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루릭 ( luri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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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쓰기 전에 상당한 고민을 했습니다. 포칼 유토피아(Focal Utopia)가 비싸기는 해도 좋은 헤드폰이라는 점은 많은 분이 인정하실 터이나, 유토피아를 DAP의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도 좋은 소리가 나온다고 하면 ‘에헤이~ 농담도 잘 하셔!’라고 반응하실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프랑스의 포칼에서 중국의 퀘스타일과 협력하여 ‘포칼 유토피아 + 퀘스타일 QP2R’ 세트를 출시하자, 저는 ‘유토피아를 사면 DAP를 덤으로 주는구나~’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뭔가 묘합니다. 프랑스 오디오 회사와 중국 오디오 회사가 생각보다 긴밀하게 손을 잡은 낌새가 보이는 겁니다. 해외의 헤드폰 행사 사진을 보니 포칼이 퀘스타일의 기기에 헤드폰을 연결해 시연 중입니다. 생각해보니 퀘스타일도 DAC 겸 헤드폰 앰프의 테스트를 할 때 포칼 헤드폰(일리어)을 쓰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사업적 관계를 떠나서 어쩌면 포칼 제품과 퀘스타일 제품의 소리 매칭이 좋은 것은 아닌가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포칼의 국내 판매처에서 저에게 직접 들어보라며 유토피아와 퀘스타일 QP2R의 세트를 빌려줬습니다. 저로서는 이미 자세한 리뷰를 진행했던 헤드폰을 또 접하는 상황인데요. 어디, 박스나 한 번 열어봅시다.

박스 사진을 찍지는 않았으나, 유토피아 QP2R 세트의 패지키는 유토피아 단품과 동일하게 생겼습니다. 검은색 가죽 소재로 덮인 커다란 박스이며, 뚜껑을 열어보면 유토피아 본체와 또 다른 작은 상자가 보입니다. 원래 긴 케이블이 들어가는 장소에 새로운 상자가 있습니다. 바로 이 상자 속에 퀘스타일 QP2R ‘포칼 에디션’과 3.5mm 커넥터를 갖춘 포터블 용도의 새로운 케이블이 들어 있습니다. 전체 구성품은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포칼 유토피아에 원래 들어가던 아주 긴 케이블 대신 1.2 ~ 1.3m 정도로 짐작되는 짧은 케이블이 보입니다. QP2R의 구성품인 파우치, USB 케이블, 광 케이블 연결을 위한 3.5mm 변환 젠더가 있군요. 유토피아에 DAP를 그냥 끼워 담은 것이 아니라 마치 유토피아와 QP2R을 바로 연결해서 쓰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저의 눈에는 특히 신경 쓰이는 것이... 새로운 포터블 케이블입니다. 일반적인 기본 케이블이 아니거든요.​

정체불명의 고급 커스텀 케이블

이 케이블을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어떤 선재를 썼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이것은 비싼 커스텀 케이블입니다. 여러분도 헤드폰용 커스텀 케이블을 주문해봤다면 케이블 외관만 봐도 가격 짐작을 하실 겁니다. 한 개씩 손으로 제작한 제품임이 확실합니다. 이 케이블은 포칼 유토피아를 위한 LEMO 커넥터를 갖췄으며 올 블랙 컬러가 헤드폰과 잘 어울립니다. 보고 있으면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비싼 가격을 도저히 감출 수가 없는 케이블입니다. 

예전에 다른 후기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포칼 헤드폰 중에서 유토피아와 일리어는 검고 굵으며 굉장히 긴 케이블을 기본 포함합니다. 포칼 클리어부터 직조물 피복의 신규 케이블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엘레지아에도 클리어의 짧은 기본 케이블이 포함되고 있습니다. 일리어에 굉장히 긴 기본 케이블 대신 클리어의 짧은 기본 케이블을 연결하면 고음이 더욱 선명해지며 저음도 살짝 단단해지는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낮은 DC 임피던스를 지닌 케이블이라도 길이가 3미터에 육박하니 소리가 조금 깎이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비교 청취를 해보면 유토피아와 일리어의 길다란 케이블은 소리에 그리 이롭지가 않습니다.​

