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포칼 스텔리아 (FOCAL STELLIA) - 행복을 소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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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goldmund | 20-02-13 13:59 | 조회 : 1,79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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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칼 스텔리아 (Focal Stellia)
이 헤드폰을 소유하는 것은 행복한 사치(奢侈)입니다
프랑스의 포칼(Focal)은 하이파이 오디오 회사가 성공적으로 헤드폰 분야를 개척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들이 라우드 스피커의 드라이버를 직접 개발, 생산한다는 점도 고급형 헤드폰의 탄생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헤드폰 속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결국 라우드 스피커의 드라이버를 아주 작게 축소한 것이니, 포칼의 스피커 드라이버 노하우가 그대로 헤드폰에 반영되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플래그쉽 스피커 모델의 사운드 튜닝을 하는 사람이 그대로 헤드폰 튜닝도 하고 있어서 포칼의 헤드폰은 대체로 포칼의 스피커와 유사한 음색을 들려줍니다. 소리를 최종적으로 재생하는 트랜스듀서의 단계에서 여러 가지 속성이 작용하지만, 청취자가 ‘소리의 개성’으로 즉시 감지할 수 있는 사운드 시그니처(Sound Signature)는 해당 제품의 튜닝을 책임지는 사람에 의해서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개발된 포칼의 헤드폰 ‘유토피아(Utopia)’, ‘일리어(Elear)’, ‘클리어(Clear)’는 오픈형 헤드폰으로서 포칼의 스피커 같은 음색과 니어필드 리스닝 수준의 공간감을 달성했습니다. 그 후 새로운 구조의 드라이버와 이어컵 기술로 만들어진 밀폐형 헤드폰 ‘엘레지아(Elegia)’는 홈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최상급 헤드폰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만족스러운 제품이었습니다. 아...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으로 해야겠군요. 저도 엘레지아를 장만해서 잘 쓰고 있으니...
하지만 엘레지아를 크게 뛰어넘는 밀폐형 헤드폰이 새로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_-);
포칼의 하이엔드 밀폐형 헤드폰 ‘스텔리아(Stellia)’입니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귀족의 사치품 같은 고급스러움이 줄줄 흐릅니다. 엘레지아는 편안한 착용감, 좋은 소리, 실제로 작용하는 소음 차단 효과 등으로 제가 최상급이라는 표현을 아낌없이 쓰는 헤드폰이지만, 가격대 성능비를 제외한다면 진짜 최상급은 스텔리아가 될 것입니다. 한 달 넘게 곁에 두고 사용해보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스텔리아는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위한 헤드폰으로는 너무 비싸지만 엘레지아와 동일한 범용성, 편안한 착용감, 소음 차단 효과를 지녔으며 소리와 디자인이 훨씬 훌륭한 제품입니다. 가격은 엘레지아의 3배 가까이 되지만 다행히(?) 유토피아보다는 낮게 책정되었습니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포칼의 플래그쉽 헤드폰은 오픈형 유토피아이며, 밀폐형의 하이엔드로서 스텔리아가 다른 축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유토피아 헤드폰의 밀폐형 등장
포칼 스텔리아는 유토피아의 밀폐형 버전으로 기획 및 개발된 제품입니다. 단, 유토피아 헤드폰의 하우징을 밀폐형으로 바꾸기만 해서는 좋은 소리를 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드라이버를 개발하고 이어컵의 내부 구조를 완전히 변경해서 만든 것이 스텔리아입니다. 이 때, 이상적인 밀폐형 헤드폰의 내부 구조 설계는 엘레지아에서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다음의 내부 구조도를 보면 엘레지아와 스텔리아가 거의 동일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어컵 속의 네모꼴 벌집 구조는 알고 보니 음각의 벌집이 아니라 양각의 피라미드 같은 형태였습니다. 아주 작은 피라미드 모양의 돌기가 이어컵 내부를 덮고 있는데, 이것은 라우드 스피커 시스템에서 룸 튜닝에 사용되는 어쿠스틱 디퓨저(Acoustic Diffusers)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오디오 매장에 가면 자주 보이는 네모꼴의 모자이크 같은 패널) 이것이 드라이버에서 발생하는 음파를 정제하면(스탠딩 웨이브 상쇄) 이어컵 내부에 잔류 음파를 가둬서 거의 사라지게 만듭니다. 많은 밀폐형 헤드폰들이 이어컵 소재의 울림 특성을 그대로 활용하는 반면, 포칼의 엘레지아와 스텔리아는 이어컵 내부 전체를 어쿠스틱 디퓨저로 덮어서 울림 현상을 최소화하고 누음도 방지합니다. 또한 이 어쿠스틱 디퓨저 구조가 이어컵 전체의 강도를 높여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 제품 모두 다른 밀폐형 헤드폰들보다도 소음 차단이 잘 되는 것입니다.
