm나 깊어졌다. 밋밋했던 측면 디자인이 다소 복잡하게 변한 것도 특징인데, 알루미늄 패널을 부착한 뒤 곳곳에 서로 다른 크기의 카본을 집어넣은 모습이다. 우퍼부 전면에도 알루미늄 패널을 부착, 진동 저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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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우퍼 2발의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후면 하단에 긴 슬롯 형태로 나 있는 점, 미드 2발 뒤에는 각각 트랜스미션 라인(transmission line) 형태의 전용 포트가 길게 마련된 점도 처음 채택한 설계 디자인이다. 특히 상단 중고역 캐비닛 내부에 트랜스미션 라인 포트를 마련함으로써 중역부와 우퍼부를 단순히 격벽 처리했을 때보다 우퍼 2발이 활용할 수 있는 내부 용적을 늘린 점이 돋보인다. 맞다. 기념 모델을 만들려면 안드라 비진티처럼 만들어야 한다.

 

 

 

 

TAD ME1 : 염동현

 

 

TAD의 ME1스피커는 올해 초 오디오쇼에서의 TAD 부스에서, 그리고 몇 달 후가 지난여름 즈음에 집중해서 들어볼 기회가 있었던 모델이었다.

 

ME1은 북쉘프 스피커가 가진 한계를 우수한 기술력과 화려한 물량 투입을 통해 극복한 제품으로 필자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들로는 먼저, 뛰어난 특성의 베릴륨 트위터를 중심으로 구성된 동축 유닛 탑재에 기인하였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상급기의 기술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이 유닛은 뛰어난 무대 재현력과 입체적인 이미징 특성을 재현해 주었다. 중고역 유닛의 우수함뿐만 아니라 베이스 유닛 그리고 캐비닛에도 상당히 공을 들였는데, 스피커의 측면에 두꺼운 금속부를 덧대고 그 안에 ADS 포트를 통해 캐비닛 내부의 정재파가 자연스럽게 소멸되도록 설계하였다. 기술력을 한껏 자랑하는 참신한 설계 방법을 통해 베이스 유닛의 호흡이 매우 안정적으로 이루어졌고, 베이스의 응답 특성은 과도하게 부스트되지 않고 정확하게 표현되었다. 저역 응답이 과장되지 않았지만 양적인 측면에서도 모자람 없이 충분히 뛰어나서 스피커의 크기를 잊게 만드는 공간 장악력을 겸비하였기 때문에, 듣고 있는 동안 대단하다는 감탄 외에는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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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본 제품은 필자의 평소 취향과는 거리가 있는 제품이었지만, 제품을 충실히 경험하고 나서는 생각을 고쳐먹게끔 만들었다. 본 기가 가진 성향의 매력은 여러 사람들에게 개성적으로 어필될 만한 좋은 장점이 많기 때문에 고민 끝에 추천 리스트에 올리게 되었다. 다만 감도가 낮고 공칭 임피던스가 4옴에 달하여 앰프의 구동력을 요하는 편이기 때문에 앰프 쪽에도 충분히 물량 투입한 상태의 음을 듣고 본 기를 평가해주었으면 한다. 특히 TAD의 스피커들은 개인적으로 A 클래스의 앰프에 물렸던 기억이 상당히 좋은 편으로, ME1이 가진 기본적으로 깨끗하면서도 시원한 음 성향에 열기를 띤 앰프의 성향이 녹아들면서 상당히 즐거운 음을 경험할 수 있었기에 해당 조합으로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중고역의 특성이 우수하고 특히 금관악기의 표현력이 발군이기 때문에, 트럼펫이나 색소폰 연주가 메인으로 강조되는 재즈 팬분들께 상당히 어필될 수 있는 마력이 있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견고하고 완성도 높은 튼실한 스탠드(16Kg)와 합쳐진 본 기의 무게는 36Kg에 달하여 웬만한 톨보이 스피커는 울고 갈 무게를 자랑하는데, 이는 본 기의 신뢰도를 한층 높이는데 일조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신흥 끝판왕 북쉘프의 등장에 환호하며, 우수한 특성의 다양한 앰프들과 매칭되어 두루두루 경험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YG Acoustics Sonja 2.2 : 염동현

 

 

한 해를 돌아보며 추천 제품에 올리는 것에 대해서 주저함 없이 결정할 수 있는 기기가 몇 개 있었는데, 본 기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올해에도 많은 스피커들을 접했지만 본 기만큼 장시간에 걸쳐서 다양한 음악 장르로 집중적으로 시청했던 기기는 드문 편인데, 소냐 2.2의 우수함은 들을 때마다 매번 감탄하면서 듣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소냐 2.2 스피커는 가상 동축형 스타일로 구성된 소냐 2.1에 베이스 모듈을 1개 추가한 형태로 구성된 모델이다. (여기에 베이스 모듈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되면 소냐 2.3이라는 모델이 되기도 한다.)

