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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High End] 하이엔드 브랜드 골드문트사 `레바송` 회장, "미국 넘어 일본보다 빠른 한국, 가장 흥미롭다"

입력 : 
2011-11-04 17:23:59
수정 : 
2012-04-05 11: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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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명지휘자 토스카니니와 친분이 있던 성악가 할머니는 어린 손자에게 늘 음악을 들려줬다. 유년시절 음악과 함께 성장한 청년은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곤 IBM의 마케팅 디렉터로 10년을 일했다. 그 10년 동안 오디오 업계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은 중년의 사내는 두명의 프랑스 물리학도가 만든 오디오 회사를 인수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렇게 탄생한 오디오는 30여 년이 지난 현재 앰프 한 대 가격만 4억원이 훌쩍 넘는 명품이 됐다. 최근 출시한 ‘보급형’ 스피커와 앰프 등 ‘메티스(METIS)’ 라인의 가격도 1500만원에서 3000만원을 호가한다. 이른바 ‘럭셔리 마케팅’의 최상위 브랜드인 스위스 하이엔드 오디오 ‘골드문트’는 이젠 노년이 된 미셸 레바송 회장이 일궈낸 고집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 종종 “전 세계의 오디오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골드문트, 또 하나는 그 나머지 오디오”라 말할 만큼 자신만만하다. 물론 음향과 기술력 등 품질 또한 자타공인 독보적이다.

지난 9월6일 라이프스타일 오디오숍 ‘디자인&오디오’ 오픈을 기념해 방한한 레바송 회장은 “미국과 유럽은 변화 속도가 느린 반면 한국은 액티브한 나라다. 새로운 기술을 추구해 발전하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르다”며 “특히 하이퀄리티를 좋아하고 테크니컬한 제품을 흡수하는 면이 마케팅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나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최고의 퀼리티만 누릴 수 있는 특권 골드문트의 정직원은 고작 20명. R&D 전문 인력이 10명, 마케팅 직원 5명, 제네바 본사 관리직 5명이 전부다. 이 작은 회사에서 일구는 연평균 매출은 1000만 달러 이상.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글로벌 기업의 CEO와 영화배우, 정치인 등이 이 작지만 강한 소기업의 주 고객이다.

“고객의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한 분이 10만 달러 이상의 제품을 구입하는 최상위층입니다. 어느 해엔 러시아 고객 한 분이 380만 달러어치를 구입했고 또 한 분은 250만 달러를 지출했어요. 최고의 퀄리티만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레바송 회장의 자신감은 많던 적던 매출의 30%는 반드시 R&D에 투자하는 경영철학에 기인한다. 모든 제품의 제작을 아웃소싱하지만 주요 부품 생산에서 조립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스위스 메이드(Swiss Made)로 진행된다. 여기에 진동을 최소화해 소리의 왜곡을 최대한 줄인 ‘프로메테우스’ 기술 등 무려 5년 이상의 세월을 투자한 독자기술이 더해져 하이엔드 오디오로 거듭나게 된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소니 같이 큰 회사가 구입해 뜯어봅니다. 그런데 좋은 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도통 몰라요. MIT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교수들도 잘 모르더군요. 최근엔 모나코에서 골드문트의 마케팅과 세일즈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거부들이 모여 있는 그곳에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 기술입니다. 하이소사이어티가 인정한 하이엔드는 결코 기술개발에 게으를 수 없습니다.”

덕분에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마케팅은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고객이 한정돼 있으니 오히려 마케팅 비용을 R&D에 투자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레바송 회장이 예측하는 하이엔드 시장의 10년 후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10년 후에는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하이엔드 제품이 보편화될 겁니다. 눈에 보이는 건 스크린 정도겠죠. 안보이게 숨어서 기능할 수 있는 하이엔드 제품. 이미 개발을 시작했는데, 미래는 기기가 아니라 오롯이 영화나 음악 감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안재형 기자 ssalo@mk.co.kr│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3호(201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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