※ 엘레지아에 대한 포칼 니콜라 드바드의 인터뷰 영상
통장 잔고를 뒤흔드는 사치스러움
스텔리아는 유토피아와 동급의 고급스러운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서 패키지도 사치스럽게(...) 디자인됐습니다. 가죽 소재로 덮인 상자를 열면 스텔리아를 담은 캐링 케이스와 함께 또 다른 가죽 포장 박스가 나옵니다. 이 박스 속에는 두 개의 케이블과 제품 설명서를 담은 지갑(!)이 있습니다.
헤드폰 본체도 미칠 듯이 고급스러운데 구성품 하나 하나가 전부 사치스럽습니다. 에... 객관적으로 보면 이건 유토피아보다도 사치스러운 것 같은데요. 먼저 캐링 케이스부터 봅시다. 클리어, 엘레지아에서 접했던 바로 그 케이스인데 갈색과 검은색이 혼합되어서 더욱 예쁘게 보입니다. 패브릭으로 덮인 케이스 표면도 훌륭하고, 가죽 손잡이가 있어서 쉽게 들고 다닐 수 있습니다. 케이스 내부에는 헤드폰 본체와 케이블을 모두 수납할 수 있고요.
보시다시피 스텔리아에는 두 개의 케이블이 기본 포함됩니다. 하나는 3.5mm와 6.3mm 커넥터를 나사식으로 결합한 1.2m 언밸런스 케이블이고, 다른 하나는 4핀 XLR 커넥터의 3.5m 밸런스 케이블입니다. 둘 다 피복이 조금 뻣뻣한 느낌의 패브릭으로 되어 있으며 헤드폰 쪽 커넥터는 3.5mm로 일리어, 클리어, 엘레지아와 호환됩니다. (유토피아만 LEMO 커넥터) 스텔리아는 임피던스가 낮고 드라이버 감도가 높기 때문에 휴대용 기기에도 바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긴 밸런스 케이블이 포함된 이유는 홈 오디오 감상을 위해서입니다. 이 헤드폰은 밸런스 연결의 영향을 유난히 많이 받는데, 이후 소리 감상평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하아... 이 헤드폰은 처음 보고 다시 봐도 정말 고급스럽습니다. (보기만 해도 예뻐서 레알로 탄식이 터져나옴) 스튜디오 촬영에서도 현장 촬영에서도 변함없이 고급 승용차 같은 외모를 뽐냅니다. 유토피아는 블랙과 카본 파이버의 고성능 스포츠카인데 스텔리아는 코냑(Cognac)과 모카(Mocha) 색상의 가죽으로 도배된 럭셔리 클래식카처럼 보입니다. 이어패드, 헤드밴드, 이어컵 표면을 모두 천연 가죽으로 제작했으며 특히 헤드밴드와 이어패드에서 사람 피부에 닿는 부분을 짙은 갈색으로 해준 점이 마음에 듭니다. 천연 가죽 이어패드를 써보신 분이라면 잘 아실 겁니다. 몇 번 착용한 후 그냥 두면 갈색 가죽이 금방 시커멓게 되거든요. 그러나 스텔리아는 원래부터 짙은 색깔이라서 걱정이 없습니다.