당시 포칼은 거실에서 홈 오디오 시스템의 헤드폰잭에 유토피아, 일리어를 연결하고 멀리 떨어진 소파에서 음악을 듣는 장면을 연상했던 듯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들이 휴대용 기기를 선호하고 있으며 유토피아의 오너들 역시 커스텀 케이블을 구입할 때 길이를 짧게 주문하고 3.5mm, 2.5mm 커넥션을 주로 고릅니다. 유토피아 QP2R 세트에 들어간 정체불명의 고급 케이블은 어쩌면 둘의 연결을 최적화하기 위해서 두 회사가 새롭게 만들어낸 비밀 재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딘가의 커스텀 케이블 제작사에게 의뢰해서 QP2R에 유토피아를 연결했을 때 좋은 소리가 나오는 케이블로 선택했겠지요! 이런 저의 예상은 아주 뻔하고 쉬운 것입니다.

포칼 유토피아와 퀘스타일 QP2R 세트에만 단독 포함되는 이 커스텀 케이블은 유토피아를 다른 헤드폰 앰프나 외장 DAC 기기에 연결해봐도 소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단점이 있다면 이 케이블이 이동 중에 사용할 만한 물건은 아니라는 겁니다. 패브릭과 플라스틱 섬유를 혼합해서 제작한 피복이 무척 고급스럽지만 케이블 전체가 뻣뻣해서 쉽게 보풀이 생깁니다. 단단한 선재를 사용한 커스텀 케이블을 생각해보시면 어떤 뻣뻣함인지 느낌이 올 것입니다.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케이블이지만 걸어 다니면서 쓰기는 어렵겠습니다. 그보다는 책상 위에 DAP를 두고 앉아서 감상할 때 길이가 적당히 짧아서 편합니다. 어차피 포칼 유토피아를 머리에 쓰고 길을 걷기는 어려우니까 상관없는 사항이군요.​

퀘스타일 QP2R의 완전히 다른 ‘포칼 에디션’

그러면 이번에는 QP2R의 전원을 켜봅시다. 그리고 저는 또 놀랍니다. 분명히 퀘스타일(Questyle)의 QP2R인데 기기 부팅 화면에서 포칼의 로고가 뜨거든요. 게다가 ‘1.0.4 F Edition’이라는 글자도 나옵니다. 이것은 기기의 펌웨어 버전을 뜻하므로 ‘포칼이 QP2R의 세팅을 변경했다’는 암시가 됩니다. 이게 무슨 경우인가 싶어서 판매처에 물어보았는데, 포칼 본사에 확인해보겠다고 합니다. 그 후 제가 받은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에 출시된 포칼 유토피아 패키지의 퀘스타일 QP2R은 기본형 QP2R과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처음부터 유토피아와 짝을 이루도록 사운드 튜닝이 진행됐다. 포칼의 니콜라 드바드(Nicolas Debard)가 직접 QP2R 포칼 에디션의 사운드 튜닝에 참여했으며, 임피던스 매칭을 하고 내장 앰프 출력단 전체를 포칼 유토피아에 맞게 개선했다.”

게다가 이 세트에만 포함되는 커스텀 케이블도 유토피아와 QP2R 포칼 에디션의 소리 성향에 맞춰졌다는 후문입니다. 참고로 말씀 드리면, 니콜라 드바드는 2005년부터 포칼의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 홈 오디오 스피커와 더불어 포칼 헤드폰의 사운드 튜닝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분의 최근 작품이 ‘포칼 그랜드 유토피아 EM EVO’ 스피커라고 합니다. (3억원대 플래그쉽 모델) 해외 헤드파이 관련 영상을 보면 포칼의 대표 인물로 자주 등장하니 유튜브에서 이름으로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NAMM 웹사이트에 등록된 니콜라 드바드의 프로필 페이지