 

구형 모델인 소냐 1.2모델과 외형상의 차이점은 발견하기 힘들지만 재생음의 차이를 떠올려 볼 때, 실제로 본 기의 재생음을 비교하여 들어보면 완전히 다른 스피커라는 인상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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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과의 재생음이 차이 나는 원인을 살펴보면, 실크돔 재질이었던 트위터가 메탈과 실크돔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빌렛돔 트위터가 적용되어 고역의 표현력이 현격히 개선되었다. 또한 우퍼 유닛에 적용된 바이스 코일의 구조도 변경되어 좀 더 깔끔하고 해상력 있는 저역 특성을 보여준다. 이 중에서 빌렛돔 트위터의 적용 유무는 생각보다 큰 재생음의 변화로, 충분히 우수했던 구형을 가볍게 압도하는 재생음을 보여주어 본 기를 최정상급 제품의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이 트위터는 제작 단가와 수율상의 이유로 YG 어쿠스틱스의 최상위 모델인 XV와 XV Junior에만 제한적으로 쓰였던 트위터였다는 것을 염두 해 둘 필요가 있다.

 

밀폐형 구조에 금속 인클로저를 사용한 제품답게, 기본적으로 상당히 빠른 스피드의 음을 들려준다. 추가적으로 드라이버 유닛의 재질 통합으로 인한 음색의 통일감이 우수하고, 매우 투명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리뷰어에게는 상당히 환영 받을만한 특성을 가진 스피커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개인적으로 애정하며 보유하고 있는 스피커보다도, 다른 기기의 실력을 가감 없이 투영해 주기 때문에 기기의 특성을 파악하기 아주 좋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기기와 잘 연결된 경우 기기의 훌륭한 진면목을 잘 느낄 수 있다. 즉, 다른 기기와의 궁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좀 더 드라마틱하게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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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음의 완성도가 높고 상당히 뛰어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년 세계 곳곳에서 치러지는 오디오 쇼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화제의 모델로 빠지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본 기에 대한 동호인 들의 호평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국내에 소개된 이후에도 필자가 아는 것만 해도 의미 있는 숫자의 판매량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일반적인 사이즈의 시청 공간에서 운용한다는 조건 하에 최정상급의 사운드를 추구하는 오디오 파일이라면, 한 번쯤은 꼭 도전해봐야 할 모델이라고 생각된다.

 

 

 

 

Avantgarde Acoustic UNO Fino Edition : 이종학

21세기형 혼 타입 스피커의 미래

 

 

혼 타입 스피커에 대한 동경은 비단 필자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거대한 혼에서 나오는 다이내믹하고, 디테일한 표현력. 거기에 바로 로망이 있고, 꿈이 있다. 그래서 6~70년 전에 만들어진 혼의 공룡들을 이른바 빈티지라고 해서 지금도 애지중지하고 있지 않은가? 높은 감도, 빼어난 직진성, 강력한 파워 등 일단 혼 타입을 맛 들이면, 그 강력한 중독성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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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혼 타입은 이런 장점 못지않게, 단점 또한 많다. 우선 사이즈가 크다. 어딘지 모르게 디자인도 촌스럽다. 자칫 잘못했다간, 집이 고물상이 되어버린다. 와이프의 성난 얼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런 면에서 아방가르드의 제품들이 가진 여러 미덕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수려한 외관과 부담이 덜한 사이즈, 정확한 재생 능력 등은 21 세기에도 혼이 충분히 통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리고 또 진화했다.

 

혼 타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저역이다. 어마어마한 스피드로 꽂히는 혼에 비교할 때, 대구경 우퍼로 만들어진 저역에는 확실히 문제가 많다. 심하게 말하면, 중고역과 저역이 따로 논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저역을 혼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저역의 주파수는 진폭이 크다. 이를 커버하려면,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혼이 필요해진다. 또 길이도 상당해진다. 아예 전용 리스닝 룸을 만들어서, 벽 사방을 이용한 롱 혼을 만든 애호가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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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아방가르드가 취한 방식은 액티브 우퍼다. 여기에 아날로그 타입의 모션 피드백 방식을 동원했다. 다시 말해 우퍼의 움직임을 분석해서 일종의 보정을 가는 것이다. 물론 단순한 액티브 방식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또 정확하다. G2 버전까지 이런 기술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사후약방문”이라고나 할까? 이미 배출된 음을 어떻게 되돌린단 말인가?