그래도 수백만원짜리 헤드폰을 쓰는 것이니 이어패드의 가죽 부분은 사용 후에 헝겊으로 닦아서 기름기를 제거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어컵 바깥쪽에는 수많은 원형 구멍이 뚫린 스틸 프레임 사이로 천연 가죽이 그대로 드러나있으니 깨끗한 보존을 위해서 물이 튀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하이엔드가 되기 위한 세 가지 항목
스텔리아의 내부 구조는 엘레지아와 동일하지만 제품의 등급(?)은 크게 다릅니다. 스텔리아는 유토피아와 같은 선에 두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 점은 제품에 적용된 제작 기술, 고급 소재, 사운드 튜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제작 기술
: 극히 낮은 질량을 지닌 구리 선재의 보이스 코일을 사용하며 베릴륨 소재의 M-shape 진동판을 적용했습니다. (유토피아와 동일한 진동판) 드라이버의 움직이는 부품들이 굉장히 가벼운 소재로 제작되기 때문에 더욱 정밀한 제작 공정이 필요하게 됐고, 이를 위해서 생산 라인의 로봇을 새로 개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산되는 드라이버들의 주파수 응답 편차가 0.5dB 이하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스텔리아의 재생 주파수 응답 범위는 5 ~ 40,000Hz에 이릅니다.
※ 베릴륨 진동판의 장점
1) Extremely Low Mass
: 극히 낮은 질량으로 매우 높은 가속 특성을 지닙니다.
2) High Rigidity
: 강도가 높습니다. 그만큼 유연성이 좋고 높은 음압 수준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진동판의 왜곡도 방지합니다.
3) High Damping Level
: 댐핑 효과가 매우 뛰어납니다. (시작된 진동이 빠르게 끝남) 이 점은 특히 고.중음의 정확도를 높여줍니다.
2) 고급 소재
: 천연 가죽이 이어컵, 이어패드, 헤드밴드에 모두 적용됐습니다. 이어컵은 수많은 구멍을 뚫은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 속에 가죽 커버를 씌운 구조이며 이어패드는 안쪽에 통풍 구멍을 더해서 착용감을 개선했습니다. 이어패드는 귀에 닿는 부분과 테두리를 풀 그레인 레더로 만들고 드라이버와 가까운 안쪽은 소리의 필터 역할을 하는 천 소재로 제작했답니다. 이를 통해 드라이버의 고음이 천을 거쳐서 이어패드 속 메모리폼으로 흡수됩니다. 이를 통해 1~10kHz 영역의 딥(Dip)과 피크(Peak)를 제거해서 고음을 깨끗하게 다듬어줍니다. 또한 스텔리아는 가죽 소재가 대폭 적용되어서 엘레지아보다 조금 더 무겁습니다. 그래서 직접 재어보았는데요. 제품 사양표에 나온 엘레지아의 무게는 430g인데 케이블을 빼고 주방용 저울로 재어보니 411g이 나왔습니다. (제품 사양은 케이블 포함 무게인 듯) 스텔리아도 케이블을 빼고 무게를 재니 427g이 나왔습니다. 둘의 무게 차이가 16g에 불과한 겁니다. 즉, 스텔리아는 엘레지아처럼 대단히 편안하게 착용되지만 약간 묵직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 이어패드를 교체해보았다
: 포칼 헤드폰들의 이어패드는 잡아당겨서 간단히 분리할 수 있습니다. (분리할 때는 이어패드 테두리를 잘 붙잡고 천천히 당길 것!) 그래서 저는 스텔리아와 엘레지아의 이어패드를 서로 바꿔서 감상해보았습니다. 헤드폰의 소리에서 이어패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확인하게 됐습니다.