https://www.namm.org/nammu/contributors/nicolas-Debard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유토피아 QP2R 세트에 들어 있는 QP2R은 포칼 에디션(Focal Edition)입니다. 유토피아말고도 일리어, 클리어, 엘레지아를 직접 연결해도 좋은 소리가 나올 것이라 예상합니다. DAP에 내장된 헤드폰 앰프의 임피던스를 포칼 헤드폰에 맞췄으며, 앰프의 게인과 음색 등을 특히 포칼 유토피아에 맞도록 설정한 것입니다. 이를 테면 헤드폰 앰프들은 연결한 헤드폰의 임피던스 수치에 따라서 출력이 다르게 나오는데, QP2R 포칼 에디션은 유토피아의 80옴 근처에서 가장 높은 출력이 나올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내장 앰프 설정을 대형 헤드폰에 맞췄으므로 다른 DAP들보다 소리가 클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QP2R의 외관을 보면 포칼 에디션이라고 딱 적혀 있습니다. 

QP2R 포칼 에디션은 비교적 컴팩트 사이즈의 고해상도 DAP(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입니다. 아이폰 8보다도 작은 크기라서 바지 주머니에 쉽게 넣을 수 있고요. 절삭 알루미늄 케이스의 앞뒷면에 고릴라 글래스 패널을 덮었으며 2.4인치 IPS 디스플레이와 스크롤 휠이 있습니다. 네, 엄지 손가락으로 돌리는 바로 그 스크롤 휠입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므로 클릭 휠이 아닌 스크롤 휠이라고 해봤음) 이것은 마치 금고의 다이얼처럼 돌릴 때마다 찰칵거리는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아이팟 클래식의 사용 경험이 없다면 불편할 수도 있겠습니다. 스크롤 휠의 네 귀퉁이에 터치 방식의 버튼이 4개 있는데 아래의 2개(화살표 모양)를 사용하면 스크롤 휠 없이도 메뉴 이동을 할 수 있습니다. 기기 내부에 진동 모터가 있어서 터치 버튼을 누를 때마다 확실하게 반응합니다. (진동 끄기도 가능)​

기기의 내장 메모리 용량은 64GB이며 PC에 연결해보면 내부 저장소 용량은 58.2GB로 나옵니다. 제품 하단 왼쪽에 있는 슬롯에 마이크로 SD 카드를 2TB까지 추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3,100mAh 배터리로 사용은 약 10시간인데, 기기의 부팅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껐다 켜면서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또한 DAP에서는 운영 체제 및 소프트웨어의 소리 영향이 제법 크다고 하는데요. QP2R은 가장 심플한 리눅스를 채용했습니다. DAC 칩은 AK4490이며 PCM 384kHz / 32bit와 DSD 64, 128, 256 재생을 지원합니다.​

QP2R의 충전과 파일 전송은 하단의 USB-C 커넥터로 합니다. 충전기가 포함되지 않으므로 현재 사용 중인 스마트폰 충전기(5V / 2A 정도면 됨)를 활용합시다. 이 제품은 뮤직 스트리밍이나 블루투스 같은 부가 기능이 없고 오로지 음악 재생만 하는 DAP라서 사용법도 간단합니다. USB 케이블로 PC 연결하면 내부 저장소 인식이 되니까 거기에 음악 파일을 자유롭게 담고 재생하면 그만입니다. 앞서 아이팟 클래식을 언급한 이유도 QP2R의 기본 사용법이 옛날 아이팟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단, 음악을 감상할 때의 소리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두 가지 항목을 확인해야 합니다.

1) 게인(Gain) 세팅

: 기기의 메인 메뉴에서 기기 설정으로 들어가면 하단에 게인 선택이 있습니다. 로우(L), 미디엄(M), 하이(H)가 있는데 감도가 높은 이어폰을 연결할 때는 로우를 고르고 대형 헤드폰을 연결할 때는 하이를 고르면 됩니다. 하지만 QP2R 유저라면 대부분 하이 게인으로만 쓰실 것이라 예상합니다. 헤드폰은 물론 이어폰 연결에서도 하이 게인 상태의 소리가 더욱 진한 느낌을 줄 것입니다.