 

이번에 XD로 진화하면서 보다 개선된, 아니 혁명에 가까운 조치가 이뤄졌다. 일단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었고, 앞으로 나갈 음을 미리 계산해서 사전에 대응하는, 이른바 피드 포워드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화타와 같은 명의가 적시에 등장했다고나 할까?

 

여기에 일체 네트워크를 걸지 않은 미드레인지, 특별한 CPC 바이어스 크로스 오버 박스를 투입한 트위터 등, 여러 부분에 걸친 개량이 이루어졌다. 거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룸 코렉션 기능이다. 사실 애호가들의 룸 컨디션은 모두 제각각이다. 같은 사이즈라고 해도 가구나 소품의 배치에 따라 계속 바뀐다. 아무리 스피커가 좋아도, 환경이 따라주지 않으면 제 성능을 발휘할 수가 없다. 포장이 안된 도로에서 페라리가 얼마나 달리 수 있겠는가?

 

이 부분에서 XD로 진화한 기술은 룸 코렉션도 멋지게 커버하고 있다. XD 키트로 공간 음향을 녹음한 후 본사에 보내면, 알아서 보정된 프로그램이 USB 스틱으로 전달된다. 그것을 본체에 꼽아서 업그레이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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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피노에 이르면서, 기존의 10인치 우퍼 두 발을 한 발로 줄였다. 따라서 140Cm의 높이가 125Cm로 낮아져서, 한결 부담감이 덜해졌다. 더욱 뛰어난 퍼포먼스에다 소형화가 이뤄졌으므로, 정말 콤팩트한 사이즈로 혼 타입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연히 21세기에도 혼 타입의 스토리와 로망은 계속된다.

 

 

 

 

TAD ME1 : 이종학

첨단 스피커 기술의 총 집합체

 

 

그간 수차례 TAD의 제품을 접했다. 개별 리뷰도 했고, 엔지니어와 인터뷰도 했고, 시연회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TAD를 접하면, 뭔가 하나씩은 얻어 간다. 스피커 제조에 있어서 이처럼 풍부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첨단 기술로 무장한 메이커는 많지 않다. 만날 때마다 가벼운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ME1으로 말하면, 동사의 막내 기종에 속한다. 그 위로 에볼루션, 레퍼런스 등이 있고, 상당한 사이즈와 가격표를 자랑한다. 그 틈바구니 속에 있으면, 확실히 본 기는 존재감이 약하다. 그러나 이것만을 따로 떼어내서, 본격적으로 듣게 되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어쩌면 우리네 주거 환경에서 하이엔드 클래스의 광대역과 스피드, 해상도, 다이내믹스를 즐기고자 한다면, ME1만한 제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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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눈에 띄는 것이 광대역 재생. 밑으로는 36Hz까지 커버하고, 위로는 무려 60KHz까지 뻗는다. 제대로 된 수퍼 트위터를 장착한 모습이다. 그만큼 본 기에 투입된 베릴륨 트위터의 성능이 우수하다는 반증이다. 얼핏 살펴보면 2웨이 같지만, 실은 3웨이다. 중고역을 담당한 드라이버가 상단에 배치되어 있으며, 일종의 동축형으로 만들어졌다. 동사는 이를 CST 드라이버라고 부른다. 중앙의 1인치 사양 베릴륨 트위터를 마그네슘 재질의 9Cm 구경의 미드레인지가 둘러싼 형태다. 정확한 시간 축을 갖고 움직인다. 이 CST 드라이버가 커버하는 영역이 420Hz~60KHz다. 그 밑을 16Cm 구경의 우퍼가 담당하는 것이다.

 

한편 우퍼로 말하면, 아라미드 복합 섬유 재질의 콘인데, 탄소 섬유처럼 가벼우면서도 단단하다. 방탄조끼의 제작에 쓰이는 물질이다. 에지는 일반 고무가 아니라 감성이 보강된 패브릭 소재로 부직포 계열이다. 저역을 정확히 제어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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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클로저의 제조에도 많은 공을 기울였다. 고강성의 발틱 자작나무를 동원했는데, 강도가 높으면서 공진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양 사이드에는 4mm 두께의 금속 패널이 더해지는 바, 이를 통해 일종의 슬릿 형태로 덕트를 구성하고 있다. 그 결과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과 밀폐형의 장점을 두루두루 흡수하고 있다. 빈틈이 없는 피니시는 수공업으로 이루어지는 제작 공정의 빼어난 산물이다. 장인의 손길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일체 컬러링이 없고, 디스토션이나 공진을 발견할 수 없는, 정확하게 중립적인 음이 나온다. 그것은 다시 말해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요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말도 된다. 기본기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사용하면 할수록 만족감이 높아질 것이다. 상급기의 노하우를 풍부하게 흡수한 가운데, 사이즈와 가격면에서 큰 메리트를 갖고 있는 ME1은 일단 그 미덕이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으리라 생각한다.