1) 소리에 주는 지대한 영향
: 헤드폰의 소리는 이어패드에서 마무리됩니다. 이어패드가 서로 바뀌자 엘레지아는 저음의 힘이 다 빠져나가고 스텔리아는 소리의 해상도 전체가 떨어지는군요. 커널형 이어폰의 이어팁이 유저의 귓구멍 속에 밀착되면서 소리를 전하는 것처럼, 헤드폰의 이어패드도 유저의 귀 주변에 밀착되면서 소리를 전달하는 최종 매체가 됩니다. 이어패드의 소재, 밀도, 통기성 등의 모든 요소들이 헤드폰의 사운드 튜닝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2) 소음 차단 효과
: 포칼 헤드폰의 이어패드를 다시 결합할 때는 5개의 결합부가 ‘딱’ 하고 끼워지도록 골고루 눌러줘야 합니다. 덜 끼워진 상태에서도 확인이 잘 되지 않으니 꾹꾹 눌러서 테두리 전체에서 딱 소리가 나는지 확인합시다. 실수로 왼쪽 이어패드가 덜 끼워진 상태에서 들어보았는데 왼쪽에서 외부 소음이 확 들어왔습니다. 엘레지아, 스텔리아 모두 이어패드가 강한 소음 차단 효과를 만들어주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3) 사운드 튜닝
: 스텔리아의 소리는 유토피아와 동일한 수준의 초고해상도를 제공하되 유토피아보다는 높은 중음이 더 강하며 저음 울림이 더 간결하게 나옵니다. (엘레지아보다는 저음이 많은 편) 그래서 유토피아보다 소리가 귀에 가깝고 고.중음이 굵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스텔리아도 저음이 웅장하지만 저음이 펼쳐지지 않고 고스란히 유저의 머리에 진동으로 전달됩니다. 오픈형 헤드폰으로서 웅장한 저음을 넓고 깊게 펼쳐내는 유토피아와는 다른 부분입니다. 베릴륨 진동판 특유의 세밀하고 밝은 고음이 두 헤드폰의 공통점이며 주파수 응답 형태와 스테이지 표현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그리고 포칼의 제품 소개서에서 확인한 점인데요. 엘레지아와 스텔리아의 베이스 포트는 이어컵의 포칼 로고에 있습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마그넷의 중앙에 뚫린 1차 베이스 포트부터 이어컵 포칼 로고 부분의 2차 베이스 포트까지 직선으로 연결되어 저음 에너지를 방출하고 본래 이어컵 사이즈보다 더욱 확장된 공간을 형성하며 저음 울림이 중음을 가리지 않도록 해줍니다. 이러한 베이스 포트 설계는 포칼 라우드 스피커의 트위터에 적용된 기술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SOUND
※ 주의 : 대부분의 헤드폰들은 안경을 쓰고 감상하면 이어패드가 피부에 밀착되지 않아서 소리 품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저음이 약해지고 고.중음이 거칠어짐) 매우 얇은 티타늄 프레임의 안경을 쓰거나 아예 안경을 벗고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이어패드의 쿠션이 몹시 푹신한 포칼 헤드폰들은 그래도 안경 테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편이지만, 이어패드가 완전히 밀착되었을 때 진짜 소리가 나옵니다.