2) 바이어스(BIAS) 컨트롤

: QP2R을 비롯한 퀘스타일 기기들은 전압 증폭이 아닌 전류 증폭 기술을 사용합니다. 이것으로 클래스 A 앰핑을 하는데, 바이어스 선택을 ‘스탠더드(Standard)’에서 ‘하이(High)’로 바꿀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바꿔봐도 별 차이가 없는 듯 하지만 이어폰이든 헤드폰이든 중요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하이 바이어스 상태에서는 중음의 질감이 향상되고 저음의 울림이 깊어지거든요. 소리가 커지거나 선이 굵게 되는 앰핑 효과와는 다릅니다. 또한 바이어스 상태는 기기 측면의 알루미늄 속에 숨겨진 LED에서 색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탠더드는 주황색, 하이는 빨강색입니다. 저는 항상 하이로 두고 쓰기를 권합니다. 

[퀘스타일 QP2R 기본 사양]

Audio Formats Supported

WAV, FLAC, WMA, MP3, OGG, AAC, ALAC, AIFF, DFF, DSF，APE(Normal/High/Fast)

Sample Rate

PCM 32kHz - 384kHz (16/24/32Bit), DSD Native: DSD64(1Bit 2.8MHz), DSD128(1Bit 5.6MHz), DSD256(1Bit 11.2MHz)

DAC

AKM AK4490 DAC chip

Outputs

Headphone out(3.5mm) / Optical out(3.5mm) / Balanced out(2.5mm)

Output Level

Unbalanced 1.8 Vrms / Balanced 3.6 Vrms

Output Power

Unbalanced RL=32Ω, Pout=38mW; RL=300Ω, Pout=9mW

Balanced RL=32Ω, Pout=70mW; RL=300Ω, Pout=38mW

Frequency Response

±0.1dB (20Hz-20kHz)

S/N 100dB @ 1kHz, Unbalanced / 102dB @ 1kHz, Balanced

THD+N 0.0006% @ 1kHz, Unbalanced / 0.0005% @ 1kHz, Balanced

Output Impedance

0.1Ω

Charging & Data Transfer

TYPE-C, 5V / 2A (PC & MAC)

PC OS Requirements

Windows XP & Windows 7 / 8 /10 (32/64bit) / Mac OS X 10.7 or later

Memory

Internal: 64GB / External: Micro SD card (Max. 2TB)

Battery

3,100mAh 3.7V Li-Polymer battery, 10 hours of battery life

Display

IPS 2.4" (Sharp LCM)

Operating System

Linux

Body Material

CNC machining aluminum, available in Gold / Space Gray

Dimension

65[W] x 134[H] x 14.5[D] (mm)

DAP에도 서로 다른 주제가 있다

이번에는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QP2R 포칼 에디션을 빌려서 사용하던 당시, 지금은 중고 판매한 후인 소니 NW-WM1A가 아직 있었고, 다른 제품 리뷰 때문에 빌렸던 아스텔앤컨 SP1000도 있었습니다. 3.5mm 커스텀 케이블을 끼운 포칼 유토피아를 기준으로 3대의 DAP를 비교 청취해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단 QP2R 포칼 에디션에서 먼저 발견된 점은 감도 높은 이어폰(웨스톤 ES60)을 연결했을 때 작게 들리는 화이트 노이즈입니다. 게인을 로우로 바꿔도 동일하게 깔립니다. WM1A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작은 배경 노이즈인데요. SP1000을 포함한 아스탤앤컨 DAP들은 배경 노이즈가 거의 없습니다. 물론 밸런스 출력의 2.5mm 커넥터에 이어폰을 연결하면 화이트 노이즈가 나오지만, 3대 모두 언밸런스 출력의 3.5mm 커넥터를 기준으로 하면 그렇습니다. 