 

 

 

 

PMC Fenestria : 코난

 

 

아마 뮌헨 오디오에서 처음 이 스피커를 만났던 것 같다. 사실 PMC 스피커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제품이었고 기존에 그들의 설계 이론에서 꽤 많은 차이점이 발견되어 과연 어떤 소리를 내줄지 짐짓 궁금했다. 그리고 이 모델이 처음 국내에 들어온 후 청음하면서 PMC의 미래에 대해 기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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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피커는 높이 170cm, 좌우 넓이 37cm 그리고 깊이 62.3cm로 마치 하늘로 길게 솟은 빌딩을 연상시키는 거함이다. PMC가 현재까지 내놓은 가정용 하이파이 스피커 중 이보다 더 높은 스피커는 없었다. 물론 BB5 같은 대형기가 있었으나 이렇게 높은 타워형 스피커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총 여섯 발의 유닛에 각 대역을 할당한 모습 또한 이례적인 일이다.

 

Fenestria는 마치 거대한 빌딩을 축소해놓은 듯 좌중을 엄숙히 내려다보는 형국이었다. 게다가 위아래로 채널당 네 발씩 투입한 베이스 우퍼와 그 사이로 악마의 눈을 연상케 하는 깊고 검은 미드레인지와 총알처럼 박힌 트위터는 별도의 배플 속에 박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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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피커는 스피커 설계 기술에 대한 또 다른 이정표를 마련했다. 트위터 및 미드레인지 그리고 우퍼 같은 경우 기존에 PMC가 꾸준히 발전시켜온 것이다. 게다가 ATL 트랜스미션 라인 구조의 캐비닛 내부 구조 또한 PMC의 하위 기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전매특허 기술이다. Laminair라고 부르는 벤트(포트) 구조 또한 Twenty25 시리즈에서 이미 선보였다.

 

하지만 Fenestria는 이 여러 소재 및 스피커 구성 요소와 설계 기술을 전혀 색다른 방식으로 융합해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만일 이 스피커가 PMC가 아닌 미국 같은 나라에서 출시되었다면 아마도 훨씬 더 비싼 가격에 출시되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다이아몬드나 세라믹, 베릴륨 등 고가의 유닛을 사용하지 않고도 얼마나 뛰어난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증명했다. Fenestria는 다른 무엇도 아닌 진동 관련 요소를 포함, 설계 기술의 승리다.

 

 

 

 

Wilson Audio

WAMM Master Chronosonic : 코난

 

 

1944년생 데이빗 윌슨은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의 기준을 제시한 인물이다. 평생 홈 오디오에서 들을 수 있는 재생음의 극단을 추구한 완벽주의자. 그가 떠난 후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고 시대를 대표했던 고인의 인생을 회고하며 추모했다. 어떤 이는 그의 죽음이 윌슨 오디오의 후퇴를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했다.

 

이런 염려는 WAMM Master Chronosonic의 출시와 함께 일축되었다. 그는 떠나기 전까지 이 스피커의 출시에 온 힘을 기울였고 결국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전 세계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들의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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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오리지널 WAMM 출시 이후 수만 달러에 달하는 가격에도 이 스피커는 수십 조가 팔려나갔고 이후 윌슨 오디오의 스피커 설계 기술의 모태로서 활약했다. 새롭게 부활한 WAMM Master Chronosonic의 중심엔 모든 유닛들을 모듈화해 나누어놓고 각 주파수 대역을 총 아홉 개의 유닛에 할당하는 극단적 설계가 있다. 트위터 한 개와 미드레인지 네 발 그리고 각각 다른 사이즈의 우퍼 두 발, 게다가 후방 미드레인지와 트위터까지 더한 전대미문의 프로젝트.

 

소리 또한 데이빗 윌슨의 재생음에 대한 이상이 철저히 구현되어 있다. 바로 현장음의 구현이다. 2006년 그가 비엔나 콘서트홀에서 경험한 실연의 경험은 알렉산드리아 X-2 S2로 이어졌고 이때부터 아마 WAMM의 리이슈를 결정했는지도 모른다. 그 말러 심포니 공연에서 그는 그가 그때까지 생각해왔던 다이내믹스와 하모닉스 구현 그리고 시간 축에 관한 여러 이론과 기준을 수정하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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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대한 현존 최고가의 스피커를 국내에서 처음 리뷰하면서 나는 스피커 설계에 대한 현시점 가장 진화한 이론들을 다시 되짚어보게 되었다. 또한 가정 내에서 재생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의 음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 스피커는 단지 소리에 대한 가치만으로 따질 수 없는 고결한 그 무엇이 담겨있다. 한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숭고한 가치가 WAMM Master Chronosonic에 함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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