*휴대용 기기에 잘 맞는 높은 감도
포칼 스텔리아는 보이스 코일의 임피던스가 35옴으로 대형 헤드폰으로서는 매우 낮은 편이며, 드라이버의 감도가 106dB로 이어폰처럼 높습니다. 휴대 음향 기기에 연결하도록 배려한 점입니다. 대부분의 DAP 헤드폰잭에 바로 연결할 수 있으며 아이패드의 헤드폰잭에 연결해도 듣기 좋은 소리가 나옵니다. 그러나 스텔리아의 소리 해상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소스 품질이 낮으면 바로 티가 납니다. 드라이버 감도가 매우 높으니 소스 기기의 화이트 노이즈도 그대로 들려줄 것입니다. 거치형 DAC나 헤드폰 앰프에 연결하겠다면 최소한 접지는 해결해둡시다. 스텔리아에 대한 헤드폰 앰프 연결은 소리를 크게 만드는 목적이 아니라 더 매끄러운 질감과 높은 밀도를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밀폐형 하우징 속의 베릴륨 진동판이 만드는 고해상도
매우 높은 소리 해상도가 압권입니다. 제가 몹시 아끼는 엘레지아가 객관적으로 밀려나는(...) 상황인데요. 스텔리아는 첫 감상부터 굉장히 선명한 고음을 들려줘서 유토피아와 동일한 베릴륨 진동판이라는 직감이 옵니다. 엘레지아와 동일한 순수 구리 보이스 코일을 쓰는데 베릴륨 진동판은 초고음과 초저음의 재생 능력이 훨씬 뛰어납니다. 음악 속의 공기가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숨이 트일 정도입니다. 또한 밀폐된 하우징 속에 베릴륨 진동판의 드라이버를 담았으니 청각으로 몰려오는 정보의 양이 더욱 늘어납니다. 여러 악기가 동시 연주될 때 상당히 짜릿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는 오랫동안 편안히 듣는 용도로 엘레지아가 더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스텔리아의 고음에 대해서는 두 가지 요약이 가능합니다. 첫째는 선이 가늘고 정밀하다는 것이며 둘째는 청각 자극이 없다는 점입니다. 진동판에서 발사되어 초고음까지 거침없이 올라가는 강력한 고음을 헤드폰의 전체 설계(이어패드, 필터 등)로 꼼꼼하게 보정한 모양입니다. 유저의 고막까지 도달하는 스텔리아의 고음은 짐작해보건대 10kHz 이상을 약간 강조하고 7~8kHz 근처를 조금 낮춰서 밝고 예쁜 인상만 남도록 조율된 듯 합니다. 해상도가 너무 높아서 정보량이 넘쳐날 뿐, 고음 자체는 자극없이 편안하게 들리도록 제련되어 있습니다. 이 때 ‘제련’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광석을 용광로에 넣고 녹여서 함유한 금속을 분리 추출하여 정제하다’라는 뜻과 베릴륨 진동판의 날것 고음을 여러 단계로 정제해서 듣기 좋은 고음으로 만든 점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 참고 자료
: 늘 그래왔듯이 저는 감상문을 다 쓴 후 정보를 찾아봤는데, Head-fi.org에서 포칼 스텔리아 측정 데이터를 공개했습니다. 8~10kHz 사이가 낮춰졌으며 11kHz 이상의 고음이 살아있는 것으로 나왔네요. 제가 짐작한 수치는 역시나 틀렸지만 한 두 칸 옆으로 빗나간 정도라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 중요한 점은 스텔리아의 주파수 응답 형태가 하만의 올리브 웰티 타겟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입니다. 방 안에서 스피커로 재생하는 소리에 근접하도록 스텔리아가 튜닝됐음을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검정색 선이 포칼 스텔리아, 회색 점선이 올리브 웰티 타겟 곡선입니다. Raw 데이터인데 형태가 매우 비슷합니다.”
“검정색 선이 스텔리아, 회색 점선이 엘레지아입니다. 스텔리아의 고음과 저음이 더 강함을 알 수 있습니다.”
포칼의 헤드폰들이 젠하이저, 베이어다이내믹 등의 헤드폰 명가들보다 훨씬 빠르게 알려진 이유는 ‘방에서 듣는 라우드 스피커의 느낌’이 실려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출시되는 고급 헤드폰들도 올리브 웰티 타겟을 참조하고 있으나, 오랫동안 스피커를 경험해온 하이파이 오디오 회사가 자체적인 드라이버 기술로 개발하는 방식과는 경쟁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포칼 헤드폰들은 물리적 정확도가 높은 드라이버를 사용하되 더욱 화려하고 듣기 좋은 소리를 추구해서, 오디오를 즐겁게 듣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쉽게 충족해줍니다.