DAC와 앰프가 통합된 기기들에서 화이트 노이즈가 나오는 원인은 DAC 쪽이 아니라 대부분 아날로그 앰프 쪽입니다. 예를 들면 코드 모조(Chord Mojo)도 측정에선 노이즈가 없게 나오지만 헤드폰 출력단에 감도 높은 BA 이어폰을 끼우면 화이트 노이즈가 들립니다. 아날로그 앰프의 설계는 ‘좋은 소리와 배경 노이즈 사이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좋은 소리가 나오는 회로를 짰더니 배경 노이즈 발생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대부분의 제작자는 화이트 노이즈가 있더라도 가장 좋은 소리가 나오는 회로 설계를 선택합니다.​

QP2R 포칼 에디션은 기기 상단에 3.5mm 언밸런스 출력(디지털 광 출력 겸용)과 2.5mm 밸런스 출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3.5mm 출력은 포칼 유토피아에 맞춰진 것이고(80옴 임피던스), 2.5mm 출력은 그보다 훨씬 임피던스가 높으며 감도가 낮은 헤드폰을 위한 것으로, 이어폰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2.5mm 커넥터에 이어폰을 끼우면 화이트 노이즈가 매우 커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QP2R의 3.5mm 출력은 하이 게인으로 두면 힘이 넘칩니다. 또한 포칼 유토피아를 위한 QP2R 포칼 에디션이므로 기본 포함된 커스텀 케이블을 사용해서 3.5mm 커넥터에 연결하시기 바랍니다. 

3대의 DAP를 비교 청취한 결과는 이렇습니다. QP2R 포칼 에디션은 헤드폰에 맞춰진 높은 출력과 매끈한 질감의 소리를 추구합니다. 이어폰에 최적화된 출력과 건조하고 샤프한 소리를 추구하는 아스텔앤컨 기기와는 반대 성향입니다. 소니 DAP는 3.5mm 출력보다는 4.4mm 밸런스 출력에 힘을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3.5mm 출력으로 대형 헤드폰을 울리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퀘스타일이 정밀한 소리의 DAC와 부드럽고 든든한 소리의 앰프를 혼합하는 회사라고 여겨왔는데 QP2R 포칼 에디션도 그러함을 비교 청취로 다시 확인했습니다. 다른 DAP와 QP2R 포칼 에디션의 차이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보죠.

1) DAP들도 DAC 파트와 앰프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DAC 쪽의 소리와 아날로그 앰프 쪽의 소리 성향이 조화를 이루면서 유저에게 최종적인 소리를 전하게 됩니다. 작은 휴대용 기기이므로 아날로그 앰프 쪽이 거치형 기기보다는 빈약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전원부) 그래서 DAP에 대형 헤드폰을 바로 연결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2) 커스텀 케이블이 연결된 포칼 유토피아를 SP1000과 QP2R 포칼 에디션에 끼워서 비교 청취해봤습니다. 둘 다 3.5mm 연결인데요. 소리의 힘과 품질에서 격차가 느껴집니다. SP1000에서는 볼륨을 많이 올려도 소리가 매우 건조하고 힘이 없는데, QP2R 포칼 에디션으로 바꾸면 마치 거치형 시스템에 연결한 것처럼 든든하면서도 질감이 매끄럽고 투명한 소리가 들립니다. SP1000보다 QP2R 포칼 에디션이 무조건 좋다는 뜻이 아닙니다. 각 DAP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입니다. 이 리뷰에 등장하는 QP2R은 포칼 유토피아에 최적화된 설정의 포칼 에디션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3) 저도 개인적으로 아스텔앤컨 기기를 사서 써본 적이 있는데 이들은 원래 이어폰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봅니다. 오로지 귀로 듣고 판단할 때, 정밀하고 샤프한 성향의 DAC 파트에 게인이 낮고 배경 노이즈가 없으며 건조한 음색의 앰프 파트를 지닌 듯 합니다. SP1000은 감도가 매우 높은 BA 이어폰을 연결해도 화이트 노이즈가 없습니다. 이렇게 이어폰 연결에서는 고요한 배경 속에서 깔끔한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헤드폰을 바로 연결하면 힘 없는 소리가 됩니다. 아스텔앤컨 DAP로 대형 헤드폰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외장 헤드폰 앰프가 필요한 것입니다. 아스텔앤컨 기기와 코드 휴고 또는 모조의 매칭이 인기 좋은 이유는 디지털 연결을 통해서 아스텔앤컨 기기의 샤프하고 깔끔한 소스와 코드 기기의 굵고 강한 출력을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퀘스타일 QP2R 포칼 에디션은 헤드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정밀하지만 살짝 여유를 둔 성향의 DAC 파트와 든든한 양감과 진한 음색을 지닌 앰프 파트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QP2R 포칼 에디션은 유토피아와 잘 어울리도록 임피던스와 출력이 조정되어 있어서 중간의 앰프 없이 헤드폰을 바로 연결해도 선이 굵은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결론을 말하면 3대의 DAP 중에서 포칼 유토피아를 바로 연결했을 때 QP2R 포칼 에디션이 귀에 확 뜨일 정도로 좋은 소리를 냈다는 겁니다. DAP의 성격부터 고출력을 지향하며 대형 헤드폰의 구동에도 알맞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QP2R 포칼 에디션의 이어폰 매칭이 나쁜 것도 아닙니다. BA 기반의 커스텀 이어폰 연결에서 약한 화이트 노이즈가 있을 뿐 소리 자체는 퀘스타일의 선명하고도 진한 음색과 고해상도를 그대로 전달합니다. 또한 이어폰 중에서도 감도 100dB 미만의 제품들은 화이트 노이즈 없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드라이버 감도가 낮아서 앰프 연결이 필요하며 임피던스가 100옴인 이티모틱 리서치 ER4S를 QP2R의 3.5mm 출력에 연결하고 하이 게인과 하이 바이어스 세팅으로 감상해보니 촉촉하게 스며드는 고음과 매끈하고 밀도 높은 중.저음으로 깊은 만족을 느꼈습니다.

다른 헤드폰의 직접 연결도 흥미로운데요.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 중에서 비교적 울리기가 쉬운 오디지 LCD-2도 QP2R과 바로 연결했을 때 든든하고 질감 좋은 소리가 나왔습니다. 단, 드라이버 감도는 높지만 임피던스 300옴의 젠하이저 HD800은 거칠고 약한 소리가 나왔으니... HD800은 별도의 커스텀 케이블을 장만해서 QP2R 포칼 에디션의 2.5mm 출력에 연결하는 게 좋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QP2R 포칼 에디션의 2.5mm 출력은 이어폰용이 아니며 하이 임피던스와 낮은 감도 때문에 구동이 어려운 헤드폰을 울려주기 위한 것입니다.​

SOUND

※이 감상문은 포칼 유토피아에 맞게 조정을 거친 ‘퀘스타일 QP2R 포칼 에디션’을 다룹니다. ‘기본형 QP2R’의 감상문이 아님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짧은 커스텀 케이블을 끼우니 포칼 유토피아는 올라운더 헤드폰

예전에 첫 리뷰를 할 때에도 감동적인 소리의 헤드폰이었지만... 짧은 커스텀 케이블을 끼운 유토피아의 소리는 더욱 감동적입니다. QP2R 세트에 포함된 커스텀 케이블은 아마도 은도금 동선인 듯 한데, 짧은 케이블로 변경되자 유토피아의 소리는 저음이 더 평탄해지고 고음이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저음의 웅장함은 여전하지만 울림이 명료해졌고 고음 해상도가 향상됐다는 뜻입니다. 거치형 헤드폰 앰프 뿐만 아니라 LG V20(80옴이라서 전문가 모드가 됨), 아이폰 XS(커스텀 케이블의 라이트닝 3.5mm 변환 젠더 사용)에서도 이 효과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포칼 유토피아는 고가의 거치형 헤드파이 시스템에서 살벌한(?) 하이엔드 소리를 들려주지만 기본적으로는 높은 감도와 고해상도 사운드로 다양한 휴대용 기기에 연결할 수 있는 올라운더(All-rounder) 성향의 헤드폰임을 알았습니다.