*소리 밀도를 높여주는 이어패드 구조
스텔리아는 휴대용 앰프와 거치형 앰프 모두에서 소리의 밀도가 매우 높게 나옵니다. 이 점은 베릴륨 진동판의 좋은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어패드 소재 차이도 큰 듯 합니다. 엘레지아의 패브릭 이어패드보다 스텔리아의 천연 가죽 이어패드가 피부에 잘 밀착됩니다. 통풍이 잘 되어서 오랜 착용에 유리한 쪽은 엘레지아의 패브릭 이어패드이지만 뚜렷한 소리 전달에는 가죽 이어패드가 더 좋더군요. 스텔리아의 이어패드는 유토피아의 타공 패드와 달리 천과 가죽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밀폐형 패드’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타공 패드처럼 물리적인 개방 효과를 내지는 않으나 중.저음 전달에는 더욱 유리한 이어패드입니다.
*유토피아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는 유토피아와 유사한 사운드 시그니처를 보입니다. 처음 들어본다면 유토피아의 밀폐형이 스텔리아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밝고 섬세한 고음과 든든하고 포근하게 강조된 저음이 특히 닮았습니다. 이것은 제가 여러 차례 경험해본 포칼의 라우드 스피커에서도 느꼈던 특징입니다. 그러나! 10분 이상 듣고 있으면... 뭔가 다른 느낌이 오기 시작합니다. 스텔리아는 유토피아보다 저음이 더 평탄하며 높은 중음이 강조된 듯 합니다. (측정에서는 유토피아의 저음이 더 평탄하게 나오는데 오픈형과 밀폐형의 구조 차이가 심리적으로 다른 결과를 만드는 모양) 다르게 말하면 유토피아보다 밸런스가 좋은데 중음이 더 굵고 가깝게 들립니다. 이어컵부터 이어패드까지 밀폐된 구조이므로 오픈형 헤드폰 특유의 공간 확장 효과는 없으니 이 점은 미리 가정해둡시다.
*높은 중음의 강조, 상대적으로 굵고 힘찬 맛이 있다
스텔리아의 보강된 높은 중음은 현악기 소리에 강력한 영향을 줍니다. 포칼 사운드는 대체로 밝고 화려하지만 그만큼 가늘고 말랑한 느낌도 있는데, 스텔리아는 밝고 화려한 고음에 굵은 선의 중음이 더해져서 더욱 힘찬 인상을 남깁니다. 현악 4중주 또는 바이올린 독주를 감상해보면 고요한 배경 속에서 힘차고도 기교 넘치게 연주되는 현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규모의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현악기 파트의 에너지가 더욱 강해지면서 수많은 악기들이 동시에 연주될 때의 휘몰아치는 움직임이 크게 보강됩니다. 사람 목소리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숨결이 더 커지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화려한 고음 덕분에 여성 보컬의 간드러짐이 강조되는데 스텔리아는 남성 보컬의 두터운 울림도 명확히 드러냅니다.
*제작자의 의도대로 조정된 저음의 양
포칼 유토피아와 스텔리아의 저음 강조 수준은 비슷한 듯 하지만 체감되는 저음의 양은 상당히 다릅니다. 유토피아는 깊고 웅장하며 넓게 번지는 느낌이지만 스텔리아는 더욱 짧고 탄탄한 펀치와 딱 맞춰진 깊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초저음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머리 주변을 에워싸는 것이 아니라 머리 안쪽으로 들어옵니다. 이는 헤드폰 이어컵의 구조와 드라이버 자석의 형태가 만드는 물리적 차이점이기도 합니다. 유토피아, 일리어, 클리어 등의 오픈형 헤드폰들은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자석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진동판의 후면을 자석이 가리지 않으며 헤드폰 이어컵도 열려 있으니 저음이 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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