*거치형 헤드폰 앰프와 차이가 없거나 더 좋을 때도 있다

대형 헤드폰들은 거치형 헤드폰 앰프에서 소리가 더 좋게 나옵니다. 든든한 전기가 들어가면 드라이버의 진동판이 더욱 강하고 기민하게 움직이므로 전반적인 소리의 선이 굵어지며 저음의 규모와 깊이가 확장됩니다. 이 때 앰프와 헤드폰의 임피던스 매칭이 잘 되어야만 헤드폰 본연의 소리가 나올 것입니다. 포칼 유토피아와 임피던스 매칭이 되어 있는 QP2R 포칼 에디션은 이 점에서 실력을 보여줍니다. 거치형 헤드폰 앰프(젠하이저 HDVD800, Aune S7)와 비교 청취해보면 저음 울림이 덜 나오는데요. 그러나 고.중.저음의 균형과 소리 해상도를 비교하면 차이가 거의 없거나 QP2R 포칼 에디션이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거기에 QP2R 특유의 진하고 쫄깃한 느낌은 이 세트 만의 훌륭한 특성이 됩니다. 

*하이 게인 + 하이 바이어스의 효과 = 섬세하고 아름답다

앞서 3대의 DAP 비교 청취를 했지만 사실 제가 메인으로 사용하는 제품은 이제 레어 아이템이 된 캘릭스 M입니다. 이 녀석은 QP2R 보다도 배터리를 더 많이 쓰면서 고출력의 소리를 내는 DAP입니다. (둘 다 3,000mAh 정도의 배터리지만 QP2R은 10시간, 캘릭스 M은 5시간 재생) 캘릭스 M에 포칼 유토피아를 바로 연결해보면 출력이 든든하고 밀도 높으며 선명한 소리가 되는데 뭔가 너무 담백한 느낌도 있습니다. 그 후 QP2R 포칼 에디션에 유토피아를 연결하고 하이 게인과 하이 바이어스를 선택해서 감상하면 고음에 독특한 반짝임이 생기며 중저음에 강한 탄력이 더해지는 겁니다. 이렇게 귀로 판단해본 후 퀘스타일 웹사이트를 확인하니 하이 바이어스를 선택하면 더 강한 힘과 빠른 응답 속도를 갖게 되면서 중음과 저음의 주파수 반응이 완전히 향상된다고 합니다. 동일한 속도로 차를 몰아도 훨씬 높은 토크(Torque)를 사용한다고 비유하면 대충 맞겠습니다.

제가 생각해볼 때 이번 세트의 차별화된 특징 - 거치형 헤드폰 앰프와 재생기 또는 타 브랜드 DAP를 제쳐두고 포칼 유토피아를 QP2R 포칼 에디션에 바로 끼울 만한 이유는 네 가지입니다.

1) 고음이 아름답게 빛나는 느낌

2) 하이 바이어스 상태에서 느끼는 중.저음의 통통거리는 탄력

3) 비단처럼 곱고 매끄러운 질감

4) 느릿한 호흡의 여유로운 소리

QP2R 포칼 에디션의 소리를 재생하는 유토피아는 그야말로 섬세한 손길의 여성이 되고 맙니다. 이 세트는 소리에서 ‘섬세한 떨림의 묘사’에 능합니다. 굵은 힘으로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가녀리고 세밀한 선을 극히 정교하게 묘사해줍니다. 두터운 색을 덧입혀서 표현하는 유화가 아니라 투명한 색 하나 하나를 주의 깊게 종이에 스며들도록 하는 수채화에 가깝습니다.

*포칼 헤드폰의 속 마음을 드러낸다

또한 DSD 레코딩의 감상 경험이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QP2R 포칼 에디션의 DSD 재생이 마치 진공관 앰프의 아날로그 느낌 같은데, 고해상도 사운드를 최상급 수준의 헤드폰이 담당하는 상황입니다. 녹음 현장의 공간 넓이와 포근한 공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예전에 리뷰했던 퀘스타일 CMA400i도 PCM 레코딩보다 DSD 레코딩의 감상에서 강점을 보였는데 QP2R도 동일하군요. 포칼에서 퀘스타일을 동지(?)로 받아들인 이유는 포칼 직원들이 퀘스타일 기기에 포칼 헤드폰을 연결해서 DSD 음반을 감상해보고 한 방에 반해서일 것입니다. 이것은 저의 머리 속 상상일 뿐이지만 경험으로 인한 근거도 조금 있습니다.

포칼의 유토피아, 클리어, 일리어, 엘레지아는 모두 진공관 앰프보다는 트랜지스터 앰프와 잘 어울리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헤드폰들의 소리가 고음이 밝은 편이고 해상도가 너무나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음이 절제되는 진공관 앰프보다는 정밀하고 빠른 성향의 트랜지스터 앰프가 맞는다고 여긴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진공관 앰프로 포칼 헤드폰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두 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진공관 앰프와 연결하면 중음의 질감이 곱고 저음의 포근한 울림이 살아납니다. 둘째, 포칼 헤드폰들은 고음, 중음, 저음을 인위적으로 분리하지 않으며 대단히 자연스럽게 연결해줍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1개를 쓰는 점은 다른 헤드폰들과 동일하지만 사운드 튜닝에서 특정 음역이 앞으로 나오거나 뒤로 밀려나지 않도록 했습니다. 퀘스타일 기기들은 DAC 소스 쪽은 매우 정밀한데 앰프 쪽은 마치 진공관처럼 포근하고 자연스럽습니다. 즉, 포칼 헤드폰의 색다른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유토피아의 경우는 골드문트 텔로스 헤드폰 앰프(2, 3 모두)와 연결하면 정밀하고 빠른 성향을 보이는데, QP2R 포칼 에디션에 연결하니 정밀하면서도 느릿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됩니다. 이것은 마치 포칼 유토피아의 숨겨온 속 마음을 발견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중.저음의 탄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음

포칼 유토피아에 맞는 LEMO 커넥터의 커스텀 케이블을 사려면 다른 중.고급형 헤드폰 한 대 값이 듭니다. 국내에는 헤드폰 케이블 제작하는 곳이 매우 드물어서 해외 주문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커스텀 케이블이 기본 포함되는 유토피아 QP2R 세트는 가격 이득이 있으며, 그만큼 유토피아의 휴대 기기 연결을 쉽게 해줍니다. 또, QP2R 포칼 에디션은 3.5mm 커넥터에 광 케이블을 끼우면 광 출력이 되므로 코드 모조나 휴고 같은 외장 기기를 연결해도 됩니다.

시험 삼아서 QP2R 포칼 에디션의 광 출력 기능으로 코드 모조를 연결해봤습니다. (광 케이블은 별도로 준비) 제품이 라인 아웃 인식을 하면서 볼륨이 자동으로 최대 고정됩니다. 이 때 QP2R 포칼 에디션 본연의 소리 특성은 그대로인데 코드 모조의 든든한 힘과 굵고 포근한 느낌이 더해집니다. 하지만 저는 하이 바이어스 상태의 QP2R 포칼 에디션에 바로 연결할 때의 소리가 더 마음에 듭니다. 앞서 언급한 네 가지 특징 중에서도 특유의 중.저음 탄력 때문에 QP2R 포칼 에디션을 선호하게 되는 것입니다. 헤드폰의 진동판이 통통 튀는 듯한 맛에 중독되어보니... 왜 특정 DAP를 새로 조율해서 대형 헤드폰과 짝을 지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제품 요약 : 포칼 유토피아에 맞게 임피던스 매칭 및 앰프 설정을 진행한 전용 DAP의 세트. 둘을 연결하는 커스텀 케이블의 효과도 크다. 전류 증폭 방식의 QP2R이 지닌 고유 특성은 유토피아의 소리에서 고음을 반짝거리게 하고 질감을 곱게 만들며 여유로운 느낌과 멋진 중.저음 탄력을 더한다. 대형 헤드폰과 소형 플레이어의 연결임에도 불구하고 유토피아와 QP2R 포칼 에디션이 만드는 특유의 앙상블이 있다. 포칼 유토피아용 커넥터의 휴대용 케이블과 DSD 사운드에 잘 맞는 DAP는 여러 방향으로 